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낚시

from 그림과 노래는 2007/10/07 17:55

몇년전에 바다낚시를 세번쯤 따라가 보고선,

이 놀이는 산오리가 할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새벽에 배를 타고 바달 나가서는

살아 있는 미꾸라지를 낚시바늘에 꿰어서

바닥에 내렸다 올렸다 하면 재수 없는 우럭이나 광어 같은 놈들이

걸려서 올라 오긴 하는데,

열번 던지면 너댓번은 봉돌이라는 납덩이나 낚시 바늘이 바닥에 걸려서

낚시줄을 끊어야 했고,

그렇게 수십명, 수백명, 수천명이 서해바다에 버리는

납덩이가 아마도 수천톤은 될거라는

머, 대책 없는 걱정을 했었고,

그렇게 몇마리 잡아서 소주와 먹는 재미는 있었지만,

종일 배 위에서 꼼짝 못하고 있는건

즐기는게 아니라, 나를 고문하고 있는 거라 생각했던거 같다.

 



얼마전부터 옆 사무실 동료가 바다낚시를 가자고 꼬시고 꼬셔서

그래 한번 가보지뭐... 하고 따라 나섰다.  회사의 낚시동호회서 함께..

 

금욜 저녁에 회사구내식당서 저녁을 먹고,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은 서천의 홍원항.

바닷가에서 소주 한잔 마시고, 민박집에 들어가서 잠시 한숨 자고..

새벽 4시에 깨어서 부산하게 배에 올랐다.

이쪽저쪽 배에서 낚시꾼들의 움직임으로 부산했다.

 

배는 5시에 출발했고, 세상은 깜깜했다.

 

한시간이나 지났나?   육지쪽이 벌겋게 달아 올라왔다.

 

서해에서 바라보는 일출....

 

한시간 40분쯤 배를 타고 나가 낚시를 시작한 곳은 외연도 열도부근...

아스라히 빨간 등대가 보이는 곳이 외연도 본섬이란다..

이섬 부근을 뱅글뱅글 돌면서 낚시대를 내렸다 올렸다를 반복..

 

하루종일(오후 2시까지..) 잡은 건 고작 우럭 2마리와 놀래미 2마리..

같이 갔던 사람들도 별로 잡지 못했다.

파도만 높고, 물살은 없었다나, 어쨌다나....

 

돌아오는 길에 바라다 본 바다는 좋더라... 봉돌은 안빠트렸지만,

낚시바늘은 10개쯤 해 먹은 거 같다...

 

아침을 제대로 안먹어서 그런지, 낚시 시작하고 나서부터  멀미가 나기 시작했다.

평생 타는 거 타고선 멀미라곤 몰랐는데, 멀미 한번 시작하니까 정말 괴로웠다.

더구나 나보다는 함께 가자고 한 동료는 완전히 사색이 되어 버렸다.

낚시고 뭐고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는데,

같이간 사람들이 낚시를 포기하고 돌아갈수야 있었을까...

그나마 잡은 우럭을 안주로, 소주 두어잔 마시고, 점심까지 먹고 나니까

약간 살만해 지긴 했지만, 그래도 계속 속이 뒤집힐거 같고, 구역질 나고,,,

정말 멀미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하긴 파도는 꽤 높아서 중심만 잡고 몸을 지탱하기 위해 발바닥에 얼마나 힘을 줬는지

돌아오는 배에서는 발가락에 쥐가 날 정도였다..

 

집에 들어와서는 잡은 우럭을 처치해야했기에 생전 첨으로 바닷고기 회를 떴다.

그리고는 정신 좀 차려서 몇점 먹어보니, 그제야 회맛이 좀 났다는...

 

동호회 회장님은 산오리를 바다낚시에 꼬시기 위해서

친절하게 낚시대도 새로사서 빌려주고,

온갖 정성을 다했는데,

다시 바다로 낚시가고 픈 마음은 별로 없네..

 

또 몇달이나 지나면 그 힘든 것들도 잊어버리고 따라나설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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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7 17:55 2007/10/0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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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두기 2007/10/08 00: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맨날 꼬신다고 말만하고선 실천을 못한 바두기..할 말은 없지만..저도 엊그제 홍원항에 갔는데..바로 앞에서 주꾸미 낚시 했거든요,,멀미도 없고..그저 전리품 먹어 치우는데는 주꾸미만한게 없지요..멀미에는 육지 한 번 밟으면 그게 약인데..아니면 바다에 풍덩 빠지는 것도. 담에 한 번 밑밥 많이치고 꼬셔볼께요..

  2. 바다소녀 2007/10/08 11:1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제가 멀미가 무지 심해요. 바다에서도.
    배 타고 있다가 그냥 죽든 살든 뛰어 내려 버릴까도 했다는.. --;;
    덕분에 어떤 사람들은 내가 섬에서 태어 났다는 걸 안 믿어요. ㅎㅎ

  3. 산오리 2007/10/08 11:2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바두기 / 제주도에 감성돔 잡으러 한번 가지요..ㅎㅎ
    바다소녀 / 바다에 풍덩 빠지면 괜찮다고 하니까 담에는 그방법을 함 써보시지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