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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의 원인규명의 어려움과 중요성

  오늘 원내검진하면서 짬짬히 여기 저기 연락하느라 바빴다. 직업성 피부질환 역학조사 건으로 피부과 교수한테 연락해서 일차 거절당하고, 피부과 과장하고 통화하니 떨떠름해 하고 바쁘다는 걸 일단 이메일로 의사소통하기로 했다. 직업성 비염 역학조사건으로 이비인후과 교수랑 통화했는데 역시 떨떠름해 하는 걸 일단 의견교환이나 해보자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임상의사들은 대개 질병의 원인에 관심이 없는 편이다. 환자들은 이 병이 왜 생겼을까를 궁금해하지만 임상의사들의 관심은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이다. 비염이나 피부질환처럼 원인에 계속 노출되면 재발하는 경우에 대해서 교과서에 일차 치료가 회피라고 쓰여있지만 실제로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임상의사들이 상상할 수 있는 건 일을 그만두는 것뿐이다.  한편 환자들은 그런 말을 들으면 속이 상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비염, 피부질환, 근골격계 증상같은 게 있다고 직장을 그만둘 수는 없지 않은가.

 

  천식처럼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질병을 다루는 알레르기 내과 선생님들은 좀 다르다. 직업성 천식 학회에 갔더니 환자의 생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원인물질 회피뿐 아니라 노출감소만으로 증상조절을 하면서 버틸 수 있으면 그 상태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조심스럽게 하는 분들도 있어 인상적이었다. 

 

   한편 임상의사들은 개별 환자를 만나는 데 익숙한 분들이라 역학조사와 같은 조직적 접근이 필요한 상황을 골치아파 할 수 밖에 없다. 골치아파하는 이유는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질병의 원인을 확진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중보건하는 의사들은 원인도 여러 차원으로 나누고 각 원인이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에 대해서 확률적인 판단을 하고 그 원인을 회피하기 위한 대책을 생각한다. 하지만 임상의사들은 그런 접근에 익숙하지 않으므로 환자 개인수준에서 그게 질병의 원인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회의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다른 병은 치료해주면 고맙다는 말을 듣는데 이런 병은 원인을 규명하는 순간 사업주로 부터 원망을 듣게 되니 누군들 하고 싶겠는가.

 

  어쨌든 다음 주 중에는 이 문제를 꼭 해결해야 한다. 그 과에서만 시행하는 임상검사들을 하려면 해당 과 교수들의 도움없이는 안 되니. 아이, 이런 거 진짜 하기 싫다. 그냥 해당 과 진료보라고 하고 진료의뢰서만 쓰고 끝내고 싶은데 그러면 원인규명은 하기 어렵게 되니까 이렇게 오버하는 거다. ...... 인내심이란 이런 때 필요한 거지? 

 

  한편 오늘 일반검진하러 온 사람중에 청신경 종양 치료중인 사람이 있어서 물어보니 휴대폰 사용을 하루 종일 하는 보험설계사란다. 청신경종양은 휴대폰에서 나오는 고주파 전자파와 연관성이 높은 질병이다. 산재보험 가입여부를 물으니 자영업자라고 하여 앞으로라도 전자파 노출을 회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질병의 원인을 아는 일은 이렇게 중요한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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