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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과자, 만두

* 뻐꾸기님의 [울다가 웃다가] 에 관련된 글.

 아침 일찍 부터 골프장에 갔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이 75명이다. 타구 사고, 근골격계 질환 등으로 산재문제를 제기하며 노동자냐 아니냐 논란에 휩싸였던 경기보조원(캐디)은 이 인원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회사의 업무는 크게 세 가지 부서로 분류할 수 있다. 식당(조리원,웨이트리스, 찬모), 코스관리(잔디깎기 등 업무), 건물관리(경비, 청소, 락카관리 등)



 혈압이 160/110 인데 맨날 술만 마시면서 건강상담도 거절했던 아저씨가 오늘은 웬일로 운동도 꾸준히 하고 술도 줄였다며 찾아 왔다. 최근 가까운 사람의 건강문제를 지켜보면서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학생때 보건관리시간에 배운 그대로네.  

 

  회사 조직도를 받아서 그동안 우리가 놓친 것은 없는 지 점검해보았다. 우리가 놓친 것은 고정적 야간작업자 2명(10년동안 야간 경비만 했다고 함), 의료보호대상자라 건강진단을 받지 않는 사람 2명, 풀깍는 기계 정비 작업의 유해성에 대한 교육 등. 다음 방문 업무계획에 이들에 대한 점검을 포함함.

 

 오늘 코스관리부서 사람들을 만나러 작업장가면서 들은 이야기

골프채 무게가 6.5Kg밖에 안된단다. 고작 6.5Kg짜리를 남한테 맡기면서 무슨 운동을 한다고 하는 것인지.  세계에서 프로선수가 고용하는 경기보조원 외에 골프장에서 상주하는 형태의 경기보조원은 우리나라와 일본 밖에 없다고 한다. 

 

 그 다음엔 과자공장에 갔다. 이년전부터 손목과 팔꿈치가 아팠던 아주머니는 여전하다. 내가 만난지는 일년되었다. 산재하고 두 달정도는 쉬어야 한다고 강력히 말하자 안된단다. '내가 가장인데 일 해야혀'. 긴 설득을 했으나 소용없다. 회사에 말해서 공상치료라도 받도록 이야기 해보는 것으로 정리했다. 

 

  시원시원하게 업무처리를 하는 편인 담당자와 의논하니 재작년에 산재 한 건 치르고 나서 회사가 쑥대밭이 되었다 등등....  작업장이 거의 개선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심도깊은 토론결과 중간관리자들이 의욕이 없다는 쪽으로 정리가 되었다. 안전보건책임자인 공장장은 그래도 말이 통하는데 막상 뭔가 바꾸어 보려면 중간관리자들이 묵묵부답이라는 거다. 한 번 만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지만 다음 방문때는 꼭 중간관리자 교육을 하자고 했다.

 

  점심먹는데 생산과장이 나타났다. 그를 붙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꼬셔본다. 그 역시 중량물 반복 취급작업과 연관된 내상과염으로 일년째 고생중이다. 쩝. 옆에 있는 만두공장처럼 현장 작업자들을 모두 파견직으로 돌리지 않은 것만 해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과자공장 옆 집엔 만두공장이 있다.  꽤 탄탄한 회사이지만 최근 들어 생산직 파견 노동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짧은 시간에 건강상담을 사장을 포함하여 16명이나 했다.  한 아주머니가 바빠서 약타러 보건소에 못 간지 일주일째라고 하면서 팔뚝을 내민다. 얼굴을 보니 요즘 걱정거리가 많은 모양이다. 혈압은 160/105. 내가 이야기 해 줄 테니 조퇴하고 가서 약타고 집에 가서 쉬라고 했다(다행히 생산과장 총무과 모두 동의했음). 마지막 상담자는 사장. 사장의 가벼운 어지럼증, 체중증가에 대해서 긴 설명이 끝난 뒤 근골격계 질환 예방의무와 최소한의 조치에 대해 건의했다.

 

  만두공장은 그동안 작업장 개선을 꽤 했다. 문제는 안전보건쪽에서 개선하라는 대로 하고 나면 식품위생쪽에서 와서 반대되는 지시를 한다는 데 있다.  지나치게 낮은 수레와 높은 재료 투입구에 대해서 이건 좀 바꾸어야 하겠다고 하니 같은 작업이 10개나 있단다. 리프트 값 500만원 곱하기 10 = 오천만원.  만두를 5톤트럭으로 열 대는 팔아야 나올까 말까 한 돈이라고 한숨을 쉰다. 뒤이어 만두파동때 있었던 눈물없이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해 준다. 트럭 20대가 줄지어 반품이 들어올 때의 심정, 당시 거의 매일 만두만 먹었다고 한다. 이제 조금 회복세라고 하니 다행이다.

 

  나오는데 만두 한 박스를 준다. 이런거 안 받는 게 직업윤리라고 설명해도 사장 지시니 안 받으면 병원으로 가지고 가야 한다는 말에 받았다. 사실 별로 먹고 싶지 않았는데 그 마음으 들킬까봐 받은 것도 있다.  박스르 뜯어 나머지는 직원들 나누어주라고 간호사를 주고 두 봉지를 챙겼다. 과 세미나 할 때 렌지에 돌려서 먹었다. 먹다보니 더 허기가 진다. 결국 나 혼자 거의 다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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