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분류 전체보기

101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9/09/09
    일상의 신비(12)
    hongsili
  2. 2009/09/06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hongsili
  3. 2009/09/02
    알랭 드 보통 [일의 기쁨과 슬픔](6)
    hongsili
  4. 2009/09/02
    펌 [오마이뉴스] 신종플루...(2)
    hongsili
  5. 2009/09/02
    달라도 너무 다른 (!) SF 두 권
    hongsili
  6. 2009/08/22
    가상 현실을 다룬 영화들(2)
    hongsili
  7. 2009/08/14
    액션히어로가 필요하다?(4)
    hongsili
  8. 2009/08/07
    잊혀지지 않을 기억으로!(4)
    hongsili
  9. 2009/08/03
    행복의 선택 [건강정책웹진 칼럼]
    hongsili
  10. 2009/08/01
    무정부주의가 아니라 무강권주의!(15)
    hongsili

'통념'이라는 이데올로기

요며칠 경험한 (새롭지는 않지만) 난감한 상황...

 

#1. '엄마는 우리 집에서 제일 한가한 사람이예요' 

 

연수를 가게 된 남편을 따라 현재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대학원 후배 1인.

얼마 전 그 집 여덟살짜리 딸래미랑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다. 

"엄마가 논문도 쓰고 힘들테니까 동생도 잘 돌보고, 엄마 공부할 수 있게 시간 좀 줘" 했더니만 득달같이 대답한다. "엄마는 우리가 학교가고 아빠 일하러 가면 집에서 빨래나 하는 제일 한가한 사람이예요..." ㅜ.ㅜ

 

허거덕했지만 굴하지 않고, "아빠 연구하는 것만큼 엄마 공부도 중요하니까, 아빠보고 집안일좀 거들라고 니가 말해" 했더니만, 아빠가 논문쓰느라 얼마나 바쁜데 그러냐며 나를 나무란다... ㅜ.ㅜ

 

그녀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지는 나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함께 진행하던 논문의 1차 심사결과가 왔는데, 그 '한가한 엄마'가 과연 언제 시간을 내서 그것을 수정할 수 있을지..... 이건 뭐 어디서부터 어떻게..... OTL

 

#2. "국가경쟁력"

 

고 3들이 생각하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의 핵심은 '국가경쟁력 확보'인가보다.

지구촌 인구가 폭발하기 전인데 왜 한국만 인구를 늘려야 되냐고, 청년 실업이 백만인데 자꾸 더 낳기만 하면 어쩌냐고, 지식기반/서비스로 경제구조가 바뀌면 힘쓸 일이 줄어서 노인도 일할 수 있을텐데 왜 노인인구 증가가 부정적이기만 한거냐고 반문해도, 한참을 주저리주저리 하다가 '그래도 국가경쟁력'으로 돌아온다. ㅜ.ㅜ 막상 국가경쟁력이 도대체 뭐냐고 물어보면 답도 못하고.... 어이구.......

 

뭐 고등학생들한테 큰 기대를 하는 건 아니지만, 어느 누구도 저출산이라는 현상이 젠더/노동의 이슈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더라. 그나마 좀 나아가면 사교육비를 줄여서 경제적 부담을 줄여야 된다는 정도? 개중에는 여성들의 인식을 제고시키는 캠페인을 해야 한다니, 원, 조선시대로 돌아가자는 말인가???

 

하긴, 누구를 나무라겠나....

이들만 특별히 이런 생각을 가진게 아닌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근황

소식도 뜸한데다 오랜만의 포스팅마저 내용이 애매모호하여 근황을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만의 착각?)

 

공교롭게도 각종 마감일정이 한꺼번에 폭주한데다...

부모님이 좀 편찮으셨습니다.

소박하게 '좀' 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안정되어 한 시름 덜었습니다만,

정신차리고 보니 새삼 병원비의 후폭풍이 놀랍기만 하군요.... 

아까 엄마로부터 전화로 지난 열흘간의 진료비 액수를 듣고, 

음하하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risk pooling 을 통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catastrophic  expense 를 최소화시켜 소득손실을 막는 것이 건강보험의 역할이라면,  내가 지금 가입해있는 이것의 정체는 무엇인지 도대체 모르겠심다 ㅜ.ㅜ

 

이 와중에 일터는 인증평가 현장실사를 받는다고 하여, 그거 준비하느라 또 정신이 없었고....

일터에는 아직도 '큰 일'이 남아 있습니다. 이번 주말이 되어야 정리가 될 듯....

 

지난 열흘 동안 응답못한 메일이나, 전화가 산더미같습니다.

무례를 탓하지 말아주시길....

 

만나는 이들마다 얼굴이 반쪽이라고 하시는데,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제 평생 한번도 야위어 본 적은 없습니다.

아마도 잠을 못 자서 퀭한데다, 머리도 초여름 잡초처럼 다듬어지지 않아 잠시 얼굴이 작아보이는 착시 현상 ㅎㅎ

 

어쨌든, 걱정해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2009/10/09

 

타고난 품성인지,

트레이닝의 결과인지 알기 어려우나

'통상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 앞에서 detatchment 를 통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나름 기특한 장점이라 하겠다.

 

하지만 detatchment 가 apathy 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많은 말들을 삼키고,

집착을 놓으려했다.

 

어쩌다보니.... 이제 득도할 지경에 이른 듯.... ㅡ.ㅡ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가난과 고통을 이해하는 방식

 

"조롱하지 마라, 비탄하지 마라, 저주하지 마라, 단지 이해하려 하라 (Not to laugh, not to lament, not to curse, but to understand)"

 

부르디외가 편저한 [세계의 비참]  첫머리에 쓰인 스피노자의 말이다.

 

최근에 읽은 몇 편의 글들은 이 문구를 '자동재생' 시킨다. 

 

  • 최규석 단편집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길찾기 2009년 (신판)
  • 최규석 리얼 궁상만화 [습지생태보고서] 거북이북스 2005년
  • 아리스티드 지음, 이두부 옮김 [가난한 휴머니즘] 이후 2007

 

       

 

절절하지만 선정적이지 않게,

궁상맞지만 마냥 피해자인 것만은 아니게, 그리고

"물질은 부족하지만 마음만은 부유한" 따위의 목가적 낭만주의에 경도되지 않으면서 고통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그러한 빈곤과 고통이 '대상자'가 아닌 자신의 사적 경험의 일부일 때,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으면서 서늘하게 묘사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하지만 최규석은 참 잘 해내는 작가인 것 같다. 

옛날 (?) 생각이 참 많이 났더랬다.......... '가난의 효용' 같은 장은 정말 그랬다.

 

전임 Haiti 대통령이자 신부인 아리스티드의 글은 대상이 분명하다. 선진국, 잘 사는 시민들, 그나마 정신줄이 남아 있는 인간들이 예상 독자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이 편지글 모음은, 글을 모르고, 혹은 편지지를 살 돈이 없거나, 우표를 살 돈이 없는 이웃들 대신해서 그가 '세계시민'에게 호소하는 글이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가 그들 사회에 어떤 파국을 가져왔는지... 살아남기 위해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식의 지원과 연대가 필요한지....

 

그의 논지에 적극 공감하면서도, 그래도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있다. 사람들이 밥을 굶는다면 민주주의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맥락은 이해하지만, 이와 동일한 논리가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전용되었는지를 돌아본다면, 조심해서 해석해야 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물론 큰 맥락에서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일종의 기우랄까.... 먹고 사니즘에의 경도가 오늘날 한국사회에 가져온 폐해를 생각해본다면, 조심 또 조심할 필요가 있다.....   

 

 
(* 이제 겨우 '비참한 상태'에서 '존엄한 가난'으로 옮겨가는 중일 뿐이라는 그의 설명에서, 아마도 존엄한 가난은 decent poverty 혹은 poverty with dignity 중 하나의 의미로 쓰였을 것이다. 만일 전자의 경우라면, 이 때 decent 의 의미는 존엄하다 보다는 acceptable or adequate 정도로 해석하는게 맞을 것 같다. 가난하지만 인간의 품위를 지킨다는 뜻의 존엄성을 표현하는 맥락이라기보다,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이제 그나마 견딜만한 가난으로 이행했다는 뜻이기에....) 

 

지난 3주간 한겨레 21 에 임인택 기자가 연재한 '노동 OTL' 시리즈는 고전적이면서도 한동안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현장'침투'의 기록이다 (그림은 최규석이 그린 표지삽화). 

 

최규석의 삽화 폴라 토인비의 [거세된 희망]  (2004) 을 떠올리게 하는 기획이다.

 

   이 땅에서 비정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첫 회에서는 '얼마나 비참한가' 혹은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주기에 경도된 것 같아 다소 안타까웠으나 (사실, 그럼 안 되나? ) 연결기사들과 이어지는 시리즈는 훨씬 풍부한 결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제도권 학계에서 이제 이런 프로젝트는 더이상 가능하지 않다. 빈 자리를 채워주니 한편으로 고마운 마음과, 다른 한편의 자괴감이랄까....

 

성수동에서 의사나 전문가들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현장 - 특히 극적 효과가 뛰어난 제화 사업장을 방문하고는 한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J 와 나는 사실 좀 고민이다. 아직도 이렇게 비참한 (?) 작업환경이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을 각성시키는 것은 좋은데,

어쩌면 우리가 그 상황을 전유 혹은 악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 때문이다.

좀더 비참한, 좀더 불쌍한, 그래서 사람들로 하여금 기꺼이 자원활동에 나서도록 만드는.....

 

우리가 그토록 혐오해 마지 않는 사랑의 리퀘스트와 과연 다르기는 한 건지 모르겠다....

 

가만히 돌아보면,

스스로 가난했기에 누구보다 이러한 문제를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떤 분이 노점상 출신이라 없는 사람들을 잘 이해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만큼이나 황당한 발상이다.  

여전히, 학문으로서 빈곤과 고통의 문제를 이해하고, 그러면서도 연민과 연대의 정신줄을 놓지 않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야는 다르지만, 앞서 언급한 저자들의 통찰력, 그리고 에너지가 부럽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일하는 연휴 첫날...

연휴 첫날,

남의 사무실 나와서 컴퓨터 빌려 일하고 있다. 사업보고서.... 끙......

 

민족의 대명절이 맞기는 하나보다.

서울시내가 어찌나 한가하던지, 3호선-2호선 지하철 내내 앉아서 출근할 수 있었다. 

 

오후에 조카들이랑 영풍문고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그때까지 열심히 작업!!!

번역본 초고도 연휴에 마무리할 생각인디, 저녁에는 조카들 꼬드겨서 같이 공부하자고 해야겠다 ㅎㅎ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위로가 필요한 이들...

전화가 한 통 왔는데, 난데없고 황당해서 어이와 전의를 동시에 상실해버렸다...

 

H 형이 최근 힘든 일이 있었단다.

아까 갑자기 전화해서 신세한탄을 늘어놓더니

왜 후배들끼리만 자주 연락해서 만나고 자기한테 생전 연락도 안 하냐고 툴툴댄다.

 

사실 학생 때 후배들을 정말 챙겨주곤 했는데, 더불어 잔소리도 엄청나게 심했더랬다.

선배라기보다는 잔소리많은 큰형, 큰오빠 스타일?

친 오빠한테 가부장적 잔소리라고는 들어본 적이 없이 살았던 나는 그 형과 싸움도 무진장 했다 ㅡ.ㅡ

 

평생 가야 내가 안부 전화 한통 안 하기 때문에 친히 전화하셨단다.

'아, 형 왜 그러세요~' 했더니만 새삼스럽게 왜 '오빠'가 아니라 '형'이라 부르냐고 생떼를...

푸핫 하고 웃음이 터져서 혼났다 ㅎㅎㅎ

이제 와서 갑자기 무슨 호칭 타령???

애 둘 딸린 아자씨가 형이면 어떻고 오빠면 어떨 것이며, 심지어 아자씨라고 부른 들 무슨 상관이람....

 

하여간 난데없는 오빠 vs. 형 논쟁으로 전화기가 뜨끈뜨끈해지도록 통화를 했다.

논쟁이랄 것도 없는 것이, 마구 우겨대니까 뭐 싸우고 말 것도 없음... 그저 웃음만 ㅎㅎㅎ

 

어쨌든 이래저래 들어보니, 형이 심란한 상황인 것 맞는 것 같다.

선배이긴 하지만, 학생 때부터 상처 입는 광경들을 옆에서 다 지켜보았고, 심지어 전공의 1년차 때 의국에서 말도 못할 구박을 받는 모습도 때마침 그 과를 돌던 중이라 리얼로 다 목격했었다. 후배가 옆에 있다고 태연하거나 쎈 척 할 만한 여유조차 없던 시절... .  ㅡ.ㅡ

형이 지금 어떤 상태일지 대략 짐작은 간다.

 

이번 추석에 올라가면 위로의 술자리 한 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남쪽으로...

지난 몇 달 간, 남쪽으로 훌쩍 길을 떠난 것이 몇 차례...

 

잠깐 정리해둔다.

 

#1. 해인사

 

아마도 수학여행 (인지도 확실치 않음 ㅡ.ㅡ) 이후 처음 가봄...

마침 하루 세 차례, 대전에서 해인사 입구까지 오가는 버스가 있음...

이거 놓치면 개고생이라 정신 빠짝 차리고 시간 엄수...

 

기억과 별로 다르지 않았고, 엄청난 규모에 비해 암자들은 조용했고 평화로웠음..

 

대웅전 마당에 들어섰을 때, 마침 스님이 법고 연주를....

 

 

해인사 경내 암자 홍제암의 모습....

사람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는 마당에 형형색색 연등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원당암 마당의 큰스님 말씀과 언덕에서 내려단 풍경...

'공부하다 죽어라'.... 허거덕했음

 

 

 

#2. 선운사와 망해사... 그리고 금산까지...

 

세속적 복락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불가의 가르침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전국 방방곡곡 사찰 경내에 걸린 '이름표 붙은'  오색연등들과 기와불사 모습은 진정 그로테스크하고 이해불가한 광경이다.

 

 

 

언젠가 망해사가 텔레비전 드라마에 배경으로 등장한 적이 있다고 해서,

엄청 걱정하고 갔는데 다행히 그닥 모습이 많이 변하지는 않았더랬다.

나름 더운 날이었는데, 절 마당의 나무 그늘에서 맞는 바람은 번뇌를 날려주는 듯 청량하기 이를데 없었다.

 

 

망해사에서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금강에 들렀다.

맛나게 어죽을 먹고 (식당이 어찌나 장사가 잘 되는지, 갈 때마다 별채가 하나씩 늘어나고 있음 ㅡ.ㅡ), 정말 몇 년째 하나도 변하지 않은 금강의 줄기인 용화강의 잔잔한 모습을 눈에 담아왔다.

 

 

#3. 송광사 - 순천만 - 선암사

 

송광사에 갔던 것도 아마 10년전 쯤...

기억 나는 건, 새벽에 승방에서 자다 일어났을 때 엄청 추웠다는 것과, (고기없이) 버섯으로만 국물을 낸 떡국이 몹시도 밍밍했다는 사실 ㅎㅎㅎ

 

들어가는 길은 고즈넉했고, 사찰은 그보다 훨씬 더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저 길을 보니, 문득 보성 삼나무길이 떠올랐으나... 여정이 짧아서 그쪽까지 가는 것은 포기....

 

 

아름다운 주암호를 지나, 해질 무렵 순천만에 도착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예전에... 그 한적하던 갈대밭은 생태"공원"으로 변해있었고, 두루미 숫자보다 사람 숫자가 몇 배는 족히 많아보였다.  거대한 생태박물관에 주차장... 아마 조만간 입장료를 받으려는 듯 매표소와 출입문 공사도 완성을 앞두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나의 동행인들 말고)  바닷가에서 갈대밭으로 떨어지던 해를 보던 그 기억은 이제 되살릴 수 없는 현실이 된 듯하여 몹시도 상심했다.

그래도 다행히, 새벽에 다시 한 번 갈대밭을 찾았을 때 조금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모습이다... 사실 이런 걸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ㅜ.ㅜ) 그래도 잔잔한 빗줄기 속에 흐려져가는 경계는 아름다웠다...

 

 

아직.... 갈대의 전형적인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도 소위 '성수기'가 되면 이 곳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없을만큼 분주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암사에 들렀다.

온통 공사장이었다. 

대웅보전을 다시 짓고, 태국민안 10만등 달기 행사를 벌이고.....

마당으로 들어서자마자 스님이 직접 탁자 펴놓고 불사 동참을 권고하는 와중에 애욕과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법구경이 경내에 울려퍼지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경내로 올라가는 오솔길은, 이 길을 따라가면 정말 속세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것만 같았는디.... ㅜ.ㅜ

 

 

선암사에서 키웠다는 작설차 (원래 이곳은 차 재배로 유명하다)의 향은 매우 훌륭했다.

찻잔을 내오기 전, 탁자에 있던 들꽃 장식들을 찍어보았다.

 

 

시간을 내서 강진 무위사에 한번 들러야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사조삼부곡

최근 2-3주간, 

임박한 과제들을 미친 듯이 해치우느라 정신줄을 거의 놓은 폐허상태로 지냈다.

쓰나미처럼 압도해오는 그 일들의 물결이란..... ㅡ.ㅡ

 

웬지 이번 주만 어떻게 버텨내면 (!!!) 담주부터 전혀 다른 새 세상이 열릴 것 같은 이 기이한 망상의 근원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래도 버릴 수 없는 희망....

 

이 와중에 오며가며, 잠들기 전... [사조삼부곡]의 마지막인 [의천도룡기] 8권을 다 읽었다. 

글씨가 커진 건지, 편집이 달라진 건지, 아님 번역 자체가 바뀐건지, 예전에 [영웅문]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던 고려원 문고판은 각각 6권이었던 것 같은데, 판형이 커졌음에도 각 8권씩이다.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를 순차적으로 읽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는 없으나, 역시 '흐름'의 맛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의천도룡기] 마지막 부분에서야 밝혀지는 의천검과 도룡도의 비밀, 도화도 (내 고향도 아닌디 이름만 보고도 웬지 향수가 울컥?), 신조협과 소용녀의 딸, 구음진경, 심지어 구음백골조(!)까지 .... 이런 작은 디테일들이 주는 감흥이 꽤나 쏠쏠했다.

 

#.

세 작품의 남 주인공 곽정 - 신조협 (양과) - 장무기 중 가장 선호하는 이를 뽑으라면 단연 신조협!

장무기의 어린 시절, 임박한 죽음을 잊지 않으며 생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모습에 감흥했으나, 커가면서 웬지 자뻑....  순박하고 뚝심 있기로야 곽정을 따라올자 없으며, 어쨌든 장무기도 어린 나이에 겸양과 통찰력을 겸비한 진정한 고수가 된 것은 틀림없으나, 드라마틱한 인생 반전과 함께 정서적 몰입 면에서는 신조협이 단연 최고! (그 다음은 동사 황약사! 이분 매우 쿨하면서 낭만적이심 ㅎㅎ)

 

#.

삼부곡에 또한 수많은 여성 고수들이 등장하는데, 대표적으로 황용 - 소용녀 - 조민/주지약/아리/아소 등...

이 중 최고라면 단연 황용....  진짜 멋진 언니.... 그리고 소용녀도 차갑고 조용하지만 강력한 카리스마... 이에 비해 [의천도룡기]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행태는 진정 어이상실.... 아미파의 장문인 (주지약), 몽골 왕국의 소군주 (조민 - 민민테무르), 페르시아 명교 총단의 교주 (아소) 라는 엄청난 지위의 여인들이 장무기에게 보이는 모습은 정말 안습..... 제정신인가 싶더라니....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눈감아주려해도 오히려 이전 두 작품에서 보였던 여성 무인들에 비해서도 완전 퇴행....

손속이 잔인하기 그지 없는, 하지만 사랑에 눈먼 그녀들로  인해 남자들이 어찌나 위험에 처하는지.... ㅡ.ㅡ

 

#.

절대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결코 무공을 한 가지만 전문적으로 닦아서는 안 된다는 귀중한 교훈을 다시 한 번 확인... 거기다 외공이나 내공 한 가지만 쌓아도 안 되고 두 가지 모두 고르게 익혀야 하며, 기왕이면 명문정파와 사도외문의 스승들을 골고루 모시고 두루두루 배워야 하고, 정상적으로는 절대고수의 내공을 연성할 시간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어떤 특별한 계기가 반드시 있어야 함 ㅎㅎ 우연히 비급을 얻는 것은 빠지면 아쉬운, 정해진 코스랄까?

이를테면 곽정이 동사 황약사, 서독 구양봉, 남제 단야왕 일등대사, 북개 홍칠공 같은 초고수는 물론 전진칠자니, 주백통 같은 당대의 고수들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대개 자신의 절기를 한평생 수련했던 대 비해, 이들을 스승삼아 오만가지 무공을 다 배워 복합 응용했기 때문....

이러한 상황은 신조협도 마찬가지인데, 여기에 '신조'의 가르침까지 받았으니 뭐...

장무기도, 무당파의 태극권, 명교의 건곤대나이 심법에, 공동파의 칠상권, 심지어 구양진경까지 익혔으니.....  약관의 나이에 소림사에서 거의 백년을 수련한 도사들보다 실력이 한 수 위인 것은 바로 이런 연원... 따라서,한 우물만 파다가는 절대 업계 최고가 될 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주신다고 할 수 있겠다 ㅎㅎ

 

 

#.

아마도 시리즈 비디오물 중에서는 이 셋 중 의천도룡도가 제일 인기 있는 듯 싶다 (본 적은 없지만).  하지만 개인적 취향으로 평가해보자면 1부 > 2부 > 3부의 순서....

그래도, 3부에서 금모사왕 사손이 금강경을 읊조리며 번뇌의 강을 건너는 모습은 나름 감동이었다.

끝이 없는 업보의 인과를 벗어나는 길은 심지어 소설 속에서도 쉽지 않은 법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일상의 신비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실무 혹은 뒷수습일 (소위 잡일)은 하나도 줄어들지 않은 것 같다.

 

계획서 (직접) 쓰고, 보고서 (직접) 쓰고,

회의록도 (직접) 정리하고,

메일 보내고 전화해서 잡다한 일정 (직접) 잡고

남들이 쓰거나 번역한 글들 (직접) 수정하고 편집하고 (교정도 함!),

자료 분석 부탁받으면 (직접) 하고....

심지어 전공의가 못하겠다고 내던진 일들도 수습하고...

 

이러니라, 기획 업무나 논문 쓰기, 전공책읽기는 도대체 뒷전....ㅡ.ㅡ

 

신비롭다 신비로워....

벗어날 수 없는 강력한 머슴의 운명이라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이 중단편 모음집에 실린 8편은 각기 열 배 분량의 해석과 논쟁이 가능한 텍스트!!! 

 

 

짧은 독후감 혹은 코멘트를 남긴다는 것이 웬지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은, 기이한 죄책감을 남기는 이 중단편들에 대해 일단(!) 몇 가지 메모를 우선 남겨둔다.

 

1. 바빌론의 탑

바빌론의 우주관에 충실하면서도, 충분히 '있을 법한' (plausible)'  생활의 이야기.

움베르토 에코 [전날의 섬]과 완전 다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당대의 세계관이라는 프레임을 가져와 그에 충실하게 전개했다는 점에서는 일견 유사.

 

2. 이해

높디높은 정신세계. 예측을 몇 단계 뛰어넘는 능력을 지니게 된 자들 사이에 벌어진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추격담이기도 하고, 인간정신의 고도화에 따른 인식과 인지의 변화에 대한 연상극이기도 함

 

3. 영으로 나누면

"하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은 달라. 마치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한 신학자가 된 느낌이었어..."

세상의 근간을 이루리라고 믿었던 근본 질서가 통째로 흔들리고, 더구나 자신이 추구해왔던 그것의 바탕이 틀렸음을 스스로 확인해버린 수학자의 이야기. 존재를 뒤흔드는 대사건이지만, 옆사람은 똑같은 방식으로 감정이입할 수 없음.  인식의 문제로 시작했지만 어쩌면 관계의 문제로 끝난달까???

 

4. 네 인생의 이야기

미지의 세계와 새로운 언어를 익히는 법, 세계를 인식하는 새로운 방법에 대한 섬세한 소묘!!!

인과론적 세계관과 목적론적 세계관이라....

미래에 대한 기억과 이야기의 구조는, 어쩌면 공간적 절단면에서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된 '바빌론의 탑'과 달리 시간적 뫼비우스 띠의 모습을 가졌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토록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글은 오랜만이여!!!

 

5. 일흔 두 글자

너의 이름을 불러주면 꽃이 된다는게 반드시 시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보여주는 이야기.

짧은 글 안에 무궁무진한 논란거리가 자리해있다.

전성설이라는 당대의 과학관, 우생학과 사회공학, 정신과 육체의 이원론적 분리 (어쩌면 이 글에서의 '이름'은 오늘날의 '소프트웨어'쯤?)... 어느 하나 시덥잖게 취급할 수 없는 묵직한 주제들

 

6. 인류과학의 진화

이건 좀 슬프다....메타인류가 거둔 과학적 성취를 그저 번역해서 전달할 뿐인 인류 학술잡지의 모습이, 오늘날의 한국 학계 상황에 겹쳐보이는 것은 나의 오바?

 

7. 지옥은 신의 부재

마지막 문장이 정말 인상적이다. "진정한 신앙이란 본디 이런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주인공 닐과는 전혀 다른 의미에서 ㅎㅎㅎ

 

8.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소고: 다큐멘터리

와우.... 이토록 깜찍하고 심오한 소설이라니!!!

여러 명의 작중 화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칼리스의 의무 착용을 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의 종류는 백만가지는 될 법하다!!!  차별, 인식, 온정주의, 자율성, 아름다움의 정의 등등등...

 

이 작품들이 그동안 받은 상의 종류를 늘어놓으면 두 줄이 넘는데,

뭐 그러고도 남음이 있다.

완전 강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