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술자리..

from 단순한 삶!!! 2006/11/13 16:47

이 놈이야 밖에서 얼마나 먹고 다녔는지 알수 없지만,

동명이와 저녁이나 먹자고 해서 소주를 같이 마셨다.

 

혼자 애비와 마주 앉는게 어색했던지,

친구놈을 하나 데리고 왔다.

지난번 가출하고 나서 밖에서 저녁은 먹었지만,

그때는 맥주 한잔 마셨으니까 굳이 따지면 두번째인가?

 

오토바이 사건때 거의 K-1 수준으로 팬게 좀 미안해서

저녁이라도 먹자 한 거였는데,

미안하다고 하지는 않았다.



소주를 셋이서 마시는데,

두 놈 다 소주를 잘 마신다.

첫잔을 따라주고 나서는

"그냥 니네 둘이서 따라 마셔라"고 했더니,

산오리 한잔 마시는 동안에 두어잔씩 비운다.

 

동명이 친구놈은 고개를 돌리고 마시는데,

동명이는 그냥 앞으로 마주 보고 마신다.

"아빠는 그런거 상관 않는데, 어른들하고 그렇게 마시면 싸가지 없다는 소리 듣겠다."

라고 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별 대답 없다.

 

지난번에 오토바이 몰고 왔던 두 놈은 어떻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친구가 "집에 갇혔는지 연락도 안된다"고 대답.

 

"미성년자라서 담배 사거나, 술집에 가서 술 마시려면 고생좀 하겠다"고 했더니,

"그런거 안물어보고 파는데도 있어서 걱정없다"고...

 

노동자 대회 갔다 오는 길이라고 했더니,

친구는 "그거 불허되지 않았어요?"한다.

"야, 너는 어째 그런것도 아냐?"고 했더니,

신문에서 봤다고 한다.

 

친구가 자기네 엄마 아빠 싸웠다는 얘기를 했는데,

동명이는,

"우리 집은 화목한데..."   한다.

(이나이에 싸울 일이 있겠냐?)

 

산오리가 허겁지겁 네잔 마시는 동안 소주 두병이 비었다.

"한병 더 시켜주까?" 했더니, 고개를 흔든다.

독서실 가서 공부 좀 하고 가겠단다.

 

술냄새 풍기면서 무슨 공부를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지만,

두놈이랑 헤어져서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왔다. 제법 취해서...

 

주량이 상대가 안되서,

아들놈과도 '술이나 한잔 하자'고 말하기 어려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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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3 16:47 2006/11/1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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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머프 2006/11/13 17:0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애가 중학생쯤 되면 술도 같이 마실 수 있는거군요..
    부러워요~ 근데, 저는 애하고 술마시면 할말이 별로
    없을것 같은뎅...
    산오리는 멋진 아빠십니다. 애 팼다고 술로 땜빵할 생각도 하시공..^^

  2. 삐딱 2006/11/13 17:0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왜 나는 독서실 가서 공부 안하고 한 잔 더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까요? 쩝...

  3. 민주애비 2006/11/13 20:1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덜 큰 아들과 술이라...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4. golabor 2006/11/14 11:1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음메..가슴이 빡세게 찡해분지네..

  5. 곰탱이 2006/11/14 11:5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동명이가 많이 서운했나 봐요, 오토바이 사건 때문에^^... 술을 친구처럼 돌려서 마시지 않고, 그냥 마셨다는 걸 보니^^... 노대 때 만나뵈어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6. 바다소녀 2006/11/14 13:4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바두기님 안냥.. ^^

  7. 산오리 2006/11/14 14:5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스머프 / 중학생이 아니라 고등학생이 되었어요. 저도 술마시면서 할얘기 없었어요.
    삐딱 / 그건 확인 안해봤는데....
    민주애비 / 허거... 애들에게 술사주는건 좋은거 같지 않아요.ㅋ
    바두기 / 직접 한번 해 보시죠.. 별 감흥 없어요.ㅋ
    곰탱이 / 그냥 마신건 몰라서 그런거 같은데...얼굴만 보고 지나쳐서 좀 서운했어요..
    바다소녀 / 바다소녀도 안냥..^^

  8. 행인 2006/11/15 15:1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버지와 술 한 잔 할 수 있었다는 기억을 가지게 된 동명이는 정말 행복할 거에요. 물론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술 퍼먹고 돌아다녔어도 정작 아버지 앞에서 술 마셔본 기억은 음복주 마신 거 이외에 없네요. 언젠가는 동명이가 다 이해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아버지가 있었다는 것에 대해 평생 자랑으로 여기게 될 거구요. 동명이는 좋겠다...

  9. 산오리 2006/11/16 09:2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행인/저도 아버지와 맞술 마셔보지 못했지요, 아버지가 술을 전혀 안하셔서...그저 술 먹더라도 조금만 마셔라..이정도의 충고만.ㅎ

  10. 염둥이 2006/11/16 09:5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다음부턴 담배도 피게 해 주시구 맘도 좀 편하게 해 주세요. 그럼 애들이 아빠 주량에 맞춰서 술도 마실거고 지들끼리 엄한데 가서 2차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11. 산오리 2006/11/16 15:2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염둥이 / 담배는 좀 끊어라구 사정사정하구 있거든요..ㅋㅋ 아무리 편해도 지들끼리 엄한데 가서 2차도 하겠죠. 그거까지 어케 막겠어요..

  12. batblue 2006/11/17 14:0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안주는 머였어요? 안주가 맘에 안들었던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