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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가와 건강정책연구

뻐꾸기님의 [건강한 통일을 꿈꾸는 사람을 만나다] 에 관련된 글.

  건정연 월례모임에 갔었다. 정확히 말하면 가려고 나름대로 서둘러 출발했건만 금요일 오후 고속도로 정체로 인해 끝나기 직전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보건정책 연구를 한다는 것은?' 이란 제목에 이끌려 갔건만......아쉽다. 오후 3시까지 검진을 했고, 과 운영위원회 회의를 가능한한 빨리 끝내려고 노력했지만 할 이야기는 해야 했다.  


  그걸 꼭 해야 하나를 두고 오래 망설이지 않았다. 지역 모임에 가보고 이건 내가 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구나 하는 의무감이 앞선 것이 사실이다. 내 전공이 산업보건인데 '정책'을 생산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영 자신없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엔 적어도 지역사회의 요구를 '조사'하는 일까지는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가끔씩 생각은 났지만 구체적인 고민은 못 하고 있었는데 어제 종원모(누리네 반 친구 엄마)가 전화를 해서 "내년엔 학교 운영위원 꼭 할꺼지?" 하는 말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습관처럼 ' 나처럼 아이 둘 키우면서 직장다니는 정신없고 바쁜 사람이 어떻게 학교 운영위원회까지 하냐'는 생각을 하는 데 마음 깊은 곳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

 

 "제대로 하지도 못할 일에 이름 거는 거 싫고,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경계해야 하는 거 맞기는 한데 너무 몸 사리는 거 아니야?, '다른 세계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상상력을 획득할 때 가능하다' 는 말에 감동만 하지 말고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해 보지 그래?"

 

  어쨌든 결론은 그려, 여기에 기꺼이 시간 배분을 해야겠구먼. 마침 건정연 월례모임이 있으니 한 번 가보자, 한국에서 의료정책을 한다는 사람들 모이는 곳이니 뭔가 실마리를 잡을 수 있겠지.

 

  그렇게 올라가서 결국 뒷풀이만 참여한 꼴이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이야기되는 내용의 반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 일단 용어가 보건관리 교과서에서나 듣던 것이었기도 하지만 어떤 맥락에서 거론되는지 감도 못 잡겠더라. 그래도 '나 이런 거 고민하는데' 하고 운을 떼었더니 다들 친절하게 조언을 해 주었다. 실천단 모임에서 무엇을 의논해야 할 지 감이 좀 잡혔다.

 

  한편 오랜만에 나이순으로 줄 세웠을 때 내 다음에 두 명밖에 없는 자리에 가니 만감이 교차했다. 이제 노안이 온다고 투덜투덜 대는 사람들과 술 한잔 하게 되는 날도 오는 구나.......마지막으로 기억나는 말들, 정확하게 옮길 수는 없고 기억나는 대로 적어본다.

 - 일년동안 연수끝에 돌아온 ㄱㅊㅇ 선생님은 '단 둘이라도 뜻을 세워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는 말을 했다.

- 한 두번 스쳐지나가면서 만난 적이 있는 ㅈㅎㅈ선생님은 이번에도 이런 말을 했다. '난 요즘 학회같은데 안 간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가 뭐냐, 단순히 예전에 같은 경험을 공유했기 때문인가? 우리 편이 도대체 누구냐? 그걸 확실하게 하고 시작해야 한다.'

-  보건관리자로서 산업보건사업의 모범을 보여왔던 ㅂㅁㅈ 샘은 '연구가 공허하게 느껴져 현장으로 갔고 거기서 10년을 보냈는데 이제 다시 연구의 영역에 문 두드리게 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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