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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내가 쓴 글

40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5/17
    부르뎅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5)
    무화과
  2. 2006/05/16
    단어 하나, 숙어 하나
    무화과
  3. 2006/05/13
    돌멩이 하나(6)
    무화과
  4. 2006/05/13
    불복종의 이유(1)
    무화과
  5. 2006/05/13
    그냥(1)
    무화과
  6. 2006/05/12
    미안해요(3)
    무화과
  7. 2006/05/10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1)
    무화과
  8. 2006/05/09
    군화와 고무신
    무화과
  9. 2006/05/08
    군대에 대한 두 편의 시
    무화과
  10. 2006/05/08
    촛불문화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세요(6)
    무화과

부르뎅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내 친구 부르뎅이 오늘 감옥에 갑니다.

부르뎅은 대단한일은 못하더라도

세상을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담배를 끊고

또 병역을 거부했습니다.

 

워낙 독한놈이라 그나마 걱정이 덜하긴 하지만

그래도 감옥으로 하나씩 둘씩 떠나보내는 마음은 결코 편하지 않습니다.

이미 여러명을 보냈고 나도 가야하지만

부르뎅이 구속된다는 사실은 느낌이 뭔가 다르네요.

마음이 찹찹합니다.

 

대학교 다닐때부터 알고있었고,

많은 경험을 공유했으며,

전쟁없는세상 활동을 지금까지 함께 해 온 친구라서

사실 부르뎅과 저는 병역거부의 이유도 상당히 비슷합니다.

병역거부이유서를 쓰는데

부르뎅이 머저 쓰면서 내가 쓰려고 한 내용을 다 써버려서

곤란하기도 했었구요.

 

내가 먼저 구속될 줄 알았는데...

 

아무리 독하다고해도 많이 힘들겁니다.

부르뎅이 1년6개월동안

몸과 마음 모두다 건강한채로 지낼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외롭게 수감되어 있는 병역거부자들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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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하나, 숙어 하나

불량공주동거인님의 [팽성대사전과 관련한 제안] 에 관련된 글.

백만장자가 생존권 타령한다.

일반적으로는 돈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하는 것을 비꼬아서 쓰여야 하는 말. 이를테면 강남 부자들이 부동산세 때문에 못살겠다거나, 대기업 총수들이 대한민국에서 기업못해먹겠다고 할 때 해주어야하는 말.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이 숙어의 용법을 잘 몰라서 얼토당토 않은곳에서 사용. 이 말은 정말 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돈 많이 있으면서도 또 돈타령할 때 쓰여야 함. 다른 가치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해당안됨.

 

군홧발

일반적으로는 군인들이 군화를 신고 있는 발의 모습을 의미함. 하지만 종종 발을 보호하는 신발 이상의 기능들을 수행함. 이를테면 사람을 차고 농작물을 짓밟는데 활용됨. 땅위의 생명 하나와도 공감하기 위해서 서로 덜 아픈곳을 찾아서 발을 딛어야 하는 고무신과는 달리 군홧발은 자신의 발아래 모든것을 파괴하며 거침없이 행군하는 폭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음. 특이사항 - 보통발보다 무좀걸리기 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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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하나

불량공주동거인님의 [지킴이들이 아파요...] 에 관련된 글.

휴식을 취하는 것은 활동을 지속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어차피 평생의 삶이 운동이라면,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버리기보다는 끊임없이 충전하면서 사는게 훨씬 좋다.

하지만 너무 열심히 사는 활동가사회에서는 휴식은 왠지 낯설다.

주변에서 쉬라고 해도 자신에게 익숙치 않아서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킴이들이 아프다니 걱정이다. 아프지 말아야 하는데.

사실 서울에도 아픈사람 여럿있다. 내가 보기엔...

그리고 나도 아픈건 아니지만, 약간은 지친다.

황새울의 들녘이 지치는 것이 아니라 집회와 촛불문화제, 선전작업등이 지친다.

난 항상 지치고 짜증나고 만사가 귀찮아질때는 시를 보거나 노래를 듣는다.

아무 생각없이 노래를 듣고, 시구 하나하나를 되새기며 나의 추억들을 떠올린다.

 

그래서 모두들 지친 몸과 마음 달래보고자 시와 노래 하나.

김남주의 시이자 안치환의 노래이다.

 

 

돌멩이 하나                                               김남주

 

하늘과 땅 사이에

바람 한점 없고 답답하여라

숨이 막히고 가슴이 미어지던 날

친구와 나 제방을 걸으며

돌멩이 하나 되자고 했다

강물 위에 파문하나 자그맣게 내고

이내 가라앉고 말

그런 돌멩이 하나

 

날 저물어 캄캄한 밤

친구와 나 밤길을 걸으며

불씨 하나 되자고 했다

풀밭에서 개똥벌레쯤으로나 깜박이다가

새날이 오면 금세 사라지고 말

그런 불씨 하나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돌에 실릴 역사의 무게 그 얼마일 거냐고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불이 밀어낼 어둠의 영역 그 얼마일거냐고

죽음하나 같이할 벗 하나 있음에

나 그것으로 자랑스러웠다.

 

 

쓰고나서 보니 조약골의 '활동가 친구'만큼이나 무서운 가사다ㅋㅋ

그래도 나 또한 묻지 않았다. 광화문 촛불이 얼만큼 세상에 빛을 비출지.

우리가 맨놈으로 국가폭력에 맞선듯 과연 얼마정도의 시간이나

대추초등학교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지

어쩌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싸울지도 모른다.

이기려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있을 수 없기에 싸운다.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 싸운다.

 

그러니까 모두들 아프지 말고 싸우자. 다치지 말고 싸우자.

가다못가면 쉬었다가면서 싸우자.

어차피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진자들의 국가와 법치주의 사회에서

평생을 인간이기 위해서 싸워야 하니까, 쉬엄쉬엄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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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복종의 이유

송환에서 김동원 감독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장기수 할아버지들이 그 오랜 시간동안 감옥안에서 투쟁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신념도 있겠지만, 인간성이 말살되는 상황에서 발동하는 오기가 아니었을까"

그 말에 적극 공감했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대단한 신념을 가지고

그 신념만으로 세상 모든 역경을 헤쳐나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신념이 항상 절대선이 아니기때문에 너무 투철한 신념은 때로는 위험하다.

 

사람들은 머리로 생각하는 이데올로기나 신념보다

자신이 어떤 권리를 박탈당하거나 인격을 무시당하거나 인권을 침해당함을

스스로 느낄 때, 오히려 투쟁하게된다.

 

평택에서 벌어지는 투쟁도,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다.

전략적 유연성의 문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문제, 미국의 제국주의적인 행태,

기지이전 과정에서 한국정부의 태도애 데한 문제, 미군이 그동안 해왔던 잘못에 대한 문제

한국과 미국의 잘못된 관계의 문제, 군부대가 가지는 본연의 문제 등

여러가지 정치적인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그리고 위의 문제들은 이 상황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평택에서 이토록 격렬하게 저항이 일어나는 것은 위의 문제들 때문만은 아니다.

평택주민들은 생존권의 위협을 받기 때문에 움직이는 거다.

두 번이나 쫓겨날 수 없기 때문에 처절하고 끈질기게 싸우는 거다.

그리고 내가 평택투쟁에 계속 빠져들고 있는 이유는,

국가폭력과 공권력에 불복종하는 이유는

그곳에서 너무 많은 인권유린을 보았기 때문에,

오기가 작동한 것이다.

무자비한 국가에 대해, 의무는 커녕 강도짓하는 국가에 대해

어디 한 번 누가이기나 해보자 오기가 발동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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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오랫만이다.

이렇게 에너지가 소진되어 가는 것은.

학교 졸업후 꾸준히 충전해놨던 에너지가 야금 야금 소진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2년 반동안 충전해놓은 것이 많아서 아직은 버틸만하다.

어쨋든 이렇게 에너지가 소진되게 활동을 하는 것이 너무 오랫만이라, 약간은 적응 안된다.

 

하기사 평택의 상황이 터지고 나서 근 일주일 동안

절반은 일하느라, 절반은 술마시느라 집에 제대로 못들어가고 잠을 잘 못자니

육체의 피로가 쌓이고 쌓였다.

그리고 그 일주일동안 웹자보다, 촛불문화제다 무엇가를 끊임없이 창조하는 작업들이

넘쳤으니 내 아이디어는 고갈되고 머리가 지끈거릴 수밖에.

게다가 매일매일의 촛불집회를 계속 긴장하고 신경쓰며 있으니 피로감은 배가 된다.

 

그런데 결정적인 것은 바로 이것이다.

평택투쟁을 바라보는 여러가지 시선들이 있다. 당연하다.

진보넷 블로그에도 여러 의견들의 글이 올라온다.

꼭 모두가 그런것은 아니지만,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비폭력에 대한 회의감, 심한 경우에는 비웃음,

뭔가 물리적인 힘을 행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들,

감성적인것에 대한 무시와 굉장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척하는 운동권 문화.

 

이런 태도와 글들을 접할 때, 내 몸과 마음은 그냥 쉬고싶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별로 논리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고(사람이 얼마나 복잡한 동물인데, 논리로 설득되고

논리로 실철하는 사람 없더라) 게다가 지쳐있는 상황이고,

또 게다가 논쟁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많은 경우 논쟁은 말꼬리 잡기가 되어 버린다.

나의 미숙함과 상대방의 미숙함으로) 그냥 그런갑다 하고 넘어갈 뿐이다.

비폭력이 오해받는 거야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는 것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낳는다.

 

여력이 된다면,

집회방식에 대한 논쟁과 투쟁방식에 대한 논쟁,

폭력과 비폭력에 대한 이야기,

운동권들의 짜증나는 폐쇄적인 문화와

염증나는 입으로 하는 정치와 급진적인 사상에 하나도 안급진적인 삶

이런 것들을 이야기해보면 좋겠지만,

그냥 너무 피곤하다.

 

사실 갈수록 미군이고 뭐고, 평화고 뭐고, 전략적 유연성이니 뭐니,

머릿속이 복작해서 하얗게 되다 보니 잘 생각이 안난다.

그냥 대추리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살면 좋을거 같고

국가와 권력이 한없이 짜증나고 밉고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평택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그냥 피곤하니까 쉬고 싶다.

그냥 못견디겠으니까 국가와 싸우는 것다.

그냥 사는 거다. 인간이니까.

 

너무 똑똑하고 잘난 운동권들 싫다.

그냥 좀 살자. 논리적인 이유 없이도 그냥 하면 어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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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친구 : 방패는 방어하라고 있는 거자나요. 그걸로 휘두르고 사람 찍고 하면 어떻해요.

 

전경 : 그쪽도 우리한테 돌 던지자나요. 던지지 마세요.

 

친구 : ... 미안해요...

 

5월 4일날 대추초등학교 앞에서 오고갔던 수많은 대화중의 하나.

난 비록 5월 4일 대추리에 가지는 못했지만,

그 자리의 많은 이야기들을 전해들었다.

 

수많은 욕설이 오고가고, 폭력이 오고가고,

커다란 공포와 그것을 이겨내기 위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던 그곳에서...

 

내 마음을 울리는

내 친구와 전경의 대화.

그 전경이 그날 시위대들에게 어떤 행위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내 친구의 말 한마디에 내 마음 한구석이 고요하게 울고있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모두가 미안한 마음을, 가슴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면

서로를 인간으로 대할 수 있다면,

서로를 사랑할 수 있다면,

 

그래서 아픈곳 감싸주며

다친곳 치료해주며

서로의 마음을 보아주며 그 마음에 눈물흘리며

 

그럴 수 있다면...

미안해 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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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영락없이 딱 삼팔선이다.

평택 대추리에 삼팔서니 쳐졌다.

철책 넘어도 우리땅인데 갈 수 없는 땅이 되어버렸다.

그러고보니 참 세상에 삼팔선 많다.

대추리는 이중삼중으로 삼팔선이 쳐졌다.

논을 가로지르는 철책이 그렇고 대추리 들어가는 삼거리를 막고 있는

시꺼먼 것들의 바리게이트가 삼팔선이다.

서울 촛불집회를 삥 둘러싸고 경고방송해대는 전경차들도

삼팔선이다.

전쟁과 폭력, 죽임과 경쟁, 분열과 비열, 평화와 반대되는 모든 것

 

대추리의 철책을 보고있으니 김남주의 시가 생각난다.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김남주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부가 그물을 던지다 탐조등에 눈이 먼 바다에도 있고

나무꾼이 더는 오르지 못하는 입산금지의 팻말에도 있고

동백꽃 까맣게 멍드는 남쪽 마을 하늘에도 있다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오고가는 모든 길에도 있고

사람들이 주고받는 모든 말에도 있고

수상하면 다시보고 의심나면 신고하는

이웃집 아저씨의 거동에도 있다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뜨는 해와 함께 일어나고

지는 달과 함께 자며

일하면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농부의 팍팍한 가슴에도 있고

제 노동으로 하루를 살고 이틀을 살고

한 사람의 평등한 인간이고자 고개를 쳐들면

결정적으로 꺾이고 마는 노동자의 허리에도 있다

어디 그뿐이랴 삼팔선은

농부의 가슴에만 노동자의 허리에만 있으랴

그 가슴 그 허리 위에 거재를 쌓아올리고

아무도 얼씬 못하게 철가시 꽂아놓는 부자들의 담에도 있고

그들과 한통속이 되어

자유를 혼란으로 바꿔치기하는

패자들의 남침위협 공갈협박에도 있다

 

나라가 온통 피묻은 자유로 몸부림치는 창살

삼팔선은 나라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라 밖에도 있다

바다 건너 마천루의 나라 미국에도 있고

살인과 약탈과 방화로 달러를 긁어모으는 그들의 군수산업에도 있고

그들이 북으로 날리는 위장된 평화의 비둘기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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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화와 고무신

트랙팩님의 [대추리에 평화를 ! 릴레이 선언] 에 관련된 글.

밟히는 모든것을 그냥 부셔버리는 군화.

발아래 모든것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제 몸 아프게 하는 고무신

군인의 신발과

농민의 신발과

살상하고 파괴하기 위한 집단과

생산하고 나누기 위한 집단

그들의 신발.

군화와 고무신.

작은 것 하나에도 그들의 삶이 존재의 이유가 드러난다.

 

 



군화와 고무신의 차이


흔히들 병영 안에서의 폭력을 비유하는 말로 “워커발로 쪼인트 깐다”라는 표현이 있다. 두툼한 신발 밑창이 밖으로 툭 튀어나온 군홧발로 날이 선 촛대뼈를 사정없이 후려친다는 것인데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군화란 원래 전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신발이다. 거친 전쟁터에서 발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지만 워낙에 튼튼하고 견고하다 보니 함부로 휘두르는 발이 때로는 무기로 둔갑하기도 한다. 이 군화를 신고 산 속 농장에 오를 일이 생겼다.

사실 산에 오르는 데 견고성으로 말하자면 군화나 일반 등산화나 별 차이가 없다. 다만 군화 쪽이 좀더 중무장한 느낌이 들 뿐이다. 잘 닦여진 일반 등산로를 벗어나 키 작은 수목과 돌들이 가득한 계곡으로 들어섰다. 군화의 견고함을 믿고 거침없이 휘젓고 나아간다. 발밑에서 어린 나무줄기와 풀들이 비명을 질러댄다. 키가 큰 갈대숲도 울퉁불퉁 돌밭도 문제가 아니다. 우지끈 뚝딱 마구 밟고 지나간다. 요란하게 들리는 파쇄음(破碎音)에 자못 우쭐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천하무적!”, “내 앞을 가로막는 자는 모두 이렇게 밟아 주리라!”, “고지가 바로 저긴데!” 입에서 이런 말들이 저절로 주억거려졌다.

며칠 뒤 이번에는 고무신을 신고 같은 곳을 찾아가게 되었다. 일부러 그리 한 것이 아니라 고무신을 신고 근처로 나들이를 나왔다가 내처 그곳까지 가게 된 것이다. 얇은 고무 밑창을 통해 전해지는 땅의 굴곡과 작은 돌들의 속삭임이 정겹게 느껴졌다. 무심코 제법 큰 돌의 모서리를 밟은 모양이다. 아팠다. 어쩔 수 없이 딛고 다니기 쉬운 길을 골라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군화를 신고 갈 때보다 더 세심히 주위를 살피게 되었고 발놀림도 조심스러웠다. 장시간 산행이 곤란하니 개울을 만나면 물가에 발을 담그고 앉아 쉬고, 너럭바위를 만나면 바위에 걸터앉아 쉬게 되므로 자연히 동행한 사람과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고무신을 신고 확실히 알게 된 것은 자연 앞에서 겸손하지 않으면 다친다는 것, 그리고 겸손한 만큼 자연을 더 잘 알게 된다는 것이었다.

산 밑으로 내려와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들과 도로를 낸다고 산을 마구 허물고 있는 중장비들을 본다. 지금 우리는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중무장을 하고 살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마치 군홧발은 거침없이 잘 가고 있지만 그 속에 있는 발은 땀에 전 채 무감각하게 뒤따라가는 꼴이다. 결국 햇빛 한번 보지 못한 창백한 발은 무좀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되고 언젠가는 목발 신세까지 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반면에 고무신은 비록 빨리 가지는 못하지만 주위의 모든 기운을 몸으로 느낄 수 있으니 걷는 것 자체를 즐길 수 있다. 군화가 폭력을 정당화하고 오로지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특성을 가졌다면 고무신은 조화를 추구하고 과정을 중시하는 특성을 가졌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사회는 지난 50년 동안 군화를 신고 정신없이 달려왔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도 군화를 신은 사람들이 그 기간의 대부분을 지배했었고, 안타깝게도 민간인 정부가 들어선 지 십여 년이 지났건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군화를 벗어버릴 분위기가 아니다.

오로지 달성해야 될 목표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첨단 장비들 만이 우리의 관심이다. 그로 인해 파괴되는 자연과 주변의 인간관계는 다 부차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목표를 달성해서 돈을 많이 벌면 그 돈을 가지고 파괴된 자연과 인간관계를 복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진정 행복이라고 느끼는 것들의 대부분이 돈으로서는 살 수 없거나 복구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비웃지 말고 한가한 날 집 근처로 산보를 나가거나 근교의 시골 집엘 방문하게 되면 고무신을 한번 신어보자. 확실히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될 것이다.

 

황대권 생태공동체운동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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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대한 두 편의 시

트랙팩님의 [대추리에 평화를 ! 릴레이 선언] 에 관련된 글.

돕헤드님의 [[mp3] 애국자가 없는 세상] 에 관련된 글.

 

설마설마했다. 국방부 장관이 군대를 투입한다고 했을때,

그럴지 뻔히 알면서도 설마설마했다.

군대란것이 원래 없는 사람들 모아다가

가진사람들의 재산을 지키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국군이 지켜주는 국민은 잘사는 국민일뿐이라는 것도,

따라서 대추리의 주민들은 지켜줄 대상이 아니라(바라지도 않는다)

오히려 작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어쩌면 설마설마 했다기보다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쨋든 이미 예상된 군투입이었지만, 충분히 그럴거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충격적이다.

 

두 편의 시가 군대의 본질을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받들어 꽃                                                                 -곽재구

국군의 날 행사가 끝나고
아이들이 아파트 입구에 모여
전쟁놀이를 한다
장난감 비행기 전차 항공모함
아이들은 저희들 나이보다 많은 수의
장난감 무기들은 횡대로 늘어놓고
에잇 기관총 받아라 끝내는 좋다 원자폭탄 받아라
무서운 줄 모르고
서로가 침략자가 되어 전쟁놀이를 한다
한참 그렇게 바라보고 서 있으니
아뿔사 힘이 센 304호실 아이가
303호실 아이의 탱크를 짓누르고
짓눌린 303호실 아이가 기관총을 들고
부동자세로 받들어 총을 한다
아이들 전쟁의 클라이막스가
받들어 총에 있음을 우리가 알지 못했듯이
아버지의 슬픔의 클라이막스가
받들어 총에 있음을 아이들은 알지 못한다
떠들면서 따라오는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과 학용품 한 아름을 골라주며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 앞에서
나는 얘기했다
아름답고 힘있는 것은 총이 아니란다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과 별과
나무와 바람과 새 그리고
우리들 사이에서 늘 피어나는
한 송이 화단에 피어난 과꽃
한 송이를 꺾어들며 나는 조용히 얘기했다
그리고는 그 꽃을 향하여
낮고 튼튼한 목소리로
받들어 꽃
하고 경례를 했다
받들어 꽃 받들어 꽃 받들어 꽃

시키지도 않은 아이들의 경례소리가
과꽃이 지는 아파트 단지를 쩌렁쩌렁 흔들었다

 

 

 

애국자가 없는 세상                                  -권정생


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도
애국 애족자가 없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젊은이들은 나라를 위해
동족을 위해
총을 메고 전쟁터로 가지 않을테고
대포도 안 만들테고
탱크도 안 만들테고
핵무기도 안 만들테고

국방의 의무란 것도
군대훈련소 같은 데도 없을테고
그래서
어머니들은 자식을 전쟁으로
잃지 않아도 될테고

젊은이들은
꽃을 사랑하고
연인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무지개를 사랑하고

이 세상 모든 젊은이들이
결코 애국자가 안 되면
더 많은 것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 것이고

세상은 아름답고
따사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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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문화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세요

깃발로 자기 세 과시하는 촛불집회 싫어서,

민노당 후보들 올라와서 선거운동하는 촛불집회 싫어서,

반미에 자주만 울려퍼지는 촛불집회 싫어서,

허구언날 무슨 위원장 어디 의장 회장들 나와서 재미없고 지루하게

사람들 교육하려드는 발언들만 있는 촛불집회 싫어서,

자유발언이라고 해놓구 이미 섭외된 단체사람들 이야기하는 촛불집회 싫어서,

집회랑은 괴리된 집회 이후 몸싸움이 싫어서,

그냥 길가다 참여한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없는 촛불집회 싫어서

서울대책회의 촛불문화제팀에 결합했습니다.

 

어제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새로히 촛불집회팀을 꾸려서 앞으로의 촛불집회 기회을 일임하고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내용과 진행방식으로 촛불집회를 한다. 입니다.

앞으로 어디 직책가진 사람들이 자기 조직의 입장을 정치발언으로 하는

그런 것 못하게 하기로 했습니다. 노래도 맨날 주한미군철수가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잇는 감수성을 자극하기로 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도움을 요청합니다.

촛불집회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세요.

춧불 집회 하루 전체에 대한 컨셉도 좋구

아니면 촛불집회에서 이런거 해보자 저런거 해보자도 좋아요.

일단 5월 8일은 연행자들의 이야기로 촛불집회를 할 예정입니다.

혹은 주위에 좋은 이야기를 해줄수 있는 분이나

다른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뛰어난 문화예술적인 능력이 있는

숨은 고수를 추천해주셔도 좋아요. 스스로를 추천하셔도 좋아요.

 

많은 덧글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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