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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 건강에 있어서 노, 사, 전문가의 역할

#1. 어제 갔던 곳은 130명정도 규모의 외국계 반도체 장비 제조 및 수리회사.

보건담당자는 산업안전공학과 출신의 경험많고 젊은 대리. 이 회사는 불산 화상 예방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 30만원정도 하는 희귀약품인 칼슘 글루코네이트 젤을 작업장에 보관하고 있고 응급시 대처요령을 정기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사고로 인한 유독가스노출 위험에 대하여 방독마스크 및 급기식 마스크를 비치하고 착용교육을 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신규입사자에 대하여 호흡 보호구 착용 적합성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어제는 지난 일년간 신규입사자 11명에 대하여 불상화상시 응급조치 교육을 30분 동안 했는데 작업자들은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일반적인 내용을 잘 숙지하고 있었고 관리자들은 내가 하는 말을 주의깊게 적었다. 보통 안전보건교육을 하면 관리자들은 사람을 모아놓고 다른 일을 보는 것을 생각하면 안전보건이 이 회사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가 알 수 있다. 8월에 시행한 건강진단결과 유소견자에 대한 상담을 했고 유난히 혈압이 높은 환자가 많은 1공장에 대하여 직무스트레스 예방에 초점을 둔 혈압관리교육을 하기로 협의했다. 이 모든 것이 본사에서 철저한 안전보건 감사를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회사에서 우리는 그야말로 기술적 자문만 하면 된다. 하지만 늘 뭔가가 빠졌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이 작업장을 정말 잘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2. 오늘 첫번째 간 곳은 삼성하청업체이다. 삼성 하청업체들은 정말 일하기가 힘들다. 노조가 생기면 삼성에서 물량을 끊는다는 말이 돌고 실제로 노조가 생기면 문닫아버리는 곳도 있어 우리가 보건관리대행 수수료를 떼인 적도 있다.  중간관리자들은 한번이라도 삼성물을 먹은 사람들이기 마련인데 자기 계급의 이해가 무엇인지 모르고 '삼성맨'처럼 사고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대화하기 피곤한 경우가 많다. 이런 곳은 보건교육 한 번 안 하고 상담시간도 안 내주어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하고 작업장 순회점검도 못하게 까다롭게 군다. 생산과장을 만나고 공장장을 만나고 사장을 만나도 앞에선 검토하겠다하고 한 뒤 묵묵부답이다. 그나마 혼자서라도 열심히 하는 보건담당자 보는 낙으로 참았는데 시집간다고 회사 그만 두고 난 뒤에는 바빠 죽겠는데 이런 데를 가야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만성질환관리'라도 잘 하자는 생각으로 다닌다. 우리가 계약 해지하면 그것도 제대로 안 할 테니.   

 

 

#3. 오늘 두번째 간 곳은 방문할 때 마다 꼬박꼬박 집체교육하고 작업장 순회점검을 해서 그런지 작업장에 들어서면 여기 저기서 아는 체를 한다. 괜히 마음이 아픈 병에 걸렸다고 농담하는 사람도 있는데 밉지 않다. 여기는 2년전에 새로 바뀐 보건담당자가 현장출신이라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열심히 하는 편이고 비록 25%의 조직률이지만 민주노총 소속 조합이 있어 견제가 된다. 이런 사업장은 노동자들이 문제를 제기할 능력이 있고 어느정도 해결이 된다. 지난 봄에 집단발생했던 피부질환에 대해서도 노측의 강력한 문제제기로 사측이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대책을 수립하는데 적극적인 노력을 했다. 작업자들이 문제를 제기할 능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첫번째 회사보다는 마음이 편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하다. 이 작업장은 제품마무리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중년의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이고 유해화학물질 취급은 사내하청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4. 네번째는 노측도, 사측도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하면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도 없는 경우를 써야 하는데...... 없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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