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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개선은 쉽지 않다

  오늘 아침엔 대형 할인점에 갔었다. 평소에는 주로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건강상담을 하는데 오늘은 덜 바쁜 시간에 가서 작업장을 돌아보았다. 주로 수산, 육가공, 즉석 조리 등의 부서를 돌아본다.  수산코너에 가서 부서장한테 인사를 건네고 부서에 특별한 증상 호소자는 없는가를 묻는데 그가 한 총각을 가리키며 '얘가 허리가 많이 아프다고 해요' 하더니 자신의 고지혈증, 역류성 식도염, 무릎수술후 후유 증상 등에 대해서 한참 이야기를 한다.  부서장이 고지혈증에 대한 재검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간호사선생님한테 일단 혈액채취를 하도록 하고 다음달에 검사결과를 가지고 다시 상담하도록 했다. 



   아까부터 허리가 아프다고 한 총각과 이야기를 하는데 주위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허리가 아프다고 모여들어 동그랗게 서서 짧은 토론이 이루어졌다.  다행이 정밀검사가 필요한 정도의 증상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은 허리가 아픈 이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장시간 서서 일하는 것과 생선박스운반.  고등어를 한두 박스씩 20m가량 운반하는 일이 자주 있는데  손으로 나른다는 것이다. 운반용 수레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흔한 답변이 나왔다. 바쁘고, 통로가 좁고, 한두박스가지고 수레를 사용하기는 번거롭고, 눈치보이고......  

 

  요통예방체조와  안전한 작업방법에 대해 설명했더니 체조그림은 접어서 주머니에 넣는데 수레를 이용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고개들을 설레설레 흔든다.  혈액채취를 하고 나온 부서장한테 상황설명을 하고 작업방법에 대해 서로 의논하는 게 좋겠다고 하자 '아, 얘가 일때문에 아프대요? 얘, 새신랑이라 그런거예요. 밤에 일을 너무 많이 해서' 한다.

  이럴 땐 좀 권위적인 태도로  부서장의 책임에 대해 강조하고 나서 작은 개선으로 효과를 본 사례를 설명하고 작업자들과 잘 의논해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오면서 관리감독자 교육을 꼭 한 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여 업무보고서에 그렇게 썼다.

 

 작업장을 돌아보는데 옆에 있던 간호사선생님이 '앗 가방코너다' 한다. 사실 우리 보건관리 대행 인력들 역시 들고다니는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양 어깨로 맬 수도 있고 손잡이를 끌어올려 끌 수도 있는 배낭형 가방을 구입하려고 검토중이었는데 적당한 제품을 찾지 못한 채 두세달이 지나버렸다. 우리가 찾는 가방은 흰 가운에 어울리는 점잖은 배낭이어야 하고 업무특성에 맞게 주머니가 많으면서도 가벼워야 한다.  일단 시범사용을 해보고 좋으면 확대하려고  비교적 적합하다고 판단된 가방을 같이 골라서 하나 샀다.  숙원사업중 하나가 이루어졌다.  

 

  다음 사업장에 갔더니 안전관리자가 '가방이 바뀌었네요' 한다. '우린 말만 하고 다니는게 아니라 우리도 작업환경 꾸준히 개선하고 있어요' 하니까 웃는다. 옆에서 간호사 선생님은 '처음엔 좀 불편하더니 좀 익숙해지니까 운전하기가 어렵진 않네요" 한다.  

 

  작업 개선은 쉽지 않다.  이론적으로 그럴 듯 해도 막상 해보면 작업자들에게 수용가능하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다.  가방이 간호사 선생님들의 작업부담을 덜어줄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개선을 시작했다는 것은 문제점을 해결할 가능성도 함께 여는 것.  우리 간호사 선생님을 포함해서 오늘 만난 사람들이 자신의 근력만을 이용해서 중량물을 취급하지 않고 적절한 운반도구를 사용해서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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