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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곡식을 거두어들인 논밭에서 이삭 줍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낫으로 나락을 베고 보리를 베던 때에는 이삭 줍는 일이 아낙네들과 아이들의 몫이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좀 재미있었던 것은 고구마를 캐고 난 밭을 다시 한번 샅샅이 파 헤쳐보는 일이었다. 흙에 촉촉한 고구마 큰놈이 하나 나올 때의 기쁨, 그 기쁨을 캐보지 않은 사람이야 알리 없겠지만.
감각적 확신을 번역하면서 많이 흘리고 온 것 같고 감춰진 것을 다 캐내지 못하고 온 것 같다. “밭에서 난 곡식을 거두어들일 때에는, 밭 구석구석까지 다 거두어들여서는 안 된다.”라는 야훼의 명령이 생각난다. 나의 무능을 야훼의 명령으로 캄푸라치하고 그냥 가고 싶은데 흘리고 온 것들에 대한 미련이 나의 발목을 붙잡고 밭으로 가게 만든다. 결국 “거두어 들인 다음에 떨어진 이삭을 주워서도 안 된다.”라고 야훼의 명령을 거역하고 이삭을 줍고 있다.
야훼의 명령은 벌받지 않고 거역할 수 없나 보다. 알맹이 곡물은 보이지 않고 내가 흘리고 온 어설픈 것들만 보인다. 내비두고 그냥 가자. 내가 흘린 것이 알맹이라면 누군가가 거두어들이겠지. 허섭스레기라면 지나가는 바람이 치워버릴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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