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일찍 들어온 동명이에게 말이라도 몇마디 붙여 보려 했다가

혹 붙인 꼴이 되고 말았다.

 

저녁은 먹었냐? 편도선은 어떠냐? 학원은 다닐만하냐?

그런 의례적인 질문에 심드렁하게 대답하더니,

 

"아빠! 연습할 공간 좀 알아봐줘!" 했다.

 

가끔 생각나면 연습공간 알아봐 달라고 하는데,

내가 무슨 재주가 있다고 연습공간을 찾을수 있으랴,

조금 있으면 시대회도 나가야 하고,

학교 축제 공연도 해야 하고,

골든벨에 나갈지 오디션도 받고 왔는데,

도대체 연습할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연습을 했는데,

딱 이틀 했는데, 주민들 여론이 안좋다느니 어쩌니 하면서

아파트 부녀회에서 나가 달라고 했단다.

 

"야, 학교 동아리로 되어 있으면, 학교에 연습장을 달라고 해야지."

"학교 강당은 닫아 놓고 있고...동아리 지도선생님은 관심없고,

 회장인 2학년 누나도 별로....."

"그럼 교감선생님한테 전화해 줄까?"

"어, 진짜? 그래줘..."

 

아침에 출근길에 동명이와 같이 학교로 갔다.

전화해서 얘기하는 거 보다는 그래도 찾아가서 담임선생님한테 얘기하고,

필요하다면 교감이나 교장선생님이라도 만나서 얘개해 보겠다고 생각했다.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동명이가 좋하하는 선생님이라고 해서 그런지

애비도 선생님이 좋아 보였다.

이러저러해서 동명이가 연습할 공간이 필요하다는데,

학교 동아리로 등록되어 있으면 방학때라도 공간을 좀 만들어 주실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선생님은 그럴 공간도 있고, 학생주임 선생님한테 얘기해서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친절하게 대답했다.

 

학생으로 선생님께 얘기하는 것도 떨리고 무서운데,

부모로서 선생님께 얘기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더라.

똑바로 쳐다보기 어렵고, 가슴이 떨리고....

선생님은 그 이름 자체로 어려운 사람인 모양이다.

 

아침부터 더운날인데, 학교 교실에서 애들 열기가 복도까지 뿜어져 나와

후덥지근하고, 얼핏 들여다본 교실 에서는 내가 학교 다닐때 모습이랑

다르지 않은 모습 그대로 였다.

선풍기가 천장에서 돌아가고 있길래 '에어컨은 안나오냐?'했더니,

'나중에 조금 틀어준다'고 했다.

들어갈때 애들을 복도에 한줄로 세워놓고 회초리 하나 들고 애들에게

뭔가 얘기를 하고 있던 여자 선생님은

나올때 보니까 애들의 엉덩이에 회초리로 때리고 있었기에

깜짝 놀라서 돌아보았더니,

맞고 있는 애들은 소리를 맞을 때마다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그게 매를 맞는 것이 아니라, 거의 엉덩이를 문지르고 있는 수준이라

애들은 히히덕거리며 재미 있어 하고 있었다는...

그래도 요즘 고등학교에서도 애들 아직도 때리긴 하는 모양이다.

 

학교에 보냈으면, 자식이 학교에서 어떻게 하든지, 무슨 일이 있든지,

'니가  알아서 해라'가 산오리의 평소생각인데,

이렇게 학교를 찾아간 것은 조금 개운하지 많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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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4 11:24 2006/07/1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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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머프 2006/07/14 15:2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같은 '부모입장'으로서 닮아야 하는건가? 아닌가?(닮고 싶은맘이 더 크다는..)내가 자식의 입장이 되어보니 당근 사랑스러운 아빠가 되는군요..ㅎㅎ

  2. 연하 2006/07/14 17:1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보기 좋습니다.
    요즘 부모들 자기 자식이 최고(?)인줄 알고
    학원이다. 과외다 하며 애들을 잡는데
    그게 자식땜이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해서인 것 같아 영,,,,,

    산오리!
    당신이야말로 요즘 보기드문 진정한 아버지입니다.

  3. azrael 2006/07/14 18:5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산오리답지않게..극성 바짓바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