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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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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졸업앨범 투쟁을 위해 졸업사진을 찍고 왔습니다.  아저씨는 8년여전 노조원들이 불신하는 상황이 너무 기가차고 배신감을 느끼고 있을 무렵 운좋게 모든 걸 정리하고 학교로 굴러들어 올 수 있었습니다.  그때 배운 것은 많고도 많지만 그 중에 하나는 투쟁은 야무지개 해야한다 였어요.  처음 저를 불러준 것은 친구들이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기준은 친구들의 '얘기'입니다.  그 외에는 모두 가치없는 일이라 여기고 있어요.  그렇게 8년이란 세월이 지나니 저도 그져 지지며 생활해나가고 있는 일부 교사들과 비슷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합니다.  요즘은 초상권 어쩌구 하며 졸업앨범을 찍지 않는 교사들이 많은데요.  아저씨는 졸업앨범은 공무수행의 연장이며 인생에 단 한 번밖에 없는 친구들의 학창시절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상 작업복 바지에 상반신만 양복차림으로 사진을 찍고 있지요.  사실 졸업앨범 아니고는 아저씨는 양복입을 일이 아예 없기도 합니다. 

 

 

   집회때 경찰과 같이 사진을 찍을때 뭐라고 하면 우리는 '공무 중인 공무원에는 초상권이 없습니다' 라고 외치곤 했거든요.  더 정확히 얘기하면 공무 중이라도 공무원은 초상권이 있지만, 합법적인 집회를 할때 위법한 공무를 수행 중인 공무원들은 행위 자체가 위법하므로 초상권 자체도 없어져 버린다는 사실을 낭중에 알게 되었지요. 마찬가지로 친구들이 사회나가서 상사가 위법한 지시를 한다면 그 지시 자체는 효력이 없을 뿐더러 따르면 안되는 지시가 되는 것이구요.  올해 초 몇달전 계엄군인들처럼요.   모든 교사들이 그냥 지지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아요.  마치 우리 사회의 소금같은 3% 분들 덕분에 사회가 유지되 듯이 학교도 3%의 소금같은 선생님들 덕에 공교육이 유지 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97%가 엉터리라는 얘기는 아니고요.. 제가 가까이서 보는 교사들은 있는 힘껏 헌신하는 분들들 더 많이 만나게 된답니다.   

 

 

  학교에서 친구들 변기나 세면대 막히면 달려가 뚫어주고, 책걸상 고쳐주고, 시험지 인쇄를 주된 일로 하며 아주 잡다한 일을 하고 있는 아저씨는 사실 친구들에게 몰래 계속해서 배우고 있어요.   뭘배우냐면요..  아저씨는 핵교 다닐때 공부를 잘하지도 아주 못하지도 않았습니다.  있는 듯 없는 듯 하는 아무 존재감이 없는 학생이였어요.   뭔가 학교 축제가 있을때면은 일부 학생들만 무대에 올라 재능을 뽐내고는 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요.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은 일종의 갑이였고 공부를 못하는 친구들은..   요즘도 잉여라는 표현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잘 못 살고 있는 아무런 잘못없이 문제아 취급을 받았죠. 어느 노랫말처럼 최고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이런 생각에 모두들 숨죽이며 눈치만 봐야했구요. 근데 50여년지 지난 지금도 이런 분위기는 크게 달라진게 없는 것 같아요.

 

  

  누구는 사회가 크게 변하지 않은 까닭이라고 쉽게 얘기할 수 있지만..  아저씨가 살아보니 행복에는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따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누구나 돈 많이버는 의사 판검사가 된다면 마트 직원은 누가하죠?   코로나때 잠시 격었었죠?  간병이나 누구를 돌본다는 노동이 얼마나 소중한 직업인지요.  지금까지 저평가 되었고요.  말이나와서 말이지 코로나때 웬만한 학교의 밴드부들이 모두 망해서 없어지고 지금 근근히 살아나는 핵교가 있습니다. 친구들을 보면서 요즘 배우는 것 중에 하나가 공부는 못하지만 내가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예요.  주눅들지 않고요.  친구들과 함께요.   친구들은 이미 핵교에서 친구들과 수다떨며 복도서 교실서 어느 구석에서 그런 삶을 훌륭히 살아내고 있거든요.  아마도 이런 시간은 다시 올 수 없다는게 분명합니다. 

 

 

  살아가며 필요한 건 지식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부딪히며 살아가는 진심이라 생각해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오늘은 뭔가 쓴소리를 마구 늘어놓을려고 했는데..  친구들을 생각하니 좋은 얘기만 늘어놓게 된거 같아 민구스럽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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