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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위 정세와 전망 6호 : 초점> 활동가들이 주체가 되어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하자

 

활동가들이 주체가 되어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하자

 

 

 

선진활동가들이 당건설의 주체로 나서고 있다

 

작년 통진당 출범 및 4.11 총선을 형성된 노동자정치세력화를 둘러싼 논란이 이제 제 2라운드에 돌입하고 있다. 통진당 출범을 계기로 통진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 철회를 위해 투쟁했던 노동운동 내 활동가들이 통진당 비례대표 부실∙부정선거 사태를 거치면서, 민주노총정치방침 재정립 투쟁에서 한 발 나아가, 새로운 노동자정치세력화(당 건설)를 위한 토론과 모색을 시도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금속노동자들이 참여하는 ‘변혁적 현장실천과 노동자 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전국활동가모임’은 6월과 7월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에 대한 두차례 토론회를 조직해 나가고 있다. 공공부문 활동가들도 자체적으로 모여 새로운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9월 1일에는 금속, 공공, 그리고 여타 산업과 업종의 활동가들이 전국적으로 결집하여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위와 같은 흐름은 정파․정치조직 간의 협상이나 통합을 통한 당 건설의 한계나, 민주노총 상층 지도부(또는 민주노총)의 공식결정을 통한 당건설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선진활동가들이 주체가 되어 새로운 당건설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진전이다. 게다가 민노당-통진당 운동 등, 진보정당운동으로 대표되었던10여년 간의 노동자정치세력화운동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면서, 제대로 된 노동자계급정당을 만들려고 시도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어떤 당을 만들 것인가’의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통진당 지도부 선거에서 이른바 비당권파연합이 지지한 강기갑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선거부정 사태로 통진당에 대한 조건부 지지 철회 방침을 결정했던 민주노총 입장이 이후 어떻게 결정될 지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즉 통진당에 대한 태도 문제를 둘러싸고 민주노총 정치방침 문제가 다시 중요 쟁점으로 등장할 것이고, 통진당의 혁신․개조를 통한 제 2의 정치세력화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현재 노동자정치를 둘러싼 제 쟁점들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이에 대한 판단은 민노당-통진당운동이 파탄낸 노동자정치를 바로 세울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지점이 되고 있다.

 

통진당 혁신 및 개조는 통진당보다 더 탈계급화된 당을 만들겠다는 것

 

앞서 언급했듯이 최근 강기갑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민주노총 지도부는 ‘통진당의 혁신∙개조는 가능하며, 이제 통진당을 중심으로 진보세력 통합(제 2의 노동자정치세력화)을 추진하자’는 입장을 제출할 가능성이 커졌다. 통진당의 신당권파 역시 선거 승리를 계기로 통진당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적극 호소해 나갈 것이다. 통진당 밖에 있는 일부 정치세력들도 당권파가 선거에서 졌으니 이제 대대적인 입당운동을 통해 ‘통진당을 혁신하여, 진정한 진보정당으로 거듭나게 하자’고 대대적 운동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통진당의 쇄신은 불가능하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그 쇄신의 방향은 현재의 통진당보다 더욱 우경화되고 탈계급화된 당이다. 왜 인가. 누누이 강조했듯이 통진당은 도저히 노동자정치·진보정치세력이 볼 수 없는 세력, 즉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신자유주의세력인 국참당과 통합한 당이다. 실제 통진당 출범과정과 4.11 총선에서 ‘노동’은 철저히 버려졌다. 4.11총선에서는 의석확보를 위해 야권연대에 매달리면서 노동자의 독자적 정치를 실종시켰다.

 

이후도 마찬가지다. 현재 통진당 내 모든 계파는 대선에서 야권연대를 통해 부르주아 권력의 한자리를 차지하려는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강기갑 대표는 당선되자마자 ‘야권연대’ 복원을 외쳤다. 게다가 통진당의 우경화는 이후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강기갑 혁신비대위가 설치한 새로나기특위가 주장한 혁신의 방향이 ‘한미동맹 해체, 미군철수, 재벌해체, 진성당원제 재검토’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통진당은 민주노총 중집이 요구하듯이 ‘노동 중심성’을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 통진당의 혁신과 개조, 그리고 통진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대통합 역시 ‘제 2의 노동자정치세력화’가 결코 될 수 없다.

 

민주노총 지도부, 제 2의 노동자정치세력화 운위할 자격 없어

 

‘통진당 혁신∙개조론을 통한 제 2의 노동자정치세력화’라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입장은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주체가 민주노총 지도부(또는 민주노총)이어야 한다는 입장과 상통한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는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민노당 강령 후퇴를 동반한 통진당 출범과정에서 침묵으로 일관했다. 4.11 총선과정에서는 조직 내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통진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밀어붙이면서 조직의 분열과 혼란을 일으킨 당사자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총선 기간동안 진행된 노동자투쟁은 방기하면서 야권연대라는 이름으로 민주당 선거운동을 하고 다녔다. 통진당 비례대표 선거과정에서 비례대표 우선 순위를 받기 위한 민주노총 지도부의 부정한 행태 역시 드러났다. 따라서 민주노총 지도부는 통진당 사태의 피해자가 아니라 책임있는 당사자이다. 따라서 민주노총 지도부는 ‘제 2의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운운할 자격조차 없다.

 

통진당의 쇄신이 아닌 새로운 노동자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들 가운데서도, ‘민주노총 중심의 새로운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얘기하는 입장이 있다. 그러나 현재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노동자정당을 만들자’는 것은 불가능하다. 2012년은 2000년 민노당을 창당 때와는 다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새로운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조직적으로 추진할 지도력을 상실했으며, 민주노총 안에는 통진당에 대한 찬성 대 반대를 포함해 노동자정치(건설할 당)에 대한 다양한 정치적 입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이를 넘어 하나로 정치적 입장으로 모아내서, 민주노총이 조직적 결의로 새로운 노동자정당을 만든다는 것을 불가능한 것이다. 더욱이런 입장은 민노당-민주노총 관계가 보여주듯이, 노동자정치세력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배타적 지지방침’을 필연적으로 부활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노동중심의 진보정당은 대안이 아니다

 

민노당이나 통진당 운동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민주노총 지도부들까지 ‘노동 중심성’을 말한다. 즉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새로운 노동자정치세력화의 대안은 진보정당이 되어서는 안된다. 민노당 건설과 함께 노동자정치가 노동자중심의 진보정치로, 그리고 그 이후에는 아예 진보정치로 바뀌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계급모순(노동과 자본 간의 모순) 철폐와 노동해방을 목표로 하는 정치는 실종되었다. 그 결과 전체 노동자의 계급적 이해에 근거한 정치는 없어지고, 노동자계급을 정치의 주체로 세우지 못하는 의회주의·대리주의 정치가 심화되었다. 즉 ‘민노당 → 분당 이후 민노당-진보신당 → 통진당’으로 흘러온 한국 진보정치의 역사는 노동자계급성을 버리고 의회주의 정치가 강화된 과정이었다. 이로 말미암아 한국사회에서 진보정치는 의회주의 정치세력화를 추구하는 개념으로 그 사회적 의미를 획득했다. 게다가 통진당 사태로 인해, 이제 ‘진보’라는 개념조차 전혀 진보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제 보수정치의 상대어에 불과한 애매한 진보정치라는 개념이 노동자정치를 대체하게 해서는 안된다. 진보정치라는 개념과 틀을 유지한 채, 노동중심성을 강조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특히 노동중심성을 노동자당원 수의 문제나 노동자(민주노총) 출신 국회의원 수의 문제,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어 당을 만들거나 당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건설할 당은 노동자계급정당이다

 

노동자계급이 만들 당은 이제 의회주의정치∙대리주의 정치로 더렵혀진 진보정당이 아니라, ‘노동자계급 정당’이어야 한다. 노동자계급정당은 진보정당과 어떻게 다른가? 노동자계급정당은 국회의원, 상층지도부 중심의 당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이 당활동의 주체로 서는 정당이다. 노동자계급정당은 진보정당과 달리 자본주의에 맞서 싸우는 정당이다. 자본주의를 넘어 대안사회를 상상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활동하는 정당이다. 노동과 자본의 대립이라는 계급모순 철폐를 통한 노동해방, 그리고 인간해방을 목표로 하는 정당이다.

 

보다 많은 표를 얻기 위해 국민의 이해를 내세우면서 노동을 버리고, 자본이나 자본가정당과 협조-협력하는 진보정당과 달라야 한다. 당의 모든 활동에서 노동자계급성을 견지하는 한편, 당활동의 일차적 초점을 위계화된 분할로 찢겨져 있는 노동자들을 계급적 단결과 통일(계급적 연대)로 묶어내는 당이다. 노동자계급성의 견지가 협소한 ‘노동자주의’나 ‘조합주의’로 빠지지 않도록 늘 경계하면서, 노동자계급이 자본의 전사회적 지배력에 맞서 선두에 서서 투쟁하며, 농민과 도시빈민, 청소년, 환경․여성․소수자운동의 주체들과 연대를 선도하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활동하는 당이다. 그래서 노동자계급이 더 나은 임금과 고용을 위한 투쟁을 넘어 생산과 정치의 주인으로 서나가도록 활동하는 당이다.

 

건설할 당의 이념과 지향은 사회주의다

 

노동자계급정당은 무엇을 자신의 지향과 이념으로 삼아야 하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계급은 자신의 경제적∙정치적 해방을 이룰 수 없다는 점에서 노동자정치의 이념과 지향은 ‘자본주의 극복(反자본주의)’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당의 이념과 목표는 무엇을 반대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그것은 정치적 대안이나 전망이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이후 사회에 대한 정치적 대안이 있어야 한다. 그 사회는 노동자계급이 해방되고 모든 억압과 착취, 차별이 없어지는 인간해방 사회이다. 자본과 소수 권력자들이 아니라 노동자민중이 정치와 경제, 삶의 주인이 되는 사회이다. 자본에 의한 자연파괴가 종식되고 자연과 인간이 유기적 관계를 이뤄 공존하는 사회이다. 따라서 반자본주의의 의미와 대안사회의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사회주의가 당의 이념과 지향이 되어야 한다.

 

단, 새로운 노동자정당이 목표로 하는 사회주의 사회는 20세기 사회주의운동과 현실사회주의 국가의 실험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20세기 사회주의운동과 현실사회주의국가 실험에 대한 발본적 평가에 기초하고, 21세기 현대자본주의의 변화와 계급투쟁에 천착하면서, 사회주의운동의 ‘계승과 혁신’의 관점 아래 그 내용을 재구성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는 자본주의 극복과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모든 이들에게 주어진 중심 과제다.

 

당의 정치적 지향(목표)이 사회주의여야 한다는 점은 민족주의 정당이나 사민주의 정당은 노동자정치의 대안이 아님을 의미한다. 통진당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민족주의는 계급보다는 민족을, 계급투쟁보다는 통일투쟁을 우선적인 실천투쟁으로 배치하는가 하면, 의회주의 정치세력화를 추구하며, 통진당 부실∙부정선거사태를 불러온 핵심세력이라는 점에서 노동자정치의 대안이 아니다.

 

사민주의 역시 노동자정치의 대안이 아니다. 이는 이미 서구의 사민주의운동이나 한국의 진보정당운동을 통해 그 실패가 드러났다. 전세계적 차원에서 사민주의는 의회주의와 대리주의 노선으로 인해, 점차 사회주의 건설을 포기하고 자본주의 체제 안에 안주하더니,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전면화 속에서 신자유주의의 하위파트너로 편입되었다. 그리스 사회당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사민당은 경제위기를 맞아 자본가계급의 정당과 다를 바 없이, 긴축정책을 밀어붙이며 노동자민중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였다. 민노당 운동이 대표하듯이 한국판 사민주의인 진보정당운동 역시, 노동자정치를 파탄냈을 뿐이다.

 

따라서 새롭게 건설해야 할 노동자계급정당은 자본주의 극복(반자본주의)과 노동해방∙인간해방 사회(사회주의 사회)의 건설을 자신의 이념과 지향으로 분명히 설정해 나가야 한다.

 

노동자(민중)권력 수립을 목표로 활동하는 정당이어야

 

자본주의 체제를 넘는 해방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모든 생산수단을 사회적으로 소유하고 노동자민중이 계획하고 통제하는 것, 이윤이 아니라 오직 인간 자신의 필요에 따라 생산과 소비를 계획하는 것, 자본-임노동이라는 계급관계 자체를 철폐하는 것, 사람들 사이의 불평등과 차이에 따른 억압을 없애는 것, 그래서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람들이 노동하는 동지관계로, 현장과 지역, 인류사회 전체를 전환시키는 사회이다.

 

그런데 이런 사회는 노동자민중이 국가권력의 주인이 되어야 가능하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경찰 등으로 짜여진 자본의 막강한 국가권력을 대신하는 노동자권력을 새롭게 세워야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해방을 추진해 나갈 수 있다.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노동자정당)이 의회의 다수가 되거나, 대통령에 당선되어 행정부의 최고수반이 된다 해도, 기존 국가기구들이 그대로 있는 한, 자본가계급과 기존 권력자들의 저항으로, 평등과 해방의 세 새상으로 나갈 수 없다.

 

따라서 노동자정당의 선거투쟁이나 의회투쟁은 노동자정치의 한 수단일 수 있지만, 선거를 통한 집권 그 자체가 노동자정치의 목표일 수는 없다. 즉 진보정당들처럼 ‘보다 많은 득표를!’를 목표로 하는 활동이 아니라, 노동자민중이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권력을 수립할 수 있는 투쟁역량과 정치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당활동의 핵심전략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민노당-통진당운동의 실패를 반복할 것이다. 의회투쟁과 대중투쟁의 병행은 필요하다. 그런데 선거와 의회투쟁은 노동자민중의 정치투쟁역량 강화와 발전을 위한 것이지, 대중정치투쟁이 의회투쟁의 부속물로 전락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당원이 당활동이 주인이 되는 민주적 정당

 

건설할 노동자계급정당은 진보정당처럼 국회의원이나 상층지도부, 소수명망가 중심의 당이 아니라, 당원이 당활동의 실질적 주인이 되는 당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당원은 ‘당의 강령과 규약에 동의하고 당의 한 기구(회칙에 규정되어 있는 당을 이루는 공식적인 당의 모든 기구·조직)에 속해 활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페이퍼당원을 인정하거나 당원이 당의 실질적 주인이 되지 못하는 진보정당 모델을 극복해야 한다. ‘당의 강령과 규약에 동의하고 당의 한 기구에 속해 활동한다’는 당원 규정은 당원 가입에 있어서, 이 조건 외에는 그 어떠한 제한조건이 없는 것임을 동시에 의미한다.

 

당원이 당활동의 주체가 되는 정당은 단지 당내 민주주의 문제가 국한되지 않는다. 노동자계급정당이 당원주체의 민주적 정당으로 운영되고 활동할 때, 당은 계급대중과 함께 호흡하면서 자신의 모든 활동을 끊임없이 정화하고 교정할 수 있다.

 

정치적 기권주의를 뚫고 활동가들이 당건설의 주체로 나설 때

 

통진당 사태는 한편으로는 활동가들 사이에 새로운 노동자계급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결의를 확산시키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정치에 대한 냉소와 회의 역시 확산시키고 있다. 그 결과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위해서도 우선 민주노조운동의 복원과 투쟁력 강화에 집중하자고 한다.

노동정치가 망가진 배경에는 노조운동의 우경화와 조합주의화가 자리잡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노동자정치의 왜곡과 파탄이 노조운동의 우경화와 조합주의화를 더욱 부추켰다는 점도 사실이다. 민노당 출범 전후로 확산된 ‘당=정치투쟁, 노조=경제투쟁’이라는 사민주의적 양날개론과 노동자정치를 의회주의 정치세력화와 동일시한 오류는 전투적 대중투쟁과 정치총파업을 통해 성장해온 한국의 민주노조운동이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하면서 무너져가는 과정을 촉진하였다.

 

정치총파업을 통해 요구를 쟁취하고 노동자계급의 연대와 단결을 강화해가는 전략이 민노당을 통한 입법청원투쟁, 국회압박투쟁으로 대체되었다. 민노당·진보신당 등 이른바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진보정당들은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등에서 이른바 중재정치를 통해, 대중투쟁의 강화·발전에 복무하기보다 이를 막아버렸다. 진보정치는 노동자대중을 정치의 주체로 세우는 과정이 아니라, 부르주아정당과 똑같이 정치의 동원대상으로 전락시킬 뿐이었다. 갈수록 의회 진출에 목을 매단 진보정치는 정치적 냉소주의를 확산시켰다. 통진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를 둘러싼 민주노총 내 논란은 지도부에 대한 불신과 노동조합의 분열을 가져왔다. 즉 노동자정치의 파탄은 대중조직이 망가지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정치적 냉소주의, 또는 ‘선 민주노조운동 복구 - 후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결국 통진당을 여전히 노동자정치의 대안으로 남겨둔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리고 이는 노동자정치에 대한 회의를 더욱 확산시키고, 노동자정치를 완전 실종시키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민주노조운동의 복원과 투쟁력 강화라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중요한 과제가 정치적 기권주의와 결합하는 순간, 노동자정치운동과 노조운동을 공히 망가뜨리게 될 것이다.

 

한국 노동운동은 노조운동과 정당운동은 별개거나 선후차의 문제가 될 수 없는 운동의 발전단계에 들어서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지난 몇 년간 민주노총의 우경화와 진보정당의 우경화는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노조운동과 당운동의 위기를 상호 증폭시켜왔음은 똑똑히 보아야 한다. 87년 대투쟁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성장과 발전이 96·97 총파업을 통해 대중적인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새 국면을 열었다면, 이제는 역으로 노동자정치운동을 바로 세우는 것을 통해 무너진 노조운동도 복원해 나가야 한다.

 

민주노총의 공식 결정을 통해, 또는 민주노총 지도부나 전현직 간부들의 결정 및 결단을 통한 상층 중심의 정치세력화운동을 이제 마감시켜야 한다. 그동안 현장에서 계급적·투쟁적으로 활동해온 현장활동가들이 새로운 노동자정당 건설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그래야 정파(정치)세력들 간의 협상 및 통합을 통한 당 건설의 한계 역시 극복해나갈 수 있다. 현장활동가들이 당건설의 주체로 섰을 때에야, 노동자계급에 뿌리내린, 노동자계급이 주체가 된 당을 건설해 나갈 수 있다. 민주노총 - 민노당 활동이 보여준 정치투쟁과 경제투쟁의 분리·역할분담론(양날개론)을 극복하고, 노동자정당의 활동이 민주노조운동의 혁신과 대중투쟁의 복원·강화와 결합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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