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건강검진 한다고 착실하게 어제는 일찍 들어와서 저녁먹고,

깍두기 담그는 아내를 거들어 무우도 씻고, 마늘과 생강도 찧고,

그리고는 잠자려고 누워서는 살그머니 잠이 들었는데,... 

 

집 전화가 울리고 일을 끝내지 못한 아내가 받았는데,

잠결에 들리는 아내의 대답이,

"동명이, 오토바이, 동국대 병원, 무슨 교회......."

후다닥 일어나서 통화하는 아내 곁에 섰는데, 아내의 표정이 말이 아니다.

'이자식이 오토바이 타다가 사고 내서 병원에 입원했나 보다...'

통화 끝나지 않았는데, 일단 옷부터 주섬주섬 주워 입으니,

아내가 전화를 끊고 빨리 나가 보잔다.

 

병원에 있냐고 했더니, 그건 아니고 길거리에서 잡혀 있단다.

풍동 입구, 동국대 병원 가는 길 사거리 한모퉁이에

오토바이 네대가 서 있고, 그앞에 고만고만한 놈들 여덟명이

서있다.

네 놈은 차려 자세로 벌받듯이 서 있고, 나머지 네 놈은

이리 저리 얼러 대고 있는 중이었다.

 

도착하자 마자 일단 오바 해서 동명이에게 귀싸대기와 발길질을 무자비하게 했다.

"야, 이새끼야! 오토바이 타지 말라고 했지! 너 뒤질려고 환장했냐?" 이러면서..

이자식은 뒤로 주춤주춤 물러 서면서 잘못했다고 빈다.

(손과 발로 마구 때리고  차면서 문득 든 생각은 '나도 잘 때리고 잘 차는 구나,

  텔레비전에서 K-1 열심히 본 효과가 있나 보다...'  나 원 참...)



동명이 친구 두 놈이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12시 넘어서 나오니까 버스가 끊어졌고, 그래서 친구한테 전화해서는 오토바이 태워 달라고 했고, 두 친구가 오토바이를 몰고 왔고, 공부하던 두 놈이 그 뒤에 타고 집으로 오는 중에 다른 놈들한테 걸렸다는 것이다.

 

(얼마전부터 공부하겠다고 독서실에 다니고 있다. 그동안 한번도 이자식이 어쩌고 있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엊저녁에 아내에게 한번 물어봣다. '동명이는 독서실에서 공부하기나 해?' 아내의 대답은, '나라고 그걸 어떻게 알겠어? 그러고 싶다니까, 그냥 독서실 다니라고 냅둔거지..' )

 

동명이 일행을 잡은 놈들은 동네의 양아치 비슷한 놈들인 모양으로, 폭주족 행세를 하고 다녔는데, 자기네들이 볼때 얘네들이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는 장물일 가능성이 많고, 면허증도 없기때문에 위험하다고, 그래서 부모님께 잡아서 부모님께 전화한 거라고, 만약 경찰서에 넘기면 장물취득으로 감방갈 거라고..... 아주 친절하게 설명했다. 얘들이 오토바이를 샀다고 하지만, 영수증도 없고, 키박스도 뜯어서 바꿨기 때문에 문제라면서...

 

그 양아치 같은 놈들의 설명대로 동명이 친구들은 오토바이를 '어떤 형'한테 15만원을 주고 샀다는 것이고, 영수증도 없고, 운전면허도 없고, 당연히 부모 몰래 타고 다니는 거였다.

 

내가 경찰서에 이놈들 모조리 넘기겠다고 했더니, 양아치 같은 놈들이 '그러면 문제가 커질수도 있으니까, 부모님 오셨으니까 인계하고 그냥 가겠다면서 오토바이 두대에 네놈이 타고서는 폭주족처럼 요란하게 사라졌다.

 

남은건 네 놈의 동명이 친구들과 나와 아내..

한 놈의 아버지는 곧 오신다고 했고, 나머지 오토바이 타고 온 놈에게 '네 부모님께 통화해서 네가 오토바이 탄다는 것만 알리겠다'고 했는데 한사코 집에 전화하지 말라고 울먹이면서 사정이다. 부모님이 피자집을 하는데, 저번에 오토바이 타는 걸 걸려서 뒵따 얻어터지고 안타겠다고 맹세했는데, 지금 또 연락하면 자기는 죽음이라는 거였다.

그러기 때문에 더 연락해야 한다고 연락처 달라고 했더니, 그 옆에 친구놈이 "애네 집은 보수적이라서 그러니 봐 달라" 고 거든다.

 

'허거.... 보수적이라... 산오리는 안보수적이서 동명이 놈은 그냥 전화하라고 알려 줬나?

 오토바이 타고 다니면서 그래도 보수적인 부모는 무서워 하기라도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놈과 전화번호 내놓으라, 못주겠다 로 실갱이 하는 통에 시간은 흘러 1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오늘 가서 부모님께 말씀 드릴테니까 내일 부모님과 통화해서 얘기하라면서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그러고 있는데, 다른 오토바이 임자의 아버지가 도착했다. 그 아버지 도착하자 마자,

"이 새끼야, 너는 이제 학교고 학원이고 다 끝이야."

이 한마디로 정리하고서는 자초지종을 약간 듣고서는 바로 112로 전화를 때린다.

10여분 후에 경찰이 도착하니까 '이 오토바이 가져 가서 처리좀 해 달라'고 하고선

그 아버지가 애 둘 데리고 가고,

산오리는 동명이 데리고 집으로 왔다.

나머지 한 놈은 그 근처가 집이라 걸어서 돌아갔다.

 

집에 돌아 오니 두시...

잠 자려고 누웠는데, 애새끼를 줘 팬게 맘에 걸리기도 하고,

오토바이 타지 말라고 엄마나 애비나 사정을 하고 다녀도 듣지도 않고,

거짓말만 해대는 저 자식을 어찌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숨만 한참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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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0 12:17 2006/11/10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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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종상 2006/11/10 12:5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우리집도 머슴애 둘인데,잘 읽고 학습해서 대처능력을 키워볼 요령으로 열심히 읽었는데, 대처법은 영 안나네요.
    대동제때 못뵈었어요?

  2. 바다소녀 2006/11/11 17:1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런 글도 있었구낭.. --;;
    한꺼번에 여러개 글이 올라오면 맨 위글만 올라 온줄 알고
    그거 하나만 읽고 말았던것 같은 느낌이 드는거시...
    앗~ 정신 차려라 바다소녀~

  3. 산오리 2006/11/14 14:4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문종상/온에서 오랜만이네요, 오프에서도 정말 오랜만이었죠. 부모 맘대로안되는게 자식문제죠..ㅎㅎ
    바다소녀/진짜 정신 좀 차리쇼..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