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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12/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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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대하여...

#. 잊혀진 꿈의 동굴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 2010년 작)

 

잊혀진 꿈의 동굴

 

동네에 예술영화 전용극장이 생기니까 넘 좋다...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만!!!

2010년에 만들어진 영화를 이제사 보게 되었다. 

영화적인 특별함은 별로 없는 평이한 구성이지만.. 내용 그 자체 때문에 허거덕....

영화는 3만년 전, 크로마뇽인 버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믿을 수 없는 벽화를 찬찬히 보여준다.

갈기가 없었던 3만년 전의 사자들, 마치 움직이는 듯한 바이슨, 코뿔소들과 검고 아름다운 말들...

몇 년 있다가, 누군가가 이 그림들이 모두 현대의 조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한 들, 나는 하나도 놀라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혹은 그게 아니라 외계인들의 소행이라 해도 안 놀랄 자신이 있다..

3만년 전에 이걸 진짜로 그렸다는게 그 무엇보다 놀라운 일.... ㅡ.ㅡ 

정확한 묘사와 일필휘지의 손놀림, 추상과 구상의 모호한 경계....

니스 근처 마그 재단 미술관에서 보았던 샤갈의 말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고독한 천재는 왜 삼만년 일찍 세상에 태어났더란 말인가.... 

그는 누구와 어울리고, 누구와 "예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

아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을까?

불과 5백년 전, 서양화는 잊혀졌던 원근법을 천년 만에야 되살렸다.  

그런데 삼만년 전에 이런 그림을 그린 크로마뇽인이 있었다.......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환희와 고독이 막 느껴지는 듯.. ㅡ.ㅡ

 

그런데 영화 마지막 부분은 갑자기 호러로 급선회... 동굴에서 멀지 않은 핵발전소 주변의 온수 때문에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이상증식한 악어들 모습은 어찌 연결시켜야 할지???  

그리고... 감독 아자씨 목소리가 나쁜 건 아닌데... 리차드 아텐보로 할배의 드라이하고 꼿꼿한 나레이션에 익숙한 나머지, 다른 목소리를 들으면 어색어색... 

 

# 샌드맨 (닐 게이먼... 그리고 여러 화가들과 편집자들...)

 

 

The SandMan 샌드맨 1 - 서곡과 야상곡
The SandMan 샌드맨 1 - 서곡과 야상곡
닐 게이먼 외
시공사, 2009

 

The SandMan 샌드맨 2 - 인형의 집
The SandMan 샌드맨 2 - 인형의 집
닐 게이먼
시공사, 2009

 

The SandMan 샌드맨 3 - 꿈의 땅, 시공 그래픽 노블
The SandMan 샌드맨 3 - 꿈의 땅, 시공 그래픽 노블
닐 게이먼
시공사, 2009

 

 

 

 

 

 

 

 

 

 

 

 

 

 

 

 

 

 

 

 

The SandMan 샌드맨 4 - 안개의 계절, 시공 그래픽 노블
The SandMan 샌드맨 4 - 안개의 계절, 시공 그래픽 노블
닐 게이먼
시공사, 2009

 

The SandMan 샌드맨 5 - 당신의 게임
The SandMan 샌드맨 5 - 당신의 게임
닐 게이먼
시공사, 2009

 

The SandMan 샌드맨 6 - 우화들
The SandMan 샌드맨 6 - 우화들
닐 게이먼
시공사, 2009

 

 

 

 

 

 

 

 

 

 

 

 

 

 

 

 

 

 

 

 

The SandMan 샌드맨 7 - 짧은 생애
The SandMan 샌드맨 7 - 짧은 생애
닐 게이먼
시공사, 2009

 

The SandMan 샌드맨 8 - 세상의 끝
The SandMan 샌드맨 8 - 세상의 끝
닐 게이먼
시공사, 2009

 

The SandMan 샌드맨 9 - 친절한 그들
The SandMan 샌드맨 9 - 친절한 그들
닐 게이먼
시공사, 2009

 

 

 

 

 

 

 

 

 

 

 

 

 

 

 

 

 

 

 

 

The SandMan 샌드맨 10 - 장례 전야
The SandMan 샌드맨 10 - 장례 전야
닐 게이먼
시공사, 2009

 

The SandMan 샌드맨 : 영원의 밤
The SandMan 샌드맨 : 영원의 밤
닐 게이먼
시공사, 2010

 

The SandMan 샌드맨 : 꿈 사냥꾼 - 완결
The SandMan 샌드맨 : 꿈 사냥꾼 - 완결
닐 게이먼
시공사, 2010

 

 

 

 

 

 

 

 

 

 

 

 

 

 

 

 

 

 

 

 

작년 말부터 저녁에 조금씩 읽어오던 것이 어제야 쫑났다..

한동안 소설을 읽지 않아서 잊고 있었는데,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닐 게이먼의 어두운 환상, 불멸하는 '영원'에 대한 미궁같은 이야기들이 너무너무 좋았다.

이건 마치 20세기의 천일야화....

나도 모르게 모르페우스와 그 형제자매들에게 빠져들어 갔고,

특히나 꿈의 군주 모르페우스, 그리고 그의 누나와 여동생 - 죽음과 절망- 에게 깊은 애착을 느꼈다.

그리고 어쩐지, 루시퍼의 고독을, 까마귀 매튜의 우애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닐 게이먼이 뛰어난 이야기꾼이라는 것이야 진작 알고 있었지만,

아.. 이 자가 일가를 이루었구나.. 이런 탄식(?)을 늘어놓게 만드는 놀라운 이야기들인데다

그림도 어쩌면... 한 컷도 버릴게 없는 듯...

특히나...

모르페우스가 생을 마감하고, 그를 떠나보내며 추억의 집을 짓는 영원형제들의 모습은 숨을 턱 막히게 했다.

이것이 종이 위에 그려진 '만화'가 아니라, 지금이라도 창문을 내다보면

저 멀리 적막한 어둠의 심연에서 그들을 곧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마음같아선 책 한장한장 뜯어서 방에 도배하고 싶음.. ㅡ.ㅡ

그럼 악몽에 시달리겠지 ㅋㅋ

진정한 현실의 악몽은 이 아름다운 책을 '시공사'라는 이름표와 함께 보아야 한다는 것...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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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벵갈 호랑이, 장발장...

포스팅만 보면, 나는 세상 제일의 한량 ㅡ.ㅡ;;

 

# 호빗: 뜻밖의 여정 (피터잭슨 감독, 2012년)

 

호빗 : 뜻밖의 여정

 

차가운 셜록의 따뜻한 남자, 마틴 프리먼이 빌보 배긴스로 ㅋㅋ

원래 이렇게 스케일이 큰 이야기는 아닌 듯한데,  

어쩌다보니... 그야말로 뜻밖에 블록버스터가 된 게 아닌가 싶네 그려..

아기자기하고, 따뜻하고, 귀여운 그야말로 재미난 동화...

저 멀리 원경의 산맥들은 마치 내고향 6시에서 본 듯한 뉴질랜드 풍광...

그리고 익숙하고 반가운 얼굴들....  

시간은 지난 반지원정대보다 60년 전이라는데 간달프는 더 늙어보여 ㅋㅋㅋ

스미스 요원 요정 휴고위빙도 주름 자글자글 ...  

갈라드리엘은 후광 때문에 피부 상태 확인 불가능 ㅋㅋ

 

근데,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이라면 별 감흥이 없었을 수도...

번역이 좀 후지다는 거 빼고는 흡족할만한 영화였음...

특히 골룸과 빌보가 수수께끼 맞추며 대결하는 장면에서 "Lost" 에 대한 번역 완전 거슬림...ㅡ.ㅡ

근데 또 딱히 한국어로 적당하게 번역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을 듯....

다음 편들도 후딱 이어서 했으면 좋겠네...

셜록이 네크로맨서/스마우그로 나온다는데... 빌보 왓슨과 조우하는 장면이 몹시 기다려짐 ㅋㅋ

 

# 레미제라블 (탐 후퍼 감독, 2012년)

 

레미제라블

 

잘 만든 뮤지컬 영화라고 평이 좋아서 보려고는 했었는데, 여행이다 뭐다 정신없어 못보다가

대선 이후 갑자기 "힐링" 영화로 등극해있어서 이건 또 뭔 일인가 하며 보았음

음악 좋고, 연기들 잘 하고, 극도 잘 짜여져 있기는 한데........

근데 도대체 사람들이 어디에서 힐링을 받았다는 건지 당최 미스테리... ㅜ.ㅜ

 

빅토르 위고의 원작 레미제라블은 읽어본 적이 없고,

내가 기억하는 건 장발장과 은촛대 동화책 버전.... 

그래서 원작이 아닌, 딱 이 영화에만 한정해서 이야기하자면 전형적인 헐리우드 서사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은 영화가 아닐까 싶음...

말 그대로 "한 때의 젊은 치기"로 혁명운동에 동참했던 마리우스 (심지어 부르주아도 아니고 앙시앙레짐의 적자...) 는 화초처럼 자라 아빠의 과거도 세상 물정도 암 것도 모르는 화사한 코제트 만나

다시 아무런 고민도 없이 이전의 귀족 생활로 돌아감.

결혼식 장면에서 정말 빡쳤음 ㅜ.ㅜ

마리우스 좋아하던 에포니는 심지어 두 사람의 사랑을 이어주고 장렬히 전사....

하수구에서 마리우스 짊어지고 이동하는 장발장에게서 나는 울버린의 환영을 보았음.. .ㅡ.ㅡ

 

어쩌면 이 영화는 형사 자베르와 장발장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작품???

혁명은 그저 배경인 겐가?

사실... 극 초반 판틴을 몰아세우던 공장의 드센 여자들, 결국은 그녀가 머리카락을, 이빨을, 몸을 팔게 만들던 악다구니 같은 여자들과 남자들, 바리케이드를 쌓을 수 있게 가구를 던지던 서민들, 결국 나타나지 않고 혁명군을 고립 궤멸에 빠지게 했던 시민들(?).... 이들은 다 같은 소위 "민중" 아닌가 말여....

이렇게 복잡미묘한 인간상을, 한 순간은 극단적 악인들로, 또 다른 순간에는 전혀 다르게 세상을 바꿀 이들로 그리는 단선적 묘사는 후덜덜... 물론 뮤지컬이라는 특성 상 극적 대조를 이루기 위한 장치였다고 관대하게 이해해주기는 했음...  ㅡ.ㅡ

 

다시금 깨달은 것이지만, 나는 격정적이고 드라마틱한 영화들과 친하지 않음... 

 

# 라이프 오브 파이 (리안 감독, 2012년)

 

라이프 오브 파이

 

말하자면, 이런 영화가 내 취향...  

한번 갈고닦아 놓은 통찰력은 장르가 바뀌어도, 기술이 바뀌어도, 맥락이 바뀌어도 여전히 그 광채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하게 보여줌.... 

정말, 리안 감독은 어떻게 이런 인생의 깊이를 가지게 된 게야...

나이 먹으면 저절로 되나???

그런 거라면 나도 얼릉얼릉 나이 먹고 싶지만, 그렇지는 않다는 게 인생의 함정.... ㅡ.ㅡ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상대와 고립 무원의 상황에서 공존해야 하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 있을까? 심지어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적대자를 돌보기까지 해야 하다니...

그리고 미운 정조차 용납하지 않는 비정한 세계, 환상적인 아름다움과 치명적인 위험이 공존하는 모순덩어리의 세계, 믿고 싶은 것과 믿을 수 있는 것이 부동하는 불가해한 세계.....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하면서도 흉포한 리차드 파커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냥 다 술술 불어버릴 것만 같았지......ㅡ.ㅡ

 

그리고 이 영화 대부분의 장면들이 CG 라는 것에 다시 한 번 깜놀....

호랑이와 소년이 실제로는 한 번도 조우한 적이 없었다고!!!

기술은 기술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위해 쓰일 때, 그것이 기술인지조차 모를 때 가장 뛰어난 법 아닌가 싶음....

 

정말로, 다음 영화가 기다려진다오.. 리안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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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원정대 #마지막

hongsili님의 [박사원정대 ] 에 관련된 글.

 

@ day 8

 

드디어 마지막 날....

아침 일찍 밥을 챙겨 먹고 대장정에 나섰다.

이렇게 대장정은 끝나는 건가.... Aoraki 산을 빠져나오는데 아쉬움 한 사발... ㅡ.ㅡ

 

다시 만난 Pukaki 호수는 흐린 날씨 때문에 전혀 다른 모습이었고,

도착 이래 처음으로 찌푸린 날씨 덕분에 장거리 운전은 훨씬 덜 피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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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북미 지역 최대 세일 기간이라는 Boxing day 주간을 맞아 도시로 돌아가면 "닥치로 쇼핑" 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일부 멤버들이 있었지만....

머지 않아 그건 과욕임이 드러났다.. ㅡ.ㅡ.

루트번 트랙에서, 밀포드 사운드에서 펄펄 날아다니던 우리들이었지만,

사람많은 쇼핑몰에서는 한 시간을 버티는 것조차 느무느무 힘들었던 것이다.

사람보다는 양들과 있을 때 더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각자 기념품과 선물거리로 소소한 것들을 구입한 후,

지친 몸으로 숙소귀환하여 최후의 만찬을 들었다.

연어구이와 리슬링와인......

 

그렇게 밤도 저물고 박사원정대의 여정도 저물고...

물론... 이후로도 싼 비행기표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장시간 귀환 길이 남아있었지만....  그건 다 잊자구 ㅋㅋ

 

 

@ 마무리하면서 풍광을 체험할 수 있는 동영상 링크 몇 개.....

 

공항을 빠져나와 너른 벌판으로....

 

 

라벤더, 계곡, 개울, 숲...

 

 

빨려들어갈 듯 맑은.... 흔들리는 수면....

 

 

밀포드 사운드 가던 길.... 저 커다란 설산 뒤에 무엇이 있을까 두근두근했었지... ㅡ.ㅡ

 

 

호수 호수 호수.....

 

 

 

@ 마무리...

 

무엇을 얻고 돌아왔나?

호연지기 10갑자와 한껏 높아진 눈.... 그리고 카드영수증 ㅋㅋㅋㅋ

 

낡은 밧데리 마냥, 충전해놓은 호연지기들이 금새금새 방전되어 버리고는 하지만

그니까 더 세게, 더 자주 충전을 해야한다는 후후....

아직 한 달도 안 지났는데... 벌써 아련하게 추억이 돋는구나......

 

박박사, 미운콩박사, 햇박사...

다들 고맙고 대견하고... 함께 해서 즐거웠다오 ... (나 어디 우주로 떠남?)

 

(대단원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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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원정대 #4

hongsili님의 [박사원정대 ] 에 관련된 글.

 

이거 은근 숙제... ㅡ.ㅡ

 

@ day6

 

우리는 아침을 든든하게 챙겨 먹고 아침 일찍 Te Anau 를 떠나 Mt Cook 으로 향했다.

사실 갔던 길을 상당한 정도로 되짚어 올라가는 길이라 뭐 새로운게 있을까 했지만, 오가면서 보는 경치는 또 다른 맛이 있었고, 무엇보다 날이 느무느무 화창하고 따뜻했다...

따뜻 정도가 아니라 30도를 넘나드는 땡볕...  운전자와 조수석에 앉았던 나와 박박사는 거의 열탈진 수준... ㅡ.ㅡ

그래도 아름다운 곳 나오면 낼름 모두 내려서 각종 기이한 포즈로 사진.... 

어쩌다보니 나는 공식 사진사...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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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능숙하게 Queenstown 에 진입하여 타이푸드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Cromwell 에서 맛난 과일 아이스크림 한 번 더 먹으려 했는데 아뿔싸... 크리스마스라 온 군데가 다 휴무인지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달리다가 Kawarau 계곡의 번지점프대 구경... 물색깔이.... 저런 물감은 도대체 어디서 파는게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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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Lake Pukaki......

전날 인공위성 지도까지 검색하면서 연어농장 위치를 확인했건만, 이날 또 실패.... 여행에서 유일하게 실패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었음....  하지만, 또 아름다운 호수 풍광에 다들 금방 섭섭함을 까먹음...

햇박사는 또다른 스냅샷 가장 연출사진...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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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호수와 아름다운 계곡들만 보면서 달려왔는데, 어느덧 하얀 설산과 구름이 우리 코 앞에 바로 놓여 있다는게 잘 실감이 나지 않는 상황...  Mt Cook 은 힐러리 경이 에베레스트 등정 연습을 하던 곳이라고... 

선주민 언어로는 Aoraki 구름뚫고 솟아있다는 뜻이라고....  이 이름에 영감을 얻어 우리는 마오리 처자 햇박사에게 "구름뚫고 달리면서 밥해"라는 선주민식 이름을 부여함....

 

 Mt Cook 의 숙소는 뭔가 가족 경영의 따뜻함과 미숙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고즈넉한 곳...

오랜만에 내가 쉐프로 나서, 바질-베이컨 스파게티 ... 국수를 삶을 남비 크기가 작아서 양을 충분히 하지 못한게 아쉬울만큼 맛난 한 끼였음...  

저녁 먹고 땡볕 운전에 녹초가 된 우리를 위해 햇박사가 귀한 오이로 얼굴 팩도 해주시고, 그동안 밀린 빨래도 함....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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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y 7

 

오전에  작은 보트 타고 나가서 Tasman 빙하 투어...

그냥 작은 절벽인 줄 알았던 것이 두터운 빙하였다는 사실에 깜놀.... 수정같이 투명한 얼음덩이들과 신비로운 색감의 호수....  저 멀리는 구름으로 가리워진 설산...

날이 따뜻해야 빙하 조각들이 부서져 내리면서 호수로 떠내려와 감상이 가능하다고 하니, 눈비가 내리면 시야 확보가 안 되어서 또 날이 너무 추우면 빙하가 떠내려오질 않아서 보기가 어렵단다.. 우리는 운이 좋았던 게야...

같은 보트에 올랐던 중국 아지매의 사자후같은 고주파 웃음소리가 약간 괴롭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너그러이 받아줄 수 있을만큼 아름답고 신비로운 광경... 그리고 지구 온난화 때문에 빙하가 자꾸 뒤로 후퇴하고 있다는 설명에 진심으로 가슴아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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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숙소 돌아와 셰프가 해주신 맛난 야채볶음밥 먹고 오후에는 슬슬 Hookers Valley 트래킹...

흐려져 가는 날씨 속에 설산을 향해 초원을 넘는 길이 흡사 진정한 반지원정대 ㅋㅋ

산에는 등반길에 올랐다 사라진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작은 돌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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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돌아와 맥주 마시고 노닥거리면서, 박박사의 옵세션 대폭발...

술마시다 가만히 보니, 크래커에 브뤼 치즈 얹고 그 위에 해바라기 씨를 비롯한 견과류를 정성스레 하나하나 꽂고 있었음... 핀셋으로나 가능할 섬세한 작업.....  저여자 뭐야....  ㅡ.ㅡ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산 나의 귀여운 키위새 인형과 기념샷.... 소중한 어른패드는 받침대로...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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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원정대 #3

hongsili님의 [박사원정대 ] 에 관련된 글.

 

여행보다 여행 기록 정리하는게 더 힘들다.... ㅡ.ㅡ

 

@ day4

 

크루즈에서 내린 우리는 곧바로 The Divide 로 달렸다. 이름이 웃기지만, 문자 그대로 갈림길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단다. 여기에서 우리는 그 유명하다는 Routeburn tract 트래킹에 올랐다. 물론 여기도 풀코스로 걸으려면 나흘 정도 걸린다고 하지만, 우리는 해발 약 8백미터 정도 되는 Key Summit 까지만 다녀오기로 했다. 왕복 세시간 코스이니 할 만 했다.  

차를 가급적 나무 그늘 밑에 세워놓고 싶었지만, 마땅한 공간이 없었고 세울만한 딱 한 군데가 있기는 했는데 작지 않은 크기의 돌덩이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는지라... 어쩌지? 하면서 망설였다. 에이, 힘 놔뒀다 뭐하냐.... 저걸 치우자... 우리 지시를 받고 뒷자리의 미운콩이 문을 열고 나서는 찰라, 곤히 잠들어있던 햇박사가 눈을 번쩍 뜨더니만 마치 몽유병 환자차럼 걸어나갔다. 그러더니 우리 앞에서 그 무거운 돌뎅이를 번쩍 들어올려 옮기는데... 과연 두눈 뜨고 보았지만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저 자는 호연지기를 운동에너지로 승화시키는 특별한 능력이 있나보다.....ㅡ.ㅡ

 

올라가는 길은 그다지 가파르지 않았고, 햇볕은 따갑고 바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시원했다.

정경은.... 그냥 말 안할래... 이제 입, 아니 손가락이 아플 지경....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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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연출된 포즈를 잡고 있는 햇박사, 아래 표지는 적진에 매복 침투하고 있는 나와 미운콩 (둘 다 조난당하면 절대 구조되기 어려운 보호색 입고 등반 중 ㅜ.ㅜ), 타조알을 연상케하는 미운콩의 머리...

그나저나 미운콩의 습속은 참으로 특이한 것이.. 낯선 장소에만 가면 들짐승처럼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기이한 항태를 보임.... 라벤더가 만개한 목초지를 가로질러 달리던 도로 노변에서,  천하절경이라는 루트번 트랙의 으슥한 나무들 뒤에서.....  10여년 전 승봉도 해변에서 보였던 말도 안 되는 형태가 평생 한 번 있을까말까 하는 예외적 사건인 줄 알았건만 그게 아니더라구....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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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을 정상에서 간식도 먹고 수다도 떨면서 한가롭게 노닐다 내려와  Milford Sound Lodge 로 이동...

드라이버 박박사 탈진하여 어제의 과속은 잊고 시속 삼십으로 운전대에 매달려 감 ㅋㅋ

Lodge 에 도착해서 숙소 배정받고 씻으려 했더니만, 타월이 모두 떨어졌다는 비보.... 빨래를 맡겼는데 사흘 뒤에나 돌아온다고.... 어이없어라....  할 수 없이 비상 수건, 손수건 등을 총동원해서 씻고, 밑반찬에 저녁 맛나게 먹음... 잠깐 산장 뒤 계곡에 산책 나갔는데, 물은 얼음장이고 모기는 밀림 수준.... 

건물이 나무로 지어졌고, 복도로 연결되어 있는데다 우리 숙소 근처에 샤워장이 위치해 있어 밤새도록 저벅저벅 등산화 발자국 소리가 끊이지 않음.... 피곤해서 그냥 잤음. 다행히 어제 크루즈와 달리 이층침대 난간은 있더라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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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y5

 

아침에 일어나 또 아침 거하게 챙겨먹고 짐 챙긴 후에 Milford Sound 1/2 day guided tour 에 나섬...

배타고 Sandfly 로 이동하여, 거기에서 생태와 주변환경 설명들으면서 한 나절 걷는 프로그램...

가이드가 말할 수 없이 시크함.... 설명하다 중간에 막 가버림 ㅋㅋ "~~~~ so" 하길래 귀를 쫑긋 기울이고 있었는데 끄트머리 쫓아오던 멤버가 도착하니까 바로 자리를 떠버림....  그런데 이 시크한 분이 미운콩의 아웃웨어를 만져보며 도대체 이건 뭐냐고 물어봐서 깜놀...  그러지 않아도 우리도 이건 뭐 텐트 천으로 만든거냐, 도대체 이런 건 어디서 샀냐 놀러먹었는데, 다종다양한 전세계 아웃도어 제품을 다 구경해봤을 가이드마저 그 옷의 정체가 궁금하기는 했던 모양...  미운콩은 대단히 풀이 죽었음 ㅋㅋ

 

그리고 경치는 또 말해봐야 잔소리.... ㅋㅋ

뉴질랜드는 포식자들이 없기 때문에 새의 천국이라고... 또 청정도를 반영하는 지표식물인 이끼 종류가 온 숲에 덮여있어 신비로운 느낌이 강하게 드는 곳... 중간에 작은 구름다리가 있었는데, 예전부터 특이한 고소공포증으로 유명한 햇박사가 못 건넌다고 난리 피워서 손잡고 건네주다 손에 쥐나는 줄 알았음... 바위 들던 악력으로 내 손을.... ㅜ.ㅜ 나중에 어깨를 잡힌 미운콩은 맹금류에 낚이는 토끼의 심정을 이해했다고 토로하기도 했음...

박박사는 사진 욕심이 과하심....  온갖 사진 어느 구석에선가 꼭 보임.... 여고괴담인 줄 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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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트레일 마치고 돌아와 배에서 내리다 넘어져 무릎 깨지는 경미한 사고도 발생... 배에서 내려 뛰어내린 곳에 마침 돌멩이들이 무너져내리면서 patella 정통으로 박음... ㅜ.ㅜ 깨진 줄 알았는데 다행이 멍드는 수준에서 끝남.. ㅡ.ㅡ

 

돌아와서 숙소에서 간단히 컵라면으로 점심먹고... 이제 정든 Milford Sound 를 뒤로 한 채 Te Anau 로 돌아옴...

무슨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더라니....  크리스마스 연휴가 되면 슈퍼가 문을 닫는데다, 다음 날 이동하게 될 Mt Cook 근처에는 장을 볼 수 있는 곳이 전혀 없다고 하여 산더미처럼 먹을 것을 사들임... 다행히 크리스마스 휴무 때문에 신선식품을 대 떨이 판매하고 있어서, 쇠고기 등심 이런거 3천원에 구매함 ....  뭘 축하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축하의 샴페인도 마시고 맛난 딸기치즈케익도 디저트로 먹고...

유리알 체력인 박박사는 주무시고, 나머지는 저녁에 나가서 또 산책..... 여기가 무릉도원인가.... 

 

근데...햇박사는 나에게 사진을 너무 강요함... ㅡ.ㅡ

한껏 연출된 포즈를 잡으면서, 내가 스냅샷으로 우연히 자신의 그런 포즈를 잡아낸 것처럼 해달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해괴한 요구를 남발함.... 심지어 남의 집 산책나온 개를 자기 개인 것처럼 함께 찍어달라고까지 함.... 햇박사 축하 여행이라 내가 참았지.... 나는 인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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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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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원정대 #2

hongsili님의 [박사원정대 ] 에 관련된 글.

 

여럿이 여행 다니면, 자칫 사이가 더 나빠질 수도 있다. 힘들고 예기치 못한 어려움 앞에서 미처 감추지 못하는 약점들이 드러나기 마련이고, 평상시에 몰랐던 까탈스러움이 발견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서로의 주력 분야를 더욱 분명하게 확인하고 인정하는 가운데 부딪힐만한 일들이 거의 없었다. P 박사 - 폰트 전환이 귀찮으니 그냥 박박사라고 부르자 - 와 나는 운전을 맡아서 하루씩 돌아가며 성실하게 운전을 했고, 미운콩 박사는 일정계획에서부터 숙소, 프로그램 예약, 뱅기표 예약, 차량 렌트까지 온갖 행정적인 일을 도맡았다. 그리고 햇박사는 우리의 먹거리와 회계를 책임졌다. 다들 각자의 분야에서 최소 10년 이상의 머슴 내공을 키워왔던지라, 일처리는 더이상 깔끔할 수 없었다...   ㅡ.ㅡ

여행으로 끝내기 아까운지라, 공동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하여 뉴질랜드에서 할 만한 사업 아이템을 골라보기도 했다. 샌드플라이가 출몰하는 서안 지역에서 전기파리채 수입판매를 해보면 어떨까 했는데, 도심 마트에 가니까 역시 있었어... ㅜ.ㅜ  그다음으로 생각해낸 건 방충망 사업.... 한국에서 인기있는 롤러식 현관 방충망을 비롯하여 창틀 방충망 사업이 유망해보이더라니.... 누가 자금 투자 좀.................

 

운전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사실 첨에는 좀 걱정을 했다. 운전 방향이 달라서 위험하지 않을까....

그런데, 따로 고속도로가 없고 모두 한국의 국도같은 형태인데다 (근데 속도는 시속 1백 킬로), 왕복 2차선 도로....

심지어 내비를 켜면, "Continue 120 km, then turn left" 이런 메시지가 출현...

첨에는 다들 120미터를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정말 120 킬로미터 가서 좌회전 ㅋㅋ

딱 두 차선 도로 이외에 도로 양쪽은 모두 목초지나 산, 아니면 호수....

그래서 내비 화면에는 그냥 직선 줄 하나 쳐져 있는, 흡사 정지화면.......

주구장창 직진만 하면 됨... 나중에는 40km 앞 좌회전 메시지 뜨면 다들 "어이쿠, 얼마 안 가 좌회전이네, 조심해야겠어" 이런 덕담을 나눌 수준 ㅋㅋㅋ

 

먹거리 또한 여행의 엣센스라고 할 수 있었는데, 정말 값싸고 푸짐하게 잘 먹은 여행으로 기억될 것 같다.

햇박사가 한국에서 정성스레 준비해온 밑반찬을 기본으로 깔고, 뉴질랜드에서 값싼 쇠고기 양고기 연어 등등에, 매일 저녁 헐값에 pinot noir 반주.... 손맛 최고의 햇박사는 부엌을 신성한 자신의 영역으로 여기며 우리를 들어오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나머지는 손하나 까딱 안 하고 먹어주기만 하면 되는 이상적 (!) 상황....

더욱 놀라운 것은, 게눈 감추듯이 차려낸 것을 모두 먹어치우는 우리를 엄마미소로 바라보던 햇박사의 발언... "내가 차린 걸 이렇게 맛있게 먹어주니 너무 좋아요" ..... 이게 뭐람??? 우리는 전생에 지구를 구했나???

 

@ day3

 

아침 일찍 Te Anau 를 떠나 Milford Sound 로 이동...

이제는 아름답다고 말하기조차 거추장스러운 하늘, 초원, 호수와 강들을 벗하며 계속 달렸음...

중간에 이동하는 양 떼 만나 깜놀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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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처럼 맑고 고요한 수면으로 주변을 비추는 Mirror Lake,  (가보진 못했지만 원령공주의 배경인 야쿠시마 숲 같은) Lake Gunn 의 한 시간짜리 트레일 코스도 걷고... 또 이름모를 그냥 라벤더 계곡에서 광년이처럼 뛰어 다니기도 하고.....  느무느무 아름답고, 마냥 즐거웠음...

이 와중에 모기매력지수 백점의 미운콩은 샌드플라이 주요 출몰지역인 Lake Gunn 의 간이 화장실에 들렀다가 혼비백산하여 옷도 못 추스리고 뛰어나오는 불상사도 발생.... 우리는 바깥에서 라벤더 찍는다고 정신이 팔려있는데, 뭐가 화장실 쪽에서 비명소리와 우당탕..... 화장실 구조물 넘어졌으면 아주 볼만했을 듯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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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lford Sound 를 앞두고 마지막 관문인 Homer Tunnel 전후의 광경 또한 장대함...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터널은 왕복 1차선이고, 그래서 신호등을 두고 양쪽에서 대기해야 할뿐 아니라 터널 안 조명도 어두침침하기 그지 없음.. 기상이 악화된 날에는 아예 이동이 차단된다고 함...

고도도 높은데다 길도 가파르고 좁아 운전하기 쉬운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도심보다는 이곳이 편하다는 생각이... ㅡ.ㅡ

밑의 사진은 햇박사가 찍은 파노라마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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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ford Sound 에 도착해서는 그동네 유일한 카페인 Blue Duck cafe 에서 점심거리를 사서, 편안한 노천 탁자 놔두고 찜통같은 차안에서 몹시도 불편하게 밥을 먹음.... 모기매력녀인 미운콩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음.. ㅡ.ㅡ

 

이어서 우리는 Wanderer 라고 이름 붙은 overnight cruise 탑승....

크루즈라고 하니까 타이타닉호처럼 갑판에 수영장있고, 현악이 연주되는 가운데 드레스 입고 춤추며 밥먹는 곳을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오래된 작은 범선을 개조하여 오후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Milford Sound 를 둘러보는 소박한 여정임....  총 36인승인데 손님은 우리를 포함 12명밖에 안 되서 몹시 조용하고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음.... 작은 모터보트로 옮겨타 "언니 달려~" 를 외치기도 함 ㅋㅋ

빙하에 의해 형성된 아름다운 Fjiord 지형, 크고작은 폭포들, 물개와 새들...

감탄사를 내지르는 데에 한도가 없음을 새삼 깨달음 ㅋㅋ

이제 다들 고만 감동할 때도 되었는데, 새록새록 아름다운 풍광 때문에 좀처럼 멈출 수가 없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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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또 어디인가....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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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는 승무원들도 친절하고, 음식도 푸짐하고 맛나고, 공동시설인 화장실이나 샤워시설도 다 소박하지만 깨끗하기 이를데 없어서 모두 만족스러웠는데....

침실이 후덜덜.....

갑판 아래쪽이 침실인데, 난간도 없는 2층 침대....  심지어 난 그렇게 고도 높은 2층은 첨 봤음.. ㅜ.ㅜ

컴컴한 방에서 나는 이미 누웠는데, 반대편 아래칸의 햇박사가 나보구 왜 안 눕냐고 해서 모두들 잠시 급 정적 호러에 빠짐.... 알고보니 천장에 매달린 등이 내 머리인 줄 알았다고... ㅡ.ㅡ

나는 자다가 선창으로 내비친 달빛이 얼굴에 정면으로 들면서 한번 깨고,

일어나다가는 머리 한 번 가비얍게 천장에 부딪혀주시고...

미운콩 코고는 소리에 박박사 놀라 일어나 때아닌 노트북 작업.. 타닥타닥.....ㅋㅋ

아우성의 하룻밤이었음.... 

 

기대하던 일출은 산에 가려 보지 못했으나, 이른 아침 눈부신 망망대해와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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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사람들, 어찌나 의심이 많은지,

하필 이 시점에 저 물개들은 저 바위에서 우리를 맞이하나.... 시간 맞춰 풀어놓은 거 아니냐,

하필 이 시점에 저 구름이 절벽 중간에 걸려 있을게 뭐냐... 관광객 일정 맞춰 풀어놓은 (?) 거 아니냐...

진짜 거짓말처럼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돌아감.... ㅡ.ㅡ

심지어 밀포드 사운드는 1년 중 360일 비가 온다던데... 우리가 머무는 내내 너무 화창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는.... 

 

뭔가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음모가 있다고 생각하며 또 자리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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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원정대 #1

본인은 친구라고 하지만, 나머지는  "그냥 아는 사이"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일군의 패거리가 있다. ㅋㅋ

친구 없는 그녀의 '강제된' 친구들로서 그네의 박사학위 취득을 기념하는 여행을 기획한 것이 어언 3년 전의 일이다.

사실, 박사라는 것이 쉽게 끝내는 사람도 있고 (나같은 날나리 박사 ㅡ.ㅡ) 또 남유달리 곡절이 많은 이들도 있는 법인데, 이 자는 장장 10여년에 걸쳐서 겨우 박사를 따게 되었고, 그것이 단지 주제를 제대로 못 정하거나 논문 쓰는 과정의 우여곡절 때문만은 아니었다. 논문은 오히려 쉽게 쓴 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호들갑스러운 논문신공에 주변에서 유탄맞은 나같은 피해자도 있다!). 문제는 논문을 쓰러 복귀하기까지의 파란만장했던 인생사였다.

여기에 쓰기도 뭣한 일들, 주변에서 쉽게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그네에게 일어났고, 지켜보는 사람도 기가 막힌 고난의 행군이 이어졌더랬다. 어쩌면 박사원정대라는 괴이한 프로젝트는 그 힘든 시기를 견뎌냈음에 대한 일종의 축하 의식이자, 빨리 논문을 쓰도록 독려하는 일종의 당근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논문은 시작도 하기 전부터, 북해도를 거쳐 (그런데 일본 지진 때문에 꽝), 안나푸르나에 막히고 (험한 지형 회피하는 자들), 스위스 알프스에서 다시 좌절 (비용이 넘 비싸 ㅜ.ㅜ).... 을 거듭한 끝에 뉴질랜드 남섬으로 최종 여정을 결정했다. 프로도가 절대반지를 들고 떠났던 모르도르 산에, 우리는 박사학위를 들고 가리라... 

 

epidmiology, health economics, biostatistics..... 전공분야만 들으면 뭔가 화려할 것 같지만, 이런 고급 학문과는 전혀 상관없는 드라이빙 스킬, 요리 스킬, 가이드 스킬을 시전하며 박사 네 명이 원정대 길에 올랐다. 출장이 아닌, 비교적 장기간의 해외여행이 처음인 따끈따끈 햇박사님께서는 집결한 공항에서부터 한국에 돌아오기까지 조증 상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프로도를 따르는 샘의 마음으로 그 모든 소란을 묵묵히 견뎌냈다 ㅋㅋ

 

@ day 0

 

환승을 위해 지체한 싱가포르 공항에서 길을 잃은 박사원정대....

학위가 다 무슨 소용인가 한숨을 쉬며 정처없이 헤메이다 발견한 생명의 코코넛...

이렇게 열심히 긁어먹을 수가 없더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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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y1

 

Christchurch 도착했으나, 비용절감차 밑반찬을 잔뜩 챙겨온 햇박사가 검역에 걸려 고초를 당함 ㅋㅋ

차를 렌트하여 겁없는 P 박사가 먼저 운전하심. 운전석이 오른쪽이고 깜빡이/와이퍼 방향도 다르고, 무엇보다 우회전에 유념해야 했기에, 우회전만 나오면 모든 사람이 합창으로 "크게크게 오른쪽"을 외치는 바람에 운전자 괴로워함 .... 길에 진입하거나 회전할 때마다 차 안이 떠나가도록 사람들이 소리를 지름.. 그래서인지 (?) 여행 내내 한 번도 사고가 난 적이 없었음 ㅋㅋ 

시내 슈퍼에서 저녁 먹거리 장을 보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시내를 빠져나가 드넓은 목초지와 양떼들을 바라보면서 여행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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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기착지는 Lake Tekapo....

갖가지 색깔의 라벤더들과 목초지들, 저멀리 설산이 보이는 도로를 한참이나 달려

믿을 수없이 불쑥 파란 색으로 나타난 호수에 모두들 괴성을 지름..  물론 단연 햇박사의 목청이 우렁찼음.

호수에 연접한 숙소에 짐을 풀고, 전속 셰프 햇박사가 해준 램스테이크를 먹은 후 본격적 경치 감상...

일부는 온천으로, 일부는 호수로 산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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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밤에는 별관측 투어..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반사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다는 MOA 천문관측대에 가서 쏟아지는 별들을 보면서 따뜻한 코코아 한 잔... 나는 막연히 북반구 별들이 안 보일 것으로 생각하고 StarWalk 에서 오리온 자리가 보이길래 앱이 위치를 잘못 파악하고 있는 줄로 착각... 하지만 그게 아니었지.. ㅡ.ㅡ

오리온 자리는 물론 잘 보이고, 남반구에서 북극성 대신 이정표로 사용되는 남십자성을 새로이 알게 되었음. 별자리에는 나만 관심있어하고 나머지는 안내하는 이의 초강력 레이저포인터에 더욱 관심을 드러냄 ㅋㅋ p 는 당장이라도 홈쇼핑에 주문할 기세였음... ㅋㅋㅋㅋ 망원경에 비친 달의 표면은 너무나 밝았고, 산꼭대기 천문대까지 전조등도 끄고 버스를 몰아가는 할배 운전자한테 우리는 경의를 표함....

다 좋은데... 두시가 넘어서 관측이 끝나고 새벽 세 시에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음.. 

인천공항 떠난지 30시간이 넘어서 겨우 잠자리에 들고... 다들 괴로워 미치려 함.... ㅡ.ㅡ

 

@ day2

 

Lake Tekapo 를 떠나 Te Anau 로 이동..

숙소를 출발한지 얼마 안 되 나타난 Lake Pukaki에 또한번 모두들 깜놀...

어떻게 저런 물빛이 나올 수 있냐며 토론하던 끝에, 혹시 관광객 나타날 일정에 맞춰 안료를 뿌리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됨.... 정말 믿을 수 없는 색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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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산지로 유명하다는 Cromwell 을 지나면서, 

간식으로 먹을 과일들을 좀 사고, mixed berry icecream 시식.... 이건 세상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환상의 맛.....

반지원정대인가, 식신원정대인가......ㅡ.ㅡ

 

이윽고 Queenstown 들어섰는데, 한적한 국도만 지나온 우리에게 여긴 너무 혼잡한 대도시....

마침 내가 운전중이었는데, 일행들이 우왕좌왕 주소 찾고 이전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무려 신호등 때문에 패닉에 빠져 소리를 지르는 통에 나는 정신이 쏙 빠짐.. ㅡ.ㅡ

어찌어찌 차를 세우고 유명하다는 Fergburger 에서 버거를 맛나게 먹은 후 곤돌라 타고 산에 오름...

그곳에서 또 아름다운 Lake Wakatipu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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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 Te Anau 로 이동하는 길도 천상의 코스...

정말 여행 마무리에 생각한 것이지만, 자연경관은 정말 뉴질랜드가 갑이라는 생각....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이동하는 와중에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아름다운 장소에 차를 세우고

셰프 햇박사가 쪼그리고 앉아 보온병에 담아온 물로 커피를 드립해주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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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Te Anau 도착...

가장 수심이 깊은 호수라고 함...

역시 풍경이 아름다움... 말할 필요가 없음.. ㅡ.ㅡ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모두들 배가 고파 실신 일보 직전...

차 안에서 미리 고기 양념을 해서 도착해 바로 구워먹자는 막말까지 출현.... 

쾌적한 숙소에서 값싼 쇠고기 스테이크 구워서 샐러드에 지역 특산 pinot noir 곁들여 포식....

그리고는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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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여행의 전반부가 저물어감......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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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현되지 않은 지구멸망의 예언...

기대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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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1일은 지구에 아무런 불상사도 생기지 않았다네...

영화 <멜랑콜리아> 같은 위험하고 매혹적인 광경은 결코 눈앞에 펼쳐지지 않았지.......ㅡ.ㅡ

 

한해가 저물고 새로 시작된다는 것이, 인간들의 인위적인 구분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 자연의 '주기'가 담긴 것이라, 또 그것에 맞춰 지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해를 내다보는 것이 그리 나쁜 일은 아닌 듯....  이렇게라도 안 하면, 엄청난 속도에 휘둘려 내 인생을 내가 산 것 같지 않은 기이함에 빠져들고야 말지...

 

 

# 2012년은 나에게 무엇이었나...

 

@ 정치적으로...

 

이런 꼴을 볼 줄이야 상상도 못했던 것들을 무더기로 보았던 해라고 정리할 수 있을 듯...

당은 만신창이가 되고,

소위 '진보'는 실로 다양한 방식으로 자폭을 계속하고......

진보정당 당원이 된 이래, 이토록 난감하고 무력했던 시기는 일찍이 없었지.

통 연락하지 않던 행인님에게까지 문자를 보내 고민을 토로할 수밖에 없었던...  

특히나 대선정국에서 나는 주위의 누구에게도 내가 누구를 지지한다고, 어느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스스로에게조차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다른 이들에게 용감하게 주장하지 않은 것은 나로서는 최소한의 양심을 지킨 행위였다고 생각함.... ㅜ.ㅜ  

 

@ 죽음이라는 키워드...

 

이재영 국장과 개인적 친분관계를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이 심란한 대선을 앞두고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참으로 먹먹했음.

뭔가 진보정당 운동의 위기를 상징하는 사건이라는 생각도 들고....

 

후배 J 의 죽음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휴대전화 속 그의 연락처를 지울 수 없는 건, 

살고자 욕망했던 그 개인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 뿐 아니라, 그와 공유했던 시대의 경험들이 오늘날 이런 찌질한 현실로 남게 된 것이 너무 허무하고 속절없이 느껴져서일 수도....

 

에릭 홉스봄 할배야 워낙 천수를 누리고 돌아가셨으니 '안타까움'이야 없지만

역시나 한 시대의 끝을 실감케 하는 죽음이라는 점에서 심란함이....

 

그리고, 잠깐 손놓고 있던 자살 관련 연구를 재개하면서,

일년 내내 죽음이라는 단어가 내 곁을 떠나지 않았음... 

 

@ 새로움...

 

어두움만 있었던 한 해는 아니었음

 

사당동으로 거처를 옮기고, 출퇴근 시간을 좀더 여유있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네...

햇살을 맞으며, 한적한 대로를 걸어 일터를 오갈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여...

다만 아쉬움이라면.... 지하철 타는 일이 줄면서 독서량이 급감했다는... ㅡ.ㅡ

글고, 동작구도서관에는 책단비 서비스가 없다는 것도 독서량 감소의 기여요인...

하지만 독서의 가장 큰 적이라면 뭐니뭐니해도 어른패드... ㅜ.ㅜ

이 마법의 기기는 블로그 포스팅 습관마저도 앗아갔지... 

 

드디어 일본어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빅뉴스!!!

비록 말 한마디 못하지만서도, 떠듬떠듬 책을 읽으며 일본사회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다시 한국사회를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은 너무나도 대견하고 기쁜 일이었지...  

국제연대활동이라며 무보수로 성실하게 가르침을 주신 미야우치 선생님께 그저 감사드릴뿐!!!

선생님이 매주 사무실로 와주시지 않았다면 이런저런 일정 핑게로 수업을 그토록 꾸준하게 할 수 없었을 것이여...

 

새로운 음식 만들기에도 도전했던 한 해...

쑥버무리도 만들어보고, 가지나물, 곤드레 나물밥, 인도식 커리, 단호박 죽....

내년 봄에도 쑥버무리 배터지게 해 먹어야지 ㅋㅋ 삼베 보자기까지 샀다구!!!

 

@ 풍성한 정서적 경험들...

 

한 달에 한번씩 나들이 계획을 세웠는데, 다 지키지는 못했지만 상당히 많이 놀러다녔음 ㅋㅋ

나의 옛 친구들은 맨날 놀러다닌다고 팔자좋은 인간이라고 비난하고,

업무 영역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워커홀릭인 줄 아는 기묘한 이중생활.. 훗...ㅋㅋ

 

오로라 탐험이라는 엄청난 일정으로 한 해를 시작하고,

이후 부석사와 무섬마을, 상원사/월정사/오대산숲길,  강릉과 동해, 변산반도와 김제금산사, 군산..

심지어 강릉 여행은 오랜만에 부모님 모시고 효도까지!!! (뜻하지 아니한 안보관광..)

비록 발표준비와 미팅일정 때문에 바쁘기는 했지만 샌프란시스코에도 다녀오고

아직 정리는 못한 뉴질랜드 남섬 여행도 무사히 완수....

 

공연 또한 어느 해보다 풍성하게 감상...

델리스파이스, 넬, 브로콜리 너마저, 이자람의 사천가와 억척가...

 

아쉬운 건 오로지 책.... ㅡ.ㅡ

 

@ 놀기만 한 건 아니여....

 

연구소에 중요한 인적 변화가 생겨서, 노건연 집행위 활동은 일단 접고 연구소 일에만 집중했던 한 해...

이런저런 실천적 연구과제도 몇 가지 수행하고, 

나서기 엄청 싫어하는데 할 수 없이 토론회에도 몇 번 나감.. ㅜ.ㅜ

 

"**연구회" 를 통한 노동자 지원활동을 꾸준히 했고,

일부 긍정적인 성과들과 논의의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은 뿌듯 ...

 

연구소에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전문가로서인지, 조합원으로서인지 애매하지만 공공노조 활동에 기여한 것도 뿌듯...

 

장시간을 끌던 논문 하나를 드디어 쫑내고 (ㅜ.ㅜ)

밀려있던 과제를 털어버릴 수 있는 조력자를 구한 것도 연말의 큰 성과... 

 

찻집 방담에만 머물던 공공성 문제를 드뎌 세미나로 조직화한 것도 나름의 성과임...

물론, 논의 결과를 정리하고 시즌 2를 시작해야 한다는 거대 과제가 남겨져 있음 ㅋㅋ

 

강의하는 거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데

사회역학을 널리 알리겠다는 나름 숭고한 목적으로 ㅜ.ㅜ

K 대 강의도 한 학기나 해주고, S 대학이랑 H 재단에도 몇 차례 강의...

심지어 천안과 부산도 한 차례 뛰었음...ㅡ.ㅡ

내년에는 좀 은인자중...

 

 

@ 총평하자면....

 

나름 다사다난...

정치적 영역을 제외하면 (ㅜ.ㅜ) 개인적으로는 보람도 있고, 즐겁고 행복한 일들도 많았던 한해...

하지만 허송세월도 많았고, 특히 어른패드 때문에 글쓰기와 책읽기가 게을러지면서

바보될 뻔한 위기에 처한 한 해이기도 했음.... 이러지는 말자구.....

 

 

# 다가오는 새해에는...

 

흔히들 작심삼일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지킬 수 있는 결심을 대개 하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거의 없음 ㅋㅋ

몇 가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자면...

 

1. 일본어 공부 꾸준히 하기

지금 읽는 '관전사' 마저 다 읽고, 복지정치 제도의 진화에 대한 책을 읽었으면 좋겠음. 잠깐 방통대 등록도 고민해봤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너무 과한 욕심이라는 자각...  

 

2. 책읽기와 블로깅 다시 열심히...

퇴근 후 여흥용으로 어른패드 만지작 거리는 시간 줄이고,

매일 최소 한 시간은 책읽기나 글쓰기를 하자구... 사실 어려운 일도 아닌데....ㅡ.ㅡ

 

3. 멈추지 않는 나들이

한달에 한 번 나들이가 비용이나 시간 측면에서 쉬운 일을 아니지만

그 정도는 신경을 써야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사수할 수 있다는게 경험으로부터의 학습...

 

4. 신체활동량 증가...

극한의 날씨가 아니라면 걸어서 출퇴근을 꼭 지키자구!!!

점심시간에도 청권사 나들이나 서리풀 둘레길 정도는 돌고 오는 것이 올해의 목표...

 

5. 밀린 원고들 털기...

지금 밀려 있는 논문이랑 보고서 후딱 털고 새로운 글 좀 써보자 ㅡ.ㅡ

상반기에 모두 터는 것이 목표!!!

 

6. 도전: 대금 혹은 도시농업....

바로 아파트 정문앞에 대금 교습소가 있는데도 어쩌지 못했던 이 가련한 신세라니...

다음 주에 알아보고 2월부터 시작해볼 생각임...

동작구에서 열리는 도시농부학교 참여해보고 싶은데 여름부터 시작임... 일단 연구소 워크샵 통해 올해 업무량과 활동량을 가늠해본 뒤에 결정해야 할 듯...

 

7. 정치/사회활동....

이건 개인적으로 정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

진보정당 활동은 뭐가 되었든 좀 결론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ㅡ.ㅡ

전반적으로는 '은인자중'과 '부동의 평정심'을 모토로 삼아 조용하고 신중한 몸가짐을 갖겠다는 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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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맨과 억척가...

기록 없이는 기억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소중한 깨달음으로 열심히 복기...

 

#. 서칭 포 슈가맨 (말릭 벤젤룰 감독, 2011년)

 

서칭 포 슈가 맨

 

'다큐' 본연으로서는 좀 이상한 영화.... 전반부에 등장해서 마치 슈가맨의 존재를 전혀 모르는 것처럼 인터뷰했던 사람들... 인터뷰가 진행된 영화 제작 시점에서는 모든 걸 다 알고 있었던 거잖아... ㅡ.ㅡ

 

근데, 이런 문제를 다 덮어버릴 수 있는 건, 슈가맨 로드리게즈의 삶 그 자체.... 디트로이트의 황량함마저 아름다움으로 만들어버리는 그 음악들....

비루하지만 이를 통탄하지 않고 현실 속에서 최선을 다함.... 그리고 내가 그토록 갖고자 하는 부동의 평정심..

 

어둡고 칙칙한 눈오는 디트로이트 거리를,

낡은 코트를 걸친 그가 구부정하게 한발한발 내딛는 장면에서 도대체 왜 눈물이 나는 건지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려웠고,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장면을 떠올리면서 목이 메어오는 느낌.... 이건 무엇일까?

 

사족이지만, 영화를 통해 한 가지 새롭게 깨달은 것은,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에 백인이라고 해서 모두 희희낙락 행복하게 살지는 않았다는 점...

감시와 규율, 철권통치는 리버럴한 백인들에게도 견디기 힘든 것이었음을 난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었다네... 너무 당연한데도 말이지.... 세상을 그리도 단순하게 이해하고 있었다니... ㅡ.ㅡ   

 

#. 이자람의 <억척가>

 

포스터이미지

 

 

그녀는 그 나이에 어쩌자고 이런 작폼을 만들어내고 공연할 수 있는 것일까???

관람료 3만원은 너무 저렴하다는 생각을 절로 만드는 공연....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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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에 대한 책 두 권

도서관 반납의 압박...ㅡ.ㅡ

 

#. 피터 버거 지음, 노상미 옮김.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 피터 버거의 지적 모험담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 피터 버거의 지적 모험담
피터 L. 버거
책세상, 2012

 

*

지식사회학, 종교사회학 분야의 '거장'이라는 노학자 피터 버거가 자신의 학적 생애사를 돌아본 책

'내용' 자체가 부담없는 건 아니지만,

어려운 이야기, 심각한 이야기들도 시종일관 유쾌하게 다루고 있어서 

왠지 부담없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드는 기묘한 힘이 있음 ㅋㅋ

이를테면 뭣도 모르고 돈이 없어서 일단 야간학부에 등록했는데 거기가 바로 뉴스쿨... ㅋㅋ

"배우고 싶어하지 않으면 최소한 재미있게라도 해주자" 이런 금언....

 

*

근데 책 자체가 특정한 내용보다는 자신의 학적 궤적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책을 재미있게 쓴 것과는 별도로 저자의 삶 혹은 학문적 태도에 대해서 삐딱하게 이야기를 할 수밖에...

 

보다 정교한 방법으로, 보다 사소한 문제를 연구하는 오늘날의 사회학 풍토가 못마땅한 것은 물론 익히 공감...

이건 예전에 알랭 드 보통이 "수단의 진지함과 목적의 하찮음 사이의 괴리"라고 지적한 것이기도 함

또한 베버의 '가치중립'을 삶의 지표로 삼아 '강단 예언자'로서의 길은 거부하고 이데올로기의 풍랑에 초연하려고 했던 것 또한 충분히 존중받을 일이라 생각...  연구 안하는 정치낭인 성향의 학자들이 많은 한국상황 보면 특히나 그렇기도.... 

 

*

그런데, 과연 사회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가치중립'적 학문일 수 있는지는 도대체가 미지수...

페미니즘과 소위 '정치적으로 올바름', 사회주의적 가치에 대한 가히 "진절머리" 수준에 가까운 혐오, 순수하게 사회학적인 측면에서 (?) 미국 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한 자문, 지식사회학적 관점에서 담배회사에 대한 자문, 극우 꼴보수는 아니지만 내내 공화당 지지.... 이런 모습 등은 당최 미스테리.... ㅡ.ㅡ

 

저자는 물론 이렇게 이야기했음.

"사회학의 분석적인 부분은 당연히 '가치중립'적이어야 하지만, 그 실제 적용은 좀 더 인간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해야 도덕적으로 적당하다"  

"사회학은 우리가 사회의 꼭두각시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꼭두각시와는 달리 고개를 들어 우리가 매달린 줄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발견이 자유를 향한 첫 걸음이다."

그는 '가치중립적 과학'은 가능하지만 '가치중립적' 과학자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며, "이중시민권" 개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게.... 참 훌륭한 말씀인데, 이렇게 생각하는 분이 왜.............?? 

 

68세대가 사회의 주도적 위치에 오르면서, "사회학 대부분의 영역에서 '계급, 인종, 젠더'라는 표어가 위세를 떨치게 됐다. 좌익 자유주의가 많은 분야에 퍼지면서 억압적인 정설로 굳어갔던 것이다"는 발언이나, 젠더감수성에 대한 하버드 여학생들이 문제제기를 거의 생떼 수준으로 묘사한 것들을 보면 그냥 영남 지역구 국회의원 같아... ㅜ.ㅜ

마찬가지로, 종교사회학자이면서 어떻게 기독교신자로 계속 남아 있는지도 의문....

'의심에 대한 옹호'라는 책까지 쓰신 분께서 말이지......

이 경우야말로 베버적인 학문적 가치중립과 생활의 도덕적 판단이 이상적으로 분리된 거임???

 

뭔가 찜찜학 속에서 책을 다 읽고 나니 

읽다가 덮어두었던 라이트 밀즈의 <Sociological Imagination>을 다시 펼쳐보고 싶은 생각이 문득...

 

# 계승범 지음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 조선을 지배한 엘리트, 선비의 두 얼굴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 조선을 지배한 엘리트, 선비의 두 얼굴
계승범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2011

 

*

최근 몇 년동안 미시사, 생활사에 대한 관심들이 많아지면서 풍속이나 문화에 대한 역사서들이 많이 출간되는 편이다. 그런데, 내심 나는 그런 책들이 불편했다. 예전에도 짧게 포스팅했던 적이 있는데, 

양반의 풍류나 안빈낙도는 도대체 무엇에 기반하고 있냔 말이다....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선비 계층은 당대의 지배계급, 즉 봉건사회의 지배계급인 지주였잖아... ㅡ.ㅡ

지식과 정치적 권력과 심지어 경제적 자본까지 삼위일체로 가진 계급이 다른 노예제/봉건제사회에도 있었나??

 

*

이 책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나의 이러한 문제의식을 정리하고, 궁금해하던 것들을 말해주고 있음 ㅋㅋ

오늘날의 잣대가 아니라 당대의 지배적 규범인 유학 그 자체에 비춰 보았을 때에도 선비라는 엘리트 계급의 행태가 터무니없고 퇴행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함. 그리고 오늘날 선비 개개인의 일면 - 특히 예술활동이나 개인의 인성과 관련된 - 에만 집중하면서 이를 미화하는 세태에 대해서도 엄청 비판....

이 책의 주장들이 주류 학계 내에서 얼마나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내 속은 시원했음........  

 

*

몇 가지 논점들을 정리해보자면

  • 선비는 지주계급, 청렴결백과 안빈낙도 개뿔...
  • 조선후기 산림정치의 본질은 권리와 권력은 누리면서 정작 의무와 책임은 회피하는 훌륭한 안전망
  • 국왕을 우습게 여긴 것은 민주주의라기보다 사대적이고 모화적 문명관 때문 (조선 국왕은 암 것도 아님. 진짜 우리 보스는 명나라에 계심 ...이런 마인드 ㅜ.ㅜ)
  • ''치국'의 근거로서 유교이론은 3천년 역사상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된 바 없음 ㅡ.ㅡ
  •  서얼, 노비, 여성 등에 대한 극단적 차별은 유교의 본질에도 어긋남. 그들은 다만 나라야 망하던 말던 특권을 유지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음. 
  • 그래서 결국 나라 말아먹음 ㅜ.ㅜ 한번도 스스로의 세금을 늘이거나 군역을 지겠다는 결정을 내린 적 없음. 상공업 도입하려면 오히려 난리치고.... 노비 늘이려고 법 바꾸고, 노비와 상민 결혼시키고.... 
  • 요약하자면, 무능하고 욕심많은 그냥 지배계급...  고상한 정신과 학문적 성취는 사기캐릭.... (예전에 다른 책에서 서구의 시민혁명 당시, 사람들이 왕이 아니라 먼저 성당을 불태웠다는 이야기를 읽었는데.... 임진왜란 초기에 평민들이 오히려 왜군을 환영하고 양반집을 공격했다는 이야기 또한 비슷한 맥락이라 생각됨...)
  • 조선의 선비들이 정치에 실패한 것은 유교의 "가르침을 제대로 수행하려 노력하다가 시세를 잘못 만나 그리 된 것이 아니라, 시종일관 자기들의 계급적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한 일에 몰두했기에 실패했다"는 지적이야말로 '지배엘리트'로서 선비계급에 대한 가장 신랄한 평가라 할 수 있을 듯....  

근데, 안타까운 것은 근대의 식민지 경험으로 인해 이러한 과거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어려웠다는 점..

이러한 퇴행적 지배계급을 비판하고 근대화하자고 하면 그게 곧 '친일'이 되는 상황이고

민족적 정체성을 지킨다는 것이 그러한 질서를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지킬 수밖에 없었던....

정작 '치국'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위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던 지배엘리트 들이 몇 번의 의병투쟁을 통해서 (근데, 또 이들 위정척사파 중 상당수는 조선이 아니라 중화를 지키기 위해 싸웠음 ㅜ.ㅜ) 애국자로 평가받는 아이러니....

 

*

최근의 흐름에 대해서, 특히 유교자본주의와 유교민주주의에 대해서도 엄청 비판적 의견을 제기함

근면성실과 높은 교육열은 다른 사회 (이를테면 유대민족)에서도 관찰되고, 가족중심성은 이슬탐 사회가 오히려 특징적이며 다른 안전망 없는 상태에서 부득이한 선택일수밖에... 무엇보다 유교의 본래 가치는 상업적 행위나 이윤추구를 높이 평가하지 않음...

또한 군주권에 제약을 가하는 대간제도라는 것도 조선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으며,

왕을 겁박하고 휘두른 것의 상당 부분은 '민주주의'라기보다 '중국의 천자'가 아닌 그 하수인에 불과한 '조선의 국왕'이 우습게 보여서라는 것이 저자의 해석....  또한 유사이래 어떤 정치제도도 민중을 위한다고 하지 않는 것은 없었으며, 향약은 지역사회 자치라기보다 엘리트들의 촘촘한 연결망이자 지배망...

오히려 선비들은 소통에는 잼병이었음... ㅡ.ㅡ

 

*

이 모든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몇몇 측면을 들어 선비를 찬양하는 최근의 트렌드는 저자의 큰 우환... 

 "이제 그만 선비를 역사로 놓아주자" 는 이야기에 나도 완전 동의.....

 

그리고 이건 그냥 막 던지는 이야기이긴 한데,

한국사회에서 국민의 정부 이후 수많은 교수들이 정치로 빨려들어가는 현상도 이런 선비계급문화의 유구한 전통과 관련이 있는게 아닌가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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