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비오고, 그거다 귀차니즘까지 재발해서

산에 안갔더니 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토욜 밤에 만경대에 가서 하늘구경, 아침 뜨는 해 구경이나 하자고

오후에 집을 나섰다.

구파발에서 한 친구를 만나 산성계곡 대성산장아래

계곡물에 발담그고(발만 담갔겠어?) 소주한잔 마시고  놀다가

밤 9시가 넘어서 사람들 꾸역꾸역 모여서는

위문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모두 6명

(그중에 10살짜기 꼬마 한명 있어서 같이 가야 하나 말아야 하고

망설였는데, 그 꼬마 자신있게 갈수 있다고 하고...같이 갔다.

오히려 이 꼬마 있어서 산행길이 더 재밋었다. 배준혁) 



여전히 하늘은 개지 않았고,

(오후 늦게 잠시 갤듯한 모습도 보였지만..)

올라 갈수록 점점 안개인지 구름인지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전등 불빛이 몇 미터를 비추지 못할 정도로..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배낭의 무게는 점점 어깨와 허리를 압박해 오고..

(집을 나설때 배낭은 가뿐한거 같았는데, 조금만 걸어도 엄청다르게 느껴졌다)

 

약수암까지 허걱 거리고 올라 갔고,

빈 몸으로 온 친구에게 배낭을 좀 맡겼다.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돌아가는게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준혁이 왈, "이렇게 많은 품을 들여서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갈수 없어요..."

다들 뒤집어 졌다. 10살짜리가 '품'이라니...

이친구 위문에 올라가서 엄마한테 전화하면서도

"너무 좋아요."라고 당당하게 얘기해서 함께 웃었다.

 

위문에 도착,

안개인지 구름인지 계속해서 안개속이었고,

반대쪽에서 온다던 두 친구는 연락마저 없고...

간간이 비도 조금씩 내려서 만경대까지 올라갈 엄두가 안나는데,

다른 사람이 와서는 자기도 만경대 가는데,

자기네 일행 5~6명이 만경대에서 기다리고 있다는데,

그길 어떻게 올라가랴..

 

졸리는 준혁이를 위해 위문 울퉁불퉁한 바닥에 매트 깔고 누우라 했더니,

그 열악한 상황에서도 잠든다.....

그리고는 안주거리 꺼내고 만들어서 소주 한잔 마시는데,

우리 지역위원회의 '썰렁'얘기꾼의 변치 않는 썰렁때문에

사람들은 더 재밋어라 한다.

 

새벽 3시가 넘어서 반대편에서 오는 두 친구가 도착했는데,

야간산행 못한다고 관리인한테 붙잡혀서 두시간동안 꼼짝 못하다가

몰래 도망쳐서 올라왔단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 거라고 그 안개비속에

새벽 3시까지 올라온 것인지..ㅎㅎ

그리고 새로 술자리를 폈는데, 산오리는 이미 취침시간을 넘겨 비몽사몽..

준혁이 옆에 그냥 드러누웠는데, 그래도 약간 잠이 들었나 보다.

그 와중에도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비도 간간이 뿌리고...

 

5시 넘어서 세상이 밝아지긴 했는데,

날씨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그래도 배는 고파서 라면 끓여서 끼니는 때우고..

준혁이는 중간에 깨서는 라면 먹고 싶다고 했는데,

라면 먹으라고 깨웠더니 다시 잠들었다.

 

3시에 올라온 두 친구는 7시도 안돼서 다시 하산.

(주차해 놓은 차량의 주차딱지가 무서워서...)

 

하산..

가파른 돌계단 싫어서 동장대 쪽으로 가다가 계곡으로 내려왔는데,

만경대를 돌아 가는 길이 바위 몇개만 지나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바위에 쇠줄 걸어놓은 곳이 많아서

준혁이는 또 이곳에서도 고생...

 

원효봉 갈라지는 곳까지 내려와서는

'썰렁'과 둘이 빠져서는 잠시 발담그기(?)

 흐린데도 물속에 담그니까 정말 시원하고 좋았다..

 

다시 대성산장 아래 계곡에 와서는

막걸리 한잔하고 하산...

 

집에 와서는 오후에 학원 운전사 노릇까지는 했는데,

저녁 먹고 나서는 그 좋아 하는 야구중계도 못보고,

이빨도 닦지 않고 그대로 퍼져 잤다.

그리고 일어났는데도 아침에 종아리가 뻐근하다.

간만에 산에 간 댓가로는 넘 힘든 산행이었다..

 

지난해 한번, 그리고 이번까지 만경대 갈때 날씨가 안좋아서

다시 만경대 갈까  고민되네...

 

애벌레가 찍은 사진 몇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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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31 13:05 2006/07/3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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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주애비 2006/07/31 20: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썰...여름이니까 통하는데 겨울에는 워째야 쓸까나?ㅋㅋㅋ
    가을을 준비하면서 조금 따뜻함을 연습해야겠다.
    근데 제일 뒤에서 묵묵히 따르니 수행이 쌓입디다

  2. 2006/08/01 22:5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안 가길 잘했나??? 배신공주..^^

  3. 유치봉 2006/08/03 13:1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 힘든 일을 왜 하세요?^^

  4. 준혁맘 2006/08/05 11:1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준혁이가 하루 이틀은 너무 재밌었다고 하더니 다시 가자니까 그 힘든델 왜 가냐고 하대요. 그래도 구박 안 하고 잘 데리고 다녀오셔서 감사합니다.

  5. 행인 2006/08/07 09:1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만경대라고 하길래 북한에 다녀오신 줄 알았습니다... ㅋㅋㅋ 보기만 해도 시원하네요~~

  6. tomoon 2006/08/08 06:1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나 없이 산오리는 만경대에 안 갈 줄 알았는데..흑흑..떡볶이와 순대와 튀김은..그리운 얼굴들..가슴이 싸아해집니다.

  7. 산오리 2006/08/08 08:3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tomoon/잘 지내시나요? 안부가 궁금하니까 전화번호라도 알려 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