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0호> 스페인 안달루시아 농업노동자, 잇따른 점거투쟁으로 경제위기에 맞서

스페인 안달루시아 농업노동자
잇따른 점거투쟁으로 경제위기에 맞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지난 8월 31일,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그레나다시에서 1,000여명이 긴축반대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한 무리의 농업노동자들은 유명 의류브랜드이자 노동자 착취로 유명한 자라(Zara) 매장 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지난 7월부터 안달루시아 곳곳의 슈퍼마켓과 은행, 호화 궁전 등을 점거하면서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바로 그들이다.

 

 

놀고 있는 땅 점거하여
자급자족 공동체 형성


안달루시아노동조합(SAT) 소속 농업노동자들의 투쟁은 몇 개월 전에 시작됐다. 지난 3월, 소몬테 지역의 무토지 농민과 농업노동자 20여명은 국가 소유의 놀고 있는 토지를 점거해 공동체를 형성하여 농사를 지으면서 생활하고 있다. 그러다가 실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 24일, 100여명이 국방부 소유의 토지 1,200 헥타르를 점거하면서부터였다. 최근에 쫓겨나긴 했으나 노동자들은 재점거를 결의한 상태이다. 그리고 8월 21일에는 300여명이 국왕 사촌 소유의 궁전을 기습 점거했다. 현재 궁전에는 아무도 거주하지 않지만 호화로움을 유지한 채 놀고 있어 노동자들의 점거 대상이 된 것이다.
이번 투쟁의 중심지가 된 안달루시아는 스페인 최대 농업 지대이다. 그러나 실업률은 유럽 최고치인 30%를 넘어서고 있다. 긴축에 혈안이 된 중앙정부는 안달루시아의 거의 모든 공공병원을 문닫고 공공부문 노동자 6만명을 해고하는 등 강력한 지출삭감을 단행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슈퍼마켓에서 식량‘몰수’하고
은행도 점거


토지 점거와 더불어 SAT 노동자들은 대형 슈퍼마켓으로부터 식료품 등을 ‘몰수’하여 자선단체와 빈민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의 행위가 “빼앗긴 민중의 빼앗은 자들에 대한 몰수”라고 했고, 시민들은 이들을 ‘로빈 훗’이라 부르면서 큰 호응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8월 15일부터는 500여명의 노동자가 안달루시아 지방을 가로지르는 행진을 시작했다.
도시에 도착하면 수백 명의 시민들이 이들을 환영하고 지지하는 시위를 했으며, 노동자들은 대형은행 지점을 기습 점거하거나 자라와 같은 악덕 기업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대중의 지지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어, 중앙정부를 비롯한 지배계급은 이들을 비판하면서도 슈퍼마켓 ‘약탈‘에 대해 몇몇 노동자를 구속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적인 영웅이 된 좌파시장 고르디요
한편, SAT 노동자들의 투쟁을 이끌고 있는 마리날레다시의 고르디요 시장은 전국적인 영웅이 되어가고 있다. 안달루시아 의회의 좌파연합 소속 의원이기도 한 고르디요 역시 SAT 출신으로서, 지난 30년 간 시장을 역임해오면서도 토지 몰수를 위한 점거투쟁에 계속 투신해왔다.
고르디요는 귀족 소유의 놀고 있는 땅 1,200 헥타르를 놓고 수년 간 투쟁을 한 끝에 몰수에 성공하여 시민들에게 땅을 나눠줬고, 시민들은 협동조합을 형성하여 대안 농업을 실현하고 있다. 이런 모델이 이번 투쟁에 직접적인 영감이 되었으며, 고르디요와 농업노동자들은 이런 ‘몰수’ 투쟁과 점거, 대안 공동체 형성이야말로 경제위기에 대한 대안이라 주장하며 행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전소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