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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일상을 이길 수 있을까?

 영세 사업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열악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작업환경과 해결되지 않는 건강문제들이 익숙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빈곤은 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자유 시장경제의 일상이다"( 고병권) 라고 했던가? 

 

  지난 3월, 일년 내내 아침 8시반부터 밤10시반까지 일해야 겨우 백만원을 받을 수 있는 공장에 가서  물리치료조차 받을 수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한 물리치료 도구를 휴게실에 비치해달라고 당부했었다. 14시간이상 일하는 사람들한테 물리치료의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 어쩌면 잔인하긴 하지만 덜 아프기라도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런 일들에 익숙해지는 것이 무섭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이들은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값싼 물리치료도구로 때운다고 뭐라고 하지만, 나는  고민하면서도 그래도 말하고 다닌다. 회사에서 안 사주면 결국 작업자들이 자기 돈으로 사니까.

  하지만 이렇게 핫팩을 걸친 채로 일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투쟁의 빈곤의 방조자라고 느낀다. 이 아주머니는 몇달째 많이 아프다고 하면서도 병원도 안가고 그냥 일한다. 두 달정도라도 쉬어야 한다고 하면 '그럼 뭐 먹고 살어?' 하신다. 이 회사는 진짜 영세하지만 병가내면 급여의 70%를 준다. 하지만 병가에서 돌아오면 일자리가 없을까봐 그렇게 못한다. 그럼 산재로 하시라고 그러면 짜르지는 못한다고 했더니 '회사나 나나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어떻게 회사에 피해를 끼쳐?" 하신다. 

핫팩을 걸친 채로 일하는 아주머니의 작업대 앞에는 인증서가 붙여져있다. 5년이상 작업한 사람들한테 사장이 준 선물이다. "이거 받으셨을 때 좋으셨어요?" 하니까 '좋긴 좋지"하는데 옆에서 " 돈을 올려주어야 좋은 거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하는 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아주머니들이 우르르 일어선다. 이 회사는 한시간에 오분씩 스트레칭 체조시간을 준다. 마음착한 생산부장이 아주머니들 아프다고 만든 시간이다. 원래  오전 10분, 오후 10분 쉬던 것을 한시간 마다 5분으로 바꾸고 체조를 하도록 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선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 작업자들은 이런 체조를 한 뒤로 훨씬 낫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음악도 없이 지루하지는 않는지 물어보았더니 재미있는 사람이 있어서 괜찮다고 하시며 가운데 아주머니를 가리킨다. 그러자 그 아주머니가 춤을 추셨고 모두들 웃었다.

 

다른 공정에 갔더니 오일미스트(기름먼지)가 날리는 작업장에서 고구마와 커피를 먹고 있었다. 나더러 하나 먹어보라고 반갑게 권하시는데 "여기서 이런 거 드시면 나쁜 먼지가 다 입속으로 들어가니까 휴게실가서 드세요" 했다.  돌아온 답변은 "우린 휴게실이 없어. 용역이거든" " 난 여기서 10년동안 쉬는 시간에 먹었는데 아무렇지도 않아. 괜찮아"

 

한 아주머니가 "그런데 난 여기 손가락이 아파"하며 보여주었다. 엄지손가락엔 굳은 살과 붓기가 심했다.  검사실의 물리치료기라도 좀 써보시라고 하자 화를 버럭 낸다. "우린 용역이라 거기 안가"

 

이 작업을 한 지 몇 달되었다고 한다. 다른 작업과 바꾸어서 해보시던지 오른손 왼손을 번갈아가면서 써보시라고 하자 " 기계 밥주어야 해. 손바꾸거나 일을 바꾸면 속도를 못 맞추거든" 한다. 사진속의 작은 부품들을 밥이라고 부른다. 다른 작업자와 작업순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다. 아픈 아주머니는 성격이 괴팍하고 일을 잘 못해서 왕따란다. 여러 작업을 전전했고 이 작업밖에 할 수가 없단다.  이런 경우는 참 난감하다.

 

그 옆에 기계를 다루는 분을 보니 맨손이다. "오옷 아저씨 맨손으로 일하시면 안됩니다." 이 작업은 절삭유와 메틸렌 클로라이드라고 보통 엠씨라고 부르는 화학물질이 문제이다. 엠씨는  값이 싸고 세척력이 좋지만 동물실험에서 발암추정물질로 판명되었다. 독성이 덜한 트리클로로에틸렌으로 바꾸라고 권고를 갈 때마다 하지만 비용차이가 많이 나서 안된단다. 전체 환기시설도 돈이 없어서 못한단다.  그럼 유기용제용 장갑이라도 지급하여 맨손으로 일하는 것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했지만 해결이 안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대부분의 작업자가 병역특례. 또는 잠깐 와서 일하고 가는 용역직원.

 

기름묻는 손. 유기용제는 손으로도 흡수가 된다. 게다가 작년에 한 병역특례 총각은 손에 심한 접촉성 피부염을 앓아서 내가 보여달라고 하자 마치 화상입은 것 같은 벌건 손을 야단맞을까봐 감추어서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있다.


같은 작업을 하는 정직원들과 이야기를 해보았더니 "손이요? 지금 코로 들어가는 게 더 문제예요" 한다. 그들 가운데 가장 관심있어 하는 청년과 길게 이야기를 했다. 조만간 미스트 콜렉터라는 장비를 도입할 예정인데 그럼 좀 낫지 않을까 생각한단다.

 

작업장이 뿌옇다. 사진보다 실제는 더 하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일상을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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