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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 뽑나? 지역이기주의 판쳐 (문화, 08-04-02)



지자체장 뽑나 ? 지역이기주의 판쳐 (문화, 권로미기자, 2008-04-02)
4·9총선 1주앞…집값올리기-우수高 유치 지역현안 공약에만 골몰
 
‘국회의원을 뽑는 건지, 구청장을 뽑는 건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4·9’ 총선이 각 정당의 정체성에 기반한 이슈 대결보다는 지역 현안에만 매몰되는 ‘지역 이기주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각 후보들이 당의 이념이나 국가 전체의 이익은 뒷전이고,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지역 이익에 부합하는 선심성 공약만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도 ‘집값 상승’‘우수고 유치약속’ 등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민의 대표를 뽑는 국회의원 선거가 지역 구청장 선거와 차별성이 사라지는 퇴행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지역마다 현안이 한정돼 있다 보니 후보들이 내놓은 정책 공약들도 ‘대동소이’해 유권자들의 혼란만 부채질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나라당 A후보 관계자는 “최근 자신들을 ‘지역의 무한 이기주의자들’이라고 소개한 유권자들이 찾아와 ‘우리 지역 아파트 값을 올려줄 공약을 내놓는 후보를 찍겠다’면서 집값 상승 공약 포함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들 유권자는 경쟁 상대인 통합민주당 B후보 선거사무소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들의 입김이 반영된 두 후보의 주요 공약은 한 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교육 및 교통 환경 개선’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서울 모 지역구에 출마한 C후보 관계자는 “일부 주민이 ‘다른 지역 후보는 강변북로 지하화를 주장하는데 왜 우리 지역은 주장하지 않느냐. 우리도 그것 좀 하자’고 요구해 공약에 포함시킬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이 사업은 서울시 추진 사업이고, 특정 지역구에만 해당하는 공약이 아니어서 ‘헛공약’이 될 가능성이 높아 골치가 아프다”고 토로했다.
 
실제 문화일보와 한국정치학회가 2일 서울 마포갑에 출마한 통합민주당 노웅래 후보와 한나라당 강승규 후보의 공약을 비교한 결과, ‘우수 명문고(자립형 사립고) 유치’, ‘철도부지 공원화’ 등 공약의 내용은 물론 우선 순위까지 일치했다. 이처럼 지역구마다 후보들의 공약이 유사하다보니 일부 지역구에서는 후보들끼리 ‘상대 후보가 내 공약을 베꼈다’고 주장하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역 이익을 대변하는 구청장과 달리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유권자를 설득해야 하는데, 국가 전체의 이익에 위배될 수 있는 지역 공약들만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단기적으로 표를 얻는 데만 관심이 있고, 당의 정체성에 기반한 정책 개발은 등한시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 투표율이 50%대 초반으로 저조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유권자를 탓할 것이 아니라 투표할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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