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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의 소리에 민감해지는 것.

예전에 대체의학 비슷한걸 공부하던 선배가 말해준 것이 있다. 말버릇이나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의 신체부분중 어디가 안 좋은지를 알 수 있단다.


고행이 갖는 장점은 신체를 혹사함으로서 얻는 고통때문에 생각의 가지를 쳐낼 수 있다는 부분일거다. 이틀간의 짧은 행진. 짧은 거리였지만 안락하고 나태한 생활 습관으로 얻은 무거운 몸뚱이는 이런 걷기 조차도 고행으로 느껴지게 했다. 여기저기 치인 발이 아프고, 다리는 부어서 욱신거리고, 자외선에 고스란히 노출된 피부가 따갑다고 비명을 질러대는 순간이다. 그런데 몸이 너무 무거워져서일까. 충분히 삐걱대는 소리가 들리는데, 머리 속 가지들은 아직 다 말라붙은 잎사귀들까지도 놓지 않고 끈질기게 붙어있다. 내딛던 걸음마다 한 번씩 생각들을 되새김질했다. 발이 부어오를때 머리 속 실타래도 같이 엉켜버렸다. 어느 순간부터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깨달았을 때, 화가 날 때, 암튼 소소한 외적 자극이 생길때 마다 머리를 움켜쥐는 버릇이 생겼다. 두 손으로 두개골을 움켜쥐는 것처럼. 또 언제부턴가 갑자기 짧은 비명을 내지를 만큼 아픈 두통도 생겼다. 길다란 바늘을 뇌 속에 쿡 찔렀다가 빼는 것 같은 느낌이다. 고행이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주고, 내 신체중 가장 약한 곳이 머리라면, 내가 정말 생각을 비우고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는 더 한참을 고민하고 풀어야 하는걸까..생각해봤다. 어쩌면 최근의 내 고통은 고민하기를 회피하기 때문에 생긴걸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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