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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미카엘이야.. 허허허허허허 잘해보자구. 하하하하하하"
65세 사장님은 서울 살며 대부분은 골푸치러다니고 아주 가끔 공장엘 찾아왔다. ㅇㅇ 화학 부사장
퇴직했다했고.. 나중에 따져본 바로는 매달 5천만원을 넘게 챙겨가셨다. 상무는 두어달에 한번은
울산에 납품하고 있는 ㅇㅇ화학 접대일을 다녀오곤 했다. 사장님이 공장에 갖고 있는 가장 큰 불만은
용변을 보고난뒤 화장실 문짝이 시원스레 밖으로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였다. 들어갈때 밀고 들어가는
문짝. 화재후 공장을 다시 지을때 이 문짝들의 방향은 모두 반대로 뒤바뀌어 버렸다.
일주일 일하는데 오줌서 뽄드냄새가 나고 톨루엔은 머리가 묵직해지는 탓에 오래 있진 않으리라
결심했다. 몸이 재산인데.
고분자중합 화합물인 제품에 대한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찾으려 우리나라 젤큰 ㅇㅇ화학 공장에
물어보니 거기도 외국 기본 화합물인 벤젠, 메탄올 등의 자료를 가지고 가라로 짜깁기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수억개의 화합물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그렇게 만든 물질이 인체에 해로운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생체 실험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그 물질로 인해 수십명의
사람이 죽는다면 유해물질로 구분되는 것이다. 당시 외국인노동자 몇명이 노르말헥산으로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통상적으로 벤젠구조를 갖는게 몸에 더
해롭다. 노르말헥산으로 하반신이 마비될 정도라면.. 거의 들어 마시다시피 한 것일것이다. 이 물질이
인간에 안전한지 해로운지를 판명하는 기준은.. 누군가 그 물질로 죽느냐 아니냐이다. 그 뒤로
나는 자연주의자가 되었다. 치료목적이 아닌 단지 돈을 벌기위해 합성되는 모든 화합물을 거부하는.
공장가는 길 입구엔 조그만 슈퍼서 차표를 팔았다. 그 옆에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다방이 있었다. 조그만 초등학교 앞 문방구를 지나 담장을 따라.. 마을우체국을 지나.. 정자나무를
지나면 공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공장 뒷편엔 본드 도람통이 쌓여있고 군데 갱엿같은 뽄드 국물이 늘러붙어 있었다. 물론
그곳엔 잡초하나 나지 않았다. 나는 인근 야산에서 칡넝쿨을 캐다 심었다. 땅을 살리기 위해.
본드공장에 불이 났다. 화학공장 화재의 대부분은 정전기이다. 가스렌지 불붙이듯 4류 위험물은
정전기에 확하니 불이 붙는다. 이를 막기위해선.. 습도를 높여주거나 바람을 계속 불어넣어 농도를
낮춰 주거나 모든 시설은 철재에 아스(접지)시설을 해줘야한다.
뽄드 뽑는 반응기 솥 깔대기에 붙은 불은 떨어지는 뽄드액에 불기둥을 만들고는 이내 넘쳐흘러
작업장 전체로 번져버렸다. 불기둥에 소화기를 뿌려보았지만.. 엄청난 인화력이 비웃기라도 하는 듯
불씨를 작업장 구석구석 확산시키는 꼴이 되어버렸다.
"야.. 나와"
"ㅇㅇ 나왔어? ㅇㅇ는???"
식당아주머니도 타이루 자르던 베트남친구 던도 무사히 나왔다. 본드공장서 일하던 19명 전체는
서로를 모두 확인하고는 안도하였다.
공장은 다행히 빠져나갈 계단이 여러개인 안전한? 센드위치판넬 2층 가건물이었다. 119에 신고하고
조그만 소방차 한 대가 공장앞엘 왔다. 다급히 호스를 끌어다 작업장에 물을 뿌렸지만.. 시커먼
연기를 매단 불기둥은 이때다 싶은 기세로 물을 타고 공장밖으로 흘러넘쳤다. 물만난 고기처럼
불바다를 이룬 불씨는 옆에 야적창고로 흘러들었다. 조그만 소방차는 한대는 불바다를 빠져나와
공장밖에 피신한 뒤 지원군을 요청하였다.
1~2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야적 창고에 폭발이 일기 시작하였다. 작업장안에서 터져나던 톨루엔
도람은 어린애 수준일 정도로 연쇄폭탄을 터트리는 듯 하였다. 야적창고 절반즈음이 타들어갈무렵
영화에서 보던 버섯구름이 일었다. 그후론 도람통이 30여미터 높이로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다.
도람통 뚜껑이 분리되어 쟁반처럼 나뒹굴고 공장옆 도랑에도 논에도 불붙은 도람통은 산산이 떨어져
내렸다. 다행히 낙옆이 쌓인 옆산까지는 날아가지 않았다. 100여미터 떨어져 정송강사가는 길가에
서있던 우리들에게도 도람통은 날아왔다. 계속해서 버섯구름을 피우며 폭발할때마다 열기가 얼굴에
느껴져왔다.
소방차가 왔다. 좁은 공장입구에 빼곡하게. 총 25대 소방차. 난생 처음 이런 버섯 구름을 본적이
없지만.. 이렇게 많은 소방차도 본적이 없었다. 버섯구름 불기둥은 사출하던 옆공장 변압기를 먹어
삼키고 소방관 아저씨들의 노고로 더이상 번지지 않았다. 그렇게 3시간정도를 태우고는 불길은
사그라들었다. 타이루 자르던 작업장을 남겨놓고는 공장은 모두 무너져내렸다. 밤열시가 넘어서도
잔불은 계속해서 연기를 피워올렸다. 반장님과 나는 잔불을 바라보며 종이컵에 소주를 두어잔
들이켰다. 어마어마한 별들 속을 헤집고 집에오는 길에 다리 앞에서 재수없게 음주측정에 걸렸지만
이상하게 안걸렸다. 쎄게 불어서인지.. 아직 30분이 안된 까닭인지.
그렇게 겨울이 왔고.. 하얗게 눈덥인 산들은 초가지붕처럼 평온했다. 잿더미가 된 공장을 다시 세우고
나니 다음 봄이 왔다. 그해 겨울은 눈이 참 많이 왔고.. 콘테이너서 잠자던 베트남친구 던의 입이
돌아가 버렸다. 취업생? 던과 얀은 타이루를 자르며 하루 15시간을 일하고 백만원을 받았다. 던이 살던
콘테이너는 주말이면 인근 마을 축사서 일하던 베트남 친구들의 아지트로 변하였다. 던은
나에게 주말이면 콘테이너서 얀이 베트남 여자친구와 뽁을 하는 소리에 잠을 못자겠다는 하소연을
하곤했다. 던에게 배운 베트남말은.. '밥먹어' - '안꿈' '안녕하세요?'- '신짜우' '감사합니다' -
'가믄' 이었다. 신짜우를 몇번이고 따라하니 던이 베트남사람과 똑같다고 감탄을 하였다.
던은 한방병원으로 옮겨졌고.. 최저수가로 치료를 받았지만 고향에 누나 심장병 수술비를 벌러온
던은 일주일만에 병원을 나갔다. 그리고는 체류기간이 얼마남지 않자.. 이른 봄 콘테이너를 남기고
사라졌다. 서울 어디 봉제공장에 취직했다는 얘기가 나중에 들려왔다.
공장이 다시 똑같이 세워질동안 50만원을 받았다. 사장은 수완이 좋아 OEM으로 자신의 출신인
ㅇㅇ화학에 계속 납품을 하였고 ㅇㅇ화학계열의 보험회사에 최고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나는
유기방독마스크를 사달래서 쓰고 일하고 뽄드 솥엘 들어가서 청소를 했다. 뽄드공장 작업장엔
뽄드냄새를 빨아들이는 집진장치가 없었다. 자연배기가 되도록 작업장 바닥벽면 보루꾸벽돌을
80cm×40cm로 몇군데 뚫어버렸다. 마침 안전공단서 환경개선사업?으로 집진시설 설치시 돈을
지원해줬다.
"사장님.. 작업장 냄새가 너무심해 태양서 집진기 견적받았는데.. 1200만원입니다. 1000만원은
공단서 지원해주고.. 2백만원으로 설치가 된답니다"
"으.. 지금 좀 그러니 좀 더 생각해보자구"
그리고 며칠후 공장을 나왔다. 12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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