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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2일, 금요일.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 다시 한번 절망과 어떤 희망.
09:30
은행연합회관 앞에서는 대우센터빌딩 비정규직노동자 동지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건물 안에서 원청인 대우건설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정식으로 인수하고 사장을 선임하는 이사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모인 연대단체들과 조합원들은 대우건설을 규탄하고, 금호아시아나그룹에 강력한 경고를 전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말 그대로 '자본가'들의 집단인 은행연합회 앞에서, 정말 가진 것 하나없는(이젠 심지어 일자리조차 빼앗긴) 노동자들의 외침이란!
11:00
다시 대우센터빌딩 앞으로 이동, 연대집회를 진행했다. 대우센터빌딩 투쟁의 중요한 특징이라면, 집회를 매회 할 때마다 연대대오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번도 줄어든 적이 없고, 매번 늘어나고 있다. 함께하는 조직도, 사람들도 말이다. 그래서 조합원동지들은 이 투쟁이 승리한다면 그건 연대의 힘 덕분일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포스트에서도 쓴 것처럼, 도시에서 서비스부문에 종사하는 불안정노동자들이 가진 것은 '연합적 힘' 뿐이다.
건너편 서울역 광장에서는 서울지하철노조의 집회가 같은 시간에 진행되고 있었다. 서울지하철노조 집행부는 현장 구조조정을 받아들이고 주5일제를 도입하는 요구안을 갖고 서울의 노사정기구인 '서울모델'의 사적 조정을 받았다가, 이 마저 서울시가 거부하자 파업을 경고하는 이상한 '투쟁' 중을 진행하는 중이다. 여튼, 지하철노조 집회에 들렸던 박준 동지가 (아마 우리는 섭외도 하지 않았던 것같은데도) 곧바로 달려와서 공연을 해주었다. 이 공연을 하곤 기륭투쟁으로 달려가신다. 정말 힘나고 고마운 공연.
이번 집회는 특히 서울경인공공서비스노조 동지들이 전국공공서비스노조(공공산별노조) 가입처리 된 이후에 열리는 것으로, 산별노조 황민호 위원장도 참석하는 등 더 힘이 났다. 많이 늦었지만, 공식적인 지원과 결합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 투쟁에서는 오랜만에 몸싸움이 없었다. 진입투쟁을 보류했기 때문인데, 사측이 다음주 26일 교섭을 하자고 요청했기 때문에 이번엔 넘어가기로 했다. 방금전에 열린 이사회에도 진입투쟁을 하려는 계획도 있었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보류했다. (그런데 저녁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계속 읽어보시면 밑에 나온다.) 대신, 연대온 동지들의 염원을 모아서 풍선을 매다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15:00
여의도 민주노총 집회. 수도권 간부 집중집회였다. 노사관계로드맵이 통과되는 날.
민주노총 집회는 예정시간보다 늦은 15:25분이나 되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16:10에 국회모형을 불태우는 상징의식으로 마쳤다. 시종일관 맥빠진 집회. 전날 투본대표자회의에서는 이미 끝난 판이니 마무리 정리집회 의미로 진행하기로 결정된 것으로 들었다. 집회를 진행하는 동안 로드맵은 국회 안에서 평화롭게 처리되었다.
참세상 기사 : 노사관계로드맵, 국회 본회의 통과
어이 없게도 집회를 진행한 40여분은 로드맵이 상정된 시간과 통과된 시간 사이에 정확하게 일치한다. 집회 사회자는 로드맵이 상정되었는지, 통과되었는지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냥 집회는 그렇게 끝났다. 해산하려가다 뒤늦게 처리 소식을 들은 도대체 이게 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말, 아무리 투쟁을 정리한다고 해도, 이렇게 할 수가 있는가, 그럼 아예아예 집회조차 하지 말든가!
너무나 무기력하게 민주노총의 2006년 하반기 투쟁, 노동자의 명운을 건 투쟁이라던 이 투쟁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률과 노동권을 제약하는 법률을 나란히 통과시키고 바람빠진 풍선처럼 이렇게 마무리되고 말았다. 아마 내년 민주노총 선거에서 이 투쟁에 대한 평가가 주요한 쟁점이 되겠지만, 과연 그러한 평가-논쟁의 진정성을 대중들이 믿어줄 것인가조차 의문이다.
16:30
공공연맹과 화물, 택시, 버스 등 공공-운수 4연맹 통합논의 진행상황을 들었다.
26일 통합 대의원대회를 예정한 상태에서, 불과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택시연맹은 기존의 (통합준비위에서 진행된) 모든 합의를 뒤짚는 입장을 제출하여 논란이 거듭되고 있었다. '공공운수연맹'이 아니라 '운수공공연맹'으로 해야한다부터 시작해서, 공공연맹 수준의 의무금은 많으니 의무금을 인하하자, 그래서 재정이 부족하면 상근자 임금 수준을 삭감하자, 내년까지 함께 추진하기로 대표자회의에서 합의했던 '공공산별', '운수산별' 통합 합의는 없던 걸로 하자는 등 읽을 수록 눈을 의심하게 하는 내용들.
그런데 이날 10시부터 다시 진행된 통준위 논의에서는 26일 통합은 확정하되 내용은 계속 논의한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했던 것이다. 어떻게 통합 3일전까지(그 3일은 모두 크리스마스 연휴이다) 날짜를 박고 내용이 없을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통합될 조직의 명칭까지도 없는데 말이다. '날짜박기식' 통합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 이번엔 정말 너무들 했다. 통합 방식, 내용에 대한 대중적 논의, 공유는 고사하고라도 간부들, 심지어 통합되는 조직인 연맹 간부들도 거의 알지 못하는 내용이 '묻지마' 상태에서 진행되는 상황.
대중조직의 통합이라는 것이 최소한의 대중에 대한 책임마저 방기하고 마치 정치공학이 되어 버린 현실을 보고 있자니, 한없이 무기력해진 느낌이 들었다. 도대체 내가 만나는 간부들, 조합원들에게 26일 대의원대회에 무어라고 말하고 오라고 조직해야하나?
(이 글을 쓰는 중간에 문자 메시지가 왔다. 4연맹 통합이 무산되어 연맹 임시대대를 개최한다는 내용. 예정했던 날을 불과 이틀 남겨두고 최종적인 판단이 이루어지다니..)
19:00
긴급하게 문자 메시지가 왔다.
[대우:긴급] 용역깡패천막농성장침탈/7시30분 긴급규탄집회/연대부탁드립니다. |
이런, 젠장!
급하게 달려간 대우센터빌딩 앞에는 아직 현장에 남아있는 용역깡패들과 함께 완전히 박살난 천막농성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천막 안에 사람이 들어있는 상태에서 무자비하게 천막을 박살냈다. 나중에 들으니, 이 과정에서 구권서 위원장은 몸에 휘발유를 끼엊고 불을 그으려고해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긴급하게 말렸지만 정말 큰 일 날뻔 했다. 몇몇 조합원들은 찰과상을 입는 등 다쳤다.
금요일 밤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급하게 달려왔다. 특히 당장 달려온 학생동지들 무척 고맙다. 조합원 동지들, 특히 아주머님들은 분이 풀리지 않아 용역들과 몸싸움을 하고, 항의하고, 계란을 던지시면서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사측이 교섭을 하자고 해서 별다른 몸싸움도 없이 오전에 집회를 진행하기도 했던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불과 몇시간도 지나지 않아 폭력침탈이라니! 저 자본가놈들에게 양심이라는 게 조금이라도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파렴치한 것들이다.
연대집회를 진행하면서 곧바로 다시 새 천막을 설치했다.
천막농성장을 용역깡패들이 철거하고 두 시간만에, 조합원들과 연대대오는 천막을 다시 완전하게 복구했다. 이런게 연대의 힘이다. 이런 게 희망이다.
농성장을 다시 설치하고 구권서 위원장은 발언을 통해서 사과하고, 살아서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투쟁하자고 결의를 밝힌다. 하지만, 구권서 위원장님, 사과하실 건 전혀 없어요. 무척 위험했지만, 당신의 마음은 그 자리의 모두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답니다.
(구권서 위원장은 노동운동판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훌륭한 활동가다. (나는 진정으로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는, 존경할만한 노동운동 활동가를 아직까지 구권서 위원장을 포함해서 너냇명밖에 만나지 못했다.) 매번 집회가 끝난 후에 구권서 위원장은 학생들까지 연대단위를 모두 모아서 현재의 정황과 투쟁의 맥락, 이후 방향 등에 대해서 꼼꼼하게 설명한다. 연대단위가 모인 공대위 회의에서도 '지원'요구가 아니라 투쟁을 함께 논의한다. 물론, 노조 안에서도 조합원 동지들과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한다.
투쟁에 연대하는 단위들도 그냥 몸만 대는 것이 아니라 투쟁의 의미를 공유하는 가운데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작은 배려다. 나는 많은 사업장을 가보았지만 이렇게 연대단위들에게도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함께 논의하는 투쟁현장은 이제까지 만나보지 못했다. 이런 자세가 있기 때문에 연대의 힘이 모이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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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몇몇 간부들과 소주 한 잔을 하고, 이렇게 하루가 지났다. 이렇게 저들에게 속고 얻어맞고 다쳐도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이런 연대의 힘이 있기 때문에 곧 승리할 것이라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확신했다.
집에 도착해서 메일 하나를 쓰고 잠자리에 들었다.
22일 하루, 맥빠진 민주노총의 국회 앞 마무리, 원칙이 사라진 조직통합 논의, 사측의 기만과 용역깡패의 탄압이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은 연대의 힘을 확인했고, 그 연대의 힘이 우리를 승리하게 할 것이라는 걸 서로 확인하면서 마무리했다. 절망들이 판을 치지만, 작지만 가장 강력한 어떤 희망들은 아직 우리에게 남아있다. 신자유주의 시대, 노동자운동이 어디에서 취약하고 어디에서 강력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 새로 복구한 천막 농성장은 원래 자리에서 좀 떨어져서 남대문서 방향에 설치되어 있다. 크리스마스 연휴이지만 조합원은 상주한다. 지나시는 분들은 음료수라고 하나 사들고 잠시라도 연대방문을 해보시는 것은 어떻까?
우리은행이 노사합의로 31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난리다. 오늘 비정규직 투쟁사업장 집회 가서도 조합원들이 물어본다. "우리은행은 비정규직을 정규직도 시켜준다는데, 우리는..." 이런 반응이다. 그러고 보니 어제 만난 한 민주노동당 활동가도 '좋은 거 아닌가요?'라고 물었던 것이 생각났다. 이런이런, 언론의 선전대로 우리 조합원들도 이걸 '비정규직 정규직화라고 생각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아차, 비정규직 운동단위들의 명확한 입장이 필요한데!
이번 합의는 언론에 발표된 것처럼 요런 내용이다.
△ 언론에 보도된 우리은행의 이번 조치 요약 (한국경제) |
언론에서는 특히 △ 정규직노조가 합의한 가운데 정규직 급여를 동결해서 복리후생 차별을 철폐하는 재원을 마련했다는 내용과 △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이 (주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식의 반응이다. (말하자면 "비정규법안 반대투쟁한 민주노총, 뻘짓하느라 수고했다, 이제 임금이나 양보해라", 대략 이런 스토리다.)
물론 금융권과 경영계의 '우려'가 심각하다는, 예의 그 짜고 치는 고스톱은 여전히 이번에도 등장한다. 은행은 나름의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업종에 있어서는 적용하기 힘들 것이라는 진단도 친절하게 덧붙여준다.
우리은행의 이런 흐름은 이미 작년부터 준비되고 도입된 '직군분리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다만 여기에서 정부의 비정규법안 내용에 따라 당연히 손봐야할 내용을 먼저 손본 것뿐이다. 어차피 2년 이상 고용된 경우에는 무기계약으로 전환해야하거나 해고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은행창구 업무 등은 복잡하고 숙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해고하고 다시 훈련하는 것이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이번 조치는 이런 상황에 처한 은행자본의 지극히 '합리적 선택'일 뿐이다. 물론 '자본의 논리'에 따른 '합리'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일일히 이야기하는 그렇고 아래 링크를 참조하면 되겠다.
‘금융권 신인사제도, 차별시정의 대상인가?’ 토론회(단병호 의원실)
위의 링크를 따라가보면 알겠지만, 이번 조치는 이미 상당부분이 준비되고 있던 것들이다. 상시업무 비정규직에 대해서 차별적인 직군을 신설하는 조치를 통해서 저임금과 차별을 고착화한 새로운 분할선을 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정규직과는 다른 별도의 저임금을 받고 승진의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된 새로운 직군의 도입이다. 따라서 기존의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의미의 '정규직화'보다는 (정부가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을 내면서 '정규직화' 대신 제시하여 지탄을 받았던) '무기계약화'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기간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임금은 은행측 주장에 따르면 현재 정규직의 70~80%이며 이 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미 임금수준은 실제로는 40% 수준이라는 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 따라서 기존의 저임금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정부의 비정규법안이 통과된 상황에서 저임금과 차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방편이다.
(* 언론의 평가 중에서는 그나마 거의 유일하게 한겨레 신문의 아래 사설이 문제를 지적한다. 이번 조치를 '2류정규직', '반쪽 정규직' 등으로 평가한다. 우리은행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남긴 과제 / 한겨레 12/21 사설
* 특히 이러한 조치는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합법적인' 차별을 반영구적으로 고착할 것이다. 이번에 대상이 된 창구담당이나 사무지원, 콜센터 등은 거의 100% 여성노동자로 이루어져있다. 이런 조건에서 주류여성운동진영에서 이번 우리은행의 조치에 대해서 찬성의견을 낸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설사 일부 비정규직 관련단위, 노동단체에서 찬성의견을 내더라도 이런 점에서 여성운동단체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해야하는 것 아닌가? 신자유주의에 편입된 NGO와 주류여성운동의 한계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은행 정규직화, 여성계 환경(프로메테우스 기사))
이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과도 일맥상통하는데, 기간제 직접고용에 대해서는 일부를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되, 차별을 고착화하고, 나머지는 외주화하는 계획과 닮아 있다.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이 일관성을 가진다는 것, 정부가 말 그대로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을 통해 민간부분의 대응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발표에는 자세하게 나오지 않아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애초 초안에는 업무 부적합 경고 3번이면 해고, C, D 등급을 2년 이상 받으면 해고 등의 내용으로 매우 유연하게 해고할 수 있는 조치를 담고 있었다.(아마 상당부문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굳이 매년 계약을 갱신하면서 떨어내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인력을 정리할 수 있다.
이번 우리은행의 조치는 자본의 성격에 따라서 차별적인 방식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대응할 것임을 보여준다. 은행업무와 같이 일정한 숙련이 필요한 업무에 대해서는 '무기계약화'의 방법으로 완전한 정규직화는 피하면서도 저임금을 유지할 수 있는 노동시장분할 전략이 사용될 것임을 보여준다. 한편, 경총의 '우려'와 같이 제조업에서는 이러한 방식은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숙련도가 낮고 더 유연한 노동시장을 원하기 때문에 외주화가 계속 더 확산될 것이다. (공공부문은 업무특성에 따라 두가지가 혼재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은행이나 몇몇 공공기관에서 '무기계약'전환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이번 법안의 통과 이후 △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2년 직전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할 것이라는 점,△ 파견 업종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 △ 파견용역이 확산될 것이라는 점 등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그럼 이렇게 매우 제한된 영역에서 적용될 수 있을 뿐인 이번 합의를 이렇게 부각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번 건은 정부와 자본이 비정규법안을 선전하기 위해서 판을 짰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비정규법안 통과 직후 이루어진 합의라는 점과, 이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언론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는 점, 청와대 등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내고 있다는 점, 사실상 '무기계약화'와 유사한 내용을 '정규직화'라고 선언하고 최대한의 언론효과를 노린다는 점 등등을 볼 때 그렇다. 이를 통해서 '정규직 노동조합의 양보를 통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라는 낯익은 도식을 한국노총을 이용해 훨씬 구체적으로 대중에게 제시한다. 이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자본이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가 양보해야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이번 우리은행의 합의에서도 복리후생 차별 해소를 위한 재원은 사측의 양보('추가비용부담'이라고 불리는)은 전혀 없이 정규직 임금인상을 양보한 결과로 자랑스럽게 선전되고 있지 않은가! 자본의 추가 부담이 없어 더 좋은 처방이라는 것이 그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따라서, 당사자들에게 일정하게 (기간제보다는) 고용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해도, 이것은 전체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방법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을 혼동하게 만들고, 해결의 방법을 왜곡한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우리은행의 사례를 보면서 '희망'을 가지게 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은 위험한 희망일 수 있다는 것이다.(이 글을 쓰게 된 것도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우리은행 비정규직''이 수백계단을 급상승한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의 투쟁으로 해결해야한다는 의지보다는, 정규직들의 양보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이러한 '요구'는 보수정치꾼들과 자본에 쉽게 활용될 수 있다. 그 양보가 요구되는 대상은 민주노총의 주요 사업장들이 될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민주노총의 정규직 대공장 사업장 노조들이 이러한 비판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있음은 분명하다는 점을 인정해야한다. 그 원인을 여기서 진단할 건 아니지만.)
따라서 우리은행의 이른바 '정규직 전환'이 가지는 문제와 환상에 대한 정확한 지적과 대중적 비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방식이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진정한 희망이 될 수 없다면 무엇이 희망인지를 노동자운동, 사회운동이 분명하게 실천으로 제시해야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헛된 희망'을 비판할 자격도 없다. 이미 너무 늦고 있지만 말이다.) 그것은 우리가 누누히 지적하는 노동자 운동 혁신의 과제들과, 이에 따른 구체적인 행동계획들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의 투쟁과 기존의 노조운동을 포함한 노동자운동, 사회운동의 이에 대한 연대와 엄호일 뿐이다.
개토님의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에 관련된 글.
노동운동은 개판 오분전이지만, 그래도 테스트는 테스트. 피할 수 없다.ㅎ
테스트를 해보니, 목성에서 왔단다.
좀 안맞는 것도 있는 것같지만, 암튼 재밋군.
근데 목성은 너무 뚱뚱한 별인데.. ^^;
요즘에 정치적 성향 알아보기가 또 유행이던데, 예전에 했던 결과를 보면,
Your political compass : Economic Left/Right: -9.63, Social Libertarian/Authoritarian: -7.08
(10점이 최고이고, 좌파쪽으로 9.63, 자유주의쪽으로 7.08) 나름 뿌듯했더랬다.
지난 주 단식농성이다, 집회다, 총파업이다 하면서 여의도에서 사는 동안, 정작 여의도에선 이런 황당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었군요. 단편적으로 얘기만 듣다가 주말이 되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정말, 여의도에서 투쟁이라고 하던 일들이 모두 바보같고 속은 것같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습니다.
먼저, 매일노동뉴스 기사.
누가 전선을 교란했나?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로드맵 타협안이 나오기까지
내용은 보시면 알겠지만, 노사관계로드맵을 사실상 민주노동당이 합의해주었다는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지난주 금요일 저녁에 '국회로 진격'하는 투쟁을 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생쑈를 한 거네요. 저들이 보기에 얼마나 우스워보였을까 생각하면 정말!
이 '진격'투쟁 과정에서 모두 연행되자는 택이었다는 것도 나중에야 들었는데, 현장에는 제대로 통보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럴 거면 저도 그냥 연행되었을 겁니다. 하긴, 허영구 부위원장 연행되는 자리 옆에서 조준호 위원장도 연행을 피하는 상황이었다니, 어떤 조합원들이 '모두 연행되자'라고 한다고 자리를 지켰을까 싶기는 합니다만.
관련해서는 필수공익사업장들에 대해서 합의를 종용하는 과정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정에 대해서는 참세상 아래 기사 참고.
"민주노총·민주노동당, '개악'에 단호하지 않았다"
'로드맵' 환노위 통과 둘러싸고 민주노총·민주노동당 비판 제기돼
특히 이 기사에 맨 아래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달린 댓글을 보시면, 관련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더 소개하고 있습니다. 결국, 앞에서 집회 때는 '투쟁!'이고 뒤에서는 온갖 거래를, 그것도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도 없이 자의적으로 협상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하고도 '총파업'하자고 선동할 수 있나 싶습니다. 현장에서는 무노동무임금에 징계, 해고, 구속 위험까지 무릅쓰고 조직해야하는 총파업인데 이런 뒷거래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 다 알게된 마당에 누가 총파업을 조직하려고 하겠습니까. 통탄할 노릇입니다.
이런 와중에 민주노동당에서는 이런 일도 진행되었다는군요. 집회 중간중간 회의하러 많이 드나들던 시간에 말이죠. 레디앙 기사입니다.
‘일심회’ 공소장 내용 '충격'
“경악 - 참담” 반응 … “사상 투철하지만 출세주의자” 표현까지
"일심회"가 북에 넘긴 자료 중에 당내 인사들에 대한 성향분석 자료가 있었다고 하는데, 내용이 가관이라는 것이죠. 서울시당은 어떻게 장악하고, 북핵관련 성명은 어떻게 저지하며, 심지어 '전진'에 프락션을 하려는 계획까지 있다는데 황당할 따름입니다. 저는 민주노동당 당원도 아닙니다만 주체주의자들 하는 행동에 또 한번 실망할 수밖에 없군요. 이래서 뭐 공안조작일 뿐이라고 주장한 입장은 도대체 뭐가 됩니까.
밑에 대우센터빌딩 투쟁과 관련된 얘기를 하면서 노조운동이 현실에 대해서 답답하고 한심한 일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했었지만 이건 정말 너무들 하는군요. 게다가 지난 주 농성장에선 더 들은 이야기들은 또 이런 거였습니다.
1월 재계약 시점을 앞두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가입하려고 하자 해당 사업장의 정규직 지부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받네 못받네 하고 시간을 끄는 산별노조가 있었는가하면, 비정규직에 대한 잠정합의안이 비정규직 주체들에게서 부결되자 '책임질 수 없으니 재투표로 가결시키라'고 하는 노조도 있었습니다. 어제는 저 노조, 오늘은 이 노조, 이런 식의 얘기들을 듣다가도 '투쟁은 투쟁'이라고 조직하고 구호외치고 하던 게 다 바보같았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위에서부터 밑에까지 노동운동이 다 왜들 이런가 싶습니다. 참담합니다.
AAABA
몸이 머리를 따라주지 못하는 타입 (으악! 역시 스포츠엔 젬병)
▷ 성격
사회의 모범생이라 할 만큼 종합적인 정신력이 높아 누구도 흠잡을 일 없는 생활방식을 고수하는 타입입니다. 그런 생활 태도 속에서는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해 인생을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 회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생활 태도만 고수하다 보면 한숨을 돌릴 곳이 없어집니다. 낮에는 회사, 밤에는 가정, 휴일에는 사회참여 활동, 무엇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성격이기 때문에 아무리 정력적인 타입이라 해도 어느새 지치고 피로가 쌓이기 마련입니다. 모두 조금씩 신경을 덜 쓰거나 비교적 중요도가 떨어지는 부분은 아예 과감히 버리도록 합시다.
그밖에 사항(상대방이 이런 타입이라면, 등) 더 보기
이것도 짜증나는 성격입니다, 그려.
하지만 이런 테스트 결과들은 너무 단순해서, 사람들의 복잡다단한 내면들을 이런 몇가지의 유형으로만 판별하려하다보면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을 것같다는 생각은 드는군요.(이렇게 스테레오타입을 제시하는 것이 부당한 편견을 고착할 수 있다는 얘기.) 위의 유형들과 많은 부분은 유사할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 (어쩌면 더 많은 부분이) 전혀 다를 수 있으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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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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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때문에 못간지 오래되었네요. 사정은 핑계겠죠?; 너무 죄송스러울뿐. 꼭 승리해야하는데.. 구권서동지 표정이 내내 슬퍼보였어요.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