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30%를 넘긴 투표율로 나온 결과를 두고 한쪽은 으스대기 바쁘고, 다른 한쪽은 눈치 보기 바쁩니다. 애초에 선거와 상관없이 진상규명을 외쳤던 사람들로서는 돌아가는 모양새가 어처구니없는데. 대체 누가 그런 협상 결과를 받아들일 거라 생각했을까요. 어쩌면 조사 대상에 올라올지도 모를 사람보고 특별검사를 임명하라고 하질 않나. ‘개나 줘버려’라 그렇게 마다했던 특례입학은 굳이 넣어야했을까요. 사건 원인을 밝히는 데 하등 필요 없어 보이는 유병언마저 그렇게 유별나게 찾아다니던 것과 달리 꼴랑 시체로 ‘신고’나 받고. 구조 실패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해경은 조작질이나 하고 있고. 제기되는 의혹에 동문서답 발 빼기에만 급급한 국정원은 누가 책임지느냐 말이예요. 결국 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뭉싯거리는 꼴만 쳐다보다 진상규명을 위한 골든타임까지 놓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아니요. 더 이상 가만있으면 진상규명 마저 세월호보다 깊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말 모양새입니다. 그러니요. 우리라도 나아가는 시늉으로 제자리에서 자꾸 비비대며 움직이지만 말고 앞으로, 한 발 앞으로 나아가야겠습니다.
 
뭉싯거리다 : 나아가는 시늉으로 제자리에서 자꾸 비비대며 움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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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2 15:40 2014/08/12 15:40
사용자 삽입 이미지도처에 전문가입니다. 입시전문가, 부동산전문가, 투자상담사 같이 ‘합리성’이나 ‘이성’과는 무관한 ‘짝퉁’ 전문가들도 판을 치고. 장 담그는 것조차 대학교수 정도는 돼야 말 빨이 먹히니 말입니다. 어디 토론회나 방송에라도 나설라치면 학위는 기본, 자격증에 학술논문 몇 편은 있어야 하겠지요.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때처럼 死대강 사업 때도 그랬듯이. 밀양 송전탑 건설 현장에도 어김없었고,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에도 앞 다퉈 나섰지만.
 
천안함 침몰에 이의를 제기한 과학자가 몇 안됐던 것처럼. 死대강 사업이 재앙이라 경고한 학자들을 손으로 꼽았을 만큼. 돈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있었던, ‘관심을 올바른 방향에 두고, 인식과정에 철저한 비판의 메스’(p.92)를 가하던 전문가는 보기 힘들었습니다.  
 
‘체제 측의 프로젝트에 대항할 수 있는 비판능력을 조직적으로 확립하는 일’(p.109)은커녕 ‘어떠한 조직이나 권위에 대해서도 자신의 독립을 유지하고 모든 문제에 지적 성실성을 가지고 대처’(p.107)하는 과학자가 많지 않았던 겁니다.
 
‘아주 세분화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 거기에서 전문가가 되려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전문가의 길’(p.65)을 갈 뿐인 전문가들이 ‘인식과정에서 철저한 비판의 메스를 가해야만 사회를 더 나은 쪽으로 나가게 할 수 있는 창조적이 힘이 나온다는’(p.92) 사실을 철저히 외면했단 얘깁니다.
 
타까기 진자부로는 폐쇄된 실험실 밖으로 나와 사회와 시민과 함께하는 ‘시민의 과학’을 애기합니다. ‘이런 저런 때마다 침묵하다보면 늘 승인하는 것처럼 되어 결정적인 순간에조차 아무 말도 못하게 되는 이른바 ‘일본형 공동체’의 구조’(p.81) 속에서 벗어나, ‘체제 내의 지위를 버리고 자립적인 과학(학문).기술을 지향(p.88)’하자는 겁니다. 
 
“그것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거대한 입을 벌리고 덤벼드는 불도저는 문자 그대로 국가권력 자체였고, 그 앞에 맨 몸으로 농토를 지키려고 싸우는 농민들이 있었다.
그리고 속수무책으로 서 있는 나 자신이 거기에 있었다.
나는 어느 편에 서 있는가.” (p.82) 
 
타까기는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에 행동으로 답을 합니다. 안정된 대학교수 자리도 마다하고, 촉망받는 연구원 신분도 박차고. ‘농토를 지키려고 싸우는 농민’들 편에 서서 싸우기 시작한 것이지요. ‘시민과학자’로서 말입니다. 
 
이는 ‘인간의 관심을 어디에다 두어야 하는가를 문제 삼고, 그러한 관심을 전제로 인식이 나아가는 과정을 성찰한다. 그러한 성찰 없이 객관성이라는 명분만 가지고 측정 데이터 등을 절대적인 진리라고 강요하는 것은 자연과학의 전형적인 이데올로기이다. 관심을 올바른 방향에 두고, 인식과정에서 철저한 비판의 메스를 가해야만 사회를 더 나은 쪽으로 나가게 할 수 있는 창조적이 힘이 나온다는 것을 하버마스에게 배운 것’(p.92)이라는 고백을 실천한 것이기도 합니다.
 
MB 정권이 물러나기를 손꼽아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 같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 뻔 한 걸 가지고 이제와 새삼스럽게 말하는 것도 눈꼴 시린데. 그것도 토목공학이나 환경학이나 하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그러고들 있으니. 이젠 보(洑)  철거를 두고 한 자리 또 해먹겠다는 심보들인 것만 같아 한숨만 나옵니다. 대체 우린 언제까지 이런 전문가들 입만 바라봐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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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9 22:16 2014/08/09 22:16
바닷물을 한번이라도 먹어본 사람이라면 이 짠 물을 농업에 쓴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짠 바닷물을 그대로 쓰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바닷물을 농사에 활용한다고. 하긴 요즘엔 심층수라는 게 큰 주목을 받고 여러 곳에서 쓰기도 하니 그럴 법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상상이 되질 않는다. 더구나 과도한 비료 사용으로 인해 염류가 쌓이는 문제가 여기저기서 생기고 있는 마당이니. 바닷물 활용이 가능한 것인가 싶을 정도다. 하지만 바닷물 역시 미생물과 마찬가지로 토양 및 작물생육, 병해충, 잡초 방제에 효과가 있다고 하니. 우선은 작물별 시험 결과를 잘 살펴보고 작은 면적에서 시험해보는 게 중요할 듯하다.
 
● 바닷물의 특성
- 표층수: 해수 표면으로부터 100m까지
- 중층수: 해수 표면으로부터 100-200m
- 심층수: 해수 표면으로부터 200m-4Km 사이
- 저층수: 태양광이 도달하지 않는 4Km 이하의 해저수
* 국내에서 농업적으로 활용하는 바닷물은 표층수와 심층수로 다량 성분 함량은 큰 차이가 없음
* 심층수는 온도 변화가 거의 없이 5-6℃ 유지
* 바닷물은 96.5%가 물, 3.5%의 광물질로 구성되며 약 75여 종류의 무기성분이 함유
* 3.5%의 광물질 가운데 염소가 55.%, 나트륨 30.6%, 황 7.7%, 마그네슘 3.7%, 칼슘 1.2%, 칼륨 1.1%, 기타 0.7%
* 국내 바닷물은 약알칼리성이며 해안별로 주요 성분 함량은 차이가 있음
* 바닷물을 장기간 저장 사용할 경우 마그네슘, 칼슘, 칼륨의 함량이 저하됨(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 보관할 때에는 성분 변화가 크게 발생하지 않음)
 
● 바닷물의 시용 효과
- 간척지나 해일 피해를 받은 농경지에서 작물이 튼튼하게 자라고 품질이 우수하다는 사실이 국내․외에 잘 알려져 있음
- 작물의 미량 요소 공급 및 상업적 형질을 강화시켜 상품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루어짐
- 식물 생육에 필요한 다양한 무기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오래 전부터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작물 생육 촉진 및 당도, 색도 등 품질 향상을 위해 농업적으로 활용
- 무기 양분 공급 효과(생육 촉진, 고품질화, 토양미생물 활성화, 유기물 발효 촉진 등) 이외에도 염소 효과(광합성 촉진, 병 발생 억제 등), 염스트레스 효과(항산화 기능, 삼투압 조절 기능 등), 병해충 및 잡조 방제 효과 등이 있어 친환경농업 실천 농가들을 중심으로 이용성이 확대
- 천일염 또는 바닷물을 고농도로 다량 시용할 경우 작물의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장기간 시용으로 토양에 염류가 직접, 작물이 생육할 수 없는 환경을 바뀔 수 있음
- 작물의 종류, 사용 시기, 사용량, 희석 농도 등을 충분히 고려해 사용 목적에 적합한 안전 사용 농도를 지켜 활용해야 함 
 
▶ 토양 생물 활성에 미치는 영향
- 천일염을 10a 당 20Kg까지는 토양의 생물 활성에 영향을 미치는 않았으나 30Kg 이상에서는 생물 활성이 현저히 감소
- 온실 조건에서 토양에 천일염을 처리할 경우 20Kg/10a 이상을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노지 조건에서는 강우 등의 영향으로 염분 유출이 용이하여 작물 생육에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
 
▶ 작물 생육 촉진 및 품질 향상
- 염분에 대한 저항성이 강한 작물로는 양파, 마늘, 고구마, 감귤 등이 있으며, 반대로 염 저항성이 약한 작물은 오이, 딸기, 포도 등
- 잎 들깨의 경우 10-15배, 오이는 20-70배 범위의 희석 농도에서 우수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작물의 종류에 따라 촉진 효과는 차이가 있음
- 염농도 조절을 통해 영양생장을 억제시켜 품질과 생산성 향상에 활용(고구마, 감자, 참다래)
 
▶ 병해충 방제 효과
- 인도네시아에서는 습지에서 재배하는 묘목에 발생하는 깍지벌레 예방 및 방제를 위해 바닷물 원액을 일주일 간격으로 살포, 전체 잎의 63%에서 해충이 발생하지 않고 피해 잎 수도 50% 이상 감소
- 방제 효과는 염분과 황산 등 살균 성분을 갖는 원소들이지만 퉁퉁마디(일명 함초)처럼 내염 식물의 뿌리에 공생하는 미생물이 저항성을 촉진시키기도 함
- 국내의 경우 고추(파프리카) 흰가루병 방제 효과 검정 결과 1주일 간격 3회 처리시 무처리 대비 바닷물 30배 희석액(EC 농도 2.1mS/cm)에서 81%의 방제 효과(포자 형성 억제율)
- 딸기 잿빛곰팡이병은 바닷물 처리(1주일 간격 3회)시 무처리 대비 바닷물 30배 희석액(EC 농도 2.7mS/cm)에서 49.7% 방제효과(부패과 발생 억제율)
- 바닷물 안전 사용 지침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작목에 따라 적절히 희석해 사용해야 한다는 점(염분에 민감한 작물에서는 2-3년 내에 생리 장해가 발생할 수 있음)이며, 바닷물 처리 후에는 지표수를 관주처리하거나 모래, 톱밥, 석회 등을 활용해 토양 개선을 병행해 염분 피해를 줄여야 함
 
▶ 잡초 방제 효과
- 유기농 감자 재배 시 잡초 방제를 26.6-50%까지 억제시킬 수 있으나 토양의 물리성 악화, 특히 토양 경도가 바닷물 처리구보다 천일염 처리구가 2.1배 증가하고 수량이 1.8-12.8% 감소
- 원액 또는 고농도로 토양에 직접 이용하는 것은 농경지에 문제 발생
 
※ 이외 작물별 바닷물 활용 효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 2011년에 발행한 『친환경농산물 생산을 위한 바닷물의 농업적 활용 매뉴얼』(발간 등록 번호 11-1390802-000311-01)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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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3 10:28 2014/07/23 10:28
요즘은 퇴비 만들어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 전화 한 통이면 밭까지 배달해주는 퇴비 탓일까, 규모화에만 골몰하는 전업농이 많아진 때문일까. 순환농업이 유기농업의 기본이라는 말에 동의한다면 퇴비 제조는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일 터인데. 전업농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물론 소농이라고 해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퇴비를 포기하는 것도 어려운 일.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 퇴비의 정의와 사용 목적
- 비료 성분이 들어 있는 볏짚, 톱밥, 쌀겨 등의 재료를 퇴적, 퇴비화 과정에 의해 분해돼 생성된 물질
- 퇴비화는 유기물이 미생물 및 토양 미소동물 등에 의해 분해돼 토양과 유사한 물질로 안정화되는 과정
- 토양의 화학성 및 물리성, 생물성 개선을 목적
- 유기퇴비는 항생제, 호르몬 등 화학합성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가축배설물 등 유기물을 사용
 
● 퇴비화 주요 인자
- C/N율: C/N율이 높은 원료는 미생물의증식이 억제되고, C/N율이 낮은 원료는 빠르게 분해되지만 암모니아가 대량 발생해 질소 손실 우려되므로 30-40으로 유지
- 수분 함량: 수분 함량이 40% 이하에서는 분해 속도가 저해되며 65% 이상에서는 호기성 미생물의 활성이 억제돼 퇴비화가 지연되므로 50-65%로 유지
- 통기성: 퇴비화 과정은 유기물의 호기적 분해이기 때문에 산소의 존재가 필수적
- 온도: 퇴비화 과정 중 발생하는 온도 상승은 미생물에 의한 유기물의 분해에서 기인하며 광합성의 반대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40℃ 이하 중온대와 40℃ 이상 고온대로 구분하나 효율적인 온도 범위는 50-70℃
- pH: 유기물 분해는 중성 혹은 약알칼리성 범위(pH 6.5-8)에서 활성이 가장 높으나 혐기 조건이 형성되면 초산 등의 저급한 지방산이 축적돼 pH가 4-5부근까지 저하되기도 함
 
● 퇴비화 과정
- 유기물의 분해: 당질, 단백질, 전분 → 헤미셀룰로오스 → 셀룰로오스 → 리그닌 순
- 1단계: 당분해, 발육이 빠른 곰팡이, 세균 등이 분해에 관여
- 2단계: 셀로로오스 분해, 세균과 방선균 등이 분해에 관여, 산소공급 필요
- 3단계: 리그닌 분해, 당자균(버섯균)에 의해 분해
 
● 유기퇴비 제조 과정과 혼합방법
- 제조과정: 유기물 수집(볏짚, 파쇄목, 쌀겨, 깻묵 등) → 혼합 및 야적(질소 함량 1% 이상 유기물 조절, 수분 60% 유지) → 퇴적(뒤집기는 2주 간격, 퇴적기간 12-14주) → 후숙(30일 간 야적)
- 혼합방법: 주재료와 부재료를 7:3으로 혼합(질소 1% 이상 함유)하되 양분 가치 증진을 위해 각종 부산물(해조료 등), 천연자원(인광석 등)을 첨가
* 주재료: 유기물 공급원으로 탄소 함량이 높은 볏짚, 파쇄목, 수피, 산야초 등
* 부재료: 양분 공급원으로 질소 함량이 높은 쌀겨, 깻묵, 피마자박, 해산부산물, 식물성 유박 등
* 볏짚, 수피, 톱밥과 C/N율 조절원으로 유박, 미강이 효과적이며 볏짚 70%+쌀겨 30%+유박 30% 조합 시 양질 퇴비 생산
 
● 퇴비 부숙도 판정
- 수분 함량 40-50%(손으로 꽉 쥐었을 때 물기가 약간 나오는 정도)
- 형태(형상이 거의 없음), 색(황갈색→갈색→흑갈색→흑색), 냄새(거의 없음), 촉감
- 탄질률 20-30 전, 후
- 지렁이법, 종자발아법, 비닐봉투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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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8 09:47 2014/07/08 09:47
바우길 ⑧ 시대를 앞서갔던 이, 허균․허난설헌의 애틋함을 쫓아(2013년 6월 6일)
 
허균은 누이 허난설헌에게 세 가지 잘못이 있다고 했다. 첫째는 여자로 태어난 것이 잘못이요, 둘째는 이 나라에서 태어난 것이 잘못, 마지막으로 이 시대에 태어난 것이 잘못이란다.  그 역시 지배계급의 일원인 양반가, 그것도 사대부 집안에서 태어났긴 했지만.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던 누이가 그 재능을 세상에 떨쳐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사랑을 저리 표현했다.     
 
누이 난설헌에 대한 애틋함은 이것 말고도 또 있다. 자신이 지은 시 구절처럼 27세라는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유언마저 지키지 않았던 거다. 자기가 죽으면 자기 시를 모두 태워버리라 했음에도. 초희가 친정에 남긴 것들과 자신이 외우던 시들을 모아 <난설헌집>을 펴낸 것이니. 지독한 누이 사랑이 아니고서야 어찌 그럴 수 있을까.
 
碧海浸瑤海
靑鸞倚彩鸞
芙蓉三九朶
紅墮月霜寒
 
푸른 바닷물이 구슬 바다에 스며들고
푸른 난새는 채색 난새에게 기대었구나
부용꽃 스물일곱 송이가 붉게 떨어지니
달빛 서리 위에서 차갑기만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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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은 조선 왕조가 끝날 때까지 복권되지 못했다. 그가 남긴 글들은 입에서 입으로 옮겨졌거나, 몇몇 목숨을 건 이들 덕분에 겨우 전해질 수 있었다. 이전에는 겨우 <홍길동전>을 쓴 이로, 어느 책들에선 균이란 이름만 남겨졌는데. 근래 새삼스레 관심을 받고 있으니. 봉건왕조가 물러난 뒤에야 겨우 살아나고 있다.

 
허난설헌은 스물일곱이라는 나이에 요절했음에도 중국과 일본에서 그 명성이 자자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살았던 조선에서는 철저히 외면을 받았다. 아니 고루하고도 비루한 유생들로부터 철저히 따돌림을 당했으니. 일곱 살 때, 하늘나라 황제가 살고 있다는 백옥루에 올릴 ‘광한전백옥루상량문廣寒殿白玉樓上樑文’을 써냈던 그이가 그렇게도 못마땅했나.
 
솔직히 오죽헌은 세계최초 부자 화폐 인물이라는 요란한 현수막 때문에 못마땅한 구석이 있고. 김시습문학관은 그저 구색만 맞춰 놓았다는 인상이 짙긴 하나. 오죽헌에서 허난설헌 생가까지 이어지는 길은 문학길이라 이름 붙여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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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도 그렇고 그 아들 율곡 이이에. 호수를 사이에 두고 이쪽에는 김시습과 저쪽에는 허균, 허난설헌 남매가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길 끝에서 만나는 작은 도서관. 그 툇마루에 앉아 이들이 남긴 글들을 읽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애틋한 두 오누이를 뒤에 두고 솔 숲길을 나서자 경포호수다. 바우길과는 5코스 바다 호숫길과 연결된다. 시내 어디서 또 이런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싶은 둔치길 끝에 바닷길이 있는 것이다.
 
찻길을 가운데 놓고 한 번은 바다 옆 솔숲 길로. 또 한 번은 차 소리도 들리지 않는 솔숲 길을 번갈아 걸으면. 어느새 송정과 안목해변을 지나 솔바람 다리에 이르는 길이니. 이번에도 쉬엄쉬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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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네 번 째 여행에서 걸은 길
사천해변에서 시작하는 5구간 바다 호숫길과 위촌리 송양초교에서 출발한 11구간 신사임당길과는 경포대에서 허균.허난설헌 생가까지 겹친다. 이후 5구간은 6구간 출발점이기도 한 솔바람다리 건너 남항진으로 이어진다. 허균.허난설헌 생가에서 만난 작은도서관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던 탓에 고작 7Km 정도를 1시간 반 남짓이나 걸었는데 시간은 반나절 넘게 걸렸다.  
 
* 가고, 오고
아직까진 시내버스 노선(http://www.gangneung.go.kr/sub/bustime/main.jsp?pp=sub01)을 챙겨야 한다.  
 
* 잠잘 곳
경포해변에서 남항진까지 이어지는 5구간에는 식당도, 숙박시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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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1 10:55 2014/07/01 1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