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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 01 - 묻지마세요.mp3 (4.74 MB) 다운받기]
2017년 7월 11일 23시 40분.. 어떤 일이 펼쳐질까? 무척이나 오랫만에 느껴보는 설레임이다.
2번 승차장으로 내려오니 눅눅한 밤바람속에 매캐한 침목 냄새가 느껴진다.
배낭을 꼭 안고 앉았다. 라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23시40분 광주행 기차. 이 시간에 반도 더 찼다. 다들 눈을 감고 있다. 어디로들 가는 것일까? 익산서 환승을 위해 내렸다. 모기들의 맹폭격. 계속 걸을 수 밖에 없었다. 건너편 승강장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열차를 기다리는 듯한 이들이 짐짝처럼 앉아있다.
환승열차엔 사람이 없다. 나에게 뜨거운 마음이 있는가? 삶이 그리 팍팍한 편은 아니라 생각하는데.. 바로 그 삶에 깊이 찌들어 버렸다. 내 일상에 설레임이 있었던가? 늘 깨어 재미를 느끼며 살아야 한다 생각만 했는데.. 반복되는 일상에 찌들어버린 듯 하다.
7월12일 03시.. 남원역에서 택시를 타고.. 남원터미널 도착. 한 3시간 반선가는 첫차를 기다려야한다.
김밥천국과 미니스탑이 고맙게도 기다리고 있다. 모기를 피해서 일단 미니스탑으로 피신하여 우엉차를 하나 사서 의자에서 2시간 죽치기로 했다. 05시가 되면 김밥천국서 순대국을 먹으며 소금을 조금 얻을 계획이다. 에어컨 바람에 우엉차 한 모금. 호사가 따로 없다. 아.. 수영장을 가기위해 05시부터 시작되는 알람들을 꺼놔야한다.
이렇게 많은 글을 썼는데.. 2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편의점 안에는 보따리가 잔뜩 쌓여있다. 저 보따리들은 어떤 사연들이 있는 것일까?
03시56분..
"선생님..? 숙소로 돌아가 주무시던가..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아.. 예.. 죄송합니다"
산행을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미니스탑 주인아저씨한테는 노숙자 행색이 느껴졌었나보다. 바로나와서 주변을 어슬렁거리다보니.. 양파 등을 싸고 있던 보따리들의 사연을 대충은 알것도 같다.
04시10분.. 김밥천국서 순대국을 먹기엔 아직 이른시간이다. 배낭을 내려놓고 서성이다 긁지 못하는 등어리 정가운데를 모기에 습격당했다. 눈꺼풀이 무겁다. 새벽기차로 시작하는 산행은 이래서 첫날이 가장 힘들다. 오늘은 연하천서 소주먹고 배좀꺼지면 일찌감치 자야겠다.
05시00분.. 김밥천국서 떡만두국을 하나 시켜 30여분 동안을 먹었다. 더 졸리다. 산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퇴근후 와서그런지 몸이 무겁다. 다행인 것은.. 슬슬 날이 밝아오고 있다.
05시 10분.. 김밥천국을 나와보니 공용터미널에 불이 켜졌다. 새벽엔 역시 뜨거운 국물이 최고다. 다행히 바로 터미널 화장실로 달려갔다. 볼일이 생긴 것이다. 시원하게 비우고 나와 거울을 보니.. 목엔 수건하나 걸치고 배낭 옆주머니 양족엔 반쯤 남은 2리터 물병과 소주병이 꼽혀있고.. 영락없는 노숙자 몰골이다. 김밥천국 아주머니도 흘끔거렸던 이유를 이제야 알것만 같다. 이제 수염이 더욱 자랄텐데.. 노숙자로 보이지 않게 행동거지에 더욱 조심해야겠다.
터미널 안에서 마주친 마음씨 좋아보이는 할아버지께 여쭤보니.. 뱀사골가는 표끊고 06시에 타면 된단다. 할아버지는 잘 않올라가는 매표소 샷다를 조심조심 올려놓으시고는 무인 버스표 발급기를 켜놓으셨다.
버스에서 내렸다. 매점 아저씨께 천황봉가는 등산로를 물어보니 모르신단다. 자꾸 노고단으로 가보라는 말씀만 하시는데.. 난감하다. 다음지도를 띄우고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자전거 타고 지나가시는 동네 어르신께 물어보신다.
"옛날엔.. 여기로 많이 올라갔지.. 뱀사골 산장 있을때가 좋았어. 음료수 지고가면 일당나오고..."
"산장이 없어졌어요?"
"그럼.. 지금은 소방대원이 쓰고 있고.. 저기 한시간 올라가면 다리나오는데.. 지나면 바로 옆에 천황봉타는 등산로 나무계단 나오니께 그리가면 될거여. 등산로는 잘 되있느니께"
"예.. 고맙습니다" 근디.. 물은 뭐러 담어가나 무겁게? 올라가다 계곡물 마시면되지. 아.. 예^^
1
뱀사골 터미널을 뒤로하고.. 뱀사골 계곡으로...
예전엔 매점서 손수건 지도 한 장을 사서 대녔었는데.. 다음지도에 의지하여.. 처음 만난 이정표 지도를 찰칵. 세상이 변했다. 지리산 능선엔 비교적 핸드폰 안테나가 잘 생긴다.
드디어 계곡시작.. '뱀사골 무장애코스' 라고도 불린다. 휠체어로도 올라올수 있도록 계곡위로 나무길이 1km 안쪽으로 펼쳐졌다. 노약자분들도 휠체어로 오실수 있겠다. 세금낸 보람을 갑자기 느끼게 된다.
12
계곡으로 한 시간을 올라온거 같은데.. 마치 아직 시작도 안혔구먼.. 하는 듯한 운동기구가 설치된 곳이 나왔다. 차로다 천년소나무 마을까지 올라올수 있다. 그냥 등산로를 탈까하다 천년소나무를 구경하러 갔다. 마라톤 선수 같은 남자분이 찻길로 뛰어 올라간다.
폭염경보 문자를 받았지만.. 산정상은 17.8도. ㅋㅋ
말로만 듣던.. 천년송. 줄기가 1m는 족히 넘어보이는데.. 천년이면 고려시대부터 자랐다는게 솔직히 믿기지 않는다. 아마도 조선시대즈음부터 자라지 않았을까? 이건 할머니 소나무이고.. 조금 위에는 할아버지 소나무가 계시다.
드디어 본격적인 등산로 시작. 화개재로.
길이 참 좋아졌다. 가끔 계곡 옆으로 꼬불꼬불했던 옛날 길이 보인다.
산수국.
핸폰을 흘릴까봐 꽉쥐고는.. 소심하게 내려다보며 다리위에서 사진을 갱신히 찍었다. 나는 겁이 많다.
올해 무척이나 가물었는데.. 등산로옆 바위엔 이끼가 잘자랐다.
등산로옆 바위.. 양손을 모아 물을 받아 먹었다.
계곡 옆으로 산에서 내려오는 산삼 썩은물. 캬~~~ 시원하고 아무 맛이 않난다.
지리산엔 조릿대가 많다.
산수국.
등산로 옆.. 상류물을 끌어다 놓은 듯 한데.. 물맛이 끝내준다.
물맛이 너무 좋아.. 조금 무겁지만 2리터 물병에 가득 담았다.
낑낑 오르다가 심들어서.. 복분자를 좀 따먹고 심내고는, 라면에 넣으려고 덜익은 복분자를 한주먹 따서 봉다리에 잘 넣어두었다.
지금은 없어진.. 옛날 뱀사골 산장. 구급대 숙소?로 사용중이라는데.. 곳곳에 등산로 계단 공사가 한창이다. 일하시는 분들은 모두 산장서 주무신단다.
말라버린 조릿대. 올 가뭄이 심했다.
드뎌.. 능선이 나왔다. 휴~ 화개재.
계곡서 올라와 처음으로 보는 능선.
야관문.. 이상하게 정력에 좋은 식물이 계속 눈에 띤다.
지리산 등산로 길가에는 초오라는 화살촉에 발랐던 맹독성 식물이 많다. 아무거나 뜯어먹다간.. 작살난다.
벌레먹은 자국이 없는 무서운 초오..
예전 기억엔.. 토끼봉서 전망이 참 좋았는데.. 헬기장이 생기고 나무가 우거져서 주변이 안보인다. 음.
등산로 옆 단풍취 군락지.
나올듯 나올듯 안나오던 연하천 산장.. 도착하자마자 산장근처 질경이 한잎과 덜익은 복분자를 넣고라면에 소주를 먹었다.
지리산서 가장 예쁜 연하천 산장.. 잠잘때 냉기를 막아주는 스폰지 매트리스를 빌릴 수 있다.
화장실앞 골풀은.. 산행중 몸에 열이 많이 올랐으므로 차끓여 먹으려 몇 줄기를 챙겼다.
산에서는 미나리 비스무리하게 생긴 것은 절대로 먹어서는 안된다. 미나리아재비과 풀들은 모두 한 성질 하는 약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곰취 비스무리한 것도 역시 먹으면 작살난다.
근처서 혼자 식사중이신.. 8년만에 이혼후 지리산 오셨다는 분께.. 믹스커피를 하나 권하고는 담아오신 산삼주를 몇잔 얻어먹었다. 캬~~ 쥐포와 함께 챙겨온 북어포를.. 반쯤 덜어드리고 혼자 남았다. 불끄겠다는 산장아저씨 방송이 나왔다. 깜깜한채로 별보며 소주먹으려고.. 혼자 버티니 불을 않끄셨다. 민폐인듯 하여.. 마지막 한 잔을 딸쿼 먹고는 산장에 들어가 쓰려지자마자 잤다. 산삼주 덕분인지.. 스폰지 매트리스 탓인지 2층이라 그런지 담요를 않덮어도 따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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