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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는 가소로운 일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는 가소로운 일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두고 언론이 호들갑이다.  아예 조선일보는 1면 톱기사로 실었다.  가소로운 일이다.  달은 보지 않고 손끝만 보는 형국이다.  나는 잘 알고 있다.  KT노조의 집행부가 인권을 유린받고 있는 자기 조합원들을 어떻게 방치해 왔는지 조합원들의 기초적이고도 기초적인 인권의 문제에 얼마나 목석처럼 둔감했는지.  심지어 충북의 어떤 지부장은 오랜 기간 동안 인권을 유린당하고 끝내 해고되었다가 부당해고로 판정받아 복직한 조합원이 해고 당시 그 구제를 받으려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였을 때 회사를 위해 이 조합원이 구제불능이라는 진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중앙노동위원에까지 가서 확정된 판정문을 보면 구제불능은 그 해고노동자가 아니고 장기간 인권을 유린하였던 회사이었다.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로 민주노총이 성찰하여야 할 문제와 조합원들의 인권이 유린되도록 방치하여 온 KT노조 집행부의 문제는 그 근본이 다르다.  KT노조의 집행부가 오래도록 방치하여 온 인권유린의 한 실상을 내가 그 해고노동자로부터 사건을 위임받아 진행하였기에 잘 알고 있다.  2009년 1월인가(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다) KT 관련 문제로 충청리뷰라고 하는 지역신문에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이 생각나서 찾아보았다.



누가 KT의 소름끼치는 실험을 멈출까?


(이 글은 충청리뷰에 실린 칼럼입니다)


1963년 미국에서 “기억력에 관한 실험”을 한다는 광고를 내고 20대에서 50대까지의 평범한 사람들 40명을 모집하여 실험이 실시되었다.  그들이 하는 역할은 칸막이 너머 학생이 문제를 못 맞힐 경우 벌로 전압 버튼을 누르는 일이다.  학생이 문제를 틀릴 때마다 15V씩, 450V까지 전압을 높인다.  칸막이 너머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 발로 칸막이를 차는 소리가 요란하더니 300V를 넘어서자 그 소리도 잦아들었다.


실험 결과 놀랍게도 전압을 올리라는 주최 측의 명령을 거부한 사람은 300V로 올라갈 때까지 35%에 불과하고 65%가 450V까지 전압을 올렸다.  사실 전압 버튼은 가짜였고, 비명을 지른 학생들도 연출한 것이었다.  실험을 주관한 학자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만들어진 인성이 아무리 정의로운 것이라도 만약 옳지 않은 권위의 지배를 받게 된다면 그들 역시 인간의 야만성과 비인간적인 태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KT의 비인간적인 노무관리로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의 최근 증언은 소름을 돋게 한다.  여성노동자를 회사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도 굳이 바깥의 8m 높이의 전신주를 타게 하고, 그것을 못 타겠다고 하면 업무를 거부하였다 하여 업무촉구서를 발부하고 근무가 끝났는데도 몇 달간 밤11시까지 남아서 자습을 시키고는 시험을 치르라고 한다.  남아서 자습을 안 하면 업무촉구서가 날아온다.


고객이 회사에 전화해서 불편을 호소하는 일이 어디 한 둘일까마는 꼭 업무촉구서를 발부하는 대상이 있다.  몇 차례 누적되면 경고장을 준다.  자체 회의도 참석 못 하게 하거나 심하게 따돌림을 한다.  이들 중에는 수면제를 복용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이들이 있다.


한 남성노동자는 노동조합 활동을 왕성하게 했던 경력이 있는데 먼 지방으로 발령을 받았다.  거기에서 얼마 있다 또 다른 지역으로 발령을 냈다.  그 때 맡겨진 일이 20여 년간 개통업무를 하던 것을 빼앗고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 일이었다.  연고가 없는 곳에서 해보지 않은 상품판매를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라고 항변하면 업무촉구서가 날아온다.  고향 친척을 동원해 겨우 상품을 판매한다.


업무가 저조하다고 또 늦게까지 남아 자습을 하라고 하고, 혼자서 시험을 보라 한다.  첫 목표가 70점이다, 목표를 달성하면 80점 그 다음에는 90점을 달성하란다.  그 남성 노동자가 몇 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회사를 복귀해야 하는데 책임자가 “당신 혼자서 이 보이지 않는 실체를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느냐, 다른 업무로는 복귀 못 시키고 상품판매해라”라고 하더란다.


이런 일을 당한 이들이 전국에 수두룩하고, 충북에도 여러 노동자들의 사례가 알려지고 있다.  그들은 자신이 뭔가 비정상적인 대우를 받는 것으로 생각만 하였지 그것이 중앙에서 기획된 프로그램에 의한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하였다.  그런데 각 개인에게 발부된 업무촉구서, 경고장, 집단적인 왕따 하는 것들이 모두 중앙에서 기획하여 각 지역으로 내려 보낸 프로그램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관리SOP’라고 붙여진 그 프로그램에 의하면 조기에 퇴직시킬 대상자를 특별관리 대상으로 선별하여 그들을 퇴출시키기 위한 ‘개인별 시나리오’를 작성토록 하여 업무지시서, 업무촉구서, 주의/경고장을 순차적으로 발부하도록 하고 있고, 만약 그 대상자들이 일을 잘할 경우 취약한 업무를 부여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결국은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퇴직하도록 만들거나, 증거자료를 모아 해고의 사유로 삼거나 징계를 하고 다른 지역으로 발령을 내도록 하고 있다.


이토록 무서운 일들이 KT 안에서는 각 지사장들과 팀장들에 의하여 아무런 저항 없이 시행되고 있다.  놀랍지 않은가?  그 팀장들은 마치 450V까지 매 15V씩 전압을 올리라는 지시를 따라 온순하게 그 지시에 복종하는 실험 참가자들 같지 않은가?  실제 실험에서 학생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연출된 것이지만 지금 KT가 벌이고 있는 실험 대상자인 노동자들은 미쳐가고 있고 죽어나가고 있다.  누가 이 잔혹한 실험을 멈추게 할 것인가?


참고로 한마디 더 하겠다.  팀장 중의 한명이 퇴출 대상자를 특별 관리하라고 상부로부터 지시를 받았는데 하필이면 그 대상자가 고등학교 후배였다고 한다.  그래서 도저히 퇴출 프로그램을 그 후배에게 제대로 가동을 못했는데 그 후배와 함께 다른 지역으로 전보발령을 받았다.  그 팀장은 지금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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