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사촌 여동생이 10일 대구에서 결혼을 한다.

산오리는 그날 저녁 시골친구들 모임이 있다고 해서

겸사겸사해서 가려고 마음 먹고 있었다.

 

아버지에게는 이제 하나 남은 '누님'이고 그 딸이 결혼한다는데,

한번 가실거 같아서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물어봤다. 월요일인가, 화요일인가...

내려가시겠다고 해서 10일 내려가는 KTX 는 아버지와 산오리 부자의 표 두장.

 



아버지 거 한장... 이렇게 예매를 후다닥 하고 카드 결재도 하고,

프린터로 표까지 인쇄했다.

(어떻게 변할지 몰라, 거의 막바지에 가서 표를 사야 하는데... 하면서)

 

그 와중에 대구에 갈 산오리의 친구가 차를 가져 가야 한다고 전화를 했다.

그러니 아침에 일찍 가면서 같이 가자는 거였다.

결혼식 시간에 맞춰가면 되는 거니까 별 문제는 없을 거 같은데,

아버지가 아들 친구의 차에 같이 가는게 좀 거북스럽지 않을까 싶었다.

 

아버지께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뭘 타고 가면 어떠냐고, 상관없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날 밤 느지막해 아버지가 전화를 하셨다

"몸도 않좋아서 안갈란다, 너 혼자 같다 와라!"

"무슨 일 있었어요?"

"일은 무슨일... "

"알았어요!"

(어이그,,, 성질머리 하고선...)

전화를 끊자마자 산오리가 혼자 한 말이다.

 

(이 양반이 분명 하루만 지나면, '결혼식에 갈거니까 표 취소시키지 마라'고 하실 게

 분명한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산오리는 아침에 출근하자 마자 예약된 표 모조리 취소시켜버렸다.

 

그리고 낮에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왜 아버지 안가신다고 하느냐?고...

전날 저녁에 반찬투정 하다가 화를 벌컥 내고서는 한잠 주무시고,

그러고는 산오리한테 전화해서는 안간다고 하셨다는 거다.

열차타고 가자 했다가, 친구 차로 바꾼거 때문은 아니라니까 다행이긴 한데,

뭔가 신경질  난다고 엄마한테 한바탕 하고서는 애꿎은 결혼식 가는걸

취소하라고 한 것이었다.

 

저녁때가 되자 아버지가 다시 전화를 하셨다.

"그 표 다 취소시켰냐?"

"예!"(당당하게 대답했다)

"다시 좀 사라, 같이 가자"

"예............"(대답하기 싫은 걸 억지로 했다)

 

그리고는 어제 대전 출장가는 길에 서울역에 나가는 길에

돌아오는 아버지의 표를 다시 샀다.

 

젊었을 때부터 불같은 성격에 집 밖에서 화풀이는 못하고, 집에 와서는

엄마한테, 자식들한테 화풀이 해대던 성격이었는데,

지난 수년간 수술 두차례 하시고, 성격도 많이 누그러 졌다는 평가가

자식들간에 지배적이었는데,

여전하시다....

 

그 성질에 맞서

하루만에 전화올 걸 예상하면서도

똑같이 예매표 취소시켜 버리는

산오리도 그 아버지의 '못된 성질머리'를

닮았다.....  

그래서, 짜증이 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12/09 13:24 2005/12/09 13:24
Tag //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sanori/trackback/344

  1. 바다소녀 2005/12/09 14:3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화내면서 닮아가나 봐요.
    저도 부모님께 가장 화냈던 행동들을
    똑같이 하고 있더라구요. --;;

  2. 머프 2005/12/09 17:1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글 읽으면서 왜 이렇게 웃음이 나는지...ㅋㅋ
    하튼, '부전자전'이란 말이 왜 나왔는지 알것 같음..^^

  3. azrael 2005/12/12 11:3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닮지 않기위해 노력하더라고..꼭 닮고 마는...그런게 참 무서운것 같어요..그것도 원치 않는 학습 효과겠지요..

  4. tree 2005/12/13 12:5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ㅋㅋ 산오리 못된 성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