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 | 노조 | 이야기 - 2005/09/01 18:15

지난 8월 1일부터 보육시설 종사자 자격관리가 시.군.구로 이관되었다. 이제 보육노동자의 자격, 경력은 시, 군, 구청이 관리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보육노동자의 자격, 경력 관리는 근무 중인 어린이집의 원장이 맡아왔는데, 간혹 호봉 산정이나 자격 승급 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호봉에 따라 월급을 올려줘야 하고 교사가 승급교육을 가면 대체교사를 써야하는 원장에게 자격, 경력 관리를 맡겼다는 사실 자체가 고양이에게 냉큼 생선 던져놓은 꼴과 같은 모양새였다.

 

처음부터 보육노동자의 자격, 경력 관리를 원장이 해온 것은 아니었다. 2001년 3월까지는 분명 지자체가 총괄하여 지역 내 보육노동자와 원장의 자격을 관리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같은 해 4월부터 행정 업무 간소화를 명목으로 모든 종사자 자격 관리 업무가 해당 보육시설로 이관되어버렸다.
당시 몇몇 보육교사들과 보육관련 단체에서는 이로 인해 발생할 문제와 예상 피해에 대해 밝히고 시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바 있지만 행정기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국 시행 4년이 조금 넘은 현재, 관리체계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현장의 보육노동자 입장에서 이번 이관은 결코 제자리로 돌아온, 모든 게 정상화된 상태가 아니었다.


한 보육교사는 이번 자격관리 이관 과정을 겪으면서 과거 경력 중 무려 3년을 잃어버렸다. 그녀의 과거 직장인 A 어린이집에서 근무한 경력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녀는 A 어린이집에 근무하였으나 고용보험에 들어있지 않았고, 임금 통장의 거래내역은 이미 오래 전 일이라 은행에서도 보관본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분명 과거 근무지에서 원장에게 경력증명서를 발급받아 제출하였다. 그러나 그 경력증명서는 인정받지 못했다.

현재 보육노동자가 자신의 경력을 증명받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서류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료 납입영수증, 소득세 원천징수부, 보수교육 또는 승급교육 이수증명서류, 처우개선비 지급 관련 서류, 급여지급 계좌 관련 서류, 그 밖의 임면보고 관련 공적 서류 등이 있다고 한다.


전,현직 보육노동자인 사람은 대충 알겠지만, 4대 보험은 지금도 사용자가 가입시켜주지 않아 혜택을 받지 못하는 보육노동자가 있을 정도이다.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워낙 많아 소득세 한번 못 내본 보육노동자도 태반이다. 보수나 승급교육은 대체교사 없으니 가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거나 아예 교육 정보를 몰라서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처우개선비 역시 지금도 지급되지 않는 지역이 있다.
그러니 이런 서류를 가져와야 ‘너의 자격을, 너의 과거를 증명’해주겠다고 하면, 전체 시설의 90% 가 민간시설인 상황에서 보육노동자의 90% 이상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도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행정기관의 5년 앞도 못 내다보는 안목과 시설장의 시커먼 뱃속에서 놀아나느라 새우등처럼 터져 사라져버린 그녀의 보육 경력 3년, 그동안 4대 보험도 들지 못했던 열악한 민간시설에 근무한 것도 억울한데 경력조차 인정받지 못하여 호봉도 깎이고 승급도 미뤄지고...

설상가상도 이런 설상가상이 없지.

 

보육노동자의 자격관리를 어린이집 원장에게 넘긴 건 분명 행정기관이었다. 이번에 직접 관리하겠다고 나선 것도 역시 행정기관이다.


애초에 신뢰하지 못할 집단이었으면 관리업무를 넘기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라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은 행정기관이 확실히 책임져야 한다.


위에 언급된 보육교사가 자신의 경력 증명을 위해 내민 경력증명서는 그녀에게 있어서 자신의 경력을 증명할 수 있는 매우 정당하고 공식적인 문서이다.

행정기관은 그냥 2001년에서 2005년 사이 관리 책임 방기한 거 인정하고 시설에서 발급한 모든 종류의 경력 관련 문서 인정해라. 그게 맞잖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9/01 18:15 2005/09/01 18:15
TAG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jineeya/trackback/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