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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정세전망과 사회주의 진영의 대응방향

잠복된 공황

지금 세계정세를 형성하는 데에서 세계공황이 압도적인 우위와 규정력을 발휘하고 있다. 작년 전 세계 지배계급은 발 빠르게 국제 공조와 협력 체계를 가동시켰다. 저금리정책, 유동성공급, 보호무역차단을 국제규범으로 성사시켰다. 그러나 그 이면을 보면 지금 세계 각국은 엄청난 규모의 국가 부채를 떠안고 있으며, 소비 위축이 심각한 수준이고, 대량실업이 넘쳐나고 있으며, 극단적인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
즉 지금 공황이 잠시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단지 지배계급 사이의 공조 때문만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에게 일방적으로 위기를 전가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배계급 사이의 공조와 협력이 마냥 계속되기는 어렵다. 또한 노동자 민중의 불만과 분노는 갈수록 쌓이고 있다. 따라서 위기는 진정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잠복되어 있을 뿐이다.
지금 지배계급 내에서 한편에서는 출구 전략을 말하는, 또 한편에서는 이중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는 것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세계정세는 대단히 유동적이며 불투명하다. 다만 공조와 전가가 아직은 이어지고 있고 비록 공급(거품)에 따른 효과이기는 하지만 일부 성장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할 때, 2010년에 공황이 세계적 차원에서 급격히 폭발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세계 도처에서 크고 작은 정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편 이번 공황은 미국 경제가 처한 취약성이 반영된 것이며 이번 공황을 통해 그 취약성은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미국의 패권 역시 더욱 약화될 전망이다. 가까운 시일 안에 힘의 저울추가 급격히 기울지는 않겠지만 머지않아 미국의 패권이 약화된 장소에 힘의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이 공백을 차지하려는 자본간,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며 그 만큼 새로운 대립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특히 그 중심에 중국이 서게 될 것이라는 것이 진작부터 공공연한 사실로 떠올라 있다. 얼마 전 코펜하겐 기후협약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이 부딪침으로써 벌써 현실화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신자유주의 지구화 역시 지금까지와 같은 질주를 계속하기는 쉽지 많은 않을 것이다. 이번 공황 자체가 바로 신자유주의 지구화가 불러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축적 전략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지구화 자체가 이미 위기에 빠진 자본의 상태를 반영한 것으로 새로운 시도가 오히려 위기를 부추겨 더 큰 위기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랬을 때 2010년은 이제까지 미국의 패권과 신자유주의 지구화라는 두 축에 의해 움직이던 세계에 어떤 변화가 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요지부동 이명박 정권

2010년은 이명박 정권이 집권 반환점을 도는 해이자, 지자체 선거를 치르는 해이다. 부르주아 정치세력 사이에서 사활을 건 쟁투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민주당은 촛불투쟁, 용산투쟁, 쌍용차투쟁에서는 사실상 객에 불과했지만, 미디어법 투쟁을 계기로 반이명박의 대표 주자로 나섰다. 두 전직 대통령의 연 이은 죽음이 이를 더욱 가능케 했다.
지금 정세는 이명박 대 반이명박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노동자 민중이 투쟁을 일으키고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배경이 될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민주당이 정치적 헤게모니를 행사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현실은 훨씬 후자 쪽으로 기울어 있다. 진보정당이 반이명박 투쟁전선에서 노동자 민중투쟁의 한 주체로 서지 않고, 반대로 제도 정치 공간에서의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려는 태도를 취한 것이 이를 더욱 부채질 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조직노동자의 투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0년에도 이런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정국은 세종시 문제로 뜨겁게 달구어져 있다. 민주당은 이를 활용해 반이명박의 정치적 대표성을 더욱 강화하고 나아가 지자체 선거에서 민주대연합을 주도하려 하고 있다. 진보정당은 여전히 민주당과 정치적으로 분명한 선을 긋지 않고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이해다툼을 벌이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진보정당 통합 타령만 되뇌고 있다. 그건 민주노총이 제기할 수 있는 하나의 사안일 수는 있어도 전력투구해야 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과 분명히 결별할 것을 주장하고, 노동자 민중투쟁을 같이 조직하고 책임질 것을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노동자 민중도 이명박 정권과 자본가계급에 대한 분노를 켜켜이 쌓고 있으면서도 선뜻 저항과 투쟁으로 떨쳐나서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이 지금과 같은 행태를 벗지 않는다면 설령 통합이 돼도 그것이 계기가 되서 노동자 민중이 자신감을 회복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이명박 정권은 설사 지자체에서 패한다 해도 의회를 무기로 지금까지의 정책 기조와 국정 운영 방식을 그대로 가져갈 것이 분명하다.
이명박 정권을 대체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형성되지 않는 한 그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노동자 민중의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2010년에도, 지자체 선거 결과에 따른 일부의 영향은 있겠지만, 정세의 급격한 변동이나 변화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변화하는 동북아

한편 지금 세계정세에서 동북아 정세가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이 매우 빠르게 커지고 있다. 중국이 이미 미국과 함께 G2로 불릴 정도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경제 대국 일본이 지금까지 미국과 맺어온 일방적인 관계를 되돌아보며 아시아 중시를 말하고 있는 데에서 그 현실성이 뒷받침되고 있다. 그에 따라 중국과 일본이 전후 최초로 우호적 관계를 맺기 위한 여건을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예정되어 있는 일본 선거에서 하토야마 정권이 승리할 경우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 분명하다.
물론 동북아가 EU와 같은 정도로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겠지만 역내 경제 협력이 높아질수록 정치적 관계가 밀접해 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2010년은 중국, 일본, 한국, 아세안이 공동보조를 취하는 모습이 더 활발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그럴 경우 동북아가 세계정세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동북아 정세를 규정하는 또 다른 요인이 ‘북핵 문제’라고 할 때, 2010년은 오바마 정권의 ‘북핵 문제’ 해법이 비로소 가시화되는 해가 될 전망이다.
오바마가 내세운 ‘핵 없는 세계’ 정책, ‘NPT 체제’ 복원 등과 맞물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이란 문제 해결, 중간 선거 대비 등을 앞두고 최소한 북을 6자회담으로 끌어내기 위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북은 ‘비핵화’를 지렛대 삼아 미국과의 평화협정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북은 지금 체제(정권) 보장과 경제 봉쇄가 풀리지 않고는 생존 자체가 심각한 위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6자회담을 성사시키려는 미국의 의도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을 철회시켜야 하는 북의 의도가 일정한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평행선을 그릴 것인지 아직은 확실치 않지만 어떤 형태, 어떤 수준에서든 2010년은 대화국면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와 함께 남북관계에도 일정한 변화가 예상된다.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명박 정권도 북의 대 중국 의존도가 더 이상 진전되는 것은 원치 않고 있으며, 북의 입장에서도 남북관계가 개선되어야 할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반자본을 더욱 구체화, 대중화 하자

사회주의 진영은 반MB투쟁과 반자본 투쟁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전체 반MB전선은 민주당을 비롯한 자유주의 세력이 헤게모니를 행사하고 있다. 올 6월 지자체 선거 때까지 반MB전선은 민주대연합(민주 대 반민주)과 진보대연합(보수 대 진보)이라는 틀(프레임)에 갇힐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그럴 경우 반MB투쟁은 정권 심판론/선거 심판론으로 협소/왜곡될 수밖에 없다.
사회주의 진영은 지금까지 반MB투쟁을 정권 퇴진 투쟁과 반자본 투쟁으로 가져가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반MB와 반자본 사이의 관계를 부지불식간에 반MB를 통한 반자본, 즉 ‘선 반MB, 후 반자본’과 같은 매개론 또는 단계론적으로 사고했거나 아니면 상호 관계성을 해명하지 못한 채 병렬시켰다.
2009년에 대표적으로 결합했던 용산투쟁과 쌍용차투쟁의 경험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비록 전력을 다했으며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위와 같은 태도를 보인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살펴봐야 한다. 현실에서 사회주의 진영의 반MB 역시 민주당 헤게모니와 진보정당의 담론에 갇혀 있고, 반자본은 꼬리말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제라도 반자본을 전면에 내걸어야 한다. 그래야만 반MB 투쟁도 지속성을 가질 수 있으며 정치적 의의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자본의 내용을 더욱 구체화하고 더욱 대중적으로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 반자본을 단지 정치적 구호나 선전으로 생각해서는 그를 진전시키기 어렵다.
자신부터 반자본이 대중의 정서나 정세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반자본은 오늘의 세계가 처한 현실을 볼 때 미래에 도달할 어떤 이데아가 아니다. 작은 일상 속에서도 이미 반자본은 충분한 설명력을 가질 수 있다. 반자본을 지금의 현실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로 만들어가야 한다. 


동북아·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자

2010년 동북아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는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상당한 변화가 일 것이 충분히 예상되고 있다. 기존 경색 국면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물론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거나 안정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해 당사국 사이의 또는 지배계급 사이에서 공동의 이해관계를 끌어내기가 여전히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서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찾아야 하는 것이 또한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대화 테이블은 어떤 식으로든 복원하려 할 것만은 분명하다. 사회주의 진영은 지금부터 미국과 이명박 정권에게 대북적대정책 철회, 한반도 비핵화 동참,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평화 체제를 실현할 것을 정치적 요구로 내걸고 최대한 개입할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지배계급은 오히려 그것들을 실천할 분명한 의사나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개입을 통해 저들의 본질을 폭로하고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그것들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것이 노동자 민중의 이해와 자동적으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것만으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없지만 이 문제를 저들에게 맡겨버리고 노동자 민중의 이해와는 무관한 것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요구와 개입이 노동자 민중을 정치적 수동 상태에 머물게 한다거나 민족주의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야말로 아무런 근거가 없다.
지금 원칙적 차원에서 반대해야 할 것은 자본 중심의 동북아 경제권을 형성하려는 지배계급의 움직임이다. 아직은 이 문제가 가시권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역내 국가 사이의 FTA 체결이 이루어지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그 때서야 대응하려면 이미 늦다. 또한 지배세력과 또 다르게 그것이 마치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대안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개량주의 세력의 입장과 태도에 대해 단호히 비판하고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 사회주의 진영은 동북아, 한반도 문제에 대해 문제 제기의 당사자로, 대안 세력으로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


전국적·전계급적 활동, 민주노조운동을 방어하자

2010년 사회주의 진영은 노동 현안에 대한 개입과 대응을 비상하게 할 준비와 각오를 다져야 한다. 지난 철도노조 투쟁에서 그대로 드러난 바와 같이 이명박 정권은 이제 아주 노골적으로 노동조합에 대해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노동관계법 개악, 공공부문 선진화, 금속노조에서 예상되는 임단협 후퇴, 비정규법 개정 등을 동원하여 민주노조의 의의와 역할을 아예 없애려 작정하고 있다.
지금 닥치고 있는 현실은 이제까지 일종의 습관처럼 말하던 위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현재 처한 위기에 겹쳐 거센 풍랑이 일면 정말 배가 파산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노동자 민중이 겪어야 할 어려움은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회주의 진영의 대응도 이제까지와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달라져야 한다. 하나는 사회주의 세력의 정체성과 존재성을 분명히 드러내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노동자를 주체화하는 문제와 이를 대립시켜서는 안 된다. 그 반대다. 노동자를 주체화하기 위해서도 이는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주의 세력은 운동진영 전반에 만연된 대기주의와 경제주의에 맞서기 위한 일대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또 하나는 노동 현안에 개입한다고 해서 거기서 만의 활동으로 제한하거나 제약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민주노조(운동)을 방어하는 것조차 성공하기 어렵다. 사회주의 진영도 그동안 보여 온 노동자주의적 태도와 실천을 하루빨리 극복해야 한다.
전국(세계)적 시야와 전계급적 안목을 갖추려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 대중투쟁이 일어나기를 막연히 기다릴 것이 아니라 대중이 투쟁에 떨쳐나설 수 있는 정치 환경을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지방선거, 자본가 정당과 결별해야

노동자 민중의 입장에서 볼 때 올 지자체 선거에서 이루어야 할 최소한의 정치적 목표는 적어도 진보정당까지를 포함한 노동자 민중운동 진영이 자본가 정당과 분명히 결별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정치적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정치를 해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형성해야 한다. 그럴 수 있어야만 비로소 본격적인 정치 논쟁이 가능해지고 정치를 꽃피울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두 진보정당은 지금 중심을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자 민중이 처한 현실을 어떻게든 돌파하려는 태도와는 거리가 한참 먼 행보를 걷고 있을 뿐이다. 한참 동안을 민주대연합과 진보대연합 사이에서 헤매다가 결국 도달한 결론이라는 것이 자신의 생존과 이해를 지키기 위한 수준으로 돌아왔다. 진보대연합이든 통합이든 그것들은 정치적 명분,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을 그들만 모르쇠하고 있다.
정파가 자신의 정치를 해 나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를 탓할 필요나 이유는 없다. 자신의 정치를 관철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는 속에서 그것이 노동자 민중 전체의 이해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가를 설명하고 납득시키면 된다. 진보신당이 전면적 진보대연합을 말한 바 있고 민주노동당이 통합을 전제로 한 선거연합을 결의했지만 이를 듣는 노동자 민중의 가슴은 아무런 감흥도 느낄 수 없다.
이제 사회주의 세력이 나서서 노동자 민중진영을 묶어 세워야 한다. 노동자 민중진영이 취해야 할 선거 목표와 그를 위한 방안을 제출하고 흩어진 대중을 결집시키기 위한 활동을 적극 펼쳐 나가자.
 

고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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