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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통신 “‘화성-12’ 로켓 시험발사 성공”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7/05/15 12:15
  • 수정일
    2017/05/15 12:1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김정은 “미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 타격권 안에 들어”
이광길 기자  |  gklee68@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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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5  09: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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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14일 새벽 지상대지상중장거리전략탄도로케트 '화성-12'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캡쳐사진-노동신문]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4일 새로 개발한 지상대지상중장거리전략탄도로케트 ‘화성-12’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고 15일 보도했다.

이날 발사 현장에 나타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우리 당의 군사전략전술사상과 현시대의 요구에 맞는 또 하나의 완벽한 무기체계, ‘주체탄’이 탄생한데 대하여 기쁨을 금치 못하시였다”고 알렸다.

통신은 “이번 시험발사는 위력이 강한 대형중량핵탄두장착이 가능한 새형의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케트의 전술기술적 제원과 기술적 특성들을 확증하는데 목적을 두고 주변 국가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최대고각발사체제로 진행하였다”고 했다. 

‘화성-12’가 발사된 시간은 14일 새벽 4시 58분(서울시간 5시 28분)이며, “발사된 로켓은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최대정점고도 2,111.5㎞까지 상승비행하여 거리 787㎞ 공해상의 설정된 목표수역을 정확히 타격하였다”고 알렸다.

통신은 “완전히 새롭게 설계한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케트의 유도 및 안정화체계, 구조체계, 가압체계, 검열 및 발사체계의 모든 기술적 특성들이 완전히 확증되였으며 새로 개발된 로케트발동기의 믿음성이 실제적인 비행환경조건에서 재확인되였”으며, “가혹한 재돌입환경 속에서 조종전투부의 말기유도특성과 핵탄두폭발체계의 동작정확성을 확증하였다”고 밝혔다.

   
▲ 김 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새벽 4시 58분(서울시간 5시 28분) 화성-12형 신형 로케트가 발사되었다. [캡쳐사진-노동신문]
   
▲ 로케트는 최대정점고도 2,111.5km까지 상승 비행하여 787km 공해상의 설정된 목표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전했다. [캡쳐사진-노동신문]
   
▲ 김 위원장이 감시소에서 로케트의 시험발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분석 평가한 뒤 관계자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캡쳐사진-노동신문]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화성-12’형 시험발사의 대성공은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데서 참으로 중대하고도 특별한 의의를 가지며 그 무엇에도 비길 수 없는 조선인민의 위대한 승리로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 누가 인정하든 말든 우리 국가는 명실상부한 핵강국”이라며, “상상할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비상히 강화 발전된 우리의 핵억제력으로 핵공갈을 일삼는 자들을 단호히 다스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그 무슨 압박이니 뭐니 하며 조선반도 주변에 핵전략장비들을 대대적으로 끌어들여 우리를 위협공갈하고 있지만 핵 없는 나라, 힘이 약한 민족만을 골라 군사적으로 농락하는 비겁한 미국식 허세는 우리에게 통하지 않으며 실로 가소롭기 그지없다”며, “미국이 우리 국가를 반대하여 감히 군사적 도발을 선택한다면 기꺼이 상대해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완성된 무기체계가 결코 미국의 영원한 독점물로 되지 않을 것이며 우리도 상응한 보복수단을 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며 “미국은 그 기회에 조선의 탄도로케트들이 미국에 실지로 위협이 되는가 되지 않는가 하는 것을 속시원히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부질없는 경거망동으로 우리 공화국을 서뿔리(섣불리) 건드린다면 사상최대의 재앙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미 본토와 태평양작전지대가 우리의 타격권 안에 들어있다는 현실, 섬멸적 보복타격의 온갖 강력한 수단이 우리의 수중에 있다는 현실을 외면해서도, 오판해서도 안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향해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제정신을 차리고 올바른 선택을 할 때까지 고도로 정밀화, 다종화된 핵무기들과 핵타격 수단들을 더 많이 만들어나가며 필요한 시험준비를 더욱 다그쳐나갈데 대한 명령”을 내렸다.

   
▲ 김 위원장은 시험에 참가한 로케트 연구부문 일꾼, 과학자, 기술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캡쳐사진-노동신문]

현장에서는 노동당 중앙 책임일꾼들인 리병철, 김정식, 정승일, 장창하와 인민군 전략군사령관인 김락겸 대장 등이 김 위원장을 맞이했다.

   
▲ 새로 개발한 '지상대지상중장거리전략탄도로케트' '화성-12형 발사모습. [캡쳐사진-노동신문]
   
▲ 신문은 30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캡쳐사진-노동신문]
   
▲ [캡쳐사진-노동신문]
   
▲ [캡쳐사진-노동신문]
   
▲ 시험발사를 하루 앞두고 로케트 '총조립전투현장'을 찾은 김정은 위원장. [캡쳐사진-노동신문]
   
▲ 지난 4.25 열병식장에 선보인 전략미사일과 거의 같은 형태이다. [캡쳐사진-노동신문]
   
▲ [캡쳐사진-노동신문]
   
▲ [캡쳐사진-노동신문]
   
▲ [캡쳐사진-노동신문]
   
▲ 기념사진 촬영장에 입장하는 김 위원장. [캡쳐사진-노동신문]

(사진 추가-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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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철거'에 무너진 삶 대통령님, 재개발 악법 폐기해주세요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철거민의 탄원을 들어주십시오

17.05.15 11:24l최종 업데이트 17.05.15 11:24l

 

 가난한 교인들이 20년 동안 헌금을 모아서 지은 '삼일교회'. 이 교회는 녹번 1-2구역 재개발 과정에서 강제로 철거됐다.
▲  가난한 교인들이 20년 동안 헌금을 모아서 지은 '삼일교회'. 이 교회는 녹번 1-2구역 재개발 과정에서 강제로 철거됐다.
ⓒ 삼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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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녹번동 산동네에는 809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었습니다. 사는 건 힘들었지만 그래도 가족이 있고, 누울 집이 있고, 슬픔과 기쁨을 나누는 정겨운 이웃이 있었습니다.  '녹번제1구역제2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아래, 녹번 1-2 재개발)이 만들어지고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강제로 쫓겨나기 전까지는 산동네 사람들은 의지가지하며 정답게 살았습니다. 

이 산동네에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삼일교회'(담임목사 하태영) 라는 작지만 아름다운 교회가 있었습니다. 가난한 교인들이 20년 동안 모은 헌금으로 지은 눈물 겨운 교회입니다. 봄이면 개나리와 철쭉이 앞 다투며 피었고 여름이면 담쟁이와 덩굴장미가 교회 담장을 붉게 뒤덮으면서 교인들은 물론이고 오가는 행인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가난한 교회는 그렇게 가난한 이웃과 30년을 살았습니다. 

이 교회의 슬로건은 '평화를 가꾸는 교회'입니다. 가난한 목사는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십자가를 져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작고 힘없는 교회는 평화를 가꾸기는커녕 자기 교회조차 지키지 못하고 쫓겨났습니다. 합법이란 미명 하에 쫓겨났기에 강제 철거의 억울함과 부당함을 호소해도 돌아온 것은 참혹함뿐이었습니다.

자기 교회에서 쫓겨난 작은 교회의 슬픈 사도신경
 

 자기 교회에서 쫓겨난 삼일교회 교인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  자기 교회에서 쫓겨난 삼일교회 교인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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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장사한 지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시며, 하늘에 오르사, 전능하신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저리로서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시리다 (하략)."

 

지난 4월 23일이었습니다. 서울 은평구 통일로 도로변 허름한 건물 2층에 위치한 삼일교회에 도착하니 20평 남짓한 임시예배당에서 40명 가량의 교인들이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교회 어딘가에는 부자와 권력자들에게 쫓겨난 예수가 앉아 있었을 것이고 벽면에는 금빛 십자가가 아닌 작고 힘없는 나무 십자가가 걸려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자기 교회에서 쫓겨난 목사와 교인들이 낭독하는 '사도신경'(신앙고백 기도문) 슬프게 들렸습니다.

삼일교회는 1973년 개척됐습니다. 당시의 교회 이름은 '제3교회'였습니다.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에 반대하며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김재준 목사의 영향을 받은 진보적 교인들이 제3의 교회를 지향하며 세운 교회입니다. 한신대 66학번으로 민중신학자 안병무 박사의 제자인 하태영 목사는 1988년 부임했고 삼일교회로 이름이 바뀐 것은 1996년입니다. 삼일교회라는 이름엔 사흘 만에 부활한 예수와 일제하의 삼일운동 정신을 따르자는 뜻이 담겼습니다. 

삼일교회는 1977년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 19-26에 위치한 국민주택을 매입해 예배당으로 삼았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흐르면서 오래된 예배당은 금이 가고 비가 샜지만 가난한 교인들은 손을 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20년 동안 한 푼 두 푼 건축 헌금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모은 건축헌금 5억 원으로 2007년도에 대지 85평에 건평 110평짜리 2층 예배당을 지었습니다. 
 

 강제철거 싸움을 이겨낸 홍대 앞 '두리반' 주인인 소설가 유채림씨는 강제 철거당한 '삼일교회' 교인이다. 유씨가 강제 철거당한 '삼일교회'(사진 속 붉은 벽돌이 삼일교회 벽돌이다) 앞에 서 있다.
▲  강제철거 싸움을 이겨낸 홍대 앞 '두리반' 주인인 소설가 유채림씨는 강제 철거당한 '삼일교회' 교인이다. 유씨가 강제 철거당한 '삼일교회'(사진 속 붉은 벽돌이 삼일교회 벽돌이다) 앞에 서 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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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1월 강제 철거당한 삼일교회 교인들이 은평구청 앞 마당에서 길거리 예배를 드리고 있다.
▲  2015년 11월 강제 철거당한 삼일교회 교인들이 은평구청 앞 마당에서 길거리 예배를 드리고 있다.
ⓒ 삼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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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교회를 헐고 새 예배당을 짓는 데 30년이나 걸린 것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등 가난한 교인들뿐 아니라 한 은퇴 신부는 빈병을 주워 팔아 삼일교회에 헌금했습니다. 그렇게 지어진 교회의 입당 예배는 눈물과 감사로 얼룩졌습니다. 비가 새지 않는 삼일교회 새 예배당은 예루살렘의 그 어떤 성전 못지않은 성전이었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교인들의 눈물 겨운 정성으로 지어진 삼일교회는 하루 아침에 강제 철거되고 말았습니다. 하태영 목사의 증언입니다.

"2015년 11월 18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강제 집행됐습니다. 조합장과 재개발조합 측은 협상 중에는 강제철거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놓고서 약속을 깨버렸습니다.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성전인데, 가난한 교인들의 정성으로 지은 눈물겨운 예배당인데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재개발조합은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교회 성물(聖物)들을 들어냈습니다. 교인들은 부서지는 교회를 보면서 울부짖었고 힘도 없는 저는 하나님을 부르며 탄식했습니다. 그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삼일교회 교인들은 자기 교회에서 쫓겨난 첫 번째 주일인 11월 22일 재개발 인허가권자인 은평구청에 항의하기 위해 구청 마당에서 길바닥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 이후 3개월 내내 강제로 쫓겨난 삼일교회 정문 앞 인도에서 추위에 떨며 예배를 드렸습니다. 하 목사는 촛불 기도회로 진행된 성탄절 길바닥 예배에서 "분쟁으로 얼룩진 곳에 평화를 베푸소서!"라고 기도하면서 교인들에게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당부했습니다. 

550일째 농성 중인 철거민들의 피눈물을 아십니까?
 

 부활절 두 번째 주일인 4월 23일 삼일교회 교인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  부활절 두 번째 주일인 4월 23일 삼일교회 교인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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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번 1-2구역 철거민들이 은평구청 앞 마당에서 550일째 농성하고 있다.
▲  녹번 1-2구역 철거민들이 은평구청 앞 마당에서 550일째 농성하고 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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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이 세대에서 부한 자들을 명하여 마음을 높이지 말고 정함이 없는 재물에 소망을 두지 말고 오직 우리에게 모든 것을 후히 주사 누리게 하시는 하나님께 두며 선을 행하고 선한 사업을 많이 하고 나누어 주기를 좋아하며 너그러운 자가 되게 하라. 이것이 장래에 자기를 위하여 좋은 터를 쌓아 참된 생명을 취하는 것이니라." (디모데전서 6장17절~19절)

삼일교회 교인들은 지난 4월 23일 주일예배에서 '디모데전서'를 봉독했습니다. 선한 일을 많이 하면서 너그럽게 사는 것이 참된 삶이라고 권면한 것입니다. 하지만 하늘의 뜻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자기 집과 교회에서 쫓겨난 이들이 눈물로 예배를 드리고 노숙 농성으로 고통을 겪고 있었지만 재개발 조합과 입주권을 산 이들은 억대의 프리미엄(웃돈)을 취하고 있습니다. 

녹번 1-2구역 재개발 시공사는 삼성물산입니다. 이 회사의 아파트 브랜드인 래미안(來美安)에는 '편안함과 아름다움이 한데 어우러진 주거 공간'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다들 래미안일까요. 그렇지 못합니다. 쫓겨난 원주민들은 5월 12일 현재 550일째 은평구청 마당과 3호선 녹번역 앞 재개발 현장 앞에서 대책을 촉구하며 장기 농성 중입니다. 이들에게 래미안은 피눈물입니다. 

내년 12월 입주 예정으로 재개발 중인 녹번 1-2구역 '래미안 베라힐즈'는 지하 4층~지상 20층 20개 동으로 총 1305가구(전용면적 59~114㎡) 규모입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4월 현재 20평대와 30평대 입주권은 분양가에 비해 1억 3000만 원에서 1억 5000만 원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합니다. 자기 집을 빼앗긴 이들의 피눈물이 투기꾼들의 먹잇감이 되고 만 것입니다.

"은평구청과 삼성물산과 재개발조합에 각성을 촉구합니다!"
 

 녹번 1-2구역 재개발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재개발공사 중인 현장.
▲  녹번 1-2구역 재개발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재개발공사 중인 현장.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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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일들은 위법으로 진행된 게 아닙니다. 녹번 1-2구역 재개발조합과 시공사 삼성물산 그리고, 인·허가를 내준 은평구는 합법적 절차를 밟았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건장한 용역들이 진을 친 가운데 강제집행이 됐지만 집행관 입회 아래 진행된 삼일교회 철거는 합법적이었습니다. 문제는 합법이란 이름으로 쫓아내도록 보장한 개발악법입니다. 

악법으로 지목된 법은 군사정권 때 만들어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아래, 도정법)입니다. 도정법은 보상가를 개별공시지가 수준에서 결정하는데 이는 인근 지역의 주택 시세와 비교해 차이가 크게 발생합니다. 녹번 1-2구역에서 철거당한 164가구 대부분이 공시지가의 60~70% 정도 보상금을 받고 쫓겨났다는 것입니다. 삼일교회 또한 공탁된 보상금으로는 마땅한 교회를 매입할 수 없어서 합의를 거부했습니다. 재개발조합은 법원에 공탁금을 걸어 놓고 강제 집행했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사유재산권은 재개발현장에선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녹번 1-2구역을 비롯한 재개발지역의 가난한 원주민들은 감당하기 힘든 분담금 때문에 분양권을 포기했고 현금 청산된 원주민 상당수는 세입자로 전락했습니다. 자기 집을 빼앗기고 도시빈민으로 전락시키는 재개발이 너무 억울한 원주민들은 2년이 다 되도록 농성하고 있습니다. 용산 참사의 비극이 아직 생생하고 철거민들의 피눈물은 거리를 적시고 있지만 투기 세력들은 가난한 이들의 고통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프리미엄 등의 잇속 챙기기에 급급합니다. 이게 사람 사는 세상입니까. 

이들 철거민들도 재개발을 반대하진 않습니다. 반대하는 것은 주거권을 침해하면서 재산피해를 강요하는 재개발 방식입니다. 재력과 정보를 가진 투기세력들이 프리미엄을 챙기면서 가난한 원주민들은 도시빈민으로 추락시키고, 가족들을 뿔뿔이 헤어지게 하는 야만적인 재개발, 시공사와 투기세력의 이익을 보장하는 재개발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하태영 목사가 은평구청과 삼성물산 그리고 재개발 조합과 한국교회를 향해 각성을 촉구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녹번 1-2구역 재개발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래미안 베라힐즈' 공사에 한창이다.
▲  녹번 1-2구역 재개발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래미안 베라힐즈' 공사에 한창이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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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일교회에서 기도 중인 하태영 목사.
▲  삼일교회에서 기도 중인 하태영 목사.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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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인 원주민과 작은 교회가 재개발조합과 시공사의 합법적 폭력에 희생되고 있는데도 은평구청장과 담당 공무원들은 알량한 법을 내세우며 외면하고 있습니다. 구청장과 공무원들은 재개발이 지역발전이란 구시대적 개발논리에 사로잡혀 원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재개발 인허가권을 행사했습니다. 약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없는 법집행은 비극과 반발을 낳기 마련입니다. 

삼일교회는 재개발 계획 당시 '존치' 아니면 '대토'를 요구했지만 은평구청은 삼일교회가 등기부상에 종교부지가 아닌 대지라는 이유로 현금청산자로 분류했습니다. 종교시설 판단은 '고유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지목'으로 구분하지 않는 것이 상식임에도 은평구청은 이를 자의로 해석함으로써 삼일교회를 재개발조합과 삼성물산의 먹잇감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40여 년 전에 조성된 서울 시내 대부분의 교회는 종교부지가 아닌 대지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삼성을 한국 최고의 기업이라고 하고 삼성물산이 만든 래미안을 명품 아파트로 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합법이란 이름으로 원주민과 교회를 쫓아냈고 쫓아낸 그 땅 위에 래미안을 짓고 있습니다. 래미안은 명품 아파트가 아니라 쫓겨난 사람들이 흘린 피눈물 위에 짓는 바벨탑 같은 욕망의 덩어리입니다. 이런 기업을 과연 글로벌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재개발로 인해 마을공동체는 산산 조각나고 말았습니다. 가난한 이웃들을 개발 이익의 제물로 삼은 재개발조합은 하늘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저희들은 그나마 임시예배당인 예배처소가 있지만 자기 땅에서 쫓겨나 세입자로 전락한 원주민들은 도시빈민으로 전락했습니다. 오랜 세월을 거리에서 농성하고 있는 원주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한국 교회는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의 각성 또한 촉구합니다."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이 되어 주십시오!"
 

 2014년 11월 녹번 1-2구역 비상대책위 주민들이 은평구청 앞에서 공시지가보다 낮은 감정평가액에 반발해 재감정을 요구하고 있다.
▲  2014년 11월 녹번 1-2구역 비상대책위 주민들이 은평구청 앞에서 공시지가보다 낮은 감정평가액에 반발해 재감정을 요구하고 있다.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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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나라냐!"

이건 나라가 아닙니다. 불법 부당한 세력들은 약자들의 집을 빼앗고 삶을 짓밟았지만 그들은 언제나 합법적이었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울부짖고 몸부림쳤지만 부당한 일조차 합법으로 뒤바꾸는 그들을 상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입니다. 살기를 원하는 철거민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사건이 용산 참사입니다. 주거권을 빼앗긴 이들이 울부짖는 나라, 이웃의 피눈물을 외면하는 비인간적인 사회에서 과연 인간다운 삶이 가능할까요. 

"나라를 나라답게"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캐치프레이즈인 '나라를 나라답게'
▲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캐치프레이즈인 '나라를 나라답게'
ⓒ 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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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께서 내건 대선 캐치프레이즈입니다. 제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어주십시오. 불의와 편법이 판치는 야만의 나라를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나라로 바꿔 주십시오. 재벌기업과 자치단체와 재개발조합의 합법적인 폭력을 중단시켜 주십시오. 합법이란 미명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재산을 빼앗는 도정법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투기세력에 의해 가난한 사람들이 쫓겨나지 않도록 주거권을 보호해주십시오. 가난한 사람들이 더 이상 투기세력의 제물이 되지 않도록 보살펴주십시오.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이 보장돼야 나라다운 나라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권을 합법적으로 빼앗은 야만의 법과 제도가 사라져야 나라다운 나라입니다. 투기에 미쳐 날뛰는 세력들을 일벌백계해서 미친 집값을 바로잡아야 나라다운 나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사회적 약자들이 당당하게 살 수 있게 해주십시오. 더 이상 눈물과 피눈물을 흘리지 않게 해주십시오. 문재인 대통령님으로 인해 삶의 희망을 이야기하며 살고 싶습니다. 가난한 사람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정의로운 나라로 만들어 주십시오. 문재인 대통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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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 대선톡 '그것이 묻고 싶다' 바로가기 >

덧붙이는 글 |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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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비판할 수 있으나 그 비판은 저주가 아닌 사랑의 매가 되어야 합니다
 
편집국  | 등록:2017-05-15 09:15:21 | 최종:2017-05-15 10:40:4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선거가 끝났기에 가급적 정치 이야기 안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럼에도 오늘은 이야기 좀 해야겠습니다. 이 글 읽다보면 어용지식인 한 사람 탄생했다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그런 비난이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저도 문재인 정부탄생에 일말의 책임이 있습니다. 선거운동 기간 중 공개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고 그의 당선을 위해 미력이나마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습니다. 이런 활동은 저로서는 지난 30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이런 활동을 한 것은 그만큼 이번 선거에서 정권교체가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과 박근혜에 의해 철저히 망가져 가는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게 너무나 비통했습니다. 이번마저 정권을 그들 손아귀에 바친다면 대한민국은 회생할 수 없는 상태까지 빠질 것이라 걱정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할 때면 밤에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촛불집회가 한참일 때 저는 런던에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혼자 밤을 새며 떨리는 맘으로 글을 썼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 글에 공감을 표시해 주었습니다. 정권교체가 우리 모두의 간절한 희망이었다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갈망하던 정권교체를 이루어냈습니다. 반듯한 사람 문재인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선출했습니다. 지난 며칠만 보아도 우리는 먹지 않아도 배가 부릅니다. 우리의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매일같이 확인합니다. 기쁘지 않습니까? 저는 정말 기쁩니다.

저는 문재인 정부가 역사에 남는 성공적인 정권이 되길 앙망합니다. 그의 공약 중 많은 것들이 임기 중 빛을 보길 간절히 원합니다. 그가 임기를 종료하고 자리에서 내려올 때 많은 국민들이 아쉬워하고 그에게 큰 박수를 쳐주길 고대합니다. 이제 우리도 그런 대통령을 볼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되는 데 제가 무엇인가 해야 한다면 그것을 마다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저를 누군가가 어용지식인이라고 말한다면 저는 그것을 훈장이라 생각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정치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무슨 자리를 탐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말과 글로서 이 정부의 성공을 빌겠다는 것입니다. 과연 문재인 정부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저는 문재인의 겸손함을 믿습니다. 그는 어려운 사람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합니다. 저는 지난 며칠간 그가 보여준 낮은 자세로의 행보에 감동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홍보용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 문재인의 적나라하고도 자연스런 표현입니다. 저는 그가 앞으로도 임기 끝날 때까지 그런 자세를 유지하리라 믿습니다. 매일같이 청와대 하급직원들과 식사는 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의 마음은 그들에게 전달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문재인의 그 섬세한 소통능력과 그것을 위한 열정을 믿습니다. 그는 진정 국민들과 소통을 원합니다. 그는 총리, 국정원장과 비서실장을 지명하는 것을 알리기 위해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아마 이런 일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흔치 않는 일일 것입니다. 제가 알기엔 문재인은 원래 수줍은 사람입니다. 사람 앞에 서서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결코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가 이렇게 소통을 하고자 하는 것은 이명박, 박근혜 두 정권의 실패 원인을 국민과의 소통부재에서 찾기 때문입니다. 그는 국민들과 소통하지 않고 대통령이 권력자로 군림하는 순간 정권은 최후를 맞이할 것을 잘 압니다. 그렇기에 저는 그의 소통노력이 정권 끝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성공여부는 그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합니다. 그 노력을 인정하는 국민들의 지지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집권초기 정치지형은 절대적으로 불리합니다. 의회는 여전히 여소야대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다수 야당을 상대하면서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선 믿을 것은 국민지지밖에 없습니다. 여소야대라고 해도 지지율이 지금처럼 70, 80%에 이르면 야당도 협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지지율이라면 호시탐탐 트집을 잡으려는 보수언론도 잠재울 수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 만나는 우리 대부분은 문재인 정부를 만드는 데 일조했습니다. 이제 그 정부를 성공시키는 일이 우리 앞에 놓여져 있습니다. 지지와 협력이 그 방법입니다. 우리는 말과 글로서 지지하고 협력할 겁니다. 이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물론 지지와 협력을 무조건적으로 요구할 수 없습니다. 그 요구의 전제는 문재인 정부의 비상한 노력입니다. 겸손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지속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빈다고 해서 정권의 잘못까지 눈을 감을 순 없습니다. 인간 문재인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것만으로 이 정권이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시간이 가면 새 정권도 분명 실수를 저지르게 될 것입니다. 그 실수에 대해 우리는 신랄하게 비판할 것입니다. 문제는 이 정권이 정녕 성공하길 바란다면, 비판하되 저주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저주는 불행을 비는 것이기에, 비판을 가장한 저주가 넘칠 때 정권은 오래 갈 수 없습니다.

결론은 이것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선 우리들의 지지와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때론 비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판은 저주가 아닌 사랑의 매가 되어야 합니다. 이런 지지와 협력 속에 두 번의 선거, 곧 내년 지방선거와 3년 후 총선에서 압승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5년 후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박수를 받으며 청와대를 떠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그것을 고대하고 또 고대합니다.

박찬운 /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4194&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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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한국 새 대통령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

 

Posted by: 편집부 in Headline, Topics, 정치 2017/05/12 12:42 0 

뉴욕타임스, 한국 새 대통령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 

– “문재인 대통령 선출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드라마 막 내려져” 

– “북한과의 대화 통한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 기대해” 

– “북한은 어느 때보다 강해져… 곧 미국에게도 군사적 위협 될 것” 

 

뉴욕타임스는 지난 화요일 한국의 새 대통령으로 선출된 문재인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에 주목했다. 

 

뉴욕타임스는 10일 ‘Readers Speak Out on South Korea’s New Leader – 독자들이 한국의 새 대통령에 대해 말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집권으로 지난 1년간 이어진 대규모 거리 시위 및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전국가적 드라마의 막이 내려졌다고 보도하며, 문 대통령과 그의 정책에 대한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는 기사에서 한국의 정치적·사회적 분열이 봉합되기를 원한다는 독자들의 의견을 전하는 한편, 북핵 위협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독자들의 의견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서울 거주 뉴욕타임스 독자인 테어도어 윤주 씨는 문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위임 받은 권한으로 북한과의 평화로운 대화를 이끌어내고 재벌의 부패를 청산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뉴욕타임스는 자신을 보수적인 성향이라고 밝힌 서울의 이윤정 씨가 보수 후보에게 투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에 더 큰 안정성과 경제 성장을 가져다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북핵 위협에 큰 우려를 표명한 독자들의 의견도 소개됐다.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레베카 문 씨는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고, 시카고의 오거스트 루드게이트 씨는 북한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위협하고 있으며 곧 미국에게도 군사적 위협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다음은 뉴스프로가 번역한 뉴욕타임스 기사 전문이다. 번역 감수 : 임옥 기사 바로가기 ☞ http://nyti.ms/2q5ISxo


[저작권자: 뉴스프로, 기사 전문 혹은 부분을 인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 주십시오.] https://thenewspro.org/?p=26049

 

Readers Speak Out on South Korea’s New Leader 독자들이 한국의 새 대통령에 대해 말하다. President Moon Jae-in of South Korea after his inauguration in Seoul, South Korea, on Wednesday. YONHAP, VIA ASSOCIATED PRESS 수요일 한국 서울에서 취임식을 마친 한국 대통령 문재인. (연합뉴스 via AP) By THE NEW YORK TIMES MAY 10, 2017 South Koreans went to the polls on Tuesday and elected Moon Jae-in, a center-left human rights lawyer, capping a remarkable yearlong national drama that brought mass street protests and the impeachment and imprisonment of former PresidentPark Geun-hye. 지난 화요일 한국인들이 대선 투표에서 중도 좌파 성향의 인권 변호사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하면서, 대규모 거리 시위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및 구속수감으로 이어졌던 1년간의 전국가적인 대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Hundreds of readers responded to the election results, telling us that they hoped to see the country mend the political and social divisions that widened during the impeachment of Ms. Park. They also expressed concerns about what they see as entrenched economic corruption and an intractable threat from North Korea. Here is a small sampling of their thoughts. 수백 명의 독자들이 한국의 대선 결과에 대해 응답하며 박 전 대통령 탄핵 기간 동안 더욱 벌어진 정치적·사회적 분열이 봉합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또한 깊숙이 자리 잡은 경제적 부패와 다루기 힘든 북한의 위협 등에 대한 우려도 표현했다. 다음은 그들의 생각을 보여주는 일부 예시들이다. Time to move on and clean up 앞으로 나아가 정리할 시기 “After a year of soul searching, candlelight vigils, real drama (you did not have to watch any soap operas on television), and impeachment of a sitting president, it is about time for the nation to move forward. “To be sure, the conservatives will continue to raise objections, but Moon Jae-in now has the mandate of the people and he must deliver on his promises. I expect him to engage in peaceful dialogue with the North, clean up the graft among family-owned mega corporations (chaebol), and find ways to strengthen the role of civil society in promoting gender equality, addressing social inequalities, and combating poverty/social exclusion.” — Theodore Jun Yoo, 45, Seoul “일년간 이어진 자아 성찰, 촛불시위들, 현실의 드라마 (TV 멜로드라마를 볼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마무리된 이후, 이제 한국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분명히 보수파들은 계속해서 반대론을 제기할 것이지만, 문재인은 이제 국민들로부터 위임 받은 권한이 있고 자신의 공약들을 이행해야만 한다. 나는 그가 북한과의 평화로운 대화를 이끌어내고, 가족 소유 거대 기업들(재벌)의 부패를 청산하며, 양성 평등을 증진시키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며 빈곤 및 사회적 배제 등을 물리치는 데 있어 시민 사회 역할을 강화하는 방법을 찾아 줄 것으로 기대한다.” — 테어도어 윤주, 45세, 서울 “Let’s hope that he will help South Korea move on from his predecessor’s corruption, steer the nation through economic difficulties, and offer solid leadership in the face of North Korea’s threats.” — NM, New York “그가 한국이 이전 대통령들의 부패에서 벗어나도록 해주고, 경제난 속에서 나라를 잘 이끌어 나가고, 북한의 위협에 마주해 굳건한 지도력을 발휘해 줄 것을 기대해 보자.” — NM,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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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clear path for dealing with the North 북한을 다루는 쉬운 길은 없다 “Even though I am a rather conservative and voted for one of the conservative candidates, I am not dissatisfied with the result …. The most critical issue facing South Korea is North Korea’s attempt to carry out its nuclear and missile tests. I assume that Mr. Moon will create a peaceful atmosphere on the Korean Peninsula through talks with the North and the close cooperation with the U.S., resulting in a more stability on the peninsular and economic growth.” — Yoon-jeong Lee, 49, Seoul “나는 다소 보수적인 성향이며 보수 후보들 중 하나에 투표를 했지만,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 불만스럽지 않다… 한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실험 이행 시도이다. 나는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와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한반도에 더 큰 안정성과 경제 성장을 가져다 줄 것이라 생각한다.” — 이윤정, 49세, 서울 “The result from Tuesday’s election is an extension of the impeachment process. It’s something that I dearly wanted to avoid, but also something that I could see happening. “At the same time, I am still shocked. I thought the debates would prove to be a bigger influence especially since we had such a short time leading up to the elections. Moon didn’t seem reliable in any field, whether it be security or economy. … “I don’t believe we can solve North Korea’s nuclear threat through dialogue. We tried — and for 10 years, too. It didn’t work. Did taking a harder stance against North Korea work? I believe so. … Kim is not going to give up on what he believes to be sustaining his regime, especially when he is very close to reaching his ultimate goal. Dictators are not normal political leaders, and we cannot treat them so.” — Rebecca Moon, Berkeley, Calif. “화요일 선거 결과는 탄핵 과정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다. 정말 원치 않던 것이지만 그렇게 될 것 같았다. 그렇지만 동시에 난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까지의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토론이 커다란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했다. 문재인은 안보나 경제 어떤 분야 에서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 대화를 통해서 북한의 핵무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이나노력했다. 이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북한에게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난 그렇게 생각한다. …김정은은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라고 믿는 것을, 특히 그 최종 목표에 아주 근접한 시기에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독재자들은 일반적인 정치 지도자가 아니며, 우리는 그런 식으로 그들을 대우할 수는 없다. — 레베카 문, 켈리포니아 버클리 “As an overseas South Korean citizen, I voted for Mr. Moon a few days ago during the overseas ballot period. So happy to see him becoming my next president. I want Americans to acknowledge that Mr. Moon is not pro-North Korea. In previous statements, he made clear that the reopening [of the] Kaesong Industrial Complex and further economic cooperation can take place only when there is a significant progress in the nuclear negotiation. To be honest, I don’t really consider Mr. Moon as a liberal. He is more like a center-right candidate. But it’s the unique South Korean political environment that makes him look like a liberal politician.” — SW, Boston “재외 국민으로서 나는 며칠 전 해외투표 기간에 문재인에게 투표했다. 그가 차기 대통령이 되어 정말 기쁘다. 나는 문재인이 친북이 아니라는 것을 미국인들이 알기를 바란다. 이전 발표문에서 그는 핵 협상에서 현저한 진전이 있어야만 개성공단의 재개 그리고 경제 협력 등이 있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솔직히 말해 나는 문재인이 진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중도 우파에 가깝다. 그러나 한국의 특이한 정치 환경이 그를 진보 정치인으로 보이게 한다.” — SW, 보스턴 “South Korea tried rapprochement. It failed, giving North Korea eight years to develop its nuclear program. South Korea then tried to punitive incrementalism. That, too, failed, giving North Korea eight more years. “The key is China. As long as China continues to support the North, the North will continue to develop its nuclear program. If the South wants a diplomatic solution, China must participate. But China has thus far refused. “The only thing that appears to have rattled China is the sudden ratcheting up of U.S. military presence. But the U.S. military presence has alienated South Koreans, and the U.S. can’t lose South Korea as an ally. “However, North Korea is more capable than ever before. In addition to South Korea, it now poses a military threat to Japan. Soon it will pose a military threat to the U.S. “It’s a conundrum….I don’t know what the solution is, but I do know that South Koreans are deluding themselves if they think it’s a return to rapprochement.” — August Ludgate, Chicago “한국은 화해를 시도했다. 이는 실패했고 북한에게 핵을 만들 수 있는 8년의 시간을 주었다. 한국은 점진적인 처벌 정책을 펼쳤으나 이 역시 실패해서 8년을 더 주었다.” “핵심은 중국이다.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한 북한은 핵 계발을 계속 이어 갈 것이다. 만약 한국이 외교적 해결책을 원한다면 중국이 참여해야한다. 그러나 중국은 지금까지는 이를 거절했다.” “중국을 움직이게 할 것 같은 유일한 방법은 미군의 존재를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군 주둔은 한국인들을 멀어지게 했고 미국은 동맹으로서 한국을 잃을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은 이전 어느 때보다도 더 강해졌다. 한국뿐 아니라 이제 일본도 위협하고 있다. 곧 미국에 까지 군사적 위협이 될 것이다.” “이것은 어려운 문제이다….해결책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한국인들이 화해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면 한국인은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이다.” — 오거스트 루드게이트, 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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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rns over renewed ‘Sunshine Policy’ 재개된 ‘햇볕정책’에 관한 우려 “Coming from a very conservative household, my family and I were appalled by the outcome of the recent Korean election. One of the many reasons why I voted against Moon was due to his stance on the issue of North Korea. He seems to believe in the Sunshine Policy of his liberal predecessor, which essentially played a major role in financing the current nuclear capability of the North that threatens us today. “South Korea has historically been a shrimp caught among whales. In recent years, we seemed to have finally avoided this fate by growing our partnerships with the United States on our joint commitment to pressuring North Korea. Now that Moon is in charge of the country, I fear we will yet again repeat our fate as a fragile nation with our two ears presented to both super powers to be yelled at. Who will pay the price? It is us, the younger generation.” — Matthew (SJ) Oh, Richmond, Va. “아주 보수적인 가정에 자란 나와 가족은 최근 한국 선거의 결과에 기겁했다. 내가 문재인 후보를 찍지않은 많은 이유들 중의 하나는 문재인 후보의 북한에 대한 입장 때문이었다. 그는 오늘날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현 핵보유 능력에 재정을 지원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 그의 전임 진보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신뢰하는 듯하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고래들 사이에 낀 새우였다. 최근 몇 년 간 우리는 마침내 북한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미국과의 공동 노력을 통해 동반자 관계를 키우면서 이러한 운명을 피해온 듯했다. 문재인이 정권을 잡으며 이제 나는 우리가 취약한 국가로서 또 다시 두 거대 세력이 우리에게 양쪽에서 큰 소리를 질러대는 운명이 반복될까 두렵다. 누가 대가를 치를 것인가? 바로 젊은 세대인 우리다.” — 메튜(SJ) 오, 버지니아 리치몬드 “As a Korean-American, I know the fact, the Sunshine Policy would work the best with NK. There is no perfect approach when you deal with NK. The fact is that the past two right-wing regimes of SK totally destroyed the relationship with NK and led them to focus on the development of nuclear weapon. Yes, the sunshine policy will not solve the issue entirely but it would work as a leverage to bring piece to the Korean Peninsula. I’m so happy to see Mr. Moon was elected! The impeached former president Park Geun-hye brought down the country to the total disaster.” “미주동포로서 나는 햇볕정책이 북한과의 관계에 가장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북한을 대할 때 완벽한 접근방식이란 없다. 한국의 과거 두 우익 정권은 북한과의 관계를 완전히 망쳐 놓았으며, 두 정권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초점을 맞추게 했다. 그렇다. 햇볕정책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지만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지렛대가 될 수는 있다. 문재인이 당선되어 나는 정말 행복하다.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국을 완전한 재앙 상태로 만들었다.” — Ted Song, Portland, Ore. — 테드 송, 오레건 포틀랜드 [번역 저작권자: 뉴스프로, 번역 기사 전문 혹은 부분을 인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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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삶 옥죈 보안관찰법에 맞서는 #내가 강용주다!

 

등록 :2017-05-12 20:19수정 :2017-05-12 21:16

 

 

[토요판] 커버스토리 이진순의 열림
보안관찰법과 싸우는 의사 강용주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한때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을 멍에처럼 지고 살았다. 1980년 5월 광주항쟁의 마지막 시민군이었던 열여덟 살의 소년은 도청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카빈총을 버리고 도망쳤다. 그의 소년기는 그날로 끝이 났다. 82년 전남대 의대에 입학한 뒤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던 그는 85년 안기부에 체포된 후 두 달간의 혹독한 고문 끝에 ‘간첩’이 되었다. 그는 폭도였고 빨갱이였고 ‘쓰레기통에 처박힌 영혼’이었다. 그가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로 14년간 복역하며 전향서와 준법서약서를 끝내 거부한 것은, 무너진 자신을 바로 세워 망월동 묘지 앞에 떳떳이 서겠다는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출소 후 의사가 되어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던 강용주는 요즘 18년간 그를 옥죄어온 보안관찰법에 정면으로 맞설 것을 선언했다. 국가폭력에 맞서서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지키려는 그를 지지하며 많은 이들이 ‘#내가 강용주다!’ 해시태그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봄날이라고 다 같은 봄날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기뻐하고 안도하고 축하하는 봄날에도, 누군가는 미세먼지 자욱한 고공에서 농성을 벌이다 탈진하고, 누군가는 모로 누운 선실의 뻘흙과 철판더미 아래에서 자식의 흔적을 찾느라 애태우고, 누군가는 고향마을에 난입하는 군 트레일러를 막겠다고 고단한 노숙을 한다. 어떤 이에게는 이 5월의 봄날이 ‘장미대선’의 축일이지만, 누군가에겐 37년 전 5월의 아픔과 상처가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악몽의 기일이다. 이 좋은 날, 왜 여전히 과거의 기억에 머물러 있냐고 윽박지르는 것은 야만이다. 기쁨은 슬픔에게 빚이 많다.

 

“연약한 인간이 사람으로서 자신을 생각할 때 포기할 수 없는 지점이 있는 거예요. 더 이상 비겁할 수 없는 막다른 지점. 전향제도와 저와의 싸움이란 건 그래요. 보안관찰법도 마찬가지고요.” 지난달 28일 열린 첫 공판에서 그는 ‘어느 순간에도, 어떠한 불이익이 오더라도’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해서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연약한 인간이 사람으로서 자신을 생각할 때 포기할 수 없는 지점이 있는 거예요. 더 이상 비겁할 수 없는 막다른 지점. 전향제도와 저와의 싸움이란 건 그래요. 보안관찰법도 마찬가지고요.” 지난달 28일 열린 첫 공판에서 그는 ‘어느 순간에도, 어떠한 불이익이 오더라도’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해서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강용주(55)는 슬픔을 섣불리 위안하려 들지 않는다. 그는 깊고 예리한 고통의 흔적을 품고 살아왔다. 그는 1980년 5월 광주의 죽음을 생생히 목격한 소년 시민군이었고, 85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발표한 이른바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14년간 복역한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였다. 99년 출소한 뒤 뒤늦게 복학해서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되었고, 5·18 피해자를 위한 ‘광주트라우마센터’ 초대 센터장, 국가폭력 피해자를 위한 ‘진실의 힘’ 이사를 맡는 등 자신처럼 깊은 상처를 입은 이들과 함께하는 일에 앞장서왔다.

 

그런 강용주가 최근 다시 법정에 섰다. 보안관찰법상의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되었다는 기사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이쿠!’ 하는 탄식이 저절로 새나왔다. 몇 년 전 사석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는 시종 유쾌하고 편안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가 오랜 고난의 기억을 뒤로하고 평범한 생활인이 된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라도 왠지 모를 부채감을 떨쳐버리고 싶었던 건지 모른다.

 

보안관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용주 전 광주트라우마센터장이 4월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보안관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용주 전 광주트라우마센터장이 4월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그런데 지난달 28일 열린 첫 공판에서 그는 ‘어느 순간에도, 어떠한 불이익이 오더라도’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해서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왜 타협하지 않을까? 투철한 사상범이라서? 타고난 독종이라서? 강용주가 그토록 단호하게 싸우는 이유는 뭘 지키기 위해서일까? 적당히 느슨해지려는 신경줄에 따끔한 불침을 맞은 기분이었다. 대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위치한 그의 진료실로 찾아갔다.

 

 

보안관찰법에 불복종하는 이유

 

그가 진료를 마치는 시간에 맞춰, 그의 병원 아담한 로비에 마주 앉았다. 짧은 곱슬머리에 동그란 안경, 줄무늬 나비넥타이가 멋스러웠다.

 

-진료할 때 이런 복장으로 하세요?

 

“넥타이는 시술할 때 거치적거려서요. 세균의 온상이기도 하고. 노타이로 하기도 그렇고…. 보타이가 싸요. 하나에 3천원.(웃음)”

 

환자들은 넉살좋게 웃음 짓는 이 의사가 어떤 인물인지 알까? 그의 등 뒤로 보이는 진열장에 각종 감사패와 위촉장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그중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권홍보대사로 활동한 데 대한 감사패도 놓여 있었다.

 

-보안관찰법 재판에 대한 기사를 보고, 아직도 이런 게 있었단 말인가 새삼 놀랐어요. 99년에 출소해서 의사로 살고 있는데, 현행법상 뭐가 문제가 된 거죠?

 

“보안관찰법의 신고의무 불이행이죠. 보안관찰 대상자가 되면 3개월에 한 번씩 누구를 만났고 어디를 놀러 갔고 그다음에 생활비는 어디서 벌어서 했고, 거주지를 10일 이상 떠나거나 국외여행을 하게 되면 누구랑 어디를 갔고 목적이 뭔지 신고해야 하고요, 그 외에 관할경찰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모든 내용을 신고하게 되어 있어요.”

 

-보안관찰은 사상범만 대상으로 하나요? 일반 형사사범은 해당이 안 되고요?

 

“보호관찰과 보안관찰은 다른 건데요. 흔히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일반수가 형집행정지로 나온다든가, 성폭력범이 전자발찌를 차고 나온다든가 하는 건 보호관찰이에요. 이건 기한이 정해져 있고 법원이 결정하죠. 이런 처분은 어느 나라에나 있어요. 반면에 보안관찰법은 이미 형을 다 살고 나온 사람을 상대로 해요. 이중처벌인 셈이죠.”

 

-보안관찰법은 다른 나라엔 없어요?

 

“정치적으로나 사상적인 문제로 보안처분을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역사상 예를 든다면, 1차대전 후에 유럽 파시즘이 이런 제도를 뒀었고, 일제 때 독립운동가를 탄압하기 위해 만든 ‘조선사상범 보호관찰령’이 있는데, 일제가 2차대전에서 패망하고 없어졌죠.”

 

-일본에도 없는 게 우리나라에만 남았군요.

 

“파시즘 법률이니까.”

 

-중간에 재심사 기회도 없어요?

 

“2년마다 한 번씩 하게 되어 있는데, 이게 법원의 결정이 아니라 법무부 처분에 의해 갱신이 돼요. 최장 몇 년까지 할 수 있다는 기한도 없고요.”

 

-그럼 평생 갈 수도 있다고요?

 

“네. 무기한이요. 그러니까 새로운 ‘신분법’이라고 할 수 있죠. 근대시민사회가 신분을 타파하는 건데, 이건 새로운 ‘신분’이니까.(웃음)”

 

-보안관찰법에 대해서 위헌제청신청을 하겠다고 하셨어요.

 

“보안관찰 폐지를 주장하면 보안관찰 갱신의 이유가 돼요. 뭐 이런 법이 있어요? 이 법의 폐지를 주장하면 이 법으로 처벌을 한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아니에요? 유신헌법 당시에 긴급조치 1, 2, 9호가 유신헌법에 대해서 폐지를 주장하거나 반대하면 처벌한다는 거였잖아요? 어느 민주국가에서 그 법률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고 처벌을 한답니까? 이건 법이 아니라 폭력이에요.”

 

1985년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14년간 복역한 강용주 전 광주트라우마센터장은 1999년 출소한 뒤 전남대 의대에 복학해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됐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1985년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14년간 복역한 강용주 전 광주트라우마센터장은 1999년 출소한 뒤 전남대 의대에 복학해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됐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전두환에겐 없고 강용주에겐 있는 것

 

보안관찰법 1조(목적)는 “특정범죄를 범한 자에 대하여 재범의 위험성을 예방하고 건전한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해” 보안관찰처분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상의 내란죄나 군형법상의 반란죄, 국가보안법상의 특정 죄목으로 3년 이상 형을 받은 사람 가운데, “재범의 방지를 위한 관찰이 필요한 자”에 대해 보안관찰처분을 하는데, 그 정확한 숫자는 “국가기밀”이라고 해서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국정감사 때 일부 공개된 내용을 보면, 전체 2500~2600명 대상자 가운데 보안관찰 피처분자는 43~46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85년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 휘말려
14년 감옥살이한 ‘비전향 장기수’
출소 뒤 2002년부터 보안관찰 처분
3개월마다 행적 경찰서장에 신고의무
보안관찰법 위반 혐의로 다시 법정에

내란죄·국가보안법 위반자 등 
재범 방지하겠다며 ‘보안관찰’ 
법무부가 2년마다 처분 재심사
기한규정 없어 ‘무기한’도 가능
‘내란 살인’ 전두환은 처분 안받아

 

 

-보안관찰법에 보면 형법 88조, 내란목적살인죄도 분명히 대상자로 들어간다고 쓰여 있던데, 전두환은 그걸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잖아요? 근데 어떻게 해외여행도 다니고 골프도 치러 다니죠?

 

“29만원밖에 없어서 그런가 봐요. 난 30만원 이상 있는데.(웃음)”

 

-전두환은 처분을 안 받고 강용주는 처분을 받는, 그 기준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건 엿장수 맘이죠.(웃음) 왜 전두환이랑 노태우는 보안관찰 처분을 안 받느냐고 정보공개청구를 한 사람이 있어요. 그랬더니 그 내용도 기밀이라고 공개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황당하군요.

 

“법이 법으로 존립하려면 형평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 나라는 내란이나 반란죄로 수많은 사람을 죽인 이가 국가보안법보다 더 관대한 처벌을 받아요. 전두환이 회고록에서 ‘5·18은 폭도들이고 난동이라고, 자기는 5·18 씻김굿의 희생양’이라고 하잖아요.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이 훨씬 재범의 위험이 큰 건데.”

 

-보안관찰법 11조에 보면 “법무부 장관이 처분 면제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하던데, 이전의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도 면제가 안 되었다는 건 좀 이해가 안 되네요. 조작간첩사건인 줄 알았을 텐데요.

 

“내가 재밌는 얘기 해드릴까요? 제가 2002년에 보안관찰처분을 받고 이것에 대한 취소행정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했어요. 이 사건을 세 명의 변호인이 맡았고요. 그런데 제가 2004년 1월7일날 보안관찰 갱신처분을 받았어요. 근데 그 갱신처분을 낸 법무부 장관이, 내 보안관찰 취소소송을 맡았던 변호사예요. 그분이 법무부 장관이 돼서.”

 

-어떻게 그런 일이?

 

“얘기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2008년에 고문피해자, 조작간첩을 치유하고 상담할 목적으로 ‘진실의 힘’이 만들어졌어요. 저도 가정의학과 전문의 따고 합류했는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제안을 해서 그쪽 공간을 쓰기로 하고 대여섯 번 만났나. 근데 나중에 뭐라고 하냐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예산은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에게만 쓰게 되어 있다고, 조작간첩들은 국가보안법 위반자니까 안 된다고.”

 

-이전 시기에 있었던 고문이나 잘못된 법 적용으로 피해자가 생겼으면, 그걸 바로잡는 게 적폐청산 아닌가요?

 

“적폐를 쌓아온 거죠. 2004년, 2008년…. 내가 의지하고 내 편이라고 믿는 사람들한테 버림받았다는 느낌은 내게 제일 큰 트라우마로 남아 있어요. 안기부 고문실과 법정에서 ‘빨갱이, 간첩’이라고 몰아세울 때, 변호사가 없어서 말 한마디 못했어요. 당시 인권변호사들이 ‘이 사건은 안기부에서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사건이라서 못 맡겠다’고 아무도 선임계를 안 냈거든요. 민주세력이라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인간의 고통이나 아픔에 대한 공감이 결여되어 있었던 거죠.”

 

-특별히 정치활동이나 비합법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신분도 확실한데, 왜 아직도 보안관찰 피처분자로 찍어두고 있는 걸까요?

 

“그냥 괘씸죄죠. 나랑 같은 사건 공범들도 보안관찰에서 다 해제가 되었는데, 나만 빠졌어요. 국가가 자기들의 폭력적 법 집행에 대해서 거부하고 반항하는 걸 용납하지 않겠다는 거겠죠.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을 억압해서 길들이겠다는 거고.”

 

-14년간의 긴 감옥살이를 마치고 뒤늦게 복학하고 의사가 돼서 50대 중반이 되었는데, 내가 이 나이에도 이러고 살아야 되나 회의스러운 적은 없어요?

 

“지난해 12월에 포천요양병원에서 진료하고 있는데 영장도 없이 잡으러 왔더라고요. 첫 번째 드는 생각은, 아이 피곤하네.(웃음) 사람 좀 놔두지, 날 왜 이렇게 피곤하게 하나. 내가 싸움닭도 아니고….”

 

-싸움닭 같은데요.(웃음)

 

“아니, 자기들이 링으로 날 불러냈으니까 어쩔 수 없이 싸우는 거죠. 2010년도에 약식기소로 벌금 150만원 나왔을 때도 내가 싸우려고 들었으면 정식 재판 청구하죠. 나도 조금씩은 비겁하게 살기 때문에(웃음) 그냥 냈단 말이에요. 근데 이번엔 기소를 해서 형사재판에 부쳤으니 어쩔 수가 없잖아요. 조금 비겁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 많이 비겁해야 하는 상황이니, 그렇게는 못하잖아요. 그래서 원칙적인 싸움을 하는 거죠.”

 

 

내 영혼이 쨍하고 금 가던 날

 

-나이는 50대 중반이지만 그간의 인생행로가 너무나 파란만장해서 남들 300년 동안 겪을 일을 50년 안에 다 겪은 분 같아요. 어린 시절은 어땠어요?

 

“광주에서 나고 자랐어요. 부모님은 두 분 다 통영 사람인데, 외가 쪽은 선비 집안에 외삼촌이 수산전문대 나오고 신문기자까지 했던, 말하자면 좌파 인텔리 집안이었죠. 일제 때 치안유지법으로 구속되거나 감옥에서 돌아가신 분도 많고요. 저희 친할아버지는 통영에서 유명한 고리대금업자였어요. 우익이었는데 48년도에 어디론가 끌려가서 돌아가셨죠. 좌우갈등으로 양쪽 집안 모두 화를 당하니까, 아버님이 고향 싫다고, 아무 연고 없는 광주로 멀리 이사를 왔어요.”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 홀로 6남3녀를 키웠다. 용주는 그 가운데서도 엄마가 가장 미더워하는, 착실하고 쾌활한 아들이었다. 80년 5월18일, 동신고 3학년이던 강용주는 금남로 한 제과점에서 여고생들과 미팅을 하러 나갔다가 계엄군의 무차별 살상 현장을 목도했다. 그 순간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친구들과 교회 등사기를 훔쳐다가 광주 고등학생들에게 보내는 유인물을 밤새 찍어냈다.

 

-무섭지 않았어요?

 

“두렵다는 생각보다는 분노가 컸어요. 어떻게 시민을 군인들이 그럴 수 있을까? 제가 총을 들었던 건 26일 저녁이었어요. 그날 밤 도청에 계엄군이 진압을 하러 온다고 하니, 광주를 지키자. 그래서 어머니한테 큰절하고 도청 앞으로 갔죠.”

 

-어머니가 붙잡지 않으셨어요?

 

“가지 말라고 말리셨죠. 그래서 이야기했어요. ‘누군가는 광주를 지켜야 할 거 아닙니까? 무조건 갈랍니다’ 하고요. 그러니까 어머니가 우시다가 잠깐 기다려라 하곤 나가서 담배 두 갑을 사오셨어요.”

 

-아, 어떻게….

 

“어머니가 주신 담배 두 갑을 들고 큰절 올리고 도청 앞 와이엠시에이(YMCA)로 갔죠. 그때 일은 세세하게 기억이 안 나요. 트라우마 탓인가 봐요. 천장의 형광등 불빛이 흐릿하고 차가웠다는 기억만 남아 있어요. 최후항쟁을 하겠다고 간 거니까. 무조건 내일 아침까지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부산항에 미군 항공모함이 와 있다, 인권대통령 카터가 광주를 지키기 위해서 보낸 미군이 지금 광주를 향해 오고 있다고, 오늘 밤만 견디면 미군이 우릴 지켜줄 거라고 믿었죠.”

 

-싸워 이길 거란 승산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목숨을 걸고 거길 갈 수 있죠?

 

“문재학이라고 당시 광주상고 2학년 아이가 있었어요. 재학이가 도청 기동타격대로 있는데 그 아버지가 재학이를 데리러 오셨죠. 그때 재학이가 이랬어요. ‘친구 하나는 21일 집단발포로 죽고, 한 명은 22일 죽었어요. 친구들이 여기서 다 죽었는데 내가 어떻게 버리고 갑니까?’ 하고요. 난 그 마음 알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죠?

 

“죽었어요. 나보고 왜 거길 갔냐고 물으셨죠? ‘내가 바로 너다’ 하는 마음. 재학이가 죽은 친구가 바로 자기라고 생각하듯이. 고통과 아픔에 대한 공감과 연대, 내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갈 거고. 그 자리에 내가 서 있던 건 ‘우연’이지만, 누군가 거기 ‘필연’적으로 서 있을 수밖에 없었던 거죠. 우연한 개인이 역사의 현장에서 필연적인 역할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강용주는 카빈총을 들고 도청 앞 수협 건물을 지키고 있었다. 도청에서 신호가 오면 일제히 사격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이윽고 도청 앞으로 계엄군 척후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잠시 후 도청에서 콩 볶듯 총소리가 들렸다. 기다리던 사격명령은 떨어지지 않았다. 한동안 울리던 총소리가 멈추고 찬물을 끼얹듯 정적이 흘렀다. 얼마나 지났을까? 날이 밝아오는데 시민군들이 머리에 손을 얹고 걸어 나왔다. 그걸 보는 순간 모든 게 끝났다는 생각에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총을 버리고 담을 넘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계엄군의 선무방송이 들려왔다. “폭도들은 들으라. 너희들의 아지트는 군에 의해 완전히 장악되었다. 투항하라. 투항하라….”

 

 

그깟 전향서 한 장이 대수냐고??

 

강용주는 1년 늦게 고등학교에 복학하고 82년 전남대 의대에 입학했다. 학살을 지휘한 자들은 권력을 잡았고 5·18은 ‘폭도들의 난동’으로 규정되었다. 그는 학생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1985년 9월9일 국가안전기획부는 북한공작원에게 포섭당한 미국 유학생과 국내에서 암약하던 간첩단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이었다. 강용주는 고교 선배인 미국 유학생 양동화의 지령을 받고 학원가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사형을 구형받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80년 5월 광주 죽음 목격한 고3
홀어머니 만류에도 총 들었지만
계엄군이 시민군들을 진압하던 날
온몸 사시나무처럼 떨며 도망쳤다

 

82년 전남대 의대 진학해 학생운동

32년전 간첩 활동 거짓 시인한 건
한대라도 덜 맞으려 써준 대로 외워
폭력에 굴복해 개가 된 내 자신…
더이상 포기할 수 없어 전향 거부
“사상 문제로 이중처벌 나라 드물어”

 

 

-85년 9월9일 사건 발표가 났는데, 바로 다음날인 9월10일 엠비시(MBC)가 <학원에 뻗친 붉은 손길>이란 1시간짜리 특집방송을 내보냈어요. 거기 사건 관련자들이 나와서 북한의 지령을 받아 간첩활동을 했다고 시인하는…. 거기 출연하셨나요?

 

“했죠. 팬티 한 장이 주는 위안이 있다는 거 아세요? 제일 무서운 게 그놈들이 수사하다가 ‘야, 옷 벗어. 팬티까지 벗어’ 그러면 아무것도 방어할 게 없어요. 벌거벗은 몸으로 폭력 앞에 내동댕이쳐지는 게 너무 무서웠어요. 고문이란 게 그런 거잖아요. 인간을 죽음 직전의 고통까지 몰고 가요. 한 인간이 갖고 있는 자존감, 자기정체성을 근원에서부터 무너뜨려요. 한 대라도 덜 맞으려고 써준 대로 달달 외워서 했어요.”

 

-누구든 고문 앞에서는 굴복하지 않을 수 없다지만, 그걸 방송에까지 나와서 공개적으로 했으니, 이후에 심리적 상처도 컸겠어요.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죠. 내가 감옥에서 전향서를 거부한 가장 큰 이유. 처음엔 자신을 계속 합리화했어요. 누구나 폭력에는 어쩔 수 없어, 매에는 장사가 없잖아…. 근데 어느 순간 그 한계선에 봉착하더라고요. 폭력에 굴복해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개가 된 자신, 쓰레기통에 처박혀서 울고 있는 상처 입은 내 영혼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둘 중의 하나였어요. 그렇게 무너져서 살든가, 그 상처투성이 속에서 다시 한번 일어서든가.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서 망월동에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었어요.”

 

-전향서나 준법서약서를 거부해서 옥중에서 고생을 많이 했죠?

 

“86년도에 대전교도소에 가서도 전향 안 한다고 몇 년 동안 꽁꽁 묶여서 개밥(손을 뒤로 묶은 채, 입을 대고 밥을 먹게 하는 징벌)을 먹기도 했고 92년 대구교도소, 96년 안동교도소 가서도 그랬어요. 칼날 위에 서서 내가 칼날이 돼서 살고 있는 거였어요. 나는 강철 같은 인간이 아니고 5·18을 겪고 총을 버리고 도망치고, 남산 안기부에 가서 고문에 굴복하고 주절거리는 개가 되고, 그렇게 흔들리고 넘어지고 비틀거리면서 걸어 나오는 사람이잖아요. 그 연약한 인간이 사람으로서 자신을 생각할 때 포기할 수 없는 지점이 있는 거예요. 더 이상 비겁할 수 없는 막다른 지점. 전향제도와 저와의 싸움이란 건 그래요. 보안관찰법도 마찬가지고요.”

 

-‘그까짓 전향서 한 장이 뭐라고 그렇게 힘들게 버티셨냐?’고 반문할 사람들도 있어요.

 

“그깟 종이 한 장이 뭐라고 왜 그렇게 기를 쓰고 국가권력은 그걸 받아내려 했을까요? 전향이라는 말 자체도 일본 애들이 만든 거예요. 민족해방운동가나 사회주의자들에게 전향을 요구했죠. 그 종이 한 장 쓰고 나가서 또 (활동)하면 될 거 아니냐고 하지만, 전향을 한 사람들은 결국은 운동 일선에서 다 탈락했어요. 그깟 종이 한 장이 아닌 거죠. 한 인간의 영혼을 국가권력이 굴복시키는 거예요. 그렇게 굴복하면, 한 인간의 존재가 파괴돼요. 그렇기 때문에 국가에선 그걸 그렇게 집요하게 요구하는 거고요.”

 

 

트라우마는 어떻게 치유되는가

 

-이제 다시 5·18이 다가옵니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상처가 덧나는 이른바 ‘기념일 반응’(anniversary reaction)이란 게 있다죠? 세월이 꽤 흘렀는데, 지금도 그런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분들이 계신가요?

 

“트라우마라는 게 몸과 영혼이 분리되는 거예요. 몸은 여기 있지만 영혼은 그날 그 자리에 갇힌 채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거죠. 트라우마의 치유라는 건, 그날 그 자리를 회피하는 게 아니고, 그날 그 자리를 객관화시키도록 돕는 거예요. 근데 전두환이 지금처럼 회고록에 ‘발포명령 없었고 무차별한 살상은 없었다’고 한다든가, 육사 가서 사열을 한다든가 하면 피해자들은 다시 옛날 상황으로 돌아가는 거죠. 그래서 이분들의 치유에는 사회적인 지지와 공감, 진실규명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국가폭력에 의한 트라우마는, 재해나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와 다른 특징이 있나요?

 

“국가폭력이라는 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줘야 할 국가가 가해자가 되는 거잖아요. 최후의 보루가 없어지는 거죠. 조작간첩이나 5·18이 그랬던 것처럼 국가가 가해자가 되면 피해자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고 왜곡시켜서 2차적 트라우마가 훨씬 커요. 국가에 의한 낙인찍기로 사회적 매장을 당하니까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뭣보다도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불관용 원칙이 중요해요. 광주시민들이 집단발포로 죽었는데 총 쏜 놈은 없는 거예요. 용서를 해주려 해도 용서할 놈이 없네? 사람들은 늘 화해와 용서를 얘기하는데, 용서를 피해자한테 강요하면 안 돼요. 가해자가 사죄하는 것은 필연적 의무예요. 피해자가 그를 용서할지 말지 정하는 건 선택적 권리고요. 이래야만 지속가능한 화해가 되지요.”

 

-97년에 광주민주화항쟁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는데 왜 광주트라우마센터는 2012년에야 개소를 한 거죠?

 

“우리나라의 과거청산은 피해당사자의 고통이 빠진 과거청산입니다. 과거청산을 한다면서 기념관 짓고 기념비 세우고 하는데, 정작 희생자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는 데는 소홀한 거죠.”

 

-늘 그래 왔죠. 위안부 할머니, 5·18, 세월호…. 단원고 졸업생들 만나서 강연도 하셨다면서요. 뭐라고 하셨어요?

 

“나도 그 애들도 ‘살아남은 자’잖아요.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이 있는 거죠. 그래서 이렇게 말했어요. ‘나도 너희들처럼 5·18 때 살아남은 사람이야. 근데 살아남은 니들이 있어서 세월호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거야. 죄스러움을 가질 게 아니라, 살아남아서 증언을 하기 때문에 진실을 드러낼 수 있다는 걸 잊지 마. 그러니 어깨 펴고 살아가자’고요.”

 

상처 입은 이들이 다른 이의 상처를 보듬고 껴안는다. 슬픔의 연대가 힘이 된다. 강용주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그를 지원하는 해시태그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내가 강용주다!

 

녹취 심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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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농, ‘밥쌀용 쌀 수입을 위한 구매입찰’ 철회 요청

전농, ‘밥쌀용 쌀 수입을 위한 구매입찰’ 철회 요청
 
 
 
편집국
기사입력: 2017/05/12 [22:40]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밥쌀용 쌀수입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농민. (사진 : 민중의소리)     © 편집국

 

12일 오전 11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청와대 연풍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에게 밥쌀용 쌀 수입을 위한 구매입찰’ 철회 요청 청원서를 전달했다.

 

전농은 밥쌀용 쌀 수입은 2014년까지는 국제협약에 의해 의무였지만 2015년부터는 의무가 종료된 것으로 굳이 살 필요가 없다며 “3년 전부터 쌀 재고문제로 쌀값이 폭락하는 상황에서 밥쌀 수입은 쌀값 폭락을 부채질 했고 정부와 농민들에게 많은 경제적 손해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전농은 김재수 농식품부장관은 5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저율관세할당(TRQ) (2구매입찰공고를 내면서 밥쌀 25천톤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교묘하게도 공고는 새정부 출범 이틀 전에 하고 입찰은 516()에 함으로써 새정부가 밥쌀 수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들어 놨다고 지적했다.

 

전농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대통령님은 517일 이후부터는 농업적폐 1호를 수용하는 불명예를 안게 되고 농민들은 새정부 출범 10일도 안 돼 실망감을 가질 수 있다며 입찰이 시행되지 않도록 당장 중단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쌀 관세화로 전환하면서 쌀 전면개방이 시행되고 있고저율관세할당(TRQ)으로 매년 408천톤을 수입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게다가 박근혜정부는 TRQ 쌀 중에서 밥쌀용 쌀을 수입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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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서 전문>

 

대통령님촛불항쟁의 뜻을 실현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청원합니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쌀 관세화로 전환하면서 쌀 전면개방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저율관세할당(TRQ)으로 매년 408천톤을 수입하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는 이것도 부족한지 TRQ 쌀 중에서 밥쌀용 쌀을 수입해 왔습니다.

 

밥쌀용 쌀 수입은 2014년까지는 국제협약에 의해 의무였지만 2015년부터는 의무가 종료된 것으로 굳이 살 필요가 없습니다.

3년 전부터 쌀 재고문제로 쌀값이 폭락하는 상황에서 밥쌀 수입은 쌀값 폭락을 부채질 했고 정부와 농민들에게 많은 경제적 손해를 가져왔습니다.

밥쌀 수입은 오직 미국의 이익을 지켜주고한국 통상외교의 자주권을 포기한 행위로써 故 백남기농민이 서울 농민대회에 참석한 이유도 이것 때문입니다.

 

박근혜정권이 시행한 밥쌀 수입은 농업 적폐 1호이며 식량주권 차원에서 자주적으로 대응해야 할 사안입니다.

그런데 김재수 농식품부장관은 5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TRQ (2구매입찰공고를 내면서 밥쌀 25천톤 수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교묘하게도 공고는 새정부 출범 이틀 전에 하고 입찰은 516(에 함으로써 새정부가 밥쌀 수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들어 놨습니다.

 

대통령님,

시간이 없습니다.

516(입찰이 시행되지 않도록 당장 중단 조치를 내려야 합니다.

그리고 농민과 정부 그리고 국회와 전문가들이 모여 쌀 수입에 대한 대책을 논의해야 합니다.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대통령님은 517일 이후부터는 농업적폐 1호를 수용하는 불명예를 안게 되고 농민들은 새정부 출범 10일도 안 돼 실망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는 대통령님의 명예가 아닌 촛불항쟁의 뜻이 시들어버리는 첫 사례로 남아 불행한 앞날을 예고하게 됩니다.

 

농민들의 절박하고 정의로운 호소를 받아 주시리라 믿으며전농이 정부 관계자에게 직접적으로 의견을 내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시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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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7시간’ 기록 복사본 있다.. 안민석 “靑 위민1관 1층 서버!”

 

JTBC “靑, 사무용 복합기 사용 기록 모두 서버에 저장…MB 때 처음 도입”김미란 기자  |  balnews21@gmail.com
 

황교안 전 국무총리(대통령 권한대행)에 의해 30년간 봉인된 ‘세월호 7시간’ 기록이 청와대 내부 서버에 복사본 형태로 남아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9일 JTBC는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팀 취재 결과 “청와대 내부에 있는 사무용 복합기를 통해 단 한번이라도 출력, 복사, 스캔, 팩스(FAX)작업을 거친 모든 문건이 PDF(사진)파일로 남아 있다”며 “대통령기록물뿐 아니라 공무상비밀문서, 일반 문서 등 청와대 내에서 만든 모든 문건이 저장 대상”이라고 전했다.

청와대 협력업체 관계자 A씨 “청와대는 사무용 복합기의 사용 기록을 모두 서버에 저장되는 보안 시스템을 갖췄다”고 폭로했다. 이는 “청와대에서 오래 근무한 직원들도 잘 모르는 사실”이라고 <JTBC>는 덧붙였다. 이 시스템은 이명박 정권 때 처음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청와대 직원이 2014년 4월16일 오전 11시에 문건을 만든 후, 상부 보고를 위해 이를 출력했다면 출력자와 출력일시, 문건의 PDF 파일이 서버에 그대로 저장된다는 것.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최순실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 몰수를 위한 특별법 공청회’에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12일 해당 기사를 자신의 SNS에 공유하고는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라며 “내부자의 제보를 받았다. 청와대 위민1관 1층 서버!”라며 구체적인 장소를 제시했다.

안 의원은 “이 곳에 세월호 7시간 진실이 청와대 서버 안에 남아 있을 가능성을 오늘 청와대 측에 알렸다”며 “세월호 진실을 밝히는 정의로운 대통령을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안 의원은 “세월호 7시간 진실은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턱밑에 있을 수도 있다”며 관련 제보 내용을 SNS에 공개한 바 있다.

 

한편, 황 전 총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 등을 포함한 기록물들을 30년간 봉인 조치 한 데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는 황 전 총리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 불법행위라며 봉인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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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中 왕이의 '투트랙' 제안을 다시 주목하자"

 
[인터뷰] 고려대학교 임혁백 명예교수 ②
2017.05.12 16:16:04
 

 

 

 

문재인 정부 앞에 놓인 길은 험난하다. 특히 동북아시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사드 배치 문제와 중국과 관계 회복 문제, 무엇보다 6차 핵실험을 앞둔 것으로 판단되는 북한 문제 등은 문재인호(號)의 앞날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역으로 생각해보자.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그는 국제 정치의 '문법'에서 자주 일탈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말부터 전문가들이 지겹게 입에 올려 왔던 수사는 바로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것이었다. 예측 불가능한 시대다.  
 
예측은 '시스템'이 만드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년 간 국제정치는 셀수 없는 사건이 더께처럼 쌓여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을 이뤄왔다. 이 경험의 축적에서 여러 법칙들이 도출됐고, 그에 따라 국제정치의 문법이 생성돼 왔다. 우리는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 '시스템'을 따르지 않는 자가 나타났다. 과거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툭툭 말을 내뱉는 인물, 외교적 수사라고는 도저히 사용할 줄 모르는 인물이 미국의 대통령이 됐다. 시스템을 따르지 않는다면 '격변'도 가능할 수 있다. 물론 그 격변이 좋은 방향일지, 나쁜 방향일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그 격변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일 것이다.  
 
불확실성의 시대, 문재인 정부의 출범을 맞아 차기 정부의 과제 및 국제 정세와 관련된 조언을 듣고자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인 임혁백 선생을 찾았다. 
 
임 명예교수는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나와 미국 시카고대학교 정치학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화여대, 미국 조지타운대·듀크대 초빙교수 등을 지냈고, 1998년 고려대학교에서 정치경제론, 국가와 시민사회 등을 강의했다. '민주주의 이론'의 권위자로 미국의 정치 시스템 등에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을 지냈다. 다음은 임 명예교수 인터뷰 전문.편집자 
 
 

▲임혁백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프레시안(박세열)

프레시안 : 대북 정책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향후 문재인 정부는 어떤 대북 정책을 추구할 것으로 보나? 
 
임혁백 : '스마트 포용정책(Smart Engagement)'이다. 문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인 '햇볕정책', 노무현 정부의 '평화와 번영정책'을 계승하되, 대북 포용정책을 새로운 한반도 안보환경 변화에 맞추어 스마트하게 재조정하여 '햇볕정책 2기' 또는 '스마트 포용정책'으로 변환하여 좀 더 실현가능하고 유효한 포용정책을 추구할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정책은 미중이라는 경쟁하는 두 강대국으로부터 안보와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실현 불가능한 모순적인 정책이었다. 이는 미국과 중국 모두로부터 배제당하는 결과를 자초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우리는 한미동맹을 기본 지주로 삼아서 안보를 보장받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그러나 우리는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경제분야에서 지속적인 협력과 교환을 원한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말하자면, 문재인 정부는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하고, 그 바탕위에서 중국과 안보와 경제에서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어야한다. 일본과는 공유된 이익(shared interests)에 기초한 근린외교를 펼쳐야 한다. 아베가 군국주의 외교 (위안부배상, 소녀상, 독도, 역사교과서 등)를 포기하는 것을 한일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삼아야한다.  
 
이를 위해서 미국의 여론 주도층을 설득하는 워싱턴 외교를 펼쳐야한다. '전쟁은 워싱턴에서 결정되었다'를 항시 잊어서는 안된다. 아베가 군국주의 외교를 포기하면, 개방과 협력이라는 포지티브한 김대중 대통령 시대의 개방적 한일관계 정책을 부활시켜,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한류도 살려낼 수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는 무력에 의한 북한체제 붕괴론과 흡수통일론, 이른바 '통일대박'론을 폈으나 성과는 없고 남북 관계는 악화되기만 했다. 이를 폐기하는 게 먼저일 것 같다.  
 
임혁백 : 북한 체제 붕괴론은 1989년, 혹은 1991년부터 나온 것이다. 그런데 근 30년동안 북한은 여전히 끈질긴 생존 능력을 과시하고 3대 세습을 성공시키고 핵능력을 키웠다. 앞으로도 북한 체제 붕괴론의 가정에 근거한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문재인도, 트럼프도 이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전쟁은 어떤 경우에도 피해야한다는 가정하에 대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워싱턴 외교를 통해 북한 붕괴론을 폐기하게 하고 스마트 포용 정책에 따라 실용주의적으로 북한과 미국간에 북미평화협정과 비핵화를 맞교환하는 빅 딜을 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프레시안 : 스마트 포용정책이나 햇볕정책 2기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임혁백 : 지금까지 대북 포용정책은 전략적이지 못했다. 무조건적, '묻지마 포용정책' (unconditional engagement)'은 이제 안된다. 하드 파워의 비중을 줄이고 소프트 파워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그것이 외교다. 북한의 체제를 고도화시키도록 해야 한다. 이를테면, 경제적 지원과 북한의 IT화 지원을 통하여 북한이 스스로 우리에게 달라붙어서 도와달라고 애원하게 만드는 권력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지능정보사회 (intelligent information scoiety)의 외교는 스마트 외교가 되어야 한다. 똑똑하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경분리가 필요하다. 정경연계, 즉 MB의 "비핵개방 3000달러"와 같은 전형적인 정경연계형 조건부적 포용 정책은 시작도 하지 못하고 실패로 판명됐다. 앞으로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문제 해결, 한반도횡단철도를 TSR과 TCR과 연결하여 유라시아 대륙횡단 철도를 완성하려는 프로젝트 등 정치, 군사적 변화에 상관없이 경제적 논리를 가지고 대북 정책을 추진하고 미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 바탕에는 한미동맹 우선주의가 있어야 한다. 북한과의 협약도 한미동맹이 튼튼해야 준수, 이행될 것이다. 북한의 협약 이행은 미국의 협약준수와 한국의 추가 지원으로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동시에 워싱턴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프레시안 : 일단 당장 문재인 정부의 눈앞에는 대미 외교 현안이 있다. 가장 큰 게 사드 문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앞서 언급했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제시해 준다면?
 
임혁백 :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차기 정부와 사드 배치를 유보하는 대신 주한미군 분담금의 획기적 증액과 국방비 증액을 교환하는 딜을 통해 해결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새로운 ABO(Anything But Obama, 오바마가 한 것 빼고 다)에 따라 오바마의 작품인 사드를 많은 비용를 지불하면서 추진하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사드 문제는 정권 교체 후 미국과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주장은 트럼프의 외교의 특성을 파악한데서 도출한 혜안으로 볼 수 있다.  
 
일단 트럼프의 진의를 정확히 파악해 만약 사드 배치 의지가 강하다면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으로 인한 어마어마한 피해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트럼프가 일단 사드 가동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에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철회하도록 설득해줄 것을 주문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사드가 완전 배치돼 가동되려면 한국에서 공론화과정과 국회 비준 절차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 사드를 대체할 요격 미사일인 SM-3(레이더 탑재 이지스 구축함에서 발사하는 미사일로 사드보다 요격거리와 고도가 더 높음. 미국과 일본 이지스함에는 배치됐으나 우리나라는 SM-2만 장착돼 있음)도 협의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미사일방어체계로 사드보다는 SM-3 해상요격미사일체제를 선호한다는 신호가 있다. 따라서 사드는 배치냐, 철수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상 발사 사드를 해상 발사 SM-3로 대체하고 한국은 미군 주둔비나 국방비를 인상하는 방향의 딜이 실용적이고 우리의 국익에도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SM-3가 배치되려면 지금부터 설계에 들어가 2023년부터 차기 이지스함 3척이 가동된다는 점에서 5년간의 공백이 있어 그 사이는 굳건한 한미동맹으로 커버해야 한다. 또한 SM-3로 대체하면 미사일방어체계가 미국과 일본 중심으로 완성되고 한국이 미일 미사일 방어체제에 편입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경계할 필요가 있다. 
 
프레시안 : 정리하면 사드 문제는 트럼프의 주요 외교 주제가 아니며, 사드는 기본적으로 미중간의 외교현안이라는 것 같다.  
 
임혁백 : 그렇다. 사드 배치는 한국의 안보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배치 지역 주민들의 인권, 재산권과 환경권을 심하게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에 협상을 통해 배치하지 않을 수 있다면 배치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 입장은 중국과 미국이 사드를 해결하게 놓아두고 우리는 뒤에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대신 대안을 강구하는 것이 맞다. 국가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일부 주민들의 이익은 희생되어도 된다는 인식은 매우 위험한 사고다. 하찮은 국민의 생명도 소중히 해야한다는 것이 세월호에서 우리가 배운 교훈이지 않나. 
 

왕이 중국 외교부장 ⓒAP=연합뉴스

프레시안 : 근본적인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임혁백 : 오바마 정권 말기인 2016년 미국의 케리와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사실상 합의한 투 트랙 병행정책 (Two-Track)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한미가 받아들이도록 하면 좋다. 투 트랙 병행 정책은 북한이 원하는 미북 평화협정과 미국이 원하는 북한 비핵화를 동시에 병행추진한다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제안이다. 그러나 오바마가 전략적 인내정책을 고집함으로써 투 트랙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런데 트럼프가 당선된 후 왕이는 계속 투 트랙의 유용성을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투 트랙 협상이, 이제는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핵이 한반도 뿐 아니라 동북아의 안보에도 핵심적인 문제라는 것은 한국, 미국 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공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인식이다. 그런데 비핵화를 통해 북핵을 해결하는 방법에는 전쟁, 압박, 제재 등의 방법도 있지만 협상, 타협, 빅딜 등 다른 방법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1975년~1978년 제5해역사 해군장교로 근무하면서 최근에 벌어진 것같은 연평도에서 충돌을 겪은 적이 있었다.  
 
나는 그렇게 유화주의자는 아니지만, 누구보다도 전쟁의 위험과 참상이 얼마나 큰지 몸으로 느꼈다. 우리에겐 강경론자로 알려진 박정희는 그러한 충돌때마다 판문점에서 협상으로 해결했고, 나포된 북한 선원과 수병, 장교를 판문점에 잘 차려입혀서 바로 북으로 보냈다. 전쟁까지 고려하면서 북한비핵화를 생각해 볼수는 있다. 그러나 루터와 동시대의 에라스무스가 이야기한바와 같이 "가장 나쁜 평화도 가장 좋은 전쟁보다 낫다"는 경구를 상기해야 한다. 에라스무스는 "필요하다면, 평화를 사라"고 권고했다. 평화를 돈 주고 사더라도 전쟁의 비용과 참상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조언을 한다면?
 
임혁백 : 거듭 강조하지만 문 대통령은 먼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승격시켜야할 것이다. 한미동맹을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동맹' (New Era New Alliance), 스마트한 동맹으로 재창조하고, 이를 지지대로 해서 북한문제, 중국문제를 해결하여 한반도 평화구축에 전기를 마련해야할 것이다.  
 
기사를 끝까지 읽으셨다면…

인터넷 뉴스를 소비하는 많은 이용자들 상당수가 뉴스를 생산한 매체 브랜드를 인지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온라인 뉴스 유통 방식의 탓도 있겠지만, 대동소이한 뉴스를 남발하는 매체도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관점이 있는 뉴스 프레시안은 독립·대안언론의 저널리즘을 추구합니다. 이러한 저널리즘에 부합하는 기사에 한해 제안 드립니다. 이 기사에 자발적 구독료를 내주신다면, 프레시안의 언론 노동자, 콘텐츠에 기여하는 각계 전문가의 노고에 정당한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쓰겠습니다. 프레시안이 한국 사회에 필요한 언론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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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언론개혁, 文정부 선결 과제.. 공영방송 회복·적폐부역 언론 청산 시급”

서훈 “더 질문 없냐” 읍소(?)까지 했는데.. 靑 기자들은 ‘침묵’이상호 “언론개혁, 文정부 선결 과제.. 공영방송 회복·적폐부역 언론 청산 시급”김미란 기자  |  balnews21@gmail.com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내정자, 비서실장, 경호실장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국무총리 등 내각과 청와대 각료 인선 발표에 직접 나선 모습은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장면이다.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 분위기도 바뀌었다. 국무총리는 물론 국정원장 후보자 등이 지명되고 나서 기자들의 질문을 적극 유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작 바뀌지 않은 건 청와대 출입 기자들이었다. 후보자들은 적극 질문을 받겠다는데 기자들은 질문하지 않았다. ‘질문하지 않는 기자’들의 모습에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는 서운함을 내비치기까지 했다.

   
▲ 서훈 국가정보원장 내정자가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 후보자는 기자들의 질문이 예상 외로 적자 “제가 지금은 지명자지만 임명이 되고나면 다시 이런 자리에 설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관심이 없으시면 그만할까요?”라며 질문을 더 해달라는 취지의 말을 건넸으나 추가 질문은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SNS를 통해 “민정수석 올라왔을 때는 너댓개 질문 받고 ‘더 없냐?’고 까지 물었는데 기자들 침묵. 아니 민정수석한테 물을 게 그게 다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더 황당한 사태는 국정원장 후보자 문답 때”라며 “서 후보자가 ‘지금은 국정원장 후보자이나, 후보자 타이틀을 벗어나면 여러분 앞에 설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협박(?)도 해보고 ‘그래도 관심이 없으시면 그만할까요?’라고 읍소(?)까지 했는데 더 이상 질문 없음. 생중계로 봤는데 정말 답답했다”고 힐난했다.

홍 교수는 “이건 기자들이 바뀐 청와대 분위기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선해 해본다”며 “앞으로 기자회견 하면 날밤 셀 때까지 끝까지 물어주시길. 흔쾌히 그러겠다고 천명한 대통령 아니냐”고 덧붙였다.

언론 또한 ‘적폐세력’ ‘개혁의 대상’으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언론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11일자 “청와대 출입기자단 ‘개혁’이 필요한 이유”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적어도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들러리를 섰다는 비난까지 들었던 청와대 출입기자들이라면 이번 브리핑을 전후해 그동안의 과오에 대한 입장문 정도는 발표했어야 하지 않았을까”라고 꼬집었다.

사설은 언론 스스로 언론개혁에 나설 최소한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가 언론과의 소통에 적극 나선 것처럼 언론 역시 스스로 형성해 온 언론기득권을 내려놓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국민의 알 권리보다 기자단 카르텔을 형성하는데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청와대 출입기자단 ‘개혁’ 역시 시급한 과제”라며 “청와대 출입기자단 차원에서 기자실을 개방하고 기자단 카르텔을 과감하게 혁파하려는 노력을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디어오늘> 사설은 자신의 SNS에 공유하며 “청와대 출입기자는 언론사의 대표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라며 “그동안 박근혜 적폐정권의 병풍 역할을 자임해온 분들이 뻔뻔스럽게 ‘기자연’하는 행태를 잘 지적해줬다”고 평가했다.

이 기자는 특히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이라는 시대적 난제를 동시에 주문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은 집권 초반 언론개혁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공영방송의 회복과 적폐부역 언론(인)에 대한 응징은 그 선결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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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세월호 진실 또 덮자는 조선일보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 “수사할 만큼 했다”… 조국 민정수석 가족 체납, 폴리페서 논란도 도마 위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2017년 05월 12일 금요일
 

문 대통령, 세월호·국정농단 은폐 의혹 조사 지시

문재인 대통령이 ‘정윤회 문건 사건’부터 불거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종료 등에 대한 진상 조사를 조국 신임 민정수석에게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참모진과 오찬 자리에서 조국 수석에게 “국민은 그동안 세월호 특조위도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끝났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다시 좀 조사됐으면 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가 기간이 연장되지 못한 채 검찰 수사로 넘어간 부분도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며 “그런 부분들이 검찰에서 좀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하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조 수석은 “법률 개정 전이라도 할 수 있는데, 되도록 해야 될 것 같다”고 답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말씀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출발이 정윤회 (문건) 사건이었는데 진실이 은폐됐고 민정수석실과 검찰이 (조사와 수사를) 잘했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테니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사태 파악을 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세월호 특조위가 제대로 활동을 못 했는데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들여다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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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언급과 관련, 조 수석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국정농단 사건 당시 민정수석이던 우병우 전 수석이 국정농단 사건의 발단이 됐던 ‘정윤회 문건 사건’ 수사를 고의적으로 덮게 하거나 수사에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해 확인해 보라는 뜻”이라며 “과거 민정수석실에서 벌어진 일은 지금 민정에서 충분히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칫 민정수석실의 검찰 수사 개입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조 수석은 “최순실 등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를 지시한 게 아니라 우 전 수석 문제 등 사건의 근본 원인이 규명돼야 이후 수사가 제대로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반발하는 야당과 보수언론 

그러나 야당과 보수 언론들은 곧바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준길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에게 한 첫 지시가 국정농단과 세월호에 대한 엄정 수사”라며 “두렵다. 횃불로 보수를 불태우고 궤멸시키고 20년 장기집권을 하겠다는 것이 진의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도 “민정수석 ‘검찰 지휘 안한다’ 3시간 뒤… 文대통령 ‘제대로 수사’”, “‘국정농단’ 추가 수사, 우병우와 대기업 겨냥한 듯”, “盧 前대통령 수사 그리고 비극… 文대통령·검찰의 악연”, “국회·검찰·감사원·해수부·특조위 조사 끝난 ‘세월호’ 다시 꺼냈다” 등의 보도를 쏟아내며 비판적 논조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도 “세월호 사고 조사는 특별조사위원회 조사를 마치고 선체 조사 단계까지 가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도 검찰→특검→검찰로 이어지며 수사할 만큼 했다. 관련자들도 다 기소됐다. 이 상황에서 무엇을 더 수사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조 수석의 ‘재수사나 재조사 지시는 아니다’는 해명에도 “민정수석 임명 첫날부터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지시하고 개입한다는 논란이 벌어졌다” 규정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검사들 비리까지 수사하는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공약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의 본질은 여기에 있지 않다”며 “대통령과 검찰의 공생 관계를 완전히 끊는 것이 검찰 개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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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김수남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임명권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까지 하면서 수사했는데도 미진하다는 대통령과 민정수석의 반응에 사표를 내지 않을 검찰총장은 없을 듯하다”며 검찰 측 입장을 대변했다. 동아일보 역시 “문 대통령도 조 수석도 검찰 개혁은 강력히 추진하되 검찰 수사는 놓아두라.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근본적인 검찰 개혁”이라고 강조하며 문 대통령의 발언을 검찰 수사 개입으로 봤다.

 

조국 임명되자 김수남 검찰총장 사의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민정수석을 임명하면서 검찰 개혁의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는 건 언론의 공통적 평가다.  

문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에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공약하면서 “검찰의 권력 눈치 보기를 차단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조 수석도 “검찰개혁의 첫 번째 과제는 공수처 설치”라며 “이는 검찰의 기소 독점을 깨뜨리고, 국회 통제를 받는 새로운 검찰을 만드는 것”이라고 저서 등에서 주장했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와 가족의 범죄를 수사하는 독립 수사기구다. 경향신문은 “검찰이 범죄를 기소하지 않아도 되는 권한(기소편의)이 있고 유일한 기소 기구라는 점(기소독점)을 이용해 권력형 비리를 덮어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법조계 관계자들은 ‘검찰의 사건 은폐를 막기 위해 복수의 수사·기소 기구를 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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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발의된 공수처 설치법안을 보면 수사 대상은 대통령,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국회의원, 국무총리,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장관급 장교 등과 가족이다. 경찰이나 검찰이 공수처의 수사와 중복된 수사를 할 경우 사건을 공수처로 이관해야 한다.

 

검찰의 권한인 수사권을 경찰에 주는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이 독점해 온 수사·기소권을 분리해 경찰에 수사, 검찰에 기소를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검찰은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검찰이 수사권 독점을 이용해 사건을 덮는다고 지적하면서 그 수사권을 경찰에 독점시킨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공수처나 수사권 조정은 국민이 원하는 ‘검찰의 공정성’ 회복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조국 민정수석 임명 당일 사의를 표명한 것에 대해서도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 개혁에 대한 무언의 의사표시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수사도 마무리됐고 대통령 선거도 무사히 종료돼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했으므로 소임을 마쳤다고 생각돼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지만, 검찰 개혁 논의가 활발한 상황이어서 검찰 조직을 위한 항의의 의사표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조국 민정수석의 임명으로 가시화된 검찰개혁을 김 총장이 정면으로 막을 수는 없어도 검찰 개혁 시 적어도 조직이 흔들릴 만큼의 선은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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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가족 고액체납 사과와 폴리페서 논란

 

한편 조국 수석은 어머니 박정숙씨(80)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경남 창원시 웅동학원의 세금 체납 사실이 드러나자 세금 납부 의사를 밝히며 즉각 사과했다.

웅동학원은 지난해 10월 경상남도가 공개한 ‘지방세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 공고문’에 2013년 재산세 등 총 2건에 걸쳐 2100만원을 체납한 것으로 나와 있다. 웅동학원은 조 수석의 아버지인 고 조변현씨가 1985년부터 이사장을 맡았고, 2010년 이후에는 어머니 박정숙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조 수석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도 이사진에 포함돼 있다. 

논란이 일자 조 수석은 “모친의 체납 사실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드리며, 지금이라도 바로 납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조선일보와 한국일보는 조국 교수의 과거 발언을 두고 폴리페서 논란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첫 민정수석에 임명되자, 서울대 내부에선 ‘폴리페서(polifessor·정치 참여 교수)’ 논란이 뜨겁게 달아올랐다”며 “조 교수는 2008년 총선 당시 동료 교수가 공천을 받고 서울대에 휴직을 신청하자 ‘교수 1명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 네 교수가 1년짜리 안식년을 반납해야 한다’고 공개 비판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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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도 “안식년 중이라 학사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게 조 신임 수석 입장이지만, 대선 당일까지도 스스로가 전업 정치인 진출 가능성을 일축해 왔다는 점에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면서 “‘학자로 남겠다’던 그 동안의 수차례 선언을 한 순간에 뒤집었다는 비판에다 고위직에서 물러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말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었던 기존 폴리페서와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라고 꼬집었다.

 

조 수석은 대선 당일인 9일 오전 자신의 SNS에서 “학인(學人)으로서 삶을 사랑하는 제가 ‘직업정치인’이 될 리는 만무하다”고 한 바 있다. 2008년 4월에는 동료교수 79명과 함께 서울대 총장에게 제출한 ‘폴리페서 윤리규정’ 건의문을 통해 현직 교수의 선출직 출마 및 정무직 임용으로 학사일정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강력 비판했다.

반면 조 수석을 옹호하는 의견도 있다. 한국일보는 “직업 정치인으로 변신을 하는 교수들을 일관되게 비판을 해왔지만 교수의 정치적 의사표현, 정치 활동에는 긍정적 입장을 견지해왔다는 점, 청와대 수석이라는 자리가 선출직인 ‘직업 정치인’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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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에 어느 가톨릭 신자가 드리는 사죄의 글

 
[기고] 아직도 5.18의 진실을 왜곡하는 사회에서
 
 
 
 
 
 
 
 
 
 
 
 
 
 
 
 
 
 
 
 
 
 
 
 
 
 
 
 
 
 
 
 
 
 
 
 
 
 
 
 
 
 
 
 
 
 
 
 
 
2017.05.12 10:13:45
 
 
 
 
 
필자가 40년쯤 살아온 서울 쌍문동 골목에서 일어난 80년대 기억 한 토막. 우리말이 어눌하고 행색이 초라한 60대 남자가 주말이면 골목에 나타났고 그때마다 동네 조무래기들이 고장 난 장난감을 들고 주변에 모여들었다. 그는 가위와 접착제, 펜치와 드라이버로 아이들 장난감을 고쳐주고 있었다. 그 사람 곁에 앉아 얘기를 나눈 적 있다. "일본에서 왔습니다. 우리 일본이 한국 사람들에게 나쁜 짓 많이 했는데 제가 해드릴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일 년에 절반은 한국 와서 골목을 찾아다닙니다. 애들하고 놀아주고 고장난 장난감 고쳐줍니다." 니버(Niebuhr, Reinhold 1892~1971)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를 떠올리며, 비도덕적 사회에서 온 도덕적 인간의 순박했던 언행을 필자도 흉내 내고 싶어졌다.
 
아직도 5.18의 진실을 왜곡하는 사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이 며칠 후 37주기를 맞는다. 아직도 5·18은 시민의 궐기가 아니라 북한군의 선동이었다고, 무고한 시민학살을 가리켜 '난세를 치세로 바꾸는 용단'이었다고, 군사반란의 주모자요 발포명령자 전두환이 자기는 '광주사태 치유 씻김굿의 희생자'라고 우기는 뻔뻔하고 비도덕적인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가톨릭교회 신자 한 사람으로서, 필자가 아는 범위에서, 우선 한국가톨릭의 교계에서 광주 시민들에게 저지른 잘못을 늦게나마, 사죄하고 싶다. 광주 금남로 교구청 6층에서 공수특전단의 만행과 학살을 직접 목격한 윤공희 대주교님, 시민들의 수습대책위에 앞장서다 옥고를 치룬 김성용 신부님과 조철현 신부님을 비롯한 광주대교구 사제단의 모범이 여태껏 필자의 양심에 촉구하는 본분이기도 하다. 
 
먼저, 한국가톨릭주교단을 대신하여 광주시민들에게 사죄한다. 그 처절한 광주 참상을 직접 겪은 윤공희 대주교님이 소집한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에서 내놓은 성명서(1980.5.23)가 광주시민들에게 끼쳤을 모욕감과 분노를 두고 필자가 대신해서 용서를 빈다. 한국군 최정예 공수특전단이 총칼로 비무장 시민들을 사살 도륙하는 판을 주교단은 "정치적 견해차로 빚어진 분쟁"이라고 규정하였다. 비무장 양민을 헬기의 기총사격으로 학살하며 '화려한 휴가'를 즐기던 군인들과 '광주시를 초토화하겠다'는 계엄사령관의 협박이 TV에서 방송되는 터에 처참하게 피 흘리며 죽어가던 시민들더러 "형제적 화해의 기반을 슬기롭게 마련하라"는 양비론적 훈유를 내리다니!  
 
술자리에서 부하의 총질에 죽은 불교 신자 박정희를 위해서 한국주교단이 명동에서 추도미사(1979.11.2)를 집전하였다. (그의 장례에서 목사의 기도와 스님의 목탁과 신부의 성수 분향이 묘지에 베풀어지는 장면은, 고인의 신앙에 따라 장례를 거행하는 외교사절들 눈에는 희극에 가까웠으리라.) '광주사태'가 '5·18민주화운동'으로 복권된 뒤에도 광주 희생자들을 위한 주교단의 추도미사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지만 그분들에게도 '사회교리 영성'이 깊어지고 있으니 언젠가 가련한 그 넋들을 하느님 앞에서 위로하는 주교님들의 미사가 바쳐지리라 믿는다.  
 
광주가 계엄군에게 포위되어 있던 시점에 필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호주 기자가 "대구의 고위성직자를 만났더니 '광주는 본래 좌익들이 많아요. 이번 사태도 그들이 일으켰을 거에요' 하더라며 필자의 견해를 묻던 기억이 나 그 성직자의 이름으로도 광주시민들에게 사죄한다.  
 
그해 가을 명동 전진상교육관의 모임에서 "어째서 5·18에 침묵하셨나요?"라는 청년의 질문에 "우리마저 월남처럼 될 수는 없었소. 미군장성으로부터 38선의 상황을 보고받은 바 있소"라고 답변하신 김수환 추기경님의 이름으로 광주시민들께 이해를 구한다. 최근 공개된 미대사관 문서에 드러난, 그 당시 38선 북한군의 특이상황 없었다는 보고로 미루어 특전단의 이동을 승인한 미군부의 술수였을 듯한데, 차후에 희생자들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셨으면서도 광주시민 학살을 당장 규탄하지 않으신 침묵에 일반국민들이 의아해 했기 때문이다. 15년 뒤 관훈클럽에서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잘못된 과거를 단죄하고 권력과 금력에 의한 부정부패를 척결하자"(1995.12.20)하시던 추기경님의 발언에 감사드리면서, 그 몇 달 전까지는 "5·18은 역사에 맡기자"던 김영삼 대통령의 발언에 동조하신 일을 두고는 고인을 대신하여 필자가 사과를 드린다. 
 
공동체의 행적을 함께 책임져야 하기에 
 
군사반란자 전두환-노태우가 재판을 받던 무렵에 <월간조선>(1996년 2월호)에 "죄인(罪人) 아닌 사람 없는데 누가 누구를 단죄(斷罪)합니까?"라는 제목의 인터뷰를 올린 김남수 주교님을 대신하여 광주시민들 앞에 무릎 꿇어 깊이 사죄한다. 스스로 가톨릭 보수의 수장을 자처하신 그 회견에서 김주교님은 "광주사건은 민란이었다"고 단정하셨고, 진상을 밝히자는 거국적 요구에는 이렇게 반대하셨다. 
 
"정의를 구실로 민중이 분노하고 있고 그 분노는 비이성적이다. 역사적으로 사람의 분노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이 계급투쟁이고 공산주의 아닌가? 진실은 후세에 가서야 밝혀진다. 남북대치 상황에서 우리끼리 이렇게 싸워야겠는가?"  
 
전두환의 7000억, 노태우의 4000억의 부정축재에 대해서는 "그 시대 정치인으로서는 빠져나오기 힘든 허물"이라고 감싸주시고, 비무장 시민 학살에 대해서는 "우리 종교인의 입장에서 보면 죄인 아닌 사람이 없고, 우리는 주님의 심판을 기다리는 것이지 우리가 판관이 아니다"라며 변호해주셨다. 5·18군사반란에 대한 김안젤로 주교님의 이런 평가에 감격한 <월간조선> 이동욱기자는 "빅톨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 보는 가장 아름다운 성직자, 저는 수원에서 그런 분을 뵌 것 같습니다"는 찬사로 회견을 마쳤다.  
 
장발장을 감화시킨 미리엘 주교의 화신이라고 칭송받으신 김주교님의 진의는 그보다 7년 전, 문규현 신부님이 북한에 건너간 임수경양을 데리고 휴전선을 넘어올 무렵에 밝혀졌다. 세계청년학생축제에 참석하러 평양에 간 명수대 본당 신자를 데리고 내려오는 가톨릭사제를 구속할 것인가 망설여져 사법당국이 카톨릭교회의 눈치를 보자, 김주교님이 주교회의 의장으로서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우리 사회는 좀 더 법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선언하셨다(1989.7.27). 문 신부와 임 양이 휴전선을 내려오자마자 구속됨으로써 남북화해를 도모하는 사제와 신자를 주교가 검찰의 손에 넘긴 모양새가 되었다. 
 
필자가 한국 가톨릭에서 존경받는 김수환 추기경님과 김남수 주교님을 거명까지 하면서 대신 사죄하는 이색적인 언행에는 세 가지 명분이 있다. 첫째, 하느님과 사람 앞에 죄 되는 생각과 말과 행함을 고백하면서 '의무를 소홀히 한 죄'까지 용서비는 종교가 가톨릭이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가 교회다"라는 명제로 신앙인은 자기가 속한 교회 공동체의 역사적 행적과 진로를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가르침 때문이다. 셋째, 필자가 아우와 함께 1979년 추석날 밤에 끌려가 중정 남산 6국에서 한 달 넘게 취조 받을 적에 "이 형제는 가톨릭에서 번역활동을 하는 신자일 뿐 공산주의자가 아니다"라는, 주교님들의 구명문서에 두 분도 서명해 주신 은인이시므로 40여 년 흐른 지금에라도 그분들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아량과 이해를 대신 받아내고 싶었다. 김재규씨는 10월 26일 새벽에 우리 형제를 남산에서 내보냈고 그날 저녁 궁정동에서 유신정권을 끝장냈다. 
 
이 글은 다산연구소(www.edasan.org)가 발행하는 '실학산책' 12일자에 실린 글입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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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청산을 넘어 국가 대개혁과 민족 화합의 길로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7/05/12 11:16
  • 수정일
    2017/05/12 11:1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문재인, 민주ㆍ평화ㆍ자주대통령 되기를
 
적폐 청산을 넘어 국가 대개혁과 민족 화합의 길로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기사입력: 2017/05/12 [01:59]  최종편집: ⓒ 자주시보
 
 

2017년 5월 10일 오전 8시 9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장 김용덕은 더불어민주당 후보 문재인을 당선인으로 의결한다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바로 그 시각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이 된 문재인은 1분 뒤인 8시 10분 합참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가원수이자 군 통수권자로서 공식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취임선서를 하기 전부터 문재인이 보인 행보는 파격 그 자체였다. 아내(관례적 표현에 따르면 ‘영부인’)와 함께 서울 홍은동의 아파트를 나선 그는 대선 운동 기간 내내 그를 지켜준 청와대 경호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같은 아파트 주민들(전형적 서민들)을 끌어안았다. 지난 4년 남짓 동안 박근혜가 겉치레 말고는 평범한 사람들을 따듯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 국민들에게는 참으로 낯선 광경이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한 뒤 청와대에 도착해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기에 앞서 분수대 앞에 모인 시민들에게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오부터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30분 동안 간략하게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문재인이 가장 강조한 것은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진정한 국민통합’을 이룸으로써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 ‘낮은 자세로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 ‘빈손으로 취임하고 빈손으로 퇴임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새 대통령 문재인의 첫날 행보는 역대 그 어떤 전임자보다 파격적이고 활력이 넘쳤다. 그는 취임식을 갖기 전부터 네 야당 지도부를 만나 ‘소통과 대화’ ‘협치와 타협’을 통해 ‘국정의 동반자’가 되자고 제안했다. 문재인은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첫 출근하는 길에 ‘촛불혁명’의 심장부이자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3년이 넘도록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는 광화문광장을 지나면서 승용차 선루프를 걷고 상반신을 드러내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취임사에서 “광화문 시대 대통령이 되어 국민과 가까운 곳에 있겠다”고 약속한 것을 처음으로 이행한 셈이었다.
 
문재인이 취임 첫째 날과 이튿날에 발표한 인사 내용은 지난 대선 기간에 그를 거칠게 공격하던 일부 매체들에서도 ‘신선하고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총리로 지명한 전남지사 이낙연, 국정원장 내정자 서훈, 비서실장 임종석을 기자들에게 직접 소개하면서 그들을 선택한 이유를 밝히는 모습은 국민들이 오랜 세월 보아오던 ‘제왕적 대통령들’과는 크게 달랐다. 

 

특히 둘째 날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조국을 임명한 것은 나라 안팎의 언론을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었다. 바로 전날 조국을 민정수석으로 내정했다는 뉴스를 보고 긴가민가하던 기자들과 정치권은 우병우가 차지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바로 그 직책을 그가 맡게 되자 검찰에서 일한 적이 없는 교수가 어떻게 그 일을 해낼 수 있는가 하는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조국은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민정수석의 직무 범위와 권한을 아주 간명하게 정리했다. 기소와 수사를 독점하고 있는데다 영장청구권까지 갖고 있는 검찰의 막강한 권력을 제한하는 것이 새 대통령의 구상과 계획이라고 전제한 그는 “민정수석은 검찰의 수사를 지휘해서는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은 대통령의 공약이며 자신의 소신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문재인 자신과 그의 보좌진으로 내정되거나 임명된 사람들이 약속한 내용이 실현된다면 박근혜와 최순실 일파의 농단 때문에 무너져버린 국정은 빠른 시일 안에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은 ‘촛불시민들’이 일구어낸 ‘평화혁명’에 힘입어 자유한국당 후보 홍준표를 무려 557만여표 차이로 누르고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촛불광장에서 가장 크게 울려퍼진 구호는 ‘박근혜 탄핵’을 통한 민주체제 수립이었다. 연인원 1700만여명의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시종일관 평화적으로 시위를 벌였다. 그런 열기를 억누르려고 극우보수세력은 ‘북풍’으로 안보위기 의식을 조장하려 들었다. 그러나 문재인은 “평화가 안보다”라는 단순한 논리로 거기 맞섰다.
 
목요일인 11일 현재까지 홍은동 아파트에 기거하고 있는 문재인의 앞길에는 청산해야 할 적폐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명박ㆍ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저질러진 부정과 비리의 태산이다. 게다가 재벌을 비롯한 극소수 기득권층이 지배하는 경제체제를 혁파하는 것도 문재인이 당면한 과제이다. 

 

특히 그는 박근혜 정권이 무분별하게 어지럽혀 놓은 미국, 중국, 일본과의 외교관계를 정상으로 회복해야 한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 사이에서 자주적인 자세로 현명한 해결책을 찾아내 두 나라를 설득하는 것은 참으로 복잡하고 지난한 일이다. 그리고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 때문에 장기간 열리지 않고 있는 6자회담을 재개함으로써 북한에 대화와 협상의 길을 터주는 것도 문재인이 힘을 쏟아야 할 과업이다.
 
2017년은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쪼개진 지 62년째가 되는 해이다. 우리 겨레가 그 오랜 세월 동안 겪고 있는 고통의 가장 큰 원인이 국토와 민족의 분단이라는 사실은 너무나 명확하다. 그런데도 남과 북의 정권은 외세의 이해관계 때문에 자주적으로 분단을 극복할 수 없었다. 문재인은 취임 직후, 한미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을 먼저 방문하고 필요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밝혔다. 남북관계를 자주적으로 해결할 대책을 찾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대선에서 문재인을 지지한 유권자들은 물론이고 다른 후보에게 표를 준 사람들 가운데 다수도 그가 진정한 ‘민주ㆍ평화ㆍ자주대통령’이 되기를 바랄 것이라고 믿는다. 그가 적폐 청산을 넘어 국가 대개혁과 민족의 화합을 이루는 길로 국민과 함께 매진하기를 기원한다.

 

자유언론실천재단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ㆍ동아투위 위원장


원본 기사 보기:서울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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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첫 목요집회, 양심수.보안법 해결 촉구

1122차 민가협 목요집회, "감옥문 열릴 것" 기대감
이종문 통신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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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1  16:5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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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목요집회가 11일 탑골공원 앞에서 열렸다.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이 여는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종문 통신원]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민가협 목요집회’가 11일 오후 2시 서울 탑골공원 앞에서 열렸다. 회수로 하면 1122회차 목요집회다.

김영삼 정권에 시작해서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쳐 이제 문재인 정권까지 맞이하게 되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의장 조순덕, 약칭 민가협) 목요집회다.

오늘 탑골 공원에는 민가협 어머니들과 사회.통일 원로들이 참여하였다. 모처럼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밝은 얼굴 표정에서도 보여진다.

집회가 시작되기 전 만나는 어머니들과 선생님들 모두 하나같이 대선 결과에 만족해하는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감옥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 보랏빛 머리수건을 두른 민가협 어머니들과 사회.통일 원로들은 양심수 석방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사진 - 통일뉴스 이종문 통신원]

여는말로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이 촛불 국민이 이뤄낸 선거혁명에서 또다시 역사의 반동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자고 호소했다. 우리 국민들이 최선은 아닐지라도 최악은 막아냈다고 하는 간단한 선거 결과에 대한 선거평가를 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국가정보원(국정원)이 남북관계 개선에 앞장섰다는 발언을 하면서 시대와 요구에 맞게 국정원 개혁과 민주주의 인권,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권오헌 명예회장은 또한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온 한반도 전쟁위기 조성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우리민족끼리 단합하여 위기를 해소하고 6.15시대 복원,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관광재개 및 5.24조치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조영건 구속노동자후원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종문 통신원]
   
▲ 속아서 입국했다며 북녘 고향으로 돌려보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김련희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종문 통신원]

이어서 조영건 구속노동자후원회 회장은 촛불혁명으로 세상이 바뀌었고, 이제 70년 분단 적폐를 청산하자고 하면서 해방후 서대문형무소가 열렸듯이 감옥문이 열려 양심수가 석방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양심수 문제 해결과 국가보안법 문제 해결 없이 적폐청산이라는 말이 안 되는 것이라 하면서 1,600만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 촛불이 3,000만의 촛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촉구하였다.

마지막으로 모처럼만에 목요집회에 평양 아줌마 김련희 씨가 참석하여 눈물을 글썽이면서 모두들 그동안 고생하셨다고 인사했다.

김련희 씨는 이제 전쟁의 먹구름을 걷어내고 평화의 꽃구름 보면서 남과 북이 화해하고 하루빨리 12명의 북 종업원들과 자신이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을 간절히 희망한다고 호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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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하루 만에 보훈처장 사표 수리한 문재인, 왜?

 

11일 황 총리와 함께 사표 수리,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계속 거부

17.05.11 16:18l최종 업데이트 17.05.11 16:18l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 난감한 표정 짓는 박승춘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불법 대선개입 의혹을 부른 '나라사랑교육',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 호국보훈의 달 퍼레이드 논란 등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 난감한 표정 짓는 박승춘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2016년 6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불법 대선개입 의혹을 부른 '나라사랑교육',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 호국보훈의 달 퍼레이드 논란 등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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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1일 황교안 국무총리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에 대한 사표를 수리했다. 

앞서 황 총리와 박 처장을 비롯한 전 국무위원 및 정무직 공직자들은 지난 8일 인사혁신처에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황 총리는 이 같은 사실을 전날(10일) 문 대통령과 한 오찬에서 다시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중 황 총리와 박 처장에 대한 사표를 수리한 것이다. 

황 총리와는 별도로, 박 처장에 대한 사표 수리가 눈길을 끈다. 박 처장이 2011년 2월 임명된 후 이명박·박근혜 정부 6년 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을 놓고 야권과 줄곧 갈등을 빚었던 인사라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 신임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어제(10일) 황 총리와 오찬을 하면서 새 정부가 자리 잡을 때까지는 자리를 지켜달라고 요청했지만 황 총리는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게 좋겠다'면서 사의를 표명해 이를 받아들였다"라고 밝혔다.

반면, 박 처장에 대한 사표 수리 결정과 관련해서는, "여러 번 언론에서도 논란이 된 적도 있고 해서, 아무래도 새 정부의 국정방향이나 철학과는 맞지 않은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 보훈처장에 대한 사의를 처리했다"고 밝혔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에 선거 개입 의혹까지... 

윤 수석의 설명대로, 박 처장은 임기 내내 '트러블메이커'로 통했다. 육군사관학교 27기로 합동참모본부 군사정보부장, 국방부 정보본부장 등을 지낸 그는 2004년 전역 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에 입당해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등에서 활동한 인사였다. 

무엇보다 그는 보훈처장 취임 이후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가로막았다. 이 때문에 '5월 단체' 등이 불참하면서 2013년부터 3년 연속 보훈처 주관으로 거행됐던 공식 기념식은 사실상 반쪽 행사로 진행됐다. 

이는 문 대통령의 공약과 정면충돌하는 대목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20일 광주 금남로에서 5.18 민주화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 기념곡으로 제정하는 등의 '광주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5.18 진상규명위원회' 구성 및 법 개정을 통해 5.18 정신 훼손 시도를 엄벌에 처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처장은 이를 감안할 때 '교체돼야 될 인사 1순위'에 꼽혔다. 그는 지난 2016년 여야 모두 요구했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반대하고 합창 형태를 고수했다. 2015년에는 5.18 기념식을 앞두고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을 반대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기념식 내 경과보고를 광주지방보훈처장이 아닌 묘지관리소장이 하도록 해 기념일의 위상을 떨어뜨렸다는 비판도 받았다. 2013년 국회가 의결한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을 3년째 무시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더욱이, 박 처장은 2012년 대선개입 의혹도 받았던 인사다. 2011년 말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고 반(反)유신·반독재 민주화 세력을 종북·좌파로 모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 DVD를 대량으로 제작해 배포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보훈처가 2012년 대선 전 '나라사랑교육' 명목으로 사실상 당시 현 정권을 비호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교육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관련기사

이러한 점들 때문에 박 처장은 임기 내내 사퇴 요구를 받았다. 국회에서는 그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세 번이나 발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처장은 "국민의 뜻과 다르다"면서 이를 줄곧 거부해왔다.  

한편, 박 처장에 대한 사표가 수리된 만큼, '임을 위한 행진곡'은 올해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제창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4월 17일 수원역 유세) "5.18 민주항쟁 기념일에 대한민국 대통령 자격으로 참석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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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정부 문재인, 언론개혁 사령탑에 관심 집중

 

‘언론 적폐 청산’ 공약 내건 새 정부 홍보수석·대변인·방통위원장 하마평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2017년 05월 11일 목요일
 

문재인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총리, 대통령비서실장, 국가정보원장 내정자 등을 직접 발표했다. 

대통령이 대변인을 내세우지 않고 직접 인선을 발표하는 모습은 이전 정부에는 기대할 수 없었던 ‘상식적 행보’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수석대변인이 밀봉된 봉투를 뜯어 인선을 발표하는 등 인사 발표 자체가 불통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반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소통을 강조했던 문 대통령은 이날 ‘소통’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임종석 신임 대통령비서실장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하며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언론계에서는 홍보수석, 대변인 등 청와대 홍보 라인과 방송통신위원장·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같은 미디어 분야 장관급 인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에 대한 인사는 문재인 정부의 미디어 분야 어젠다를 보여주는 것임과 동시에 박근혜 정부에서 언론 관련 인사가 번번이 언론 통제나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꼽혀 왔다는 점에서 언론 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국회 정의당 원내대표실 방문해 웃음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국회 정의당 원내대표실 방문해 웃음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현재 홍보수석 혹은 신설 검토 중인 뉴미디어수석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윤영찬 전 네이버 부사장이다.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SNS본부장으로 활동한 윤 전 부사장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 역시 1979년 동아일보에 입사한 기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향후 문재인 정부와 보수언론의 관계도 주목된다.

 

 

권혁기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청와대 출입 기자들의 취재·보도 업무를 지원하는 춘추관장(보도지원비서관)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0일 통화에서 춘추관장 인선에 대해 “아직은 아니”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홍보수석과 대변인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석비서관 인선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다. 현재 남은 인선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언론노보 기자 출신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총무비서관 발탁이 유력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대변인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언론은 여성 대변인 가능성을 주목하며 유정아·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를 거론하고 있다. 이들은 각 선대위 국민참여본부 수석부본부장과 대변인을 맡으며 문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통화에서 청와대 대변인 인선과 관련해 “연락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고민정 전 아나운서는 “캠프에서 활동했던 분들도 (청와대 인사) 대상자이다 보니 정보가 언론보다 더 늦는 것 같다”며 “대변인으로 거론된다는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인선 보안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다.

일부 언론을 통해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및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김충식 전 방통위 부위원장, 양문석 전 방통위원, 최민희 전 방송위 부위원장(전 민주당 의원) 등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새 인물이 추천·임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미디어특보단’을 꾸리는 등 언론계 인재 수혈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일부 인사에는 보도 불공정성 논란이 따라붙었지만 지역 언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거나 최일구 전 MBC 뉴스데스크 앵커 등 공영방송 언론인을 영입해 언론 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물망에 오르내리는 인사들도 문재인 정부 미디어 정책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양문석 전 위원은 통화에서 “신문의 경우 구독자에 맞춰 갈 수밖에 없지만 방송은 기본적으로 민영이라 해도 공공재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며 “공정성을 잃어버리면 방송은 존재 의미를 잃게 된다. 때문에 이번 정부는 방송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둬야한다”고 강조했다. 

고 전 아나운서도 “한국의 언론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은 문 대통령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이 선거 기간 동안 언론 개혁에 목소리를 높이셨던 만큼 강한 의지를 갖고 계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민희 전 의원도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언론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공영방송이 정상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방송사에 대한 재허가도 명확한 기준 아래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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