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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의 계절

  바야흐르 연구보고서 마감의 계절이 돌아왔다.  

게으르고 무능한 연구자인데다가 소심하기까지 한 나는 이런 계절이 되면 상태가 나빠진다.

병원업무만 하기에도 빠듯한데 왜 일을 벌렸던고 후회막급이다. 

이상하게도 위탁연구용역 공모의 계절인 봄이 되면 의욕이 넘치고 몸상태도 좋은데

가을이 되면 모든 일이 헛되고 헛되다는 생각이 들면서 몸도 시름시름 아프다.



   제목은 '사업장의 노사참여적 안전보건활동 활성화 방안 연구'.  주된 연구내용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안전보건교육, 작업중지권과 같은 노동자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제도들이 작업장의 건강과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이를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우여곡절끝에 3:1의 경쟁률을 뚫고 과제에 선정되었을 때는 야심찬 계획을 가졌건만 불과 몇 달사이에 남부끄러운 보고서를 낼까봐 노심초사하며 밤마다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있다.  이럴 때일 수록 초심으로 돌아가서....... 심호흡 한 번 하고...... 잘 안된 점보다는 잘된 점에 대해서 생각을 더 많이 해야지. 스스로를 위로한다. 결국 증상이 좋아지려면 남은 기간에라도 최선을 다해서 보고서를 완성하는 수 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이 연구진행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훌륭한 연구진들과 함께 일한 것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나만 빼고 다들 워낙 중차대한 실천활동들이 많아 약속잡기가 힘들고 전화를 자주 돌려야 하는 건 정신적으로 좀 힘들었지만.  

  어려운 조건속에서도 자기 연월차 써가며(중소기업의 산안부장들은 전임이 아님) 누가 알아주지 않는 산안활동을 열심히 하는 노동조합의 산안담당자들에 대한 인터뷰에서 받은 감동은 자꾸만 엉덩이가 무거워지려는 나를 추스리게 하는 힘이 되었다. 그들의 다른 사업장에 모범이 될 만큼 눈부신 활동보다 장기간의 산재요양후에 작업장에 복귀하지 못하는 동료들을 생각하며 안타까와하는 마음으로 부터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배웠다.

  조사과정에서 배운 것을 바로 바로 사업장 방문활동에서 써먹을 때는 '맞어 사람은 이래서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 거야'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시간에 쫓기면서 보고서를 쓰면서, 마감직전 특유의 창조적인 생각이 마구 마구 떠오른다. 그러나 불행히도 시간이 없다. 그 많던 시간은 다 어디로 갔을까?  누군가 이 블로그의 방명록에 썼듯 나만 배우고 실제로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는 것같은 생각이 들어 가뜩이나 움츠러든 마음이 더 쭈그러드는 것 같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까.

투덜거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잘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애고, 저녁먹을 시간이다. 

밥먹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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