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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라이프, 에고 에고

여성환경연대에 회원으로 가입하고서 나는 드디어 에코 라디오를 선물로 받게 되었다. 고 놈을 보여줘서, 고 놈을 가지고 싶은 부르르한 욕망에 떠는 나의 룸메 양까지 여성환경연대 회원으로 엮었다. 룸메 양은 쪼르르, 그 에코 라디오를 가지고 남친에게 선물했다. 너무 예쁜 놈들만 보면 그 놈 생각이 나는지 너무 예쁜 놈들은 다 그 놈에게로 간다. 근데 그 너무 예쁜 놈들은 정작 가지지도 못했음시롱 룸메 양은 봄날의 새끼곰처럼 파릇파릇하고 뭉클해 보였다. 오도카니 지켜보고 있자니, 나도 사귀는 사람 이런 거에 츱츱한 마음이 뭉게뭉게 솟아올랐다. 이 봄에, 심드렁할만치 외로웠다. "이거, 돌리면 얼마나 가는거야?" 라고 묻길래 "십분 돌리면 한 시간 정도 라디오 들을 수 있어"라고 대답했다. 여봐라 하는 표정으로 에코 라디오 손잡이를 한 번 돌려주면서 대꾸했다. 그는 참내,하는 표정으로 십 분 돌리면 24시간 쯤은 거뜬히 가야한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또 아무리 외로워도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라는 식의 마음이 되버린다. 그러니까, 또 니 옆에 있으면 '봄날의 새끼곰' 을 볼 때보다 더 외로워져 버린다. 당신은 늘 십 분 쯤 돌려서 24시간 쯤은 당연히 돌아가는, 그런 관계밖에 모르고, 나는 전기없이도 십분 돌려서 한 시간 정도 가는 것이 감지덕지하게 뿌듯한, 그런 관계를 원하고, 아침에 일찍 출근해서 사무실에 혼자 앉아 라디오 손잡이를 한 십분 쯤 돌렸다. 그 십분 동안 이 에코라디오처럼 나도 십 분 돌려주면 한 시간쯤은 전기없이 그저 혼자서도 온전히 존재할 수 있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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