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업과정에 참가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제 막 농사를 시작한 까닭에 기초 작물 재배법에 관심이 많다. 다행히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강의를 하니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다만 관행농법으로 답변하는 경우가 많아 친환경농업과정이 맞나 싶기도 한다. 하지만 관행농법이라고 모두 제쳐놓기보다는 원리를 알면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도 있으니 잘 알아두어야 하겠다.
 
<키토산 만들기와 특성 및 활용> 
 
․ 키틴/키토산의 제조 방법
- 키틴: 가재, 게, 새우와 같은 갑각류의 껍질, 풍뎅이, 매미, 메뚜기와 같은 곤충의 외피, 버섯이나 미생물의 세포벽 등에 존재하는 천연 다당류(당분)
- 원료: 주로 게 껍질을 사용
- 추출 과정: 껍질 → 세척, 건조 → 탄산칼슘 제거(염산용액, 약 5%) → 세척 → 단백질 제거(수산화나트륨 50%) → 세척 → 키틴 → 틸아세일화(수산화나트륨 50%) → 키토산
* 키토산을 제조할 때 수산화나트륨 용액 속에서 끓이는 시간에 따라 그 분자량이 달라짐
* 키토산이 체내의 혈관으로 흡수 되려면 단당, 2당, 3당, 4당, 5당, 6당 정도까지만 흡수
* 키토산은 고분자이며 이 상태 그대로가 가장 효과적
* 키토산은 섬유질이며 섬유질은 분자량이 높을수록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함
 
․ 키토산의 특징
- 원료, 제조 방법, 분자량, 정제도, 순도, 점성 등의 차이나 화학적으로 변형시켜 농업용, 의료용 및 식품용 재료 등 여러 방면으로 이용
- 키틴은 식물의 cellulose(섬유소)와 유사한 구조를 갖는 분자량 100만 이상의 고분자 다당류로 동물성 식이섬유(dietary fiber)이고 화학적으로 글루코사민의 여러 분자가 결합해 이루어진 고분자 물질임
- 키토산의 pH는 3.5 내외이며, 다량 원소 함량은 낮으나 미량 원소 중 철 함량이 비교적 많음
 
․ 사용시 주의사항
- 바람을 등지고 살포
- 눈에 들어갔을 경우 식염수로 씻고 안과의사의 치료를 받을 것
- 석회유황합제 등 알칼리성 농약 및 미량 요소 복비 등 비료와 혼합할 경우 침전 및 약해를 입을 수 있음
- 과다 사용 시 웃자라거나 약해가 날 수 있음(희석 배수 준수)
- 고온기 비닐하우스 내에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사용
- 병충해 방제는 효과가 낮고 병 발생시에는 살포 중지
- 토성과 식물 특성에 따라 효과에 차이
- 제조 회사의 사용 설명서에 있는 방법대로 사용(키토산 함유량, 점도가 다름)
- 화훼류에는 1,200배 이상으로 희석해 살포
- 농림부에서 고시한 품질규격(협회 인증품)에 합격한 제품 이외 품질 보증 못함
- 살포액을 만든 후에는 신속히 사용하고 적용 대상 작물 이외에는 사용하지 말 것
- 발아기나 채아기에 넣어 사용 시 곰팡이가 발생할 수 있으니 침종만 할 것
- 화훼류에 꽃봉오리가 생길 때 진하게 분무하면 봉오리가 안 필 수 있으니 꽃이 질 무렵 사용
- 남은 자재는 냉장 또는 냉암소에 보관
 
․ 키토산의 품질 기준
- 키토산(총 글루코사민) 또는 키토올리고당의 최소량: 1% 이상
- 중금속 위해 기준: 크롬 20mg/kg, 납 20mg/kg, 카드뮴 0,4mg/kg, 수은 0.2mg/kg, 비소 4mg/kg, 니켈 20mg/kg 이하
- 대장균: 음성
- 사용한 용제 표시
- 보존기간: 2년
- 키토산의 점도(cps): 1이상 100이하
- 키토산의 순도: 800mg/g이상
- 키토올리고당의 순도: 200mg/g 이상
* 키토산(글루코사민) 단당은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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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8 14:23 2014/12/28 14:23
사용자 삽입 이미지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폭발이 났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가 아직도 또렷합니다. 먼저, 결국 일이 터졌구나, 탄식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든 생각은, 맞습니다. 거기 있는 사람들,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이전에 있었던 스리마일 섬과 체르노빌 사고가 이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만들었던 것인데요. 대량으로 누출된 방사능에 수많은 사람들이 피폭을 당한데다. 사고 인근 지역은 아직까지도 폐쇄된 채 언제 복구가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후쿠시마에 살고 있던 200만이 넘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피난구역으로 지정했던 반경 20-30km 내에 있는 사람들. 바로 그 사람들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그러면서도 더 걱정이 됐던 건.
 
상대적으로 방사능 피폭에 취약한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이었습니다. 가급적 빨리, 다른 무엇보다 우선 대피시켜야 한다. 20-30km가 아니라 50km, 100km까지 방사능 수치를 조사해 평상시보다 높으면 싹 다, 신속히 비워야 하는 거 아닌가 말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겠지만, 일본 정부도 같은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핵발전소를 중심으로 20킬로미터 권역, 30킬로미터 권역을 설정하고 옥내 대피지역, 자발적 피난지역 등을 지정했던 겁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사고 수습은 결코 적절하지도, 세심하지도 아니었음이 곧 드러납니다. 책에서 지적하듯이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피해보다 세심하지 못한 일괄 소개로 더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게 된 겁니다.
 
수송과정에서 사망한 것은 물론이고 집과 땅을 잃었다는 상실감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까지 더하면. 모두를 몰아내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아니 무책임한 방법이었다는 겁니다.
 
게다가 정확한 정보를 주지도 않은 상황에서 시행되는 일방적이고도 강제적인 방식은 반발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글쓴이가 살고 있는 미나미소마 시 하라마치 구만 해도 옥내대피역이지만 주민 3만 명 중 80퍼센트가 자발적 피난생활을 택한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사사키 다카시 역시 같은 지적을 합니다. 98세의 노모와 치매에 걸린 부인을 데리고 집을 떠나는 것, 그것은 그 자체가 또 다른 재앙이라는 겁니다. 면밀하고 세심하게 주의를 살피며 주민들을 대피시키지 않는 이상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사사키가 머물렀던 지역은 방사능 수치가 낮았습니다. 그러니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발전소로부터 반경 몇 km 이내는 모두 ‘어쩌구, 저쩌구’와 같은 대책들은 세심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합니다.
 
반경 안이라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서는 방사능 오염 정도가 다를 수가 있기도 하구요. 경계선을 놓고 한 마을 내에서도 어느 집은 대피지역으로 어느 집은 대피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으로 나누어지기도 하니. 엄밀히 말하자면 이런 구분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 처음 사고 소식을 접하고 들었었던 생각도, 사고 직후 일본 정부가 취했던 조치들은. 그다지 세심하지 않은데다 사태를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대처하는 모습이 아니었음이 분명해집니다.
 
물론 전대미문의 사태 앞에서, 또 피해 수준을 예상할 수 없는 사고 앞에서는 가장 보수적이면서도 할 수 있는 한의 최대치를 해야 한다는 것 또한 당연한 일입니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과거에 발생했던 비슷한 사례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아니 되레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세심하고 주의 깊은 대처가 있었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사태를 신속히 수습하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 속에서 지속되는 삶은 그 무엇보다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이니까요.
 
다카시가 치매에 걸린 아내와 함께 핵발전의 재앙 속에서 행한 ‘농성’에 대한 기록은 2012년 12월 3일이 마지막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생생히 보여주고 있는, 인간 존재와 실존에 대한 물음과 무책임한 국가에 대한 분노, 그것들 말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처럼 “내 삶이 계속되는 한, 내 ‘이야기’는 계속 것이다. 그리고 분노할 것이고, 그 정당한 분노를 에너지 삼아 끝까지 꿈을, 희망을, 이상을 이야기 할 것”(p.313)임은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 거대한 사태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배울 게 없을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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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0 15:11 2014/12/20 15:11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보고서와 관련해 대통령이 입을 열었습니다.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것이 어떤 의도인지 모르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말입니다. 게다가 “누구든지 부적절한 처신이 확인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로 조치할 것”이라며 엄포까지 놨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증권가에서 나도는 근거 없는 풍문을 모은 ‘찌라시’라고 폄하하던 것과는 너무나 생청붙이입니다. ‘찌라시’라면 기왕에 법적 대응한 걸로 충분할 터인데. 대체 무슨 대단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저런 말들을 쏟아내는 건지 모르겠단 말입니다. 혹시 지난 해, 남북정상회담록과 관련해 ‘찌라시’를 봤다고 무혐의 처리 받았던 당 대표가 생각나서였던 건 아닐까요. 회담록 공개 땐 나서서 ‘알 권리’라며 부채질하던 게 아직도 생경한데. 저리도 모순되는 말을 시치미 떼고 하는 걸 보니. 정말 뭐가 있기는 한 건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생청붙이다: 모순되는 말을 시치미 떼고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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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8 15:17 2014/12/08 15:17
사용자 삽입 이미지1.
사람들은 종종 ‘진실’과 마주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합니다. ‘진실’을 아는 순간 겪게 될 갈등과 죄책감 때문이지요. 가령 물을 가둬둔다면 썩게 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진실’을 받아들인다면. 뛰게 될 집값과 죽어갈 강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물음은 의미가 없게 될 것입니다. 또 녹조로 변해버린 강을 보며 마냥 쾌재를 부를 수만은 없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거짓’을 ‘진실’이라 믿기도 하고. 때론 나서서 ‘진실’을 왜곡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특례입학이니 의사자 지정을 요구하지도 않았건만. 세월호 유가족들이 제출한 특별법이 어느새 ‘노후보장특별법’으로 얘기되고. 법률에 의해 설치된 될 국가기관인 특별위원회에 수사와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마저 ‘초헌법적 요구’가 되기도 합니다.
 
2.
매우 자극적인 제목을 뽑았다는 것만 빼면. 이 책 역시 사람들에게 갈등과 죄책감을 주기에 충분한 ‘진실’들을 담고 있습니다. 예컨대 1980년 이후로 1인당 식량생산량이 5배나 증가했지만 여전히 10억 명 이상이 굶주리고 있는 기이한 현상에는 공장식(기업식)축산업이 자리하고 있다는 ‘진실’ 말입니다.
 
그러니 188쪽에 소개돼 있는 낭비되는 단백질 비율과 185쪽의 고기 생산에 필요한 물의 양, 그리고 195쪽에 제시된 해결책을 보고 있노라면. 굶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기부를 요청하는 것에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에 빠지는 대신. 식탁에 비육식 식단을 올림으로써 기아 해결에 효과적이라는 것도 알 수가 있습니다.
 
3.
국정조사는 하기는 했었나 싶게 아무런 성과가 없이 끝났습니다. 검찰 수사와 관련 재판은 피의자들이 부인하고 떠넘기기를 작정한 마당에 지지부진하구요. 대통령은 말에 대한 책임을 지기보다는 단호히 사법체계를 흔드는 쪽을 택했습니다.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허망하게 보낸 만큼이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골든타임’ 역시 그렇게 지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유가족이 그토록 알고 싶어 하는 ‘진실’은 아직 저 진도 앞 바다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축산업계에 지원되고 있는 직.간접 보조금 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형 축산기업이 내뿜는 환경오염은 피해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측정조차 하질 않구요. 동족의 뼈와 살에 항생제, 성장촉진제를 섞은 먹이는 사일로에 늘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니 공장식 축산업이 환경에, 건강에, 지역사회에, 노동자들에게, 납세자들에게, 기아문제 해결에 어떻게 해로운가 하는 ‘진실’은 축사 안에 갇혀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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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3 10:48 2014/12/03 10:48
사용자 삽입 이미지탁류길, 시간 여행 속에서 길을 잃다(2013년 1월 30일)
 
그래도 <은비령>은 걷고 나서 읽기라도 했습니다. 하지만 <탁류길>은. 반년이나 더 지났는데도 아직, 읽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때 쓰지 못한 글을 지금에서야 그적거리고 있습니다. 책 내용이야 알만큼 안다지만, 지금이라도 책을 봐야할까 합니다. 아무래도 소설 속 배경이 됐던 길과 기억으로 남은 길들이 겹치질 않으니 말입니다. 더구나 길지도 않았던 그 길을 몇 번이나 헤맸던지. 그래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지만요.
 
날이 추우면 길을 나서기가 쉽지 않습니다. 날씨 탓도 탓이지만 걷는 내내 마주치는 풍경이 별로라 그렇지요. 차라리 눈이라도 내리면 그나마 낫겠지만, 미끄러운 건. 제설 때면 늘 뒤로 밀리는 인도는 더 문젭니다. 그러니 겨울에 걷기란 내키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시내 한 복판을 구불구불 걷는 길이라면 어떨까요. 맞습니다. 별 상관없지요. 비가 오면 어떻고 날이 더우면 어때요. 그저 밥 먹고 소화시킬 겸 산책 가는 것 마냥. 쉬엄쉬엄 걷기 딱 좋습니다.
 
군산 구불길은 이름만큼이나 구불구불합니다. 탁류길 역시 마찬가지구요. 어디서 출발해도 상관없지만. 근대문화유산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으로 보존된, 일제가 식민제국주의 확장에 필요했던 호남 쌀을 가져가기 위해 세웠던 많은 건물들을 길 하나만 돌면 만날 수 있고. 역시 이 암울한 시대를 배경으로 쓴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 등장하는 곳들도 찾아볼 수 있으니. 구불길과 탁류길이라는 이름이 제대로 붙은 셈입니다. 다만 잠시잠깐 한 눈 팔게 되면 길을 잃을 수 있으니 무척 조심해야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날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를 나와 동국사를 찾아가는 길부터 쉽지 않습니다. 고우당도 코스에 있기는 하지만. 이런 골목에 구불길이 있을 까, 싶어 큰 길로 나선 게 잘못이었습니다. 아닙니다. 길을 건너자마자 만난 담벼락 때문이 분명합니다. 거기서 고은이 지은 시며, 채만식이 지은 소설 한 구절씩을 한참이나 되뇌다. 바로 옆 골목길 입구에 떡하니 동국사길을 알리는 표지가 큼지막한데도 놓치고 만 거지요.
 
워낙 많은 일제 강점기 때 집들이 있어 여기도 그런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절마저 일본식입니다. 한옥에서는 물매라고 하는데, 지붕이 상당히 높고 가파릅니다. 단청은 없고 정원은 우리 것과 배치에서 분위기까지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뜻 깊은 비와 범종이 있고, 작고 귀여운 돌상도 있고, 바람에 서걱 이는 대숲과 풍경을 눈에 담고 있으려니.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조금 숨 가쁘게 올라 선 선양동 해돋이 공원을 지나 개복동 예술인 거리에서 다시 길을 잃었습니다. 이번엔 어렸을 적 달음질치던 골목길에 넋을 놓은 것이지요. 이쪽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저쪽 길에 다시 기웃. 얌전히 고개 돌려 눈을 마주치던 고양이와 오래된 간판에 동령고개길을 놓친 겁니다. 거기다 소설 <탁류>에 등장하는 한참봉 쌀가게가 근처에 있다던데, 대체 어디 있나 둘레둘레하다보니 그만.
 
그래도 군산에 가면 꼭 한 번씩은 들린다는 그 유명한 철길은 다행히 먼저 길을 알려주신 분들 덕에 많이 헤매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원래 코스에서 많이 벗어난 데다. 요 앞에서만 안 그랬지, 째보선창서부터 30분 넘게 걸으며 이 길이 맞나, 찬바람 쐬며 걸었더니 다리도, 몸도 무겁습니다. 하는 수 없이 철길 바로 옆으로 다닥다닥 붙은 처마 밑 평상에서 한참을 쉬어갑니다.
 
째보선창서부터 수덕산공원까진 이것저것 둘러볼 게 많아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합니다. 해양테마공원은 금방 지나치지만, 연이어 버티고 서 있는 군산근대건축관(조선은행), 군산근대미술관(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 근대역사박물관, 군산세관에서는 그렇지 못하거든요. 제대로 보려면 한 곳에서만도 1시간 이상씩은 잡아야하니. 이럴 땐 금세 뉘엿뉘엿해지는 짧은 겨울 해가 정말 아쉽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서두르다 히로스가옥 앞에서 초원사진관을 놓칠 뻔했습니다. 이번엔 가파른 월명공원길을 단숨에 올랐기도 했고, 한낮엔 몰랐던 찬바람이 해가 지면서 슬슬 불더니, 어느새 얼굴을 얼어붙게 만들만큼 차져서 서둘렀던 탓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뻔히 보이는 큰 길에 있는 그걸 못 보다니요. 가만 생각해보니 옛적 조선미곡창고주식회사 사택 담을 까치발하며 오랫동안 건너보느라 그랬을 것도 같습니다.
 
이성당을 지나 다시 길을 나섰던 고우당까진 다행이 길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짧은 길이기도 했지만 한 길로 쭉 가면 됐으니까요. 나중에 안 일이지만 옛 군산부윤관사를 빼놓았으니, 엄밀히 따지면 길을 잃었던 셈입니다. 그러고 보니 겨우 8km도 안 되는 길에서 다섯 번도 넘게 헤맸네요. 놓치고, 우왕좌왕. 여긴가, 저긴가. 이만하면 시내가 넓지 않고 길이 짧아 다행일 지경입니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꺼내보니 참 많이도 헤맸습니다. 그도 그럴 게. 처음엔 안 읽었다고 확신했는데, <탁류>도 어쩜 가기 전에 읽었던 것도 같고. 아마 이런 기억들 때문에 그 짧았던 길을 구불구불 걸었나 싶습니다. 또 ‘근대’라는 수식어가 탐탁치는 않지만. 그래도 수탈 현장을 고스란히 남겨 둔 덕에 너무 많은 걸 보았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옛 시간 여행지로 떠났던 지난겨울 걷기가 이 여름에서야 다시 떠오르는 건. 모처럼 좋은 겨울 걷기였기 때문이었겠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구불길 6-1 탁류길
이런 걸 원점회귀라고 하던데 우리말로는 뭐가 있을까요. 어디서 시작해도 그 곳이 시작하는 곳이자 끝나는 곳입니다. 길이는 6km로 빠른 걸음이면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지만 이것저것 구경할 게 많습니다. 그러니 넉넉히, 아주 넉넉히 시간을 잡아야 합니다. 게다가 군산하면 떠오르는 곳들까지 내처 둘러보려면, 하루가 빠듯합니다.
 
* 가고, 오고
강릉과 군산은 대각선으로 떨어진, 꽤나 먼 곳입니다. 그만큼 시간도 많이 걸리지요. 또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없기 때문에 대전으로 나가서 갈아타야 합니다. 강릉에서 대전은 첫차가 아침 8시 10분에 있으며 3시간 30분이 걸립니다. 대전에서는 군산가는 버스가 아침 8시 30분이 첫차, 저녁 7시는 막차, 1시간 30분이 걸립니다. 버스 시간이 잘 맞아야 5시간이 걸리니. 후아~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 잠잘 곳, 먹을 곳
고우당은 다다미로 된 게스트하우스입니다. 먼 곳에서 탁류길을 걷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코스에도 있으니 참고하시구요. 이름난 맛 집들도 많고 괜찮지만, 길을 걷다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추천받아 가는 곳도 절대 실망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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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9 10:20 2014/11/19 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