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한번도 글을 올리지 안(못)한걸 보니까,

일주일 동안 꽤나 바빴나?

팀 바뀌고 나서는 낮에 잠간잠간 들어와 보긴 하는데,

통 글을 쓰거나 덧글을 달만한 여유조차 없다.

 

연휴 5일... 노는날이 길어서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막상 명절이 있는 뒤의 3일은 꼼짝할 수 없이

사역을 해야 하니까, 노는날이래야 겨우 이틀,

평소의 주말과 다를바 없다.

그래도 사역을 하건 말건 회사 안간다는건 신나는 일이다.



늦게까지 잠안자고 아침에도 늦잠 자면 생활이 뒤바뀔 거 같아

7시에 일어나서 아내도 애들도 깨워서 밥먹고 8시부터 정상 모드로 돌입.

 

주말에 집에 있으면 청소나 해 놓으라는 아내의 불평을 해소하려고

청소를 시작했는데, 청소 한번 하는게 만만치 않다.

일단 이런 거 저런거 다 들어 올리고, 치운 다음에,

진공청소기 한번 돌리고, 스팀청소기로 닦았다.

진공청소기 들고 동명이 방에 들어 갔더니,

친구놈과 둘이서 고스톱을 치고 있다. 아침부터....

잔소리 한마디 할까 하다가 그냥 냅뒀는데,

내심 서운하달까, 저렇게 자식 키워서 머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어릴적에(나이 50이 된 요즘도 마찬가지다) 우리 형제들은

아버지가 무엇이라도 하신다고 일어나기만 하면,

줄줄이 도열해서 옆에 서서 거들었다.

감히 혼자 쉬거나, 도망갈 엄두도 못냈다.

수도를 고치거나, 보일러를 고치거나, 아니면 쓰레기를 버리거나, 청소를 해도..

다들 편하게 있다가 아버지만 집에 들어오시면 다들 기립했다가 부동자세로 앉아서...

세대가 달라지기에 그렇다고 하더라도,

부모가 자식들 편하게 해 준다고 해서 보는 건,

애비 청소하는데, 자식은 침대위에 앉아서 고스톱이나 치고 있고..

그게 자식을 위하는 건 아닌거 같은데...

 

어쨌거나 청소를 다 해치웠더니, 나 혼자만 남았다.

아내는 출근했고, 두 아들은 축구하러 나갔고,

나도 자전거를 타고 봉일천으로 향했다.

봉일천 옆 곡릉천변 자전거 도로는 완전히 양쪽으로 꽃이 만발해서

꽃길을 달리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다는거.

카메라를 안가져 가서, 사진도 못찍고...

내일 다시 가서 사진이라도 몇장 찍어 와야겠다.

 

그리고는 국도를 타고 벽제로 내려오려고 하다가 다시 천변길로 들어섰는데,

먼지 날까봐 공사장 주변에 물을 뿌려서 길이 엉망이었다.

자전거 바퀴에 흙이 가득 달라붙고, 여기저기 물이 튀고..

그리고는 지저분한 길을 빠져나왔더니, 배가 고프다.

중국집에 가서 간짜장을 하나 시켜먹었는데,

면발이 너무 질겨서 맛이라곤 도통 없었다...

 

짜장면으로 배 채우고 나왔더니, 비가 온다.

금새 그치려니 하고 자전거를 타고 오는데,

비는 그치지 않고, 2차선 도로에 갖길도 없는 길을 늘어서서 막히는 차들과 함께

달렸더니, 이제 빗물에, 흙탕물에...그러고 원당까지 왔다.

일산을 들어서니, 아예 비도 온거 같지 않게 도로가 마른채로 있고..

하튼 대한민국 땅덩어리 넓다.

 

주유소에 가서 5백원 넣고 압축공기로 자전거에 흙먼지 대충 불어내고,

집에 왔다. 40킬로... 3시간 10분.

 

신고 간 운동화에 흙탕물 다 튀었길래, 운동화나 빨아야겠다고 신발장 열었더니,

빨아야할 운동화 4켤레...다 빨아서 탈수기 돌려서 늘고...

애들은 그제야 축구하고 들어오고 아내도 느지막히 들어왔다가는 저녁먹으러

다시 나가고...

저녁밥도 하고, 넘쳐나는 고구마와 감자 처치하겠다고,

감자 볶음도 만들었는데, 소금을 너무 넣어서 반찬으로 먹기에도 너무 짜고..

감자 갈아서 감자전 붙이고, 감자와 고구마 함께 쪘는데, 먹을 사람도 없고..

애들이랑 저녁 먹고 치우고....야구구경하다가...

 

신발 빤 김에 애들 축구화라도 빨아주자고 뒤졌더니

축구화도 네켤레... 어떤 축구화 안에는 양말 그대로 들어있고,

축구화 담아갔던 쇼핑백 안에는 땀에 절은 웃옷도 그대로 들어 있다.

(애새끼들은 하튼 자기네 거 하나도 안챙긴다...)

축구화 네켤레  빨아서 널고 나니 하루가 끝났구나...

하루 완전히 전업주부 노릇했다..

 

이렇게 노는 날 하루가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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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2 22:39 2007/09/22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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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부팅이 2007/09/23 01:1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곡릉천과 벽제,, 우리 동네 가까운 곳을 도셨군요.
    언제 한번 나가면 지나는 모습을 뵐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비록 안면은 없지만 어쩜 느낌으로도 알 수 있지 않을런지...ㅎㅎ

    아무쪼록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기 바랍니다.

  2. 2007/09/23 02:2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래도 산오리님은 좋은 아버지인 것 같아요..^^
    아이들과 나름대로 소통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근데 울 조카들을 봐도 가끔 한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은 들드만요..ㅋ
    추석 잘 보내삼..!!

  3. 산오리 2007/09/23 21:4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바부팅이 / 자전거 끌고 곡릉천에서 한번 만나죠..ㅎㅎ
    갈 / 조카들은 쥐어박고 싶겠지만, 막상 자식 하나 생기면 다 챙겨주고 싶은게 엄마들 마음인가봐요..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