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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의미를 모르겠다.

레이님의 [구속.] 에 관련된 글.

'인권경찰' '인권검찰' '인권 대통령'.. 상품에 '무공해'딱지를 붙여야만 팔리는 것처럼 '인권'이란 단어도 늘상 붙여줘야만 겨우 기억에 남는 그런 사어(死語)가 되어버렸나보다. 법은 다수의 국민들이 뽑은 국회의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실정법을 어기는 것은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것이다...라는 설명은 사실 그냥 죽은 말일 뿐이다. 저 설명이 말해주는 것은 권력의 이름이 아니라 민중의 이름으로, 억압받는 사람들의 힘으로 또 다른 억압을 만들지 않기 위한, 진짜 민주주의를 위한 지속적 열정과 노력이 '법'이라는 틀 안에 화석처럼 가둬놓겠다는 의미일 뿐이다. 오늘, 말도 안되는 저 설명이 얼마나 우리를 숨막히게 할 수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민주주의에 대해서 배울때, 그리고 사회적 합의에 대해 배울때, 그리고 법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배울때, 우리는 진짜 의미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죽은 화석덩어리를 짐처럼 떠안는 것일 뿐이다. 민주주의나 인권따위가 전혀 지켜지지 않았던 대추리 황새울 들판에서 살아있는 인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활동가들은, 오늘 죽은 민주주의를 움켜쥔 화석덩어리에 묻혀버렸다. '국민의 뜻'인 법의 이름으로. 내가 알고있던 '인권' 개념은, 이 사회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외계어였나보다. 문득,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 참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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