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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7/07/07 13:41

이 책엔 단편소설이 있지만 소설책이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산문도 있지만 산문집이라 규정할 순 없다.

사진도 있고, 콘탁스 G1 카메라 리뷰도 있고, 여행 기록도 있고, 심지어 음악 14곡이 수록된 음악CD도 붙어있지만,

사진집이라 하기엔, 카메라 설명집이라 하기엔, 여행책이라 하기엔 빈 구석이 너무 많다.

그런 책, 김영하가 쓴 [여행자]는 그런 책이다.

서점 어느 구석에 쳐박아야 할지 알 수 없는, 아마도 비소설 부분에 꽂혀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장르 구분 불가능의 책.




어느날 라디오를 듣다가 작가 김영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름지기 글쟁이는 글로 말하는 법.

그러나 그는 동료들도 인정하는 대단한 수다쟁이같다.

실제로 라디오 속 그는 나이 40이 넘었지만

마치 10대의 감성을 가진 50대 아줌마처럼 떠들고 있었다.

언젠가 미니 콘서트장에서 본 김수철이 생각났다.

이런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이 세상이 원하는 대로 점잖빼고 살고 있어 속의 끓는 피를 어찌 다스려야 할지 골머리 썩히는 겉만 어른된 자들의 특권이다.

언제나 구름위를 걷는 듯한 그들이야말로 '차분'의 진정한 깊이를 알고 있을 지도...

 

김영하의 [여행자]는 모두 8편이 나올 예정이라는 데, 그 첫번째 여행지는 바로 하이델베르크다.

위에서 적은 바와 같이 이 책은 단편소설에 여행기, 사진, 카메라 리뷰 등이 모두 들어있다.

그러나 그는 글쟁이이다. 그것도 책을 아주 많이 읽은 글쟁이.

그가 흡수한 글만큼이나 이 책은 그 모든 것이 나름의 감성의 지도를 따로 질서정연하게 순서대로 배치되어 있다.

무언가 쓸데없는 복합과 모순에 빠질 틈조차 주지 않게 만든 깔끔한 책이다.

사실 이 점은 가장 좋은 점이긴 하지만 다소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왠지 '소설을 읽는 듯 했는데, 어느새 자기 여행기가 되더니 짧은 사진집이 되었다가 소설로 돌아왔다가...' 뭐 이런 보기좋은 환타지를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사진에 중점이 가있는듯한데 소설이 더 궁금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떻든 재미있고 좋고 쉬운 책이다.

음악을 들으며 읽다보면, 누구나 쉽게 '차분', '관조', '평온'이 일관되게 느껴진다.

나도 어딘가 여행을 다녀오면 이렇게 테마를 가지고 한권씩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하이델베르크에서 '죽음'을 생각한 것 같다.

'죽음을 생각하기 좋은 도시', 그가 본 하이델베르크다.

그 죽음은 따사로운 햇빛이 비치는 야외 카페에 조용히 앉아 책 한권을 읽고 있는 것만큼 차분하고 고요해보인다.

죽음을 생각하기에 삶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착각할지도 모를 만큼.

 

* 사진출처 : 알라딘(http://www.alad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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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7 13:41 2007/07/0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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