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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없으면 공장이 안 돌아간다. 그러나......

  사료포장지를 만드는 영세 소기업의 담당자의 이마엔 길이 5Cm이 넘는 깊은 주름이 파여져 있다. 총무과장인 그는 아이엠에프 때 회사가 너무 어려워서 고민을 너무 했는데 어느날 보니 이마에 주름이 잡혀서 펴지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인상이 너무 나빠서 성형수술이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할인매장에서 발이 부르트도록 일하는 아내를 생각해서 망설인다. 오늘도 그는 울상이다. 작년 결산이 끝나가는데 월급을 한 푼이라도 올려달라고 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들은 경도의 정신지체자이다. 묵묵히 일만 하는 그 형제들은 이 회사에서 가장 무거운 중량물 작업을 한다. 10년전부터 이 작업에 리프트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한 사람 일년 인건비 정도면 개선이 가능하다고 한다. 보통 이런 공정은 작업자를 구하기 힘들어서 개선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형제들이 일할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기 때문에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아직 그들은 젊고 튼튼하기 때문에 허리가 아프지는 않다. 정말 안 아픈 것일까? 많은 노동자들이 아픈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들도 그런 것은 아닐까?

 

 포장지 미싱작업. 작업대는 외국에서 수입해와서 높은데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하나같이 키가 작다. 생산현장에 가보면 사회역학에서 '키'가 계급 또는 계층의 간접적인 측정지표로 사용되는 이유가 저절로 이해가 된다. 이 회사에서 이 작업대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 이동하면서 작업하기 때문에 발받침도 위험하다. 안전사고의 우려. 해볼 수 있는 것은 작업구역내의 바닥을 전체적으로 높혀주는 것. 작업자들이 겨울에는 발이 시려서 포장박스를 깔고 작업하다가 걸려 넘어질 뻔 하기도 하는 것을 생각하면 한꺼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 그러나 그만한 돈도 올해는 마련하기 어렵다. 한편 이 공정의 담당 과장은 '그게 다 인쇄공정에 새 기계 도입한 거 갚느라 그런거다.' 하고 입을 비쭉. 친환경적인 인쇄공정은 이 회사가 운명을 건 사업이다.


 

포장지에 풀칠하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작업거리가 길어서 풀냄새가 나지 않아 괜찮다고 하신다. 경험상 작업거리도 상당히 중요하다. 언젠가 신발제조업체에서 같은 풀칠을 해도 제품에 코를 박듯 가까이 작업하는 사람과 멀리 작업하는 사람의 톨루엔 노출 농도가 거의 2배가량 차이가 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핫멜트라는 상품명을 가진 이 풀은 다행이 별로 알려진 인체 독성은 없었다. 그래도 무슨 성분인지 용기에 표시해주는 건 기본적인 안전수칙인데...... 없다.


 

# 이야기 둘

 

  하나 - 사무실에서 흡연을 하는 용감무쌍한 사람을 만났다. 함께 일하는 여직원들을 생각해서 간접흡연의 건강영향을 설명하고 건물내 금연을 해야 한다고 역설을 했더니 좀 삐졌다. 알고보니 회사의 중요한 영업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인데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서 일하면서 담배를 피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살살 꼬셔서 다음부터는 사무실에서 담배안피우기로 약속을 받아냈다.

 

 둘- 돈 없이도 할 수 있는 일들이라도 잘 하자고 이런 저런 계획을 세웠고, 혹시 흑자나면 연락하시라고 그럼 내가 사장한테 미싱공정 바닥부터 해결하자고 이야기하겠다고 했더니 충무과장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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