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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오늘 아침 의류무역업체 사무직 100여명에 대하여 일반건강진단을 했는데 혈압높은 사람,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았고 흡연률, 문제음주율이 유난히 높았다. 오늘의 최대 중환은 혈압이 210/135인 40세 남자였는데 하루 평균 14-16시간을 일한다고 했다. 알고보니 이 회사는 중남미에 제조공장에 약 만명의 생산직이 있는, 주로 북미에 중저가 의류를 수출하는 업체. 북미와 여기의 시간대가 다르니까 직원들이 밤늦게 일하다보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생활습관도 나빠진다는 것이다. 



검진하고 나면 굉장히 피곤하다.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으면 설명도 길어지니까 나까지 피곤해지는 것이다.

 

 들어오는 길, 지도학생 그림 전시회에 잠깐 들렀다. 꼭 와달라고 팜플렛 들고 찾아왔었다.

 

 연구실에 와서 다음 주 정신과 합동 컨퍼런스 준비 점검차 전화했더니 허걱 전공의 선생님께서 시험공부하는 일정이 있어서 발표를 못 한다고 과장한테 보고했단다. 그 발표는 오래전에 정신과 교수들과 약속이 된 것이고 그 전공의 수련의 일부이다. 4년차씩이나 되는 사람이 자기 다른 일정 생겨서 못 하겠다고 보고하는 것이나 그걸 보고받고도 까먹은 과장이나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 타과 교수들에게 철썩같이 약속해놓고 그것도 그 전공의 일정 때문에 연기한 일정인데 발표가 어려우면 뭐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 아니냐.  

 

  다음은 프로젝트 미팅 준비 점검 - 데이타정리가 예상보다 늦어졌다. 원래 하던 사람이 갑자기 그만두어 혼란스러운 상황. 삐그덕 삐그덕 한다. 

 

  이 글을 쓰는데 임상병리사 둘이 찾아왔다. 지난 달에 한 명이 그만 둔 뒤로 인력이 모자라서 다들 너무 힘이 드니 빨리 뽑아달라는 진정을 하러 온 것이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을 에이포 용지 2장에 빼곡하게 적어 왔다. 들어보니 관련자들끼리 충분한 의사소통이 안 된 것이 문제인 것 같다. 그런데 과장하고 이야기해보니 과장의 해석은 내가 특수검사를 너무 많이 내는 것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란다. 여기에 쓴 시간 약 30분. 생각해보니 과장한테 가서 해야 할 말을 나한테 하는 것도 문제인데 너무 피곤하다보니 인지를 못했다. 어렵다. 

 

 인턴선생이 특수건강진단 판정할 것을 들고 왔다. 이번 달 인턴은 압구정동 출신의 안과지망생. 아이는 착한데 공부외엔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는데다가 안과시험은 경쟁이라 우리 과 일보다는 시험공부에 마음이 가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신경이 더 쓰인다. 

 

 이제 서울가서 자료분석때문에 누구 만나고 나서 지도교수 환영회에 참석해야 한다. 하루가 너무 길다.

 

  나가려는데 인턴선생이 또 판정할 것을 가지고 왔다. 동료작업자들은 요중수은이 3~4 ug/L인데 혼자만 12ug/L(일반인 평균보다 몇 배 높고 작업장 기준의 12%)인 사람이 있어 직업력을 보니 92년부터 일했다. 정확한 노출평가를 하기 위해 크레아티닌을 보정한 작업전 요중 수은 재검과 주말작업후 혈중 수은을 내고 작업경력을 생각해서 신경행동기능 검사와 MMPI, 단백뇨정량, BUN/Creatinine, 색신검사를 냈다.

 

  검사를 내기 전에 분석실에 연락해서 혹시 오기가 아닌가 다시 확인하고 분석사에게 재검할 것이라고 알려주자 "수은은 분석하기 어려운데...."하면서 말끝을 흐린다. 평소 말없이 일하시는 분인데 그렇게 말하니 마치 내가 못할 일을 하는 것 같다. 요중 수은이 노출기준의 12%정도면 생각하기에 따라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 논문을 보면 만성 저농도 노출에 의해서 검사상 이상소견의 증가가 관찰된다고 하니까 점검해봐야 하지 않겠어?

 

 오옷. 정말 피곤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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