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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 영상을 뒤적거리다 우연히 해금TV라는 강의를 만났습니다. 국악중학교 나온 전공자 중에 꽃별님 다음으로 이렇게 훌륭한 분도 계셨습니다. 위 영상을 보고 대단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활대는 허공에서 안줄과 바깥줄을 속도와 압력으로 마찰을 일으켜 사실상 1차적으로 소리를 내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활대를 쥐는 방법은 영상에서 설명하기로는 3중점을 이용합니다. 3째,4째 손가락 끝부분과 2째 손가락이 끝나는 부분의 손바닥 이렇게 3중점이 되어 활대를 운동을 정확히 조정하며 손목의 스넵을 이용하여 말총의 긴장을 손쉽게 유지합니다.
발이 4개인 의자는 한쪽이 조금이라도 짧거나 땅이 고르지 못하면 3발을 축으로 끄떡거립니다. 발이 5개인 의자도 마찬가지로 3발을 축으로 끄떡거리죠. 반면에 발이 3개인 의자는 울퉁불퉁한 땅 위에서도 끄떡거리지 않고 오롯이 지지대로 균형을 유지하며 힘을 전달합니다. 그러나 3발이 모인 중심점 축에 힘받는 방향과 수직의 힘을 주면 한쪽으로 훌떡 넘어가기 쉬운 단점이 있죠. 3발의 장점은 어디에 갔다놔도 끄떡거리지 않고 고정되며 중심축에 힘을 온전히 지지한다는 겁니다.
허공에 떠서 어디도 지지할 곳이 없고 줄을 문질러야하는 활대를 3개의 중심점으로 잡는다는 설명이 충격이었습니다. 마치 울퉁불퉁한 땅위에 발이 3개인 의자를 놓고 흔들리지 않게 앉듯이요. 그래야 온전히 활대에 힘을 전달 할 수 있겠지요. 저는 활대를 쥐는 가죽이 말려있었고 늘 어색하고 힘이 들어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이유는 몰랐었습니다. 엄지와 검지는 활대를 지지하고 있는 3중점에 3발 의자가 옆으로 후딱 넘어가지 않도록 수직힘을 막는 보조적인 역할만 하는거였습니다.
해금을 처음 배울때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 중의 하나는.. 얼른 빨리 연주를 하고 싶은 마음에 활긋기 연습을 게을리 하고 곧바로 악보를 연주하는 것입니다. 활긋기란 바이얼린에서 보윙이라고 부르는 천천히 활을 그으며 고운 소리를 내는 연습을 말합니다. 이 연습을 게을리 하거나 몰아치듯이 며칠 죽어라 하기도 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활긋기 연습은 매일 20분 이상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활이 손에 익어 고운 해금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연주는 손이 하고 연주자는 단지 소리를 듣고 느낄 뿐입니다. 마치 남의 신발을 신었을때 어색함을 느끼는 내 발처럼.. 우리 손은 단박에 알아차리며 음계를 찾아 연주를 합니다. 음.. 어찌보면 나의 감정과 내 맘속의 음계를 우리 손이 냉큼 따라가 연주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어쨌든 우리 감각은 우리 생각보다 무지무지 정확합니다.
백번 천번 활긋기 연습을 반복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고운 소리가 신기하게도 나기 시작합니다. 해금을 하면서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부분은 보기보다 고운소리를 내기가 어렵다는 것인데.. 백번 천번 계속해서 가슴을 펴고 옳바른 자세로 활을 명주실에 "반복해서" 문지르다보면 고운소리가 나옵니다. 이때 활과 명주실은 90도 정도 직각이 되어야하며 한 곳을 활이 고정적으로 문질러주어야 고운 소리가 납니다. 사실 해금을 꾸준히 할 수 있느냐 아니면 도중에 그만 두느냐는 바로 이 활긋기 연습을 얼마나 인내심과 비중을 두고 꾸준히 하는데에 있습니다. 한마디로 해금은 얼마나 내 손에 익숙해지느냐의 싸음인데.. 활긋기 연습만큼 효과적인 연습은 없습니다.
활긋기 연습은 오른손에 힘을 빼고 천천히 활의 처음부터 마지막을 온전히 사용하며 밀고 당기는 활이 바뀌는 시점에도 고운소리가 나도록 연습합니다. 모든 활을 사용해서 그어야하며.. 천천히 하는게 더욱 효과적입니다. 이때 활을 어떻게 쓰냐에 따라 소리가 (표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해서 낭중에 응용하셔야 합니다.
나 하나의 사랑이란 노래를 1지를 A나 G 혹은 F로 잡아도 음계를 옮겨와 가능합니다만는 중짚기 1지를 G#을 잡고 연습해봅니다. 중짚기에서.. 1지를 반음 꾹 누른 중짚기로도 연주해봅니다. 명주실의 텐션이 높아지면 더 고운 소리가 나게되는걸 느끼실 겁니다. 반음이 맥동하는 싸인곡선을 그리는 농현도 가능하다면 함께 넣어 연습합니다.
[김애라5집-02. 선물.mp3 (4.84 MB) 다운받기]
오늘 문득 인생 뭐있나 싶은 생각이 다시 들어.. 퇴근하고 지난 국제노동조합의 식전행사로 한중일 200여명의 노동자 앞에서의 공연을 끝으로 3년여를 벽장에 모셔 놓았던 해금을 꺼냈습니다.
살아가면서.. 내가 먼가 행위를 하면 기분 좋아지는 일이 있다는 것.. (술, 담배 말고) 이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특히나 연세드신 노인분들에겐 아주 직접적인 일이 되어버립니다. 병들고 아프면 자존감이 없어지며 외로움이 밀려들게 되는데.. 이때 내가 좋아하는 행위를 통해 즐거웁다면.. 가진 것은 없어도 내 삶은 풍요롭게 인생을 마무리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살아가는 낙이 없으면 쉽게 죽는단 얘깁니다. 누구나가 좋아하는 일 한 두개 즈음은.. 꼭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저에게는 운좋게도 그게 음악인 거구요. 근데 음악은 연주하면 없어져버려.. 뭘 맨들어 냉겨 볼까도 생각했었는데요.. 음악하는 사람들의 무기는 얼굴을 맞대고 누군가와 공연을 하며 즐거움도 나누고 내 얘기도 솔직히 나눌 수 있는 엄청난 거시기라 생각합니다.
방바닥에 좀벌레가 돌아다녀.. 옷도 파먹고 해서 내심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해금은 멀쩡하고 말총만 좀 뜯어먹은 듯 합니다. 송진을 많이 바른후 팽팽히 댕겨 모셔놨었는데.. 줄이 많이 끊어져서 쓰메끼리로 끊어진 줄을 베싹 잘라줬습니다. 한 두줄은 반대로 댕겨 끊으면 되는데.. 너무 많은 줄이 끊어져서 도구를 이용하였습니다.
제 해금은 예전 국악체험행사서 아주 저렴하게 장만한 해금인데.. 너무 오랫만이라 안줄 바깥줄 조율하는 법을 까먹었습니다. 조율기를 갱신히 찾아 끼우고.. 기억을 더듬어.. 솔도??? 안줄 개방현을 E 바깥줄은 C로 맞췄습니다. 전통주아 때문인지.. 안줄 바깥줄은 3년여 세월이 지났지만 거의 틀어짐이 없어 조금만 조여주면 되었습니다. 울림통은 예전에 카슈 칠이 맘에 안들어 사포로 벗겨내고.. EM원액을 복판까지 발라줬는데.. 좀이 슬지 않았습니다. 좀벌레는 EM 냄새를 싫어하나 봅니다.
깽깽~~
손이가는대로 섬집아기,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 올려다 봐요 밤하늘의 별을, 진주난봉가, 누나의 얼굴, 계약직 아줌마, 마른잎 다시 살아나, 그날이 오면.. 등등을 연주해 봤습니다. 손과 귀가 고맙게도 연주법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자전거 타는 것 처럼 몸으로 배운 것은 몇십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리저리 굴러먹다 열받아서 시작한 노조간부 10여년.. 다행히 위장병이 남지 않고 사람들만이 남았습니다. 그래도 인생 뭐있나 싶어.. 싸인곡선 같은 농현 연습도하고.. 유튜브보고 산조를 독학합니다. 누군가에게 배워야한다고들 얘기하지만.. 고딩부터 10여년 넘게 풍물패 쇠잽이 출신이란 자존감에.. 굳이 해금산조를 독학하려 합니다. 출근하면 예전에 만들었던 줄도사 1.0 도 다시 만들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연습하고요. 오랫만에 비님도 오고.. 후덕지근한 비오는 저녁.. 퇴근후 김치국에 밥한그릇 뚝딱 비우고.. 먼지 털어 해금이를 연주하고나니 오랜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고난 것처럼 속이 후련해 졌습니다.
그럼.. 건강하세요.
건강연구소 부설 해금교실 별많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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