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929(금)
- 오늘도 주된일은 벽 정리작업이다. 핀을 따고 못을 뽑고 망치로 일명 똥을 제거하는 공정이다. 천장 근처까지 손이 자리기 위해 작업자들이 제작한 나무 받침대인 우마를 들고 옥상부터 내려오면서 정리한다. 계속되는 못질이 손목에 하중을 준다.
- 40키로 포대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나를것인가? 노씨아저씨는 가슴팍으로 안는게 좋다고 하고 사장은 등으로 매고 가라고 하고 수원팀의 일명 김부장은 한쪽손목 인대가 고장나서 그런지 어깨로 맨다. 나의 경우 등으로 매는게 가장 수월하다. 그런데 아직 바닥의 포대를 들어 어께로 가는 부드러운 동작이 서투르다. 근력은 있어야 하지만 힘으로 하는건 아니라는데 이건 참 어려운 문제다.
- 하루의 흐름 : 사장과 같이 안자고 오산에서 작업장까지 버스로 출퇴근 하기로 했다. 알람을 5시 5분에 맞춰두고 기상. 세면하고 정리하고 나와 걸어 정류장에 가면 5시 40분이 넘어감. 5시 50분 버스를 타면 20분 만에 상가건축공사장 입구 도착. 그때부터 동이 트기 시작한다. 오후 5시반에서 6시 사이에 일이 끝난다. 작업복을 벗고 옷을 갈아입고 세수를 하고 나와 정류장에 앉아 지는 붉은 해를 바라본다. 이따금 다니는 버스를 타고 오산으로 가면 7시. 하루중 14시간을 일과 이동준비로 보내고 있다. 이렇게 거의모든 시간을 바쳐 일해도 하도급의 족쇄 때문에 건설노동자들의 임금은 이전보다 낮아지는 추세다.
060930(토)
- 오늘도 벽 정리작업과 사장이 지시하는 포대나르기. 높은곳 미장을 위한 아시바쌓기를 하다. 나는 안산팀 수원팀 충청팀 미장이의 조수라기 보다는 사장직속으로 벽정리 포대나르기 미장보조등 제반 준비작업을 한다. 이 미장팀의 작업 규모가 있어서 쉴틈없이 일한다.
- 이 일을 소개해준 벽돌나르는 조적 보조하는 남자와 매일 대화를 한다. 노숙자라는데 선한 눈매를 가졌다. 일자리 소개를 잘 해줘서 술한잔 사겠다고 했다.
- 버스를 타고 오산으로 왔다. 공장 망해서 싸게 판다며 여러 가지 상품을 거리에 늘어놓았다. 손목 압박보호대를 천원주고 샀다. 난 왼손 왼발잡이인데 꼭 왼쪽만 다친다.
- 센터의 간장공장이 원룸으로 이사하는날이다. 하여튼 거길 가서 약간 힘을 보태고 술을 먹었다.
061001(일)
- 일산 어머니 집으로... .
061002(월)
- 노뉴단으로 출근했다.
-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10회 노동영화제 진행역할을 맡아 8월말부터 매주 1회 노뉴단 출근하고 있다. 노동자뉴스제작단은 학생운동이후의 내 첫 활동공간이다.
- 저녁 전철타고 오산센터로 내려가다.
- 배낭을 매고 간장공장 집으로 가서 잠을 청하다. 그런데 잠을 설쳤다.
061003(화)
- 28분을 걸어 5시 30분 공사장가는 버스 탔다. 아직 밤이다. 내가 작업하는 상가건물 앞에서 동트기를 기다렸다.
- 오늘의 주된 노동은 시레기 난간 청소작업이다. 건물 층마다 밖으로 에어컨 놓을 턱을 만들어 놓았다. 거기 바닥을 방수하기위해 깨끗이 청소하는 작업이다. 고소공포증이 있으면 하기 힘들 작업이다.
- 조심조심 난간에서 구부정한 포즈로 빗자루 질을 하는데 잠을 설쳐서 그런지 허리가 무척 아프다. 일할 때 자세가 중요하다.
- 푸대나르기 등등... .
- 수원 하씨아저씨가 9월 일한 것 입금되었으니 확인해보란다. 오산역 ATM에서 잔액조회를 해보는데 임금은 되었으나 하루 7만원기준 열흘치 70만원보다는 몇 만원적게 입금되었다. 이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고민이 시작되다. 일 초보자이고 처음에 계약을 분명히 하지못하고 월요일 못나오는 나의 약점을 들어 현실로 받아들일 것인가 문제제기를 할것인가. 문제제기도 어떤 수위에서 할 것인가. 암묵적인 언급인가 체불임금받기투쟁인가. 지금 안정적으로 일에 적응하고 있는데 이 상황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061004(수)
- 오늘 주된일은 지하3층 두군데 엘리베이터 바닥의 방수작업 보조다. 먼저 벽 정리하고 바닥을 깨끗이 청소한다. 푸대를 내린다. 필요한 연장을 준다. 연장이름들은 이제 귀에 들어온다.
- 오후 3시반 참 먹을때 사장이 돈 넣었다고 말한다. 내가 별 언급없이 인상을 쓰자 왜 그러냔다. 돈이 들어왔는데 얼마가 들어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중에 수원 하씨아저씨가 왜 그러냐고 따로 묻는다. 불만의 느낌은 전달했다.
061005(목)
- 오늘 센터에서 점심을 준비해 한신대에서 하는 이주노동자농구대회때 먹기로 했다. 시간이 미루어져 점심준비로 양고기 써는걸 잠시 돕고 일산 어머니집으로... . 어머니 이모와 송편을 빚는데 모양이 안나온다.
- 통장으로 입금액 확인하는데 64만 7천원입금됨. 7천원은 또 무언가?
061006(금)
- 추석 아침 잘 차려먹고 이모 돌아가니 집이 한적해진다.
061007(토)
- 어머니가 계곡 사진찍는다 하여 같이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감. 가뭄이라 물이 없어 과일과 도시락만 먹고 옴. 구파발에서 전철타고 황학동으로 갔다. 동묘쪽으로 벼룩시장이 길게 형성되어 있고 몸 근질거리는 사람들이 많이 어슬렁거린다. 무조건 만원이라는 신발집에서 마침 작업용 안전화를 샀다.
061008(일)
- 일산 마두도서관에 갔다. 책세권 반납하고 빌릴책 찾기시작. 건물세우는 과정책들 너무 전문적이다. 하드워크라는 제목의 육체노동체험에 관한 르뽀책 빌림.
061009(월)
- 노뉴단 노동영화제 준비 작품 리스트 정리 1차 홍보문안 작성 .
- 오산으로 내려옴. 센터분들과 적게 받은 임금에 대한 논의. 받아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오고감. 계속 고민이 됨... .
061010(화)
- 층별 난간 시레기청소. 보조아시바가 한참 떨어져있어 위험하다. 바닥에 수북한 핀들을 그냥 쓸어 떨어뜨리면 밑에서 다칠 수 있어 조심스레 푸대에 쓸어담음. 4층부터는 청소하는 아저씨가 그냥 쓸어내려버리라 해서 그렇게함
- 하루 7만원으로 계약했다. 안준 돈을 달라고 말하는 쪽으로 마음먹음.
061011(수)
- 일의 지시를 받기위해 사장에게 전화를 하는데 사장 괜히 화낸다.
- 사장 레미콘포대 10층부터 내려오면서 각 층마다 24포 시멘 2포씩 올리라고 지시. 1층에서 작은 리어카 두 대로 공사용 엘리베이터로 나르기 시작. 먼저 리어카 한대당 4포에서 5포씩 넣고 추진력을 살려 밀어 엘리베이터에 집어넣고 내려 지정된 곳에 쌓아두는 공정. 포대 뒤로 매는 기술이 좀 생김. 200포대 이상 나르니 손 아귀힘이 떨어짐.
- 한대인 엘리베이터를 벽돌 미장 창호 전기 등등 각 공정의 작업자들이 이용하는 것이라 양보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조적 창호 전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 청소하는 아저씨 평소에는 괜찮았는데 내가 쓸어내린 무엇인가에 맞아 눈썹부근 조금 다치셨단다. 내가 쓰던 연고 드림.
061012(목)
- 오늘 주된일은 지하 물땡크 미장작업 보조. 포대내리고 사모래큰통에 물과 포대풀어 지게라는 기게로 섞어 작은 통에 담아 일하는 곳 중간중간에 두는 일이다. 쉴틈없이 일이 이어진다. 까다로운 하씨아저씨가 만족해 할 정도로 일함. 대모도 조수일이 이제 좀 파악되었다.
- 점심을 먹고 저기 앉아있는 미장소사장에게 다가감. 뭐 할 얘기 있냐고 묻는다. 그동안 잘 봐줘서 고맙다. 통장입금액을 보았다. 나는 하루 7만원으로 들었고 이건 계약이다. 계약대로 주었으면 참 좋겠다고 설득조로 얘기함. 사장 다행이 준다고 함.
- 얘기하느라 점심먹고 한 2-30분씩 박스펴고 누워 낮잠자는데 못잤다.
*
생각의 정리
1.
내 손과 몸이 변하고 있다.
지금 내 손모양은 소위 길죽하고 얇은형에서 두툼하고 굳은살 많은 손모양으로 바뀌는 중이다. 가슴과 팔 근육도 상당히 만들어졌다. 인간은 조건과 상황의 변화에 적응해나가기 마련이다. 몸이 강해지고 있다.
한편 이 노동은 강한 육체노동이라 몸이 축나는 과정이다. 허리와 손목 머리카락이 문제다. 허리는 의식적으로 펼려고 노력하고 허리띠를 꽉 매고 있다. 손목은 압박보호대를 차고 일한다. 일하다보면 머리는 시멘트 먼지에 떡이 되다. 이건 샤워하면서 깨끗이 감는 수 밖에 없다.
2.
첫 월급을 통장으로 받았다.
9월 2주동안 열흘동안 일한돈이다. 그런데 이돈이 70만원이 아니라 64만 7천원이 왔다. 하여튼 나머지 돈을 받기로 했다. 이 일주일동안의 상황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고용과 임금의 문제, 사장의 생각 나의 생각 노동자의 생각의 차이들, 임금문제를 풀어나가는 관점 경험쌓기등... .
3.
두건물을 왔다갔다하면서 작업하니 이제 조금 주변의 것들이 보인다. 다른 부분의 사람들, 건물이 완성되어가는 공정... .
re
2008/03/04 11:21 Delete Reply Permalink
두번째 여행을 즐기고 있습니다.
여행은 혼자 다니는 중이고요, 세번째 여행 글들이 가슴에 팍팍 와닿네요(벌써? ㅎㅎ) 놋북에 수첩에 블로그에 끄적끄적 글을 쓰고 있습니다. '무용담'으로만 끝나면 안되니깐요. 세번째 여행이야기 계속 적어주시와요~~
아이비
2008/03/04 23:17 Delete Reply Permalink
저도 여행을 돌아보면 어떻게든 계획대로 움직이려는 강박같은것도 있었던것 같아요. 쉴때는 쉬면서 리듬을 타면서 여행을 즐기기 바래요.~ 멀리서 보내는 님의 응원에 힘을 받아 저도 계속 세번째 여행을 떠나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