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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곳만 보여주었나 보죠

  건강진단의 의미라는 제목으로 생산직 대상 보건교육을 했다. 20대 중반의 쌩쌩한 남자아이들 앉혀놓고 성인병 이야기를 하려니  이야기하는 나도 처음엔 내키지 않았는데 하다보니 흥이 나서 자는 사람이 다섯명이 안되는 엄청난 흥행성공을 했다. 그래서 기분이 좀 좋았었다. 



일반 건강진단, 암검진, 특수건강진단으로 구성되었다. 그런데 특수건강진단에 대해서 설명하다가 '이 작업장은 소음과 분진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알고 있어요, 혹시 화학물질을 쓰는 사람도 있나요?' 했더니 세척제와 절삭유를 쓴다고 했다.

 

내가 올 때마다 작업장 순회점검을 했지만 작업장은 늘 쾌적했었기에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법이 정한 168종에 해당하지 않거나 노출량이 아주 적은 경우에는 작업환경측정이나 특수건강진단 대상이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더니 절삭유때문에 작업장이 뿌옇다며 볼멘 소리로 대꾸한다.

 

으잉?  

알고보니 절삭유는 이 회사 작업자들이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건강문제였고 일년에 두 번 이 회사에 올 때는 교육을 꼭 하고, 보건교육일정은 주로 작업량이 적은 날을 골라서 잡기 때문에 나만 몰랐던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세척작업은 금시초문이라 다시 질문했다.

누군가 "괜찮은 곳만 보여주었나 보죠" 하니까 다들 와 하고 웃고 안전관리자는 얼굴이 시뻘개졌다.

 

교육후에 작업장 순회점검을 하면서 파악한 진실은 월15시간정도하는 세척작업이 있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작업자들은 그 일을 하면 두통을 느끼기 때문에 의구심이 있었고 안전관리자는 그 작업이 거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나를 안 보여준 것이고 우리 산업위생사는 노출시간이 작업환경측정대상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측정하지 않은 것이었다.

 

세척제는 일단 성분확인도 안 되어 있어 그거부터 확인하고 다시 논의하기로했다. 

 

절삭유는 여러번 검토끝에 3천만원 범위내에서 자연환기를 강화하는 계획이 수립되어 있긴 한데 그러면 환경오염이 심해지는 문제점이 있다. 제대로 된 작업장 환기시설 개선을 하려면 2억이 드는데 그건 감당하기 어렵다고 한다.

 

괜찮은 곳만 보고 다니지 않는 방법은 긴장하는 것 뿐이다는 것을 다시 깨달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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