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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으로 사회 읽기’ 조명래 단국대 교수 인터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3292018275&code=960205
[저자와의 대화]‘공간으로 사회 읽기’ 조명래 단국대 교수 (경향, 김종목 기자, 2013-03-29 21:33:05)
ㆍ“사유화·상품화·억압 같은 모순들이 도시공간 채워”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과)는 부동산 전문가로 불린다. 오랫동안 부동산 문제를 공공·생태·인간의 관점에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교수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라 ‘공간정치경제학’을 전공한 사회과학자이자 공간이론가다. “사회과학자 중에 부동산을 말하는 사람이 드물다 보니 제가 그런 문제를 다뤄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부동산도 공간이고, 특히 모순의 공간이기 때문에 공간이론가인 제가 연구하고, 비판하는 것입니다.”
조 교수가 최근 출간한 <공간으로 사회 읽기>(한울아카데미)는 ‘공간 정치경제학’이라는 그의 전공이 잘 드러난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공간·사회관계를 개념과 이론으로 정리하고, 현실에 대한 비평적 논평과 대안을 담았다.
지난 27일 조 교수를 만나 인터뷰한 곳은 서울시 신청사 ‘하늘광장’이다. 신청사 설계와 변경 과정의 논란, 인근 덕수궁과의 관계성, 신청사 장소의 역사성, 관청 건물의 정치성, 관료의 개입이 건축물에 끼치는 영향, 공유 공간을 늘린 건축가의 의도에 관한 이야기를 한참 풀어놓았다. 어디든 그 공간을 들여다보며 사유하는 게 습관이 된 듯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구 지식체계는 인간을 정치적·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는데, 인간 존재를 다시 규정해야 한다고 봐요. 바로 ‘공간적 동물’이라고요.” 그는 “다들 공간을 아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공간적 삶이 매 순간 규제받는다는 건 잘 인지하지 못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공간 자체의 본질을 모순과 권력의 문제로 들여다본다. 공간의 모순은 점유, 배제, 갈등으로 이루어진다. “도시의 땅은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이지만 지금은 자본주의적 삶의 관계를 담아내요. 용도지구로 지정되고, 땅값이 형성되며 소유관계가 만들어집니다. 공간은 모순적인 게 됩니다. 이 모순의 공간이 삶을 억압·해체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거죠.” 그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는다. “스스로 공간을 인식하고 어디에 자리매김하는지 알면 주변과의 관계설정을 분명히 할 수 있다. 공간적 체험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하늘광장 유리창 밖 빌딩숲을 가리키며 “자본의 힘이 집중적으로 충돌하는 곳”이라고 했다. 빌딩숲엔 공원 같은 것을 만들 수 없다. 이 공간은 자본의 움직임과 관청의 도시계획으로 사유화·질서화·권력화·상품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간의 사유화·상품화는 공간 이용자들 사이에 억압·배제·착취 같은 ‘공간 정의’의 문제를 가져오는데, 이것이 한국 도시 공간이 직면한 근본 문제라고 조 교수는 말했다. “재개발 지역의 세입자들은 가옥주, 토지주가 아니라서 배제됩니다. 소유권, 재산권은 인정하면서, 세입자의 ‘거주권’은 박탈하는 겁니다. 용산참사가 그런 문제에서 나왔던 겁니다. 이런 공간 구조 속에서 삶의 어려움을 겪는 주체들은 싸움을 할 수밖에 없어요.”
조 교수는 모순을 줄이려면 인간·생태·사물·시간이 잘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매년 1000만명 이상이 찾는다는 청계천을 두고, “인간종이 획일화된 것”이라고 했다. 새도 물고기도 찾지 않고, 주변 건물은 높이 치솟기만 한 ‘복원의 허상’을 지적한 말이다. 조 교수는 마르크스의 개념을 예로 들며 “도시 공간의 가치는 삶을 위한 공간의 ‘사용가치’라기보다 자본주의적 시장 관계로 실현되는 공간의 상품적 가치 즉 ‘교환 가치’를 반영한다”며 “토지나 부동산 소유를 사회화하는 다양한 조치를 지금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싱가포르의 공공 주택 같은 토지의 국·공유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조 교수는 ‘도시 비우기’를 제안했다. ‘지배적인 소유권·용도·지가’를 비우고 대안적인 것으로 채우는 것이다. 관공서·공장·건물이 떠난 자리를 공공 개방 공간이나 녹지, 공원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런 ‘도시 비우기’는 “공간 사적 이용이나 상품화의 관계 고리를 끊어내자는 전략적 의미가 있다”고 했다. 용산 미군 기지터에 들어설 용산공원도 ‘안티-개발’의 입장에서 생태문화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조 교수는 삼국·고려시대를 장소·공간으로 들여다보는 연구 과제를 잡아놓고 있다. ‘거리 공간’ ‘건축 공간’을 ‘공간정치경제학’으로 풀어낸 책을 준비 중이다. 조 교수는 ‘공간정치경제학’을 체계화·정립하는 게 자기 학문의 최종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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