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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사노위 : 17호> [사회주의노동자정당을 함께 만듭시다!] 다시 노동자문화운동을 생각하다

[사회주의노동자정당을 함께 만듭시다!]

 

다시 노동자문화운동을 생각하다

 

 

‘노동자문화’, 말만 들어도 지긋지긋하다. 신물이 난다. 노동자문화운동은 이제 거의 실체도 없어져 버렸다. 아 옛날이여! 좋았던 시절은 술자리의 안주거리로만 남아있다. 문화활동가들도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그나마 남아 있으면 정말 다행이다. 다들 먹고 살기 힘들어서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신기루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아직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문화단체가 있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존경할 만하고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왜 노동자문화운동이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망가져 버렸는가? 누구에게 하소연을 해야 하는가? 물론 노동조합운동의 쇠퇴와 그 운명을 같이한 측면도 있다. 대체적으로 보면 노동자문화운동은 대중운동의 흥망성쇠를 그대로 따라갔다. 노동조합운동, 대중운동이 활발할 때는 노동자문화운동도 더불어 호황기를 맞았다. 그 예가 87년이며, 전노협시절이었다. 민주노총 초기에는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다. 결정적으로 97년 IMF 시기를 거치면서 노동조합운동은 큰 시련을 맞게 되었고,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받았다. 그러나 노동조합운동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변화에 발을 맞추지 못함으로 해서 대중운동은 그 성장을 멈추고 말았다. 노동자문화운동도 마찬가지로 대중운동의 운명을 쫓아갔다.
 
한편으로 노동자문화운동은 대중운동의 혼란과 정체의 문제를 정확히 꿰 뚫어보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바로 ‘일상의 모든 것과 싸우자’라는 기치였다. 깃발만 꽂아도 조합원들이 몰려들던 동원의 시대가 가고, 바야흐로 조합원 개개인이 주체가 되어야만 운동이 발전하는 시기가 되었다. 당장 눈앞에 닥친 생산영역의 투쟁도 중요하지만 재생산 영역에서의 투쟁도 아울러 중요한, 때로는 더 중요한 시기가 되었는데도, 대중운동은 꿈적도 않고 옛날의 방식을 고수했다.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뼈저리게 아픔으로 느끼고 있는 바다. 문화운동의 지적은 옳았으며 지금도 그 명제는 유효하다.
 
이제 문화활동가들은 각자 자기의 삶을 영위하기도 벅차다. 어떤 이는 귀농을 해서 전혀 새로운 삶을 살고 있고, 어떤 이들은 그나마 문화운동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날품팔이를 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이를 악물고 단체를 유지하고 있고, 어떤 이들은 삶이 버거워 헉헉대고 있다. 또 어떤 이들은 관망을 하기도 한다. 도대체 답이 안 보인다. 전망을 찾기가 어렵다. 그래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초에 모여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논의도 하고 머리를 맞대기도 했으나 이제는 그마저도 힘들어져 버렸다. 가끔가다 애경사에서 마주치는 것이 전부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답은 조직이다. 이렇게 서로가 어려울 때는 그나마 조직으로 모여 머리를 맞대야 하지 않을까? 그 속에서 답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문화운동의 성과를 과연 어디로 모을 수 있겠는가? 지역활동의 성과를 어디에다 담을 것인가? 그 답은 그나마 조직이 아니겠는가? 대중조직의 틀로 그것을 담을 수 있겠는가? 정치조직의 틀로 담아야 하지 않겠는가? 정치조직의 가장 안정되고 최고의 조직은 무엇인가? 그것은 운동가들이 그토록 염원했던 당이 아니겠는가? 물론 현재 진행 중인 사회주의 노동자당 건설 과정이 썩 마음에 안들 수도 있다. 권위적이고, 음모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투쟁해왔던 역사를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들이 노동자계급 투쟁의 원칙을 변함없이 꿋꿋하게 지켜왔음을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던가? 약간의 잘못은 같이 만들어가면서 고치면 되지 않겠는가? 그 정도의 신뢰는 우리들 서로가 확인하지 않았는가? 더 이상 머뭇거리다가는 지금까지의 성과와 노력이 그나마도 손가락 사이로 물이 빠지듯 없어져 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두 손으로 정성껏 성과를 감싸 안아야 할 때다. 소중한 노동자문화운동의 성과를 지역으로, 조직으로, 당으로 모아야 할 때다. 그래야만 노동자문화운동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 그래야만 역사에 떳떳할 수 있다. 이제는 뭉칠 때다. 뭉쳐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 그것이 대안이다.
 
박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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