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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연구기관 지배구조 개편 논의 관련글 1 (2009-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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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평가연구소 민영화 논란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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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연구원 옥죄기 관련 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499673.html
노동연구원 ‘옥죄기’…국책연구조차 흔들 (한겨레, 김소연 기자, 20111006 21:03)
정부, 노동패널 연구 등 장기과제 다른기관 이전
원장 22개월째 공석…연 30건 정부 용역도 끊겨


사쪽의 단체협약 일방 해지와 이에 맞선 노조의 파업에서 비롯된 정부의 한국노동연구원 ‘옥죄기’가 2년 넘게 이어지면서 국책 노동연구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 하나뿐인 노동 관련 국책연구기관인 노동연구원이 12년째 해오던 사업이 하루아침에 다른 기관으로 넘어가고, 원장 자리도 1년10개월째 공석이다.
5일 고용노동부와 노동연구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미경 민주당 의원에게 낸 자료를 보면, 고용부는 연구원이 1998년부터 줄곧 맡아온 ‘한국노동패널’ 사업을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으로 넘겼다. 한국노동패널은 표본으로 선정한 5000가구를 대상으로 해마다 경제활동 등 노동시장 전반을 추적 조사하는 사업이다. 표본집단을 계속 관찰해야 하는 패널조사는 전문성과 연속성이 가장 중요해, 중간에 조사기관을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업 주체가 갑자기 바뀌면서 노동패널 연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12년차 노동패널은 올 2월 학술대회를 통해 자료를 보정한 뒤 6월 최종 결과물이 나왔어야 하는데, 지금껏 학술대회도 열리지 않고 있다. 고용정보원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업무를 맡게 돼 시간이 촉박했다”며 “11월에 학술대회 대신 워크숍을 열고 최종 결과물은 내년 초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간기업의 일자리 나누기 사업 등을 담당하던 ‘고성과작업혁신센터’와 ‘임금직무혁신센터’도 지난해 노사발전재단으로 넘어갔다. 연구기관이 아닌 노사발전재단은 연구 업무에서 손을 뗀 채 컨설팅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용부는 노동연구원에 해마다 30여건씩 주던 정부 용역도 대부분 중단했다. 노동연구원의 고용부 용역 수주 현황을 보면, 2008년 32건, 2009년 36건에서 지난해 0건, 올해 2건으로 줄었다. 노동연구원의 용역이 사실상 끊기면서, 특정 교수에게 1년에 4~5건의 고용부 용역이 몰려 노동연구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원장 공석 사태도 길어질 조짐이다. 국책연구기관의 기관장들을 인선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관계자는 “노동연구원이 정부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원장 선임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미경 의원은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노동연구원을 탄압하고, 국민들에게 영향을 주는 국책 노동연구까지 차질을 빚게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이에 고용부 관계자는 “용역 수주와 국책 연구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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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노동연구원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매노, 한계희 기자, 2011.09.24)
원장 선임방식 정하고도 2년간 직무대행 체제 …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구조조정 노력 폄하
2009년 노동정국은 전쟁터였다. 비정규직법 시행 2년째로 차별시정제도가 100인 미만 기업까지 확대 적용되는 그해 7월을 앞두고 법을 개정하려는 노동부(현 고용노동부)와 노동계는 대치했다. 국회에서도 법안을 상정하려는 여당과 이를 막으려는 야당이 내내 충돌했다.
‘100만 해고설’ 이영희
충돌의 중심에는 항상 100만 해고대란설이 있었다. 해고대란설의 기원은 2008년 10월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이영희 전 노동부장관의 말이다.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2009년 7월이면 2년으로 제한된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느냐 아니면 해고되느냐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대충 잡아도 100만명이 넘는 근로자가 내년부터 불안한 상태에 들어간다. 비정규직 허용기간 2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말을 시발로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부터 ‘반시장법’으로 점찍었던 비정규직법 개정 추진이 급물살을 탔다. 100만 해고대란설을 놓고 학자들의 견해는 엇갈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전 장관의 해고설을 체계적으로 비판한 최초의 보고서는 국책연구기관 연구자에게서 나왔다.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의 효과를 분석한 ‘비정규직법 시행 1년의 고용효과’라는 제목의 보고서였는데, 비정규직법과 기간제 감소는 관련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2008년 12월 비판사회학회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이 보고서는 애초 노동부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연구에 기반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국책연구기관이 바로 한국노동연구원이다. 연구원의 ‘반란’이 2009년 전쟁터에서 법 개정에 반대하는 진영에 천군만마가 됐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 뒤 2009년 전쟁터에서 해고대란설을 우회적으로 반박하는 노동연구원의 자체 연구결과는 수차례 나왔다. 임기를 반 이상 남은 전 원장을 밀어내고 2008년 8월 취임했던 박기성 원장이 직접 나서 연구위원들의 ‘개별 행동’을 제재한 것도 그 즈음이다.
'튀는' 박기성
당시 박기성 원장의 행보는 심상치 않았다. 시쳇말로 "튄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그는 취임 직후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주최하는 ‘국정과제 세미나’에서 “기간제 사용기간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려다 노동계 반발로 취소했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강요하면서 연구위원과 연구원들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민감한 노동현안에 개입해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관철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설화도 끊이지 않았다. 연구원 내부간담회에서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노조를 때려잡아야 한다”는 발언을 했던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국민의례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연구위원을 해고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나중에 대법원에서 부당해고로 판결났다. 국회에 출석했다가 “헌법에서 노동3권을 빼야 한다”고 발언해 여야 의원들의 공분을 샀던 일은 클라이맥스라 할 만하다. 국회에서 사퇴 요구가 빗발쳤고 그는 결국 낙마했다.
노동3권을 헌법에서 빼라는 발언만큼 박 전 원장을 유명하게 한 일은 단체협약 해지다. 당시만 해도 공공기관 중 단체협약을 해지한 곳은 연구원밖에 없었다. 단협 해지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다른 연구기관으로, 에너지 공기업을 비롯한 다른 공기업으로 퍼져 나갔다. 단협 해지는 공기업 선진화의 아이콘이 됐다.
단협 해지 뒤 연구원의 노사관계는 극도로 악화됐다. 교섭은 진척되지 않았다. 공공연구노조 노동연구원지부는 단협이 해지되던 해인 2009년 결국 파업을 벌였다. 9월 돌입한 파업은 12월까지 85일이나 계속됐다. 박 전 원장도 지지 않았다. 국책연구기관 최초로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파업참가자 전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직장폐쇄는 지부가 파업을 종료하고도 16일이나 계속됐다. 박 전 원장은 그 덕으로 정부의 기관장 평가에서 가점을 받았다. 정부 혁신에 공헌했다는 이유였다.
작심한 임태희
“지난 10개월 동안 정상화의 조건이 뭔지를 여러 차례 여러 분을 통해서 물어봤는데 내부 구성원들에 대한 특단의 드라마틱한 조치가 있어야 된다고 얘기를 했는데 간접적으로 민주노총 탈퇴하고 지도부 총사퇴하고, 그 다음에 항구적으로 무파업 선언하라고 해서 그것은 저희가 정말 노동연구원 노조로서 참으로 할 수가 없어서, 그것만은….”
지난해 10월 이상호 전 노동연구원지부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증인석에 섰다. 그는 “2010년 인건비가 30% 정도 부족했는데 7월부터 임금을 반납하고 무급휴직을 했다”며 “현재 (원장) 직무대행 체제하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나름대로 벌거벗다시피 해서 다했다”고 말했다.
이 전 지부장의 말대로 연구원은 지난해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2009년 9월 이영희 전 장관이 물러나고 정권 실세로 현재 대통령실장인 임태희 전 장관이 임명된 뒤 위기는 더욱 가시화했다. 비정규직법 추진 과정에서 연구원이 밉보였다는 얘기가 돌았다.
연구원이 수행하던 연구과제들이 노동부 산하기관으로 대거 이관된 것도 2010년이었다. 예산이 50억원에 달하던 고성과작업장혁신센터와 14억원 규모의 임금직무혁신센터가 노사발전재단으로 넘어갔다. 2007년에 설립된 고용영향평가센터(예산 10억원), 98년부터 진행했던 한국노동패널(예산 8억5천만원), 2005년부터 유지해 왔던 고령화연구패널(예산 6억7천만원)은 고용정보원으로 이관됐다.
임 전 장관은 아예 연구원에 주던 연구용역을 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수의계약 방식이 아니라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꾼다는 명분이었다. 결과적으로 문제는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예산과 사업이 넘어갔지만 노동연구원 인력이 개인자격으로 파견돼 업무를 지원했다. 올해 6월에 나왔어야 할 12년차 한국노동패널 데이터는 아직 발표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사정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연구원은 매년 30개 안팎으로 수주하던 노동부의 정책연구용역을 지난해 단 한 건도 받지 못했다. 연평균 35억원 정도에 달하던 노동부 용역을 받지 못하니 평소 용역비로 충당하던 30% 가량의 인건비가 부족하게 된 것이다.
이런 사정은 올해도 되풀이됐다. 올해 8월 현재 연구원이 수주한 노동부 연구용역은 단 2건에 불과하다. 연구원 노사는 올해 하반기에도 6개월 동안 20%의 임금을 반납하고 무급휴가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용역을 받지 못해 사업예산이 깎여 정상화가 어려운데도, 노동부는 연구원이 연구용역을 수행할 정도로 정상화해야 용역을 줄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목 죄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정상화의 요건 중 하나는 원장이 임명되는 것이다. 연구원은 2009년 12월 박 전 원장이 사임한 뒤 2년째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직무대행은 세 번째 바뀐 인물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원장 선임을 하지 않느냐는 질타를 받은 김세원 당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정상화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결조건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연봉계약제와 2년짜리 고용계약 체결, 둘째는 변칙적인 경영의 정상화, 셋째는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싱크탱크 위상 정립이다. 그가 말한 변칙적인 경영은 인건비가 책정된 인원이 84명인데, 사업비를 전용해 16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는 내용이고, 싱크탱크 위상정립은 노동부 등 부처와의 신뢰회복이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모든 조건을 이미 충족했다는 입장이다. 단체협약 체결에 대해 이상호 전 지부장이 “벌거벗다시피 해서 다했다”고 국감장에서 증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에는 연구위원 2명을 포함해 11명이 희망퇴직 형태로 퇴사했다.
그러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생각은 다르다. 이상철 연구회 경영지원실장은 “경영평가가 3년 동안 최하위였다. 법에 2번 연속 낙제할 때는 해산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노동연구원은) 나쁜 요인을 다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연봉제 도입에 대해 “성과연봉 차등이 없어 계약서에만 서명한 무늬만 연봉제”라고 지적했고,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정부 신뢰에 대해서는 “용역을 발주하라고 권고도 했지만 노동부 입장이 과거와 다르다”며 “잘하는 곳에 주지 수의계약을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소나기가 올 때는 소나기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공연구노조 소속 기관이 14개인데 노동연구원이 앞장서는 모양새”라며 “(연구원에) 이상하게 해 주면 13개 노조가 동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힌트를 줬으면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책연구기관으로서의 기능정상화 대책을 수립·시행하고 사태 재발방지나 법·제도적 개선방안을 수립해 보고하라”는 내용의 시정요구사항을 채택했다. 정무위나 환노위 회의 때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지만 내심 연구원지부의 ‘백기투항’조차 못마땅해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연구회는 이미 2009년 12월 이사회에서 원장 선임방식까지 결정했다. 다른 기관의 경우 선임방식 결정과 함께 공모일정을 확정하는데, 노동연구원만 공모일정이 빠져 있었다. 언제라도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부가 노동연구원 구성원들에게 도대체 어떠한 '특단의 드라마틱한 조치'를 원하는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노동연구원장 선임 결정하고도 지연 (매노, 한계희 기자, 2011.09.24)
박기성 원장 사퇴 뒤 원장 선임방법 의결사실 드러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지난 2009년 12월 박기성 전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이 사퇴한 직후 이사회를 열어 원장공모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회는 이틀 뒤 이사회를 열어 원장 선임방법을 의결했다. 노동계는 연구회가 공모결정 뒤 추가조치를 하지 않은 것을 놓고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25일 연구회가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연구회는 박 전 원장이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직하자 2009년 12월14일 이사회를 열어 빠른 시일 안에 원장 선임방법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사회는 이틀 뒤인 16일 열렸다. 공개모집과 유관단체나 기관 추천 중 한 가지를 선택한다는 방안에 이사진 17명 중 15명이 동의했다.
연구회는 또 원장 선임 전까지 직무대행체제를 운영하기로 하고, 직무대행에게는 단체교섭 체결업무만 맡기기로 했다. 그럼에도 원장 공석사태가 2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연구회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한국노동연구원장 공석 이후 원장 선임에 대해 이사회에서 수차례 논의한 바 있으나 연구원 자체 선 정상화 노력 없이는 원장 선임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애초 계획과 달리 논의 과정에서 선임이 미뤄졌다는 설명이다.
연구회 이사진에는 이사장과 정부 차관급인 당연직 이사 8명,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선임직 이사 8명이 참여한다. 선임직 이사는 상당수가 민간기업 CEO이거나 보수 성향의 대학교수·보수단체 수장, 혹은 보수 성향의 법률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지은 공공연구노조 노동연구원지부장은 “연구회가 노동연구원 원장 공석사태 장기화에 대해 추궁을 받을 때마다 이사회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 셈”이라며 “원장 선임방법까지 의결하고도 집행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정부 '노동연구원 목 죄기' 여전 (매노, 한계희 기자, 2011.09.20)
지난해 정부발주 연구용역 수주 없고, 올해는 고작 2건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 이른바 '좌파 성향'으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노동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숨통을 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복성 용역을 계속하고 있다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19일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매년 30건 안팎에 달하던 노동연구원의 정책용역 수주는 지난해부터 자취를 감췄다. 노동연구원은 지난해 노동부가 발주한 정책연구용역을 단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고, 올해도 8월 현재 2건을 수주하는 데 머물렀다. 노동부는 지난해 122건, 올해 8월까지 91건의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노동연구원이 2007년 노동부 발주 연구용역 129건 중 27건, 2008년에는 128건 중 32건을 수주한 것과 대비된다. 당시 연구원장이었던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의 운영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노조가 파업을 벌였던 2009년에도 노동연구원은 노동부 발주 연구용역 138건 중 36건의 연구를 수행했다.
연간 80억원가량의 노동연구원 연구용역 수주액 대부분을 차지했던 노동부가 돈줄을 막으면서 경영사정도 악화되고 있다. 노동연구원은 지난해 명예퇴직을 단행한 데 이어 올해 임금을 일부 삭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연구원 연구용역 발주를 중단한 것과 관련해 노동부는 국회와 노동계로부터 보복성 조치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노동부가 노동연구원 정상화의 조건으로 ‘좌파 연구원 정리’를 요구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조사기관을 변경하면 권위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듣고도 10여년간 노동연구원이 진행해 왔던 노동패널조사를 한국고용정보원으로 이관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국책연구기관인 노동연구원이 연구용역에서 배제되면서 노동부 연구용역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야당의원실 관계자는 “노동연구원이 수행했던 용역을 다른 곳에서 맡으면서 이미 나왔어야 할 용역보고서가 나오지 않는 사례가 일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몇몇 연구용역 결과는 수준 이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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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노동연구원 죽이기 ‘네버엔딩스토리’ (매노, 김미영 기자, 2011-05-30 오전 8:08:19)
이명박 정부서 존폐 기로 선 노동 분야 싱크탱크
노동연구원 파행사태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고성과작업장혁신센터·노동패널 사업 이관 등으로 손발이 잘렸고, 대외활동 사전승인제로 입까지 닫혀 버렸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정책연구 사업을 노동연구원에 맡길 생각이 없어 보인다.
29일 이미경 민주당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정책연구용역 입찰 결과(1차)’에 따르면 노동부는 올해 57건의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그중 노동연구원에 맡겨진 것은 고작 2건이다. 노동연구원은 18건의 연구과제에 입찰했지만, ‘직업능력개발훈련사업 평가 개편방안’과 ‘택시운전근로자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정에 따른 적용실태 및 효과 분석’ 연구만 따냈다. 지난해 단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택시 최저임금 관련 연구의 경우 임금산정 범위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노사가 ‘연구결과의 신뢰성’을 이유로, 연구자(배규식 연구위원)를 강력히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의 요구에 떠밀려 노동부가 불가피(?)하게 노동연구원을 선택한 셈이다.
올해 노동연구원의 예산을 보면 수탁용역사업 수입으로 10억원가량이 책정돼 있다. 2009년 수탁용역사업으로만 80억원을 벌어들인 것과 비교하면 8분의 1 수준이지만 이마저도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달 현재 노동연구원에 맡겨진 정부정책연구 용역이 6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채필 노동부장관 후보자는 지난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법률과 정책연구용역 심사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선정했다”고 항변했다. 노동연구원이 능력이 안 돼 심사에서 탈락했다는 의미다. 물론 믿는 사람은 없다. 12년간 노동연구원에서 수행해 온 노동패널사업만 하더라도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으로 이관됐지만, 넘어간 것은 사업과 예산뿐이었다. 고용정보원은 노동패널을 위한 인력을 새로 배치하지 않고, 기존에 노동연구원에서 이 사업에 참여해 왔던 연구원들을 데려다 썼다.
노동연구원은 지난달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23개 국책연구기관을 대상을 실시한 2010년도 경영평가에서 ‘매우 미흡’ 판정을 받았다. 국정기여도가 낮았던 것이 주요 원인이다. 노동부가 국정기여를 못하도록 해 놓고, 국무총리실이 정부정책에 기여하지 못했다며 회초리를 든 꼴이다.
평가 결과에 따르면 노동연구원의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시의성 있고, 가독성도 높다는 평가다. 일부는 종합보고서 형식으로 학술적 기여도가 높다는 평을 들었다. 그 결과 가장 배점이 높은 ‘연구결과의 우수성’ 항목(300점)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다.
그런데 다음으로 배점이 높은 국가정책기여도(200점)에서 ‘미흡’ 판정을 받았다. ‘국가정책 집행 과정의 기여도’ 항목은 아예 ‘해당사항 없음’으로 처리됐다. 평가단은 “노동연구원의 내부진통과 관련부처와의 갈등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정책네트워크가 단절돼 정책기여도 평가가 이뤄지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연구결과가 입법화나 시행령·시행규칙의 제·개정에 반영된 실적 혹은 각종 위원회 안건으로 반영된 실적이 저조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구사업 관리 분야에서는 노동부에 수시연구과제 수요조사를 의뢰하고도 답변을 받지 못해 정부요청을 연구과제 선정에 반영하지 못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경영관리 분야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평가단은 “수차례 걸친 노사협의회에서 연봉제나 계약제 합의문을 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인정하면서 “누적식 연봉제나 재계약 거부요건 등을 더욱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노동부로부터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노동연구원이 경영평가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둔 것은 충분히 예상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올해로 3년째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는 점이다. 자칫 노동연구원 폐지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달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국무총리실에 내년 예산안을 제출하는데, 노동연구원의 경우 정부출연금의 대폭적인 삭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노동부가 지난해부터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원하는 예산(2009년 88억6천만원 수준)을 끊어 버린 상황에서 내년에 연구원의 가장 큰 수익인 정부출연금마저 중단될 경우 노동연구원이 설 자리는 사라진다.
당초 사태의 발단은 박기성 전 원장과 공공연구노조와의 노사갈등이었다. 국책연구기관으로는 최초로 단체협약을 해지하고, 직장폐쇄를 단행하면서 노동연구원은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노조 길들이기의 시범케이스가 됐다. 이후 노사 간 갈등은 박 전 원장이 자진사퇴하고, 노조 역시 후퇴한 단체협약에 사인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런데도 정상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3월 말 박 전 원장 퇴임 이후 1년3개월간 연구원을 대표했던 김주섭 원장직무대행이 돌연 보직을 사퇴했다. 김 전 대행은 지난해 96명의 직원 중 11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대외활동 사전승인제를 도입하는 등 연구원 정상화를 위한 드라이브를 걸어 왔다. 상급기관인 국무총리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신임원장 선임 등 노동연구원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연봉계약제 실시와 고용계약서 체결 △정원보다 많은 인원 등 편법적인 경영의 정상화 △국책연구기관으로서의 신뢰회복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김 전 직무대행은 ‘사퇴의 변’을 통해 ‘자정노력의 진정성’과 ‘책임성 부재’가 정부의 신뢰회복을 가로막고 있는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그가 스스로 물러난 이유이기도 하다.
새로 선임된 이장원 원장직무대행이 강도 높은 경영효율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는 취임하면서 인사고과에서 2년 연속 최하위 평가를 받으면 해고(임용거부)할 수 있는 ‘2진 아웃제’를 추진하고 있다. 또 원장직무대행 결제 없이는 언론 인터뷰·토론회·국회 자문활동 등을 일체 못하도록 한 대외활동 사전승인제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현재 이를 어긴 직원에게 ‘계고장’을 보내고 있는데, 징계절차의 사전단계다. 이 같은 노력에도 노동연구원에 대한 정부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2년이 넘도록 질기게 이어지고 있는 ‘노동연구원 죽이기’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상대적으로 진보적 목소리를 냈던 노동연구원을 해체하거나 다른 연구기관에 통폐합하는 것일까. 아니면 노동연구원의 명맥은 유지하되 이른바 ‘좌파 박사’로 불리는 연구자들을 대폭 물갈이 하는 것일까. 노동연구원 사태가 터졌을 무렵부터 제기된 2가지 시나리오는 지금도 유효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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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연구원 희망퇴직 완료, 오늘부터 언론활동 제약 (매노, 김학태 기자, 2011-02-01 오전 1:37:33)
구조조정 사실상 마무리 … 대외활동 사전승인제 실시
단체협약 해지에 따른 파업과 원장 사퇴로 파행을 겪은 뒤 정부로부터 구조조정 압력을 받아 왔던 한국노동연구원이 희망퇴직을 마무리했다. 이달부터는 연구원 직원들이 언론사 인터뷰나 회의자문 등을 할 경우 원장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
31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이날부로 전체 직원 96명 중 11명에 대한 희망퇴직 절차가 마무리됐다. 연구원은 “당초 목표인 6명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며 “정원보다 현원이 많아 발생한 편법경영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상급기관인 국무총리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그동안 신임원장 선임 등 연구원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연봉계약제 실시와 고용계약서 체결 △정원보다 많은 인원 등 편법적인 경영의 정상화 △국책연구기관으로서의 신뢰회복을 요구해 왔다.
연구원은 지난해 연봉계약제와 고용계약서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희망퇴직을 마무리했고, 올 한 해 임금도 삭감할 예정이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요구해 왔던 세 가지 조건 중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킨 셈이다. 국책연구기관으로서의 신뢰회복은 희망퇴직 등처럼 가시적으로 보여 주기는 힘든 부분이다.
2~3월 입찰공고가 나오는 고용노동부의 정책용역연구 위탁 여부가 연구원에 대한 정부의 시각을 반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원은 지난해 노동부가 발주한 정책연구를 한 건도 위탁받지 못했다.
한편 노동연구원은 1일부터 구성원 언론인터뷰·회의자문·외부기구 강의 등 활동에 대해 사전승인을 받는 제도를 실시한다. 주요 정책에 대한 연구원들의 비판을 통제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김주섭 원장 직무대행은 “직원들 개인의견이 연구원의 공식입장처럼 비춰지는 것을 막기위한 것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차단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한 박사급 연구위원은 “학자들이 연구한 것을 검증받기 위한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실제 대외활동 관련 규정이 어떻게 적용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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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책연구기관 길들이기' 노골화하나 (매노, 김학태 기자, 2010-12-27 오전 9:37:21)
노동연구원 희망퇴직 합의, 대외활동 사전승인제 도입
단체협약 해지에 따른 파업과 원장 사퇴로 파행을 겪은 뒤 정부로부터 구조조정 압력을 받아 왔던 한국노동연구원이 희망퇴직과 임금삭감을 실시하기로 했다. 연구원은 구성원들의 언론인터뷰 등 대외활동도 통제하기로 했다. 정부가 국책연구기관 길들이기를 노골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6일 연구원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20일 희망퇴직 실시에 합의한 뒤 희망퇴직 공고를 냈다. 연구원은 다음달 초까지 최소한 6명을 목표로 자발적인 희망퇴직을 접수하고, 내년부터 임금을 삭감할 예정이다. 김주섭 원장직무대행은 “희망퇴직 권고 등의 행위는 절대 없을 것”이라며 “희망퇴직 신청이 현저히 부족하면 노사가 다시 대책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급기관인 국무총리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그동안 신임원장 선임 등 연구원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연봉계약제 실시와 고용계약서 체결 △편법적인 경영의 정상화 △국책연구기관으로서의 신뢰회복을 요구해 왔다. 노사는 이미 지난달 연봉계약제 실시와 고용계약서 체결에 합의했다. 희망퇴직만 마무리되면 전제조건 중 '국책연구기관으로서의 신뢰회복'만 남는다. 이 조건과 관련해 연구원 구성원들이 정부정책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것을 통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연구원은 특히 지난달 말 취업규칙을 개정하면서 연구보고서뿐 아니라 언론사 인터뷰나 기고 등 대외활동시 원장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했다. 김 직무대행은 “다른 연구기관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며 “구성원들이 징계 등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내년 1월 한 달간 시범운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구원의 한 박사급 연구위원은 “언론활동까지 사전허가를 받도록 한 마당에 정부가 도대체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편 올해 노동연구원에 연구사업을 단 한 건도 위탁하지 않았던 고용노동부가 내년에는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된다. 연구원에 대한 정부의 기류 변화 여부를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 고위관계자는 “내년에도 올해처럼 외부인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에서 위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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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연구원 ‘미운털 뽑아내기’ 본격화? (매노, 김학태 기자, 2010-11-15 오전 10:12:13)
인력감축 추진키로 … 노조 “특정인물 보복행위” 반발
정부가 한국노동연구원(원장직무대행 김주섭) 정상화와 관련해 결국 인력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다. 노조와 연구위원들은 "지난해 노사갈등 과정에서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구성원들에 대한 보복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14일 한국노동연구원과 공공연구노조 노동연구원지부(지부장 이상호)·연구위원협의회에 따르면 김주섭 직무대행은 지난 1일 전 직원이 모인 경영설명회에서 "연구원 정상화를 위해 인력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년 예산 중 인건비의 10%가량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정원 대비 초과인원인 16명 중 8명을 내보내고 나머지 부족분에 대해서는 임금삭감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연내에 3차례에 걸쳐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구조조정과 임금삭감은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내건 연구원 정상화의 전제조건 중 하나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신임 연구원장 선임의 전제조건으로 △연봉계약제 실시와 고용계약서 체결 △편법적인 경영의 정상화 △국책연구기관으로서의 위상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지부는 이 중 연봉계약제와 고용계약서 체결과 관련해 지난 10일 연구원측과 합의한 상태다. 3년 단위의 계약을 체결한 뒤 세 번 연속 업무능력 평가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으면 계약을 해지하는 내용이다.
지부는 그러나 편법 경영정상화를 위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상호 지부장은 “인건비의 30%가 부족했던 올 하반기에도 임금삭감과 무급휴직을 통해 해결했다”며 “인건비 10%가 부족하다고 해서 사람을 자르겠다는 것은 지난해 정부와 갈등한 지부 간부와 연구위원들을 문책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박사급 이상 연구위원들은 인위적인 구조조정 방침을 철회하지 않는 이상 고용계약서 체결에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공공연구노조와 연구원은 이번주부터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해 노사교섭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원 정상화와 관련해 내부갈등이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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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권리가 있다』

 

시민 vs 국가, 정보투쟁 (2011년 12월 24일 (토) 15:53:16 레디앙 기자)
[새책] 『나는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권리가 있다』
정책 결정자, 기업 임원, 운동가, 시민 누구나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에는 정보 공개가 공익에 이바지하는 이유와 힘 있는 기관으로부터 정보를 얻어내는 방법이 담겨 있다. 여러 나라의 경험을 생생히 들여다보고 환경 규제와 안보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투명성의 역할을 철저히 파악하면 정부와 기업, 시민이 바람직한 정보 공개 정책의 결실을 어떻게 거둘지 뚜렷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나의 현장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 책은 우리에게 중요하고도 효과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 페터 아이겐(채굴산업투명성기구 의장)
미국의 비공개 외교 전문을 공개해 국제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위키리크스. 위키리크스에 대해서 어떤 이들은 국가 기밀을 함부로 공개한다고 비난하고, 다른 쪽에서는 국가 간의 중요한 일이 정작 국민은 모른 채 ‘그들만의 리그’로 이루어지는 현실을 폭로하고 세계 각국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기여했다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공익 혹은 국익을 위해 ‘알리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는 편과 시민/국민의 ‘알 권리’를 주장하는 편의 투쟁은 민주주의라는 정치 형태가 시도된 이래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물론 전쟁 중인 나라에서 정부를 향해 ‘알 권리’를 주장하며 병력 이동 계획을 공개하라고 요구한다면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병사들에게 공급되는 음식의 재료와 원산지, 공급자 선정 과정에 대해 말하자면 ‘알리지 말아야 할’ 국익 따위가 있을 리 없다.
정보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요즘의 세계화 사회에서 우리 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일이 지구 반대편에서 결정되는 동안에도, 이해 당사자인 보통 시민/국민은 그 내용도 알지 못한 채 결정 과정에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하게 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알 권리’는 ‘생존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한미FTA 비준안과 이행 법안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투명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소수가 정보를 독점하면 사회의 구성원들이 정확한 정보에 따른 민주적인 논의를 할 수 없고, 따라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으며, 정보를 독점한 자들의 여론 조작과 권력 남용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정부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면,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더라도 정부를 제대로 감시할 수 없다. 기업이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른다면, 기업의 활동으로 말미암아 주민과 노동자의 생존권이 위험해지더라도 이를 막아낼 수 없다. 세계인권선언 제19조에도 정보를 얻을 자유가 없다면 의사 표현의 자유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21세기 들어 전 세계적으로 투명성 운동이 결실을 맺고 있다.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혁신적인 정보자유법을 도입했고 중국도 정보 공개 규정을 공포했다. 2006년 현재, 70여 개국이 정보 공개를 위한 정책이나 법률을 본격적으로 채택했거나 준비 중이다. 하지만 아직도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일관된 정보 공개 법률을 마련하지 못했으며, 마련된 법률을 이행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여전히 공공의 감시를 받으라는 요구에 저항하고 있다.
정보는 권력과 직결되기에 정보 공개 수위나 비밀 준수의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합리적으로만 전개되지는 않는다. ‘알 권리’ 대 ‘알리지 않을 권리’의 투쟁 뒤에는 정치·경제적 기득권을 놓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나는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권리가 있다』(앤 플로리니 엮음, 노승영 옮김, 시대의 창, 24000원)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알 권리를 위한 투쟁의 경험에서 교훈을 뽑아내며 투명성이 지배구조, 기업 규제, 환경 보호, 국가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분석한다.
이 책은 본래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편집하는 컬럼비아 정책대화구상 시리즈의 한 권으로 출간되었다. 컬럼비아 대학의 정책대화구상(IPD)은 오늘날 경제 정책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학자, 정책입안자, 실무자가 모인 네트워크다. 이들이 펴내는 IPD 시리즈는 세계의 경제와 발전에 관한 다양한 주제의 최신 연구 성과를 소개하면서 학문적 연구 의제를 형성하고, 경제 정책 논의를 활성화함으로써 발전 정책을 둘러싼 민주적 토론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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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사업 추진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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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민환경연구소. 2011. 대규모 국책사업의 추진결정 체계 개선방안 연구: 4대강 사업을 사례로.

 

[IDP정책연구15호.pdf (1.73 MB) 다운받기]
(사)시민환경연구소. 2011. 대규모 국책사업의 추진결정 체계 개선방안 연구: 4대강 사업을 사례로. 민주정책연구원 정책연구 15호. (김영필, 박정식 요약)
요약
이명박 정부 들어 대규모 국책개발사업에 대한 욕망은 더욱 확대되어 전국에 걸쳐 17개 노선 약 3,134km 규모의 한반도 대운하사업, 이 사업의 중단으로 이름을 달리한 4대강 살리기 사업,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사업, 광역경제권 구상과 초광역권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대규모 개발사업, 첨단의료산업단지 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로 자칫 잘못된 판단으로 미래세대에 커다란 부담을 안길 수도 있기에 대규모 국책사업이 타당한지에 대한 세심한 판단과 그 효과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막무가내로 대규모 국책사업을 밀어붙이기로 진행시켰다.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포장한 한반도 대운하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이기로 추진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첫째,  4대강 사업은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합리성도 절차적 합리성도 진행 과정의 투명성도 없이 독단적으로 밀실행정에 의해서 추진된 것으로, 대규모 국책사업은 계획단계에서 합리성, 투명성, 정합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둘째, 국민 대대수가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강행된 4대강 사업은 의사결정과정에서 합리성이 확보되지 못한 사업이다. 이러한 밀어붙이기 사업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개선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4대강 사업은 중앙정부가 주민과 시민참여를 배제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한 결과 지역에서 주민, 주민조직, 운동조직, 시민단체 간의 갈등을 야기하였다. 4대강 사업은 주민갈등을 극대화시킨 참 나쁜 사업임이 판명됐다.
넷째, 지역주민은 정부 관료가 갖고 있는 과학적 전문성에 대한 대항적 전문성과 생활지식과 실천지식이 연계된  ‘또 하나의 전문성’이 있다. 정부가 지역의 정책을 수립할 때 바로 ‘또 하나의 전문성’을 계획과 정책 수립 과정에 반영시켜야 한다.
다섯째, 4대강 사업은  ‘합리성’을 배제하고 과학적 근거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이미지를 통한 홍보에 기반한 토목사업으로 자연하천을 인공수로로 만드는 환경재앙을 초래하면서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이 배제됐기 때문에 환경갈등이 첨예화되고 해결되기 어려운 환경갈등 사안이 되었다. 4대강 사업은 사회적 합의 형성과정 부재가 만든 환경재앙이다.
여섯째, 4대강 사업은 자연하천을 인공하천으로 만드는 사업이기 때문에 하천의 물리적 환경이 자연성을 상실하고, 생태적으로 생물 서식지가 파괴되며 생물다양성이 악화되며, 하천의 자연도가 떨어지고, 지천의 수해를 야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 마디로 4대강 사업이 지역환경의 질을 악화시켰다.
또한 4대강 사업을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정책적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1. 환경영향평가 심의기구 구성 문제의 개선 필요
2. 환경영향평가 대행기관과 협의기관의 독립성 필요
3. 사회영향평가에 대한 인식제고와 제도개선 필요
4. 사회적 합의과정을 통한 갈등비용 최소화
5. 소통과 주민참여의 제도적 뒷받침
6. 정부사업 재검토 제도 도입의 필요
7. 사전환경성검토 단계에서 사전영향평가 실시
8. 환경영향평가에서 주민참여의 실질적 제도화
9. 지자체 감시를 위한 시민역량 강화 방안 모색 필요
10. 하천생태계 복원을 위한 보 철거
11. 환경영향평가 관련 예산 집행의 투명성 확보
12. 환경영향평가 관련 법령 및 제도 정비
13.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한 평가 실시
14. 친수구역활용에 관한 특별법 폐지
15. 철저하고 투명한  언론개혁
 
제1장 서론 ……………………………………………………………………………  1
  제1절 연구 배경 ……………………………………………………………………  1
  제2절 연구 필요성 및 목적  …………………………………………………………2
  제3절 연구 범위와 내용   …………………………………………………………  3
  제4절 연구 방법  ………………………………………………………………………3
  제5절 연구 추진 체계   ………………………………………………………………6
제2장 대규모 국책개발사업의 정의와 추진과정의 문제점    …………  7
  제1절 대규모 국책개발사업의 정의와 범위 설정 …………………………………7
  제2절 대형 국책사업의 역사   ………………………………………………………8
  제3절 대형 국책사업의 문제점   ……………………………………………………8
제3장 대규모 국책개발사업 투자결정체계 검토  …………………………9
  제1절 대규모 국책개발사업 계획 체계  …………………………………………  9
  제2절 각종 영향평가제도  ……………………………………………………………9
  제3절 국책개발사업별 투자결정 과정 분석  …………………………………… 10
  제4절 과도한 국책개발사업을 추동하는 구조 분석  …………………………… 10
  제5절 4대강 죽이기 사업의 추진상의 문제점   ………………………………… 11
제4장 대규모 국책개발사업의 갈등 현황 및 문제점 분석    ………… 12
  제1절 새만금 간척 ………………………………………………………………… 12
  제2절 경인운하 건설  ……………………………………………………………… 13
  제3절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   ……………………………………………… 14
제5장 4대강 사업 PESTEL분석   …………………………………………… 15
  제1절 정책 ………………………………………………………………………… 15
  제2절 경제  ………………………………………………………………………… 18
  제3절 사회  ………………………………………………………………………… 20
  제4절 기술  ………………………………………………………………………… 25
  제5절 환경  ………………………………………………………………………… 26
  제6절 제도  ………………………………………………………………………… 27
제6장 4대강 사업 SWOT분석   ……………………………………………… 27
  제1절 강점 ………………………………………………………………………… 27
  제2절 약점  ………………………………………………………………………… 28
  제3절 기회  ………………………………………………………………………… 28
  제4절 위협  ………………………………………………………………………… 28
제7장 대규모 국책사업 개선방안    ………………………………………… 30
  제1절 S-O   전략 차원에서 개선방안  …………………………………………… 30
  제2절 S-T 전략 차원에서 개선방안   …………………………………………… 31
  제3절 W-O   전략 차원에서 개선방안  …………………………………………… 35
제8장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 36
  제1절 결론 ………………………………………………………………………… 36
  제2절 정책적 시사점  ………………………………………………………………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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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기획기사] 표류하는 국책사업 (20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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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론위원회 설립 관련기사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20709001015
대규모 국책사업 국민토론 의무화 (서울, 이석우 선임기자, 2012-07-09 1면)
3개월이상 당사자들 참가… 독립기구 국가공론위 설립
사업비 5000억원 이상의 대형국책사업들에 대해서는 이해당사자들이 참가하는 3개월 이상의 공공 토론을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하는 법률안이 마련됐다. 공공 토론을 주관하고 공공 갈등의 예방과 해결을 위해 장관급 위원장이 상근하는 독립행정기구인 ‘국가공론위원회’ 설립도 포함돼 있다.
대통령소속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송석구)는 이 같은 내용의 ‘국가공론위원회법’ 초안을 마련, 다음 달 공청회 등을 거쳐 정부 입법 등의 방식으로 국회에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빠르면 9월 중 입법이 가능하다.
국가공론위원회는 3개월 동안의 토론을 거친 뒤 이견 및 갈등 요인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다시 3개월 동안 토론을 거치도록 결정할 수 있다. 또 사업비가 5000억원을 넘지 않더라도 심각한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국책사업에 대해서는 5명 이상의 국회의원이나 3곳 이상의 시민단체가 발의해 3개월 이상의 공공 토론회의 개최를 검토·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위원회의 최종 의견은 권고 사항일 뿐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권고 사항의 수용은 사업자가 최종 결정하게 된다. 위원회는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닌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하며 공공 토론을 개최·진행한 뒤 보고서와 종합평가서를 작성해 공개해야 한다.
국가공론위원회는 임기 3년의 위원 19명으로 구성되며 장관급 위원장 1명과 부위원장 1명 등 2명은 상근하도록 했다. 위원장은 국회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했다. 위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대통령과 대법관, 국회의장이 3명씩을 추천하고 별도로 갈등관리 전문가 3명과 전국규모 환경단체 대표 3명을 대통령과 대법관, 국회의장이 1명씩 추천해 포함시키도록 했다.
사회통합위원회 관계자는 “4대강 사업, 제주해군기지 건설 등 대규모 국책사업을 둘러싼 시비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닌 기구가 정부의 대형 국책사업 결정 이전에 국민들과 이해당사자들의 의사를 수렴하고 반영해서 사회적, 지역적 갈등 요소를 예방하고 줄이자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20709002012
‘제주 해군기지 충돌’ 같은 일 다시 없도록 (서울, 이석우 선임기자, 2012-07-09 2면)
국가공론위원회법 의미
대통령소속 사회통합위원회(이하 사통위)가 마련한 ‘국가공론위원회법’은 대규모 국책사업을 결정하기 전에 일정 기간(3~6개월) 공공 토론을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토론 기간 국책사업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해당사자 등 대중의 입장과 의사를 수렴·반영해 사회공감대를 형성,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줄이자는 뜻을 담고 있다.
사업비 5000억원 이상의 대형 국책사업에 대해 3개월 동안의 공공 토론을 의무화했지만 사업비 5000억원 이하라도 위원회 결정으로 공공 토론으로 가져갈 수 있다. 이견이 많고 갈등의 소지가 많을 경우 3개월 더 토론을 연장할 수도 있다.
대규모 국책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단계 등 사업 기획단계에서부터 제도화되고 의무화된 공공 토론이란 형태로 대중을 참여시켜 사업시행자가 토론에서 도출된 결과를 반영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특히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경우 사업 주체로서의 정부는 중립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탓에 별도 독립행정기구로서 국가공론위원회를 두자는 것이 법안의 주요한 취지다.
위원회는 공공 토론을 관리하고 그 결과를 보고서에 담아 공개하고 당사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사업자(정부)는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위원회는 사업의 진행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이를 공개하도록 했다. “정책을 권고하고 의견을 수렴하지만 그 결정이 구속력을 갖지는 않도록 한 것은 이해당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사회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라고 사통위 측은 밝히고 있다. 외국의 예를 봐도 사업자가 공공 토론의 결과를 전혀 무시하기는 어렵다. 어떤 형태와 수준이든 토론의 결과가 반영된다.
이 법안의 모델이 된 프랑스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의 경우 공공 토론을 통해 당초 대규모 국책사업안의 70% 이상이 수정 또는 취소됐다. 2002년 샤를 드골 공항의 고속철도 건설계획은 토론을 통해 수정돼 건설안과 사업비가 3분의1로 축소되기도 했다. 비행장 건설 및 확장사업, 수력발전댐 및 저수지 건설, 전력선 및 가스수송관 설치, 원전 및 운하 건설 등이 CNDP의 공공 토론을 거쳐가는 주요 대상이다.
4대강 건설사업 등 여러 국책 사업들이 시행 과정에서 지역주민이나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지연되거나 표류하는 사례가 느는 상황에서 이 법안의 취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다만 국책 사업을 지연시키는 데 악용되거나 기존 정부 조직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는 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20709031011
[사설] 국가공론위원회 실효성 확보가 중요하다 (서울, 2012-07-09 31면)
국책사업 갈등 조정을 위해 독립행정기구인 ‘국가공론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국가공론위원회법’을 제정한다고 한다.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가 추진하는 이 법안은 5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가는 대형 국책사업에 대해서 3개월 이상 이해당사자들이 참가하는 공공토론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사회통합위원회는 다음 달 공청회 등을 거쳐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법안을 제출한다고 한다. 그동안 각종 국책사업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가 엄청난 갈등을 겪고, 사회적 비용을 치른 것을 감안하면 만시지탄이라고 하겠다.
공론위원회 설치는 국책사업을 확정하기 전에 이해당사자·전문가·시민 등이 한자리에 모여 사업의 타당성은 물론 사업방향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일부 부처는 “행정협의조정위원회 등 행정 분쟁을 다루는 기구가 3개나 있다.”며 위원회 설치에 반대한다고 한다. 그런 만큼 우선 정부 입법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사회통합위원회가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공론위원회는 프랑스의 갈등관리기구인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를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한다. 이 위원회의 활동으로 드골공항 연결 고속철도 건설 등 각종 사회적 분쟁이 잦아들 만큼 합리적인 갈등관리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우리도 프랑스처럼 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가 생명이다. 위원회는 사업비 5000억원 이상 대형 국책사업의 경우 공공토론을 의무화하도록 한 뜻을 잘 새겨야 한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은 대선 공약사업이 대부분이다. 그런 만큼 정부나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대통령의 공약사업을 제대로 검증하느냐, 못 하느냐가 위원회의 위상을 결정할 수 있다. 독립적 지위로 출범한 기구 중 인권위원회처럼 논란만 불러일으킨다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자칫 국민 세금이나 축내는 또 다른 관료조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국민의 우려가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사결정 과정도 투명하게 낱낱이 밝혀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위원회가 제구실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국책사업에 대한 무분별한 공약을 남발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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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책사업 갈등 위원회만 만들어선 못 푼다 (서울, 2011-09-22  31면)
송석구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장이 어제 국책사업 갈등 조정을 위해 오는 12월 관련법 제정안 마련을 목표로 가칭 ‘국가공공토론위원회’ 신설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선진 유럽의 대표적인 갈등 기구인 프랑스의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대립하는 국책사업 이해 관계자들 간 대화와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갈등을 해결하는 정부 기구가 될 것이라고 한다. 중립성과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처럼 독립기구로 한다는 것이다. 사실 국책사업은 추진할 때마다 지역·계층 간 갈등이 반복돼 왔다. 이 때문에 참여정부 때인 2003년 갈등관리기본법 제정을 제안해 2005년 국회에 제출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만시지탄이다.
다만 지금까지 관련 법이 없어서 갈등을 풀지 못한 것도 아니고 법만 제정되면 갈등이 절로 풀리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참여정부는 입법이 좌절되자 2007년 2월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을 대통령령으로 만들어 갈등 관리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았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지난 3월 갈등 관리업무 추진 지침을 각 부처에 내려보냈지만 국책사업을 둘러싼 현장의 이해 관계자들에게는 이런 지침이 먹혀들지 않았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을 비롯해 동남권 신공항 공약 철회,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이전 결정 등이 어려움을 겪은 대표적 사례들이다.
물론 관련 법 제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국책사업의 갈등 조정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 먼저다. 지금까지는 대형 공공사업의 경우 공청회나 주민설명회 등 여론수렴 과정이 있었지만 정부의 사업계획이 확정된 뒤여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따라서 투명한 정보공개, 철저한 중립성 유지 외에 현장과의 소통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그래야 국민적 공감대와 이해 관계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그것이 체계적 갈등관리 시스템의 작동이다. 국책사업은 공짜 사업이란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소요 예산을 분담하도록 하고, 선호시설과 기피시설을 함께 묶는 패키지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권에서 선거를 의식해 국책사업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갈등 자체를 줄이는 것이 갈등을 조정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고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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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책 관련 도서 서평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62825
대안적 도시성장 모델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참세상, 배성인(편집위원) 2011.08.23 16:34)
[신간안내] 『저성장 시대의 도시정책』(조명래 외 지음, 한울, 2011)
근대 자본주의의 상징인 도시는 인간의 허위의식과 조작된 욕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도시의 인간들은 이성의 오만함과 편리함으로 무장하여 스스로 파괴 종결자가 되어 자연과 인간 모두를 적으로 만들었다. 도시의 인간은 살아있으되 죽은 것이며 죽으려고 해도 죽지 못하는 좀비가 된 것이다.
근대 자본주의 도시는 개발과 성장이라는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붕괴의 위험을 안고 있었다. 더 이상 도시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이제 도시인들은 나쁜 도시에서 불행한 시민으로서의 삶을 지속하게 되었다. 특히 서울은 권력과 자본의 집중도가 매우 강하여 한국사회 전체를 뒤 흔들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구조적 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좋은 도시를 만들어서 행복한 시민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도시 파괴의 근본 원인인 재개발을 멈추고 성장을 늦추면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일까?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조건에서 도시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과연 정책적 변화를 통해서 가능할 까? 이러한 문제의식은 도시에서의 주체형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며, 최근 움직이고 있는 ‘도시 주인 선언’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성장 시대의 도시정책』은 그런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사람 중심 도시’ 개념에 따른 도시개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가 저자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이다. 특히 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 새롭게 대두된 ‘사람 중심 도시’ 개념에 따른 도시개발을 제시하고 있다.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의 화두는 뉴타운이나 도시개발이 아닌 복지와 교육이었다. 무상급식, 보육, 사회적 기업과 일자리, 생태와 환경은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까지도 거역하기 어려운 정책영역이 되어 버렸다. “콘크리트 예산에서 사람 예산으로”가 설득력 있는 구호로 다가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야당은 압승했고, ‘사람 중심 도시’가 미래 도시비전을 압축하는 말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방선거의 열기가 식어갈 무렵, 몇몇 연구자들에게 걱정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른바 새로운 도시정책을 공약하고 당선된 수많은 단체장이 실제 어떤 정책으로 성공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과거 개발주의 열풍이 불 때는 그저 조감도만 내놓고, 인허가만 챙겨 봐도 도시의 변화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다른 조건에서 도시정책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지금의 부동산 경기 침체나 산업 침체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성장의 한계 혹은 저성장 시대의 징후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새로운 도시정책에 대한 기대는 커졌지만, 실제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이 있느냐에 대한 걱정이었다. 자칫 기대만 부풀려 놓았다가, 결국 과거 무분별한 개발패러다임이 더 나았다는 실망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커졌다.
필자들이 논의한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우선 지금 우리나라 도시가 처한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인구, 산업, 개발여건 등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따라서 우리 도시정책의 토대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를 알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적어도 상당기간 저성장 단계에 들어설 수밖에 없고, 이는 종전과 같은 개발주의로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서둘러 대안적 도시성장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결국 이미 바뀐 상황을 과거의 수단으로 대처하는 모순에 빠진다는 문제의식이었다.
두 번째는 그 같은 새로운 도시모델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산업에서부터 도시계획, 문화, 인권, 공동체에 이르는 각 분야에서 개혁적 대안을 모색하는 일이었다. 이미 6·2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런저런 ‘좋은 모델’과 사업도 제안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실제 실행할 수 있는 지방정부 조직이 있는 마당에 보다 현실감 있는 과제를 마련해야 하는 고민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실제 지방행정과 지방정치에 몸담은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현장에서의 실험과 경험을 함께 고민하는 과제가 있었다. 아직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어떤 문제의식과 정책으로 새로운 도시패러다임을 실천할 것인가 하는 논의였다.
 
목 차
서장_저성장과 도시 패러다임의 전환
제1부 진단과 방향
제1장 21세기, 좋은 도시의 조건
제2장 도시발전 패러다임 변화와 성장편익 공유 도시
제3장 6·2 지방선거에 나타난 진보적 도시정책의 과제
제2부 분야별 평가와 제안
제4장 대도시 경제의 전환과 대응
제5장 시민과 지역 친화적 복지를 찾아서
제6장 회색의 세상, 녹색의 도시
제7장 사람 중심의 도시개발이 가능하다
제8장 성장기 택지개발의 후유증과 치유: 경기도 사례
제9장 진보 단체장을 위한 도시계획 십계
제10장 거꾸로 가는 자치재정: 지방이 진짜 주체가 되어야
제11장 주민의 인권과 권리를 보장하는 참여도시 만들기
제12장 문화예술로 여는 사람 중심의 도시
제3부 외국의 경험
제13장 혁신 지자체는 가능한가: 일본의 경험과 교훈
제14장 풀뿌리 진보정치의 가능성: 광역 런던 시의회 사례
제15장 시장지배 경제에서 사회중심 경제로: 영국과 이탈리아의 사회적 기업
제4부 현장과 과제
제16장 사람이 반가운 도시를 위한 거버넌스: 해피 수원 만들기
제17장 풀뿌리 정치와 개발욕구: 더불어 사는 전원도시 과천의 딜레마 풀기
제18장 진보집권 도시의 성공전략: 두바이 인천의 신화 깨기
제19장 사람중심의 생활구정: 서울시 성북구의 변신
제20장 더 좋은 도시, 더 행복한 시민을 위한 기초자치단체장의 과제 

 


 

전원도시보다 아파트촌이 생태적이다!? (프레시안, 강현수 중부대학교 교수, 2011-07-22 오후 5:43:18)
[프레시안 books]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도시의 승리>
하버드 대학 경제학과 교수 에드워드 글레이저가 쓴 책 <도시의 승리>(에드워드 글레이저 지음, 이진원 옮김, 해냄출판사 펴냄)는 흥미로우면서도 논쟁적인 내용을 가득 담고 있다. 글레이저가 말하는 핵심 주장은 이 책의 영어판 부제(How Our Greatest Invention Makes Us Richer, Smarter, Greener, Healthier, and Happier)에 있다. 즉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인 도시가 인류를 더 부유하고 영리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주고 있으며, 거기다 환경 보호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가장 최근에 나온 도시 예찬론의 집대성이다.
현재 선진국 인구의 대부분과,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가 도시에서 살고 있다. 인구 대국 중국과 인도, 나머지 개발도상국에서도 도시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도시에 거주하는 인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도시화의 진전과 함께 도시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인구가 수백만이 넘는 대도시가 증가하고 있고, 인구 수천만 명에 달하는 거대 도시권도 세계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도시화 및 도시 규모 확대 현상을 걱정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글레이저는 오히려 도시화 현상을 인류 번영과 행복의 열쇠라고 여긴다.
지금으로부터 200~300년 전 쯤 서구에서 산업화에 따른 도시화가 막 시작되던 때부터 도시화 현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각이 존재했고, 이러한 시각 차이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나 에베네저 하워드 등은 도시화의 부정적 측면을 우려하면서 그 대안으로 자연 회귀나 소규모 전원도시를 주창했던 사람들이다. 반대로 르 코르뷔지에, 제인 제이콥스 등은 대도시 생활을 찬미하고 대도시에 걸 맞는 공간 형태를 제안했다. 이 책 <도시의 승리>를 통해 글레이저는 도시화 및 대도시 옹호론 계보의 젊은 선봉장이 되었다.
대도시 옹호론의 선봉 역할을 맡은 글레이저의 가장 중요한 무기는 바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한 방대한 실증 통계 자료이다. 글레이저는 자신의 주장과 논리를 입증하고자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러 도시들의 다양한 현장 자료들을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는 우리의 막연한 상식을 숫자로 재확인해 주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는 우리들의 기존 상식을 뒤엎는다.
고층 건물로 가득 찬 대도시가 숲 속에 둘러싸인 전원 주거지보다 더 환경 친화적이라는 글레이저의 주장은 우리 대부분의 상식을 뒤집는 주장이다. 저자의 탄탄한 경제학적 논리와, 이를 뒷받침하는 방대한 통계 자료, 거기에 저자의 재치와 유머가 있는 문체가 더해져서 이 책에 담겨있는 많은 내용들이 대중들에게 큰 설득력을 가진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은 참으로 많지만, 핵심 주장과 그 정책적 시사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먼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장은 이 책의 제목처럼 도시가 승리한다는 것이다. 도시가 승리하는 이유는 도시가 혁신과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도시는 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 있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지식의 공동 생산이라는 협력 작업이 가능한 곳이다. 가난한 사람도 농촌에서는 얻지 못할 기회를 도시에서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도시의 성장을 억제하는 규제 정책이나 이민 반대 정책들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둘째, 소기업들이 많고 교육을 많이 받고 숙련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도시들은 번창하지만, 반대로 단일 산업에만 편중되어 있고 교육 수준이 낮은 비숙련자들이 많은 도시들은 쇠퇴한다. 따라서 도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람, 글레이저의 용어로 인적 자본에 투자해야 한다. 양질의 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도시의 성공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쇠퇴하고 있는 도시에서 사람에 투자하지 않고, 필요하지도 않는 건물이나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셋째, 도시 중심부로부터 멀리 떨어진 교외 지역으로 나지막하게 확산되는 저밀도 교외 지역보다, 높은 고층 건물로 구성된 고밀도 도시가 사람들 사이의 접촉을 원활하게 하여 도시의 활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더 환경 친화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교외화를 촉진하는 정책보다 도시의 밀도를 높이고 고층화를 촉진하는 정책이 더 바람직하다.
넷째, 성장하는 도시에서는 개발을 억제하지 말고, 쇠퇴하는 도시에서는 인위적인 부양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즉 도시의 흥망성쇠에 괜히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만약 굳이 개입하려면 쇠퇴하는 도시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 정책을 펴야 한다. 가난한 사람을 지원하는 정책은 좋은 정책이지만, 가난한 장소를 지원하는 정책은 나쁜 정책이다.
글레이저의 이러한 주장은 과연 옳은가?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도시들이 그의 주장을 적극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는 기본적으로 시장 경제를 중시하되,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도시 정책에서 공공 개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경제학자이다. 무조건 자유 시장의 원리만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와는 입장이 다르다.
그렇다고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강조하는 케인스주의자도 아니다. 미국적 기준으로 보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온건한 보수주의자에 속한다. (그러나 만약 글레이저가 한국에서 활동했다면 아마 진보 진영에 속할 것이다. 워낙 우편향 경향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좌파나 빨갱이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그는 자유로운 시장만으로는 결코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도시에서 불필요한 규제나 장소에 대한 정부 지원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한다.
나는 이 책에 실린 글레이저의 많은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모든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시장주의자의 입장에서, 콘크리트에 대한 투자 대신, 사람에 대한 투자가 필요함을 매우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우리나라에서 번역 출간된 이 책의 가치가 가장 빛나는 부분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글레이저는 기본적으로 시장 원리를 강조하는 경제학자이다. 식수 공급, 위생, 대중교통, 치안 등의 영역에서는 공공의 적극적 개입을 인정하지만, 나머지 도시 정책 영역에서는 수요와 공급에 기초한 자유 시장 원리를 옹호한다. 그래서 공공이 행하는 토지, 건축, 환경 규제 등을 비판한다. 내가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도 이 부분에 있다.
특히 가난한 장소에 투자하지 말라는 글레이저의 주장에는 반대한다. 그의 이러한 주장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이른바 '장소의 번영' 대 '사람의 번영' 논쟁이 진행된 바 있다. 가난한 장소를 돕지 말고 대신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4대강 사업 같은 토건주의가 판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람의 삶이 거주 장소와 쉽게 분리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경제, 사회, 인간관계는 거주 장소와 서로 얽혀있기 때문에, 거주 장소를 포기하고 새로운 장소로 옮기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낙후 지역이나 쇠퇴 지역을 방치하자는 주장은 그 곳을 떠나기가 쉽지 않은 사람들 상당수를 방치하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또 도시들의 지나친 흥망성쇠를 용인하는 것은 쇠퇴 지역에 이미 투자된 하부 구조가 사용되지 않음에도, 성장 지역에 신규 하부 구조를 새로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자원의 낭비를 초래한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 대체로 보수주의자들이 사람에 대한 지원을 주장해 왔는데 비해, 진보주의자들은 장소에 대한 지원이 사람에 대한 지원과 동시에 병행되어야 함을 주장해 왔다.
이 책에서 말하는 도시의 정의가 불분명하다는 것, 그래서 교외 지역은 도시에 속하는 것인지 아닌지가 불확실하다는 등 몇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내용들이 있지만 지면 관계상 생략해도 되는 사소한 것들이다. 하지만 꼭 하나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 책에서 전 세계의 많은 도시들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의 주장은 미국 도시들에 대한 연구나 실증 자료에 주로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적 맥락에서 나온 이 책의 논리와 주장이 하버드 대학 교수라는 글레이저의 권위에 기대어 미국과 여러 가지 현실적 조건이 상이한 우리나라에서 무비판적으로 수용될 가능성이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우리나라에서 서울의 재개발 재건축 적극 추진론자, 지역 균형 발전 반대론자, 수도권 환경 규제 반대론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거나 견강부회하는데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정치권력은 워싱턴에, 금융 자본은 뉴욕에, 가장 좋은 대학은 보스턴이나 그보다 더 작은 도시들에, 그리고 로스엔젤리스,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 나름대로 탁월한 경쟁력을 갖춘 여러 대도시들이 공존하면서 도시 간 공평한 경쟁이 가능한 미국에서 파생된 글레이저의 주장이, 정치 경제 문화 교육 권력이 모두 서울 한 곳에만 집중되어 있는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되기는 곤란하다.
녹지 속에 듬성듬성 세워진 미국의 저밀도 도시에서 고밀도를 촉진해야 한다는 글레이저의 주장이, 그렇지 않아도 전체 주택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로 지어져 가뜩이나 고밀도인 우리의 대도시에서 그나마 남아있는 저소득층 저층 주거지를 중산층을 위한 고밀도 아파트로 재개발하자는 주장으로 맥락 없이 연결되어서도 곤란하다.
국토 면적, 인구 밀도, 도시 간 계층 구조, 도시 내부 건축 밀도, 공공 예산 배분 구조, 복지 전달 체계 등 여러 측면에서 우리와는 판이하게 다른 미국에서 나온 주장을 우리가 반면교사로 경청할 수는 있지만, 무조건 모방하거나 수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글레이저의 말대로 성공한 도시들은 하나의 방식이 아니라 항상 다양한 방식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무척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두꺼운 책이지만, 전 세계 수많은 도시들의 셀 수 없이 많은 도시 문제들의 해법이 이 책 한권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이왕이면 이 책에 담긴 많은 주장들의 시시비비를 하나하나 가려본다는 태도로 꼼꼼하게 읽으면 더 좋을 것이다.
글레이저의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도 저자의 주장을 어떻게 반박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이 책을 읽는다면 이 책은 많은 공부거리를 던져줄 수 있다. 그래도 이 책의 주장에 무언가 허전함과 거부감을 느낀다면 다음 세 권의 책을 함께 읽기를 권한다.
이 책의 저자가 속한 대도시 옹호론 계보의 대선배이지만, 뉴욕에서 재개발 반대 투쟁에 앞장섰던 노전사(老戰士) 제인 제이콥스가 지은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유강은 옮김, 그린비 펴냄), 이 책의 저자 글레이저와 다른 이념적 입장을 가진 마이크 데이비스가 지은 <슬럼, 지구를 뒤덮다>(김정아 옮김, 돌베개 펴냄) 및 그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엮은 <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유강은 옮김, 아카이브 펴냄)를 함께 읽는다면, 이 책에 담긴 주장이 놓여 있는 정치경제적 위치, 이 책 주장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기가 좀 더 수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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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5519.html
휘황찬란 건물 지으면 도시가 번성한다고? (한겨레, 김성홍/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20110701 20:51)
다양한 이민자·교육경쟁력…우수 인력 유인이 성공 비결
작은 기업 역동성 성장촉진…경제학적 분석으로 통념 깨
〈도시의 승리〉 에드워드 글레이저 지음/해냄·1만8000원

지난 10년 동안 세계 언론과 평단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건축물을 꼽는다면 단연 프랭크 게리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번쩍거리는 금속판이 이리저리 요동치는 이 미술관은 건축물이라기보다는 거대한 도시 조각품이다. 쇠퇴한 산업도시 빌바오를 단번에 전세계의 이목을 끌게 한 이 기이한 미술관은 도시 르네상스의 전형이 되어 버렸다. 미술관을 보려고 빌바오를 찾는 관광객만 한해 100만 명에 이른다. ‘구겐하임 신드롬’이란 말이 나올 만하다.
과연 이처럼 하나의 건축물이 쇠퇴하는 도시를 단번에 부활시킬 수 있을까? 그렇다면 야심을 품은 정치인이라면 한번쯤 도전해 볼 문화전략이며, 건축하는 사람들로서도 무척 반길 일이다. 그런데 구겐하임처럼 매년 몇 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세운 영국 셰필드의 문화센터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실패했다. 빌바오에 대한 환상, ‘거대건축 지향주의’의 패착은 세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근사한 새 건물은 경관을 멋있게 보이게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도시의 근본 문제는 치유하지 못한다.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도시의 승리>에서 이렇게 단언한다. 도시를 살리는 것은 건축의 하드웨어가 아니라 숙련된 사람이며, 세계경제와 연결된 산업이다. 500쪽이 넘는 묵직한 이 책을 받아들고, 가장 먼저 뒤져 본 곳은 참고문헌이었는데, 젊은 경제학자 글레이저가 도시의 부침을 분석하기 위해 어떤 이론적 지평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놀랍게도 현대 자본주의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번쯤 건너가야 할 길목인 앙리 르페브르, 데이비드 하비, 에드워드 소자, 프레더릭 제임슨과 같은 후기 마르크시스트 연구자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글레이저의 뒤에 거목처럼 버티고 있는 스승은 1961년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을 쓴 제인 제이컵스다. 그는 도시계획가도 학자도 아닌 행동하는 언론인이었다. <도시의 승리>는 현대판 <미국 대도시의 삶과 죽음>으로 읽힌다. 다만 제이컵스가 체험에서 우러나온 분노와 감성으로 호소했다면, 글레이저는 방대한 자료, 치밀한 분석, 정연한 논리로 무장한 채 조목조목 우리의 통념을 뒤집는다.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도시이며, 성공한 도시의 공통점은 똑똑한 사람을 많이 끌어들이는 곳이라는 것이다. 살아있는 도시는 일자리를 만들고,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하고, 놀거리를 선사한다. 이런 시각에서 글레이저는 도시의 빈곤마저 살아 꿈틀거리는 도시의 다른 얼굴일 뿐이라고 역설한다. 책 전반에서 글레이저는 ‘세계화’ 옹호론자의 모습을 띤다. 경제의 장벽은 없애고, 다양한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교육경쟁력을 높여 인적 잠재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글레이저의 사유엔 도시정부가 현명한 정책을 견지한다면 도시는 윤활유를 친 수레바퀴처럼 잘 돌아갈 것이라는 낙관론이 깔려 있다. 이 점에서 그는 제인 제이컵스와 닮았다.
글레이저의 큰 그림에 대해서는 유보적이지만, 화석에너지의 위기의 시대에 미래 도시에 대한 논리적 전개는 흥미롭다. 첫째, 숲과 전원에 둘러싸여 살면서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은 도시의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사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사실이다. 전원도시의 건물은 친환경기술로 지었는지 모르지만 일터를 오가기 위해서 사람들은 더 많은 기름을 길에다 쏟아붓는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면 사람들은 전원에서 나와 도시로 들어가 살아야 한다. 밀집된 도시일수록 정보기술이 대면접촉을 촉진해 더욱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 도시의 밀도가 인간의 창조성과 직결되므로, 과거의 문화유산을 박제화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도시 안에 과감한 개발을 감행해야 한다는 경제학자다운 주장도 편다.
둘째, 도시는 작지만 패기 있는 기업이 경쟁할 때 번성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수직적으로 통합된 거대한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생산적일 수 있어도 장기적 성공에 필요한 역동적 경쟁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지는 못한다. 자동차산업의 신화 도시 디트로이트의 몰락에 글레이저는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문제는 글레이저가 진단한 자동차 중심의 미국식 라이프스타일을 고스란히 답습하는 개발도상국의 일그러진 모습이다. 하지만 미국인은 중국이나 인도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줄이라고 설득할 자격이 없다. “에스유브이(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운전자들의 나라가 자전거 운전자들의 나라에게 모페드(모터 달린 자전거)를 몰지 말라고 설득하는 것”(387쪽)처럼 자신조차 위선적이라고 글레이저는 실토한다.
<도시의 승리>라는 근사한 제목에 끌리는 독자라면 두 가지를 유념하길 권한다. 첫째, 화려한 도시 이미지를 기대했다면 빨리 마음을 고쳐먹고, 꼼꼼한 자료와 치밀한 논리를 천천히 따라가면서 스스로 상상력의 세계에 빠져들라. 둘째, 이 책에서 한국적 해답을 얻고자 하는 조급함을 잠시 접으라. 경제학자로서의 당연한 한계이겠지만 글레이저의 이론을 도시건축의 현실에 적용하려면 분명 논박과 수정이 필요할 듯하다.
해박한 경제지식으로 세계의 수많은 도시들을 비교문화적 관점에서 폭넓게 들여다본 <도시의 승리>야말로 ‘통섭’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반가운 책이다.

 


 

대안 없이 생떼? 나라 꼴 이 지경인 게 누구 탓인데!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 2011-04-15 오후 6:38:11)
[프레시안 books] 박용남의 <꾸리찌바 에필로그>
누군가의 입에서 '대안'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당장이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던 사람들의 눈동자는 생기를 잃고, 활기를 띠었던 분위기는 가라앉는다. 먼저 문제를 제기했던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항변을 하지만 이미 이완된 분위기는 회복 불능이다. 결국 대화는 흐지부지되고, '대안신공(神功)'으로 좌중을 압도한 이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언론도 시민단체도 '대안 강박증'에 걸렸다. 대안을 말하지 못하면 정당한 문제제기도 못할 상황에 처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툭하면 "대안 없는 비판"이라는 딱지가 붙여지면 생떼만 쓰는 집단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왜 대안을 언론과 시민단체가 말해야 하는가?
폭력을 독점하고, 세금을 거둬들일 권한을 행사하도록 시민이 용인한 정부야말로 온갖 문제에 대한 대안을 고민하고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그런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납득할 만한 설명이라도 내놓는 게 정부의 할 일 아닌가? 문제를 제기한 측이 대안도 내놓아야 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無정부!)을 도대체 언제까지 용납해야 할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던 참에 박용남의 <꾸리찌바 에필로그>(서해문집 펴냄)를 읽었다. 한 시민운동가가 10년 이상 혼신의 힘을 다해 꼼꼼히 조사하고 치열하게 연구한 온갖 대안을 줄을 그어가며 읽다 보니 갑자기 분통이 터졌다. '아니, 도대체 이 정부는 어디까지 알려줘야 한다는 말이야!'
희망의 도시 vs 절망의 도시
박용남은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인 2001년 1월, <꿈의 도시 꾸리찌바>(녹색평론사 펴냄)를 펴냈다. 이 책을 통해서, 사람들은 당시만 하더라도 지구 반대편의 덩치 큰 빈국으로만 알고 있었던 브라질에 '도시의 미래'를 예고하는 '희망의 도시' 꾸리찌바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도시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 버스 교통 개혁의 모델로 삼으면서 더욱더 유명해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많은 정치인, 공무원, 언론인 등이 이 도시를 다녀왔다. 꾸리찌바 시도 "지난 10년 동안 한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시찰단을 맞았다"고 밝힐 정도다. 그러나 정작 이 도시를 국내에 소개한 박용남은 이런 관심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일부 사람들은 꾸리찌바에서 정말 배워야 할 것, 즉 도시 관리 철학과 행정의 원칙은 배우지 않고, 단순히 꾸리찌바에서 진행 중인 프로그램을 우리나라와 비교하면서 적용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펴거나 맹목적인 비판을 일삼기도 했습니다. 이들 대다수는 불과 이틀에서 닷새 정도의 짧은 일정으로 현지를 방문하고 마치 꾸리찌바 전문가가 된 것처럼 행동했죠." (89쪽)
꾸리찌바가 소개된 지 10년이 된 지금 한국 도시의 모습을 보면, 이런 지적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꾸리찌바가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낳는 도시 대중교통 모델을 제시했음에도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은 물론이고 용인, 의정부 등 전국의 도시에서 지하철, 경전철 등과 같은 감당할 수 없는 도시 철도 사업에 몰입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하도 참담해서 헛웃음만 나온다.
한 시민운동가가 지구 반대편까지 쫓아가서 대안을 마련해 와서 10년간 국토해양부, 환경부, 지방자치단체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500회 이상의 강연을 했지만, 오히려 정반대로 움직이는 정치인, 공무원의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
희망의 리더십 vs 허망의 리더십
박용남이 '도시 혁명'의 조건으로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는 꾸리찌바의 변화를 이끈 자이메 레르네르, 콜롬비아 보고타 시장을 지낸 엔리케 페냐로사 등을 소개하면서 주민과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도시를 창조할 리더십을 요청한다. 그런 리더십은 지방자치단체장을 꿈꾸는 한국의 리더십과는 천지차이다.
"자이메 레르네르는 우리나라의 단체장들과는 확실히 다른 것 같습니다. "도시는 문제가 아니고, 문제의 해결책이다"라고 믿는 레르네르는 예산에서 뒷자리 0을 하나 뺄 때 창의성이 시작되고, 0을 두 개 빼면 더욱 좋다고까지 말합니다. 그리고 도시 문제는 규모의 문제가 아니므로, 예산도 문제가 아니라고 단호히 말합니다." (103~104쪽)
실제로 레르네르는 2003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서울 전역을 둘러보고 나서 "당시 환율로 약 3000억 원만 있으면 서울 전역의 교통 체계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레르네르의 확신을 보자면, 지금 한국의 리더들에게 없는 것은 실타래처럼 얽힌 문제를 풀 대안이 아니라, 의지가 아닐까?
당장 박용남이 이 책에서 꾸리찌바,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등의 예를 들며 소개하는 온갖 대안은 서울, 인천 등 수도권은 물론이고 대전, 대구, 부산, 광주와 같은 대도시 더 나아가 전주, 목포, 진주 등과 같은 중소 도시에서 곧바로 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결코 선진국이라 할 수 없는 브라질의 꾸리찌바를 놓고 "선진국은 역시 달라" 하는 변명을 늘어놓을 것인가?
"한국의 대도시, 소도시와는 규모가 다르잖아!" 이런 핑계도 궁색하다. 꾸리찌바는 인구 약 185만 명의 대전(약 150만 명)보다 다소 큰 대도시이다. (꾸리찌바의 위성 도시까지 염두에 두면 인구는 약 326만명이다!) 또 생태 도시로 유명한 프라이부르크는 인구 약 22만 명의 전형적인 중소 도시이다.
지금, 구명정을 준비하자!
박용남은 이 책에서 경제 위기, 기후 변화, 석유 부족 등의 3중고를 극복하기 위한 도시 혁명의 시급함을 역설한다. 혁명의 수단은 여러 가지다. 외부로부터의 경제 위기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지역에 뿌리를 박은 경제 체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시민의 일상생활을 생활협동조합이 지탱하는 이탈리아의 볼로냐나 시민의 상호부조에 기반을 둔 '지역 화폐'가 활성화된 영국의 레스터는 경제 위기가 닥쳐도 시민의 삶이 해체되는 일은 겪지 않았다.
태양 에너지와 같은 지역 에너지에 기반을 둔 프라이부르크는 설사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나더라도 전기를 제한 공급해야 하는 상황은 피할 것이다. 또 지역에서 생산한 먹을거리를 소비하는 구조가 마련된 곳이라면 외부 충격으로 먹을거리 공급이 제한되더라도 최소한 배를 곯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시민들의 삶이 자동차 대신 저렴하고 효율적인 대중교통에 맞춰져 있는 도시라면 설사 석유 부족 사태가 오더라도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시민의 중요한 교통수단이 자전거인 네덜란드의 그로닝겐, 독일의 뮌스터, 덴마크의 코펜하겐 같은 도시와 자동차를 타지 않으면 슈퍼마켓도 갈 수 없는 미국의 도시에 동시에 석유가 끊긴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지금 세계 곳곳에서는 절박한 심정으로 변화를 모색 중이다. 향후 25년 내에 석유, 천연가스 소비량을 50%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발 빠르게 움직이는 미국의 포틀랜드도 한 예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포틀랜드 시민의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으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변화는) 바로 우리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기 위해서입니다. 누군가의 관섭 없이요. 그러기 위해서는 연료 사용량을 줄여서 석유 의존도를 낮춰야 합니다. 그 시점이 바로 지금이지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삶은 누군가에 의해서 조종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10쪽)
이제 대안 타령에 주눅 들지 말자. 대신 이 책을 읽고서 조용히 위기의 순간을 대비하자. 배가 침몰할 때, 미리 구명정을 챙겨둔 사람은 자신뿐만 아니라 이웃의 목숨까지 구하는 법이니까. 설사 그 이웃이 얄밉게 "대안이나 내놓으시지!" 하고 지청구를 놓았던 이라도 말이다.

 


 

도시의 주인은 누구인가? (레디앙, 2011년 01월 09일 (일) 15:53:33 이정신 / 출판팀)
[새책] 『도시에 대한 권리』…진정한 지역 발전을 위해
출판사 책세상의 우리시대 문고의 125번 째 책 『도시에 대한 권리』(강현수 지음, 6900원)는 프랑스의 진보적 지식인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에게 빚지고 있다. 드 세르토, 데이비드 하비 등과 더불어 도시·공간·일상 등의 주제를 주요한 사회학적 혹은 운동의 담론으로 환기시킨 르페브르가 “68운동 당시 주장한 ‘도시에 대한 권리’의 개념과 그 발전 과정을 토대로 해외에서의 사례와 국내외 현실을 돌아보고 우리 도시의 미래를 모색하는 책”이라는 것이 출판사의 설명이다.
용산 참사가 벌어진 지 2년이 된 지금, 과연 ‘진정한 도시의 주인은 누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용산뿐 아니다. 성미산이며 ‘작은 용산’이라 불리는 두리반, 수많은 재개발 난민들. 주거민의 생존권과 영업권보다 국가와 자본의 개발권이 우선시 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던질 수밖에 없는 질문에, 이 책은 앙리 르페브르의 ‘도시에 대한 권리’라는 개념이라는 답을 내놓는다.
도시에 대한 권리란 ‘도시 거주자라면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하는 보편적 권리로, 국가 단위가 아니라 도시 단위에서 보장되며 시민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권리 개념’이다. 여기에는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식수, 음식, 위생에 대한 권리는 물론이고 적절한 주거와 직업, 대중교통, 안전, 의료, 복지, 교육에 대한 권리가 포함되며, 주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도시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된다.
진보적인 공간환경 이론을 고민해 온 몇 되지 않은 ‘한국공간환경학회’에서 활동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르페브르의 ‘도시에 대한 권리’를 중심으로 그 이후 생겨난 다양한 도시권 이론을 소개하고 브라질의 도시법, 일본의 혁신 자치제 등 주민들의 참여로 이뤄낸 실천 운동과 정책들을 설명하며, 이를 통해 한국 도시 권리 운동의 발전 가능성과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보고 있다.
“도시나 지역에서 진정한 발전이란 과연 무엇이며 이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평생 화두로 삼아 공부하고 있다”는 이 학자가 소개하는 ‘도시에 대한 권리’라는 개념이 당연한 상식이 되기 위해 단 한 명의 독자라도 더 많이 이 책을 집어 든다면 좋겠다. 특히 국내에서 도시와 지역과 관련된 운동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이 이 책에서 많은 이론적, 정책적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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