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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1

  어제 아침에 간 사업장은 고무제품을 만드는 곳으로 회사규모는 50인을 넘었다 말았다 하는 정도. 어제 가보니 물질안전보건자료가 많이 보완되었다. 고무만드는 공장에서 쓰는 화학물질은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들어본 적도 없는 것도 있을 정도로 미량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종류가 많고 그 중에는 발암성 물질들이 꽤 있으나 법이 정한 작업환경측정대상 168종의 유해인자로 지정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작업환경측정결과서를 보면 상당히 양호하게 나오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에만 삼만종이상 유통되는 화학물질의 성분, 건강장해, 예방법, 규제 등에 대한 내용이 담김 서류를 작업장에 비치, 게시, 교육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자세한 성분은 영업비밀이니 그걸 주느니 안 팔고 말겠다고 튕기는 원료남품업체부터 무늬만 물질안전보건자료인 서류를 건네주는 곳까지 다양한 장애물이 있어 작업장에서 그걸 제대로 확보해서 활용하기는 참으로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사업장의 보건담당자자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그 속도가 좌우되기도 한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인사고과에 별 도움도 안되는 일을, 그것도 여러 거래처에 일일히 연락하고 챙기는 귀찮은 일을 성실하게 해 내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디 쉬운가? 이 회사도 2년전부터 노래를 했더니 이젠 90%정도가 비치되었다. 책 한 권 분량이다.


 

다음에 넘어야 할 산은 이걸 꼼꼼히 읽고 정리해서 작업자들이 잘 알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글로 작성하도록 되어 있으나 영어, 일어, 불어 등으로 되어 있기 일쑤이고 한글로 되어 있어도 고등학교까지 다닌 사람이라도 1번부터 16번까지 있는 항목을 읽어서 반이상을 이해하기 힘들 만큼 어렵다. 읽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화학물질관리가 중요한 사업장은 물질안전보건자료 교육을 우리가 직접 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를 위해 자료를 정리하는 일이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처음엔 내가 했으나 그 다음엔 전공의한테 정리하라고 시키고 교육만 내가 했고, 이번 달부터는 산업위생사들한테 자료를 정리하고 교육하도록 했다.

 

교육내용은 이 제도의 의의, 노동자의 권리, 실제 사용물질의 주요 건강장해와 예방법인데 이 교육을 하고 나면 자신의 특수건강진단결과에 관심을 갖거나 새로 발생한 증상에 대해 질문해오는 일이 많아진다.

 

그런데 이 고무공장은 기본적인 자료를 확보하는데 1년이상 걸렸고 우리도 자주 방문하지 못하여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내년 2월 방문시 교육하자고 약속을 잡아놓고 자료철을 들고 나왔다. 자주 들여다보지 않으니 기본적인 산재예방활동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하는 사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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