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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환경의학수업 후기

  이번 학기에는 어쩌다가 의대 대학원 공통과목인 환경의학을 맡아서 진행했는데 참으로 심란했었다.  정시에 와서 앉아 있는 학생들은 반정도 밖에 안되고 그나마 자거나 병동에서 오는 호출받느라 들락날락.  관심있게 듣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학기가 지나가면서 학생들이 점점 미워지게 되었다.  그런데 중간고사 대신 제출한 보고서와 기말고사 답안지를 채점하면서 깜짝 놀랐다.  이 사람들이 내가 수업시간에 만난 사람들이 맞나 싶었다.



환경의학수업이 자신의 연구와 실무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기술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강사진과의 견해의 일치여부는 평가기준이 아니라고 미리 밝혔다.  아주 부정적인 의견을 적은 사람은 두어명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환경보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고 관련 과 임상의들은 실무에도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고 적었다. 

 

  뜻밖의 답변이다.  

내 수업시간에는 모두들 졸고 시큰둥한 것으로 보아 같이 수업을 진행하신 여러 교수님들이 잘 가르쳐주셨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

 

  보고서를 채점하면서는 더 놀랐다.  18명중에 9명을 A, 3명을 B, 6명을 C.

어쩌면 그렇게 다들 훌륭한 보고서를 썼는지 내가 학생들을 정말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A로 평가된 보고서들은 그 내용이 충실했을 뿐 아니라  직업환경성질환의 예방에 대하여 다각도로 고찰하고 있었다.  그 제목들을 보자.

 

o 고등학생에서 발행한 요통

o 사례를 통해 본 산재보험의 허점과 그 고찰

o 조기진통에 미치는 환경인자의 영향

o 병원근무중 의료인에서 발생한 활동성 결핵 1례

o 석면과 폐질환에 관한 문헌고찰

o 고온작업자에서 발생한 요석증가에 관한 문헌고찰

o 과도한 직무스트레스에 의한 발생한 출혈성 십이지장 궤양 1례

o 신축공동주택 입주후 발생한 천식 1례

o 과수농사 작업자에서 발생한 회전근개손상

 

음.......믿음이 부족한 내가 제일 큰 문제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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