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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정씨에게, 부탁함

노현정 씨 결혼을 보면서 든 오지랖 넓은 생각들 ;;; 

 

며칠 전까지도 포털에 줄줄이 사탕으로 엮인
노현정씨 결혼 기사 제목을 지나치면서
뭐 미국서 공부한다는 재벌가 자식이
‘첫 눈에 반해 두 달 만에 결혼을 결심하고야 만’ 흑인 여성이나 치카노 여성 쯤의 기사도 아닌데 읽어본 들 무슨 재미냐 하는 생각이었다.
그건 뒷북이다 싶게 이제사 본 영화 ‘호텔 르완다’에서
후투족의 학살장면을 찍어서 가져온 기자가
‘고맙다, 이걸 보고 사람들이 르완다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알게 될 거야’ 하는
주인공에게 내뱉는 그 스산한 대사가
차차차 즈려밟듯이 마음 속에 차차차 스며들었기 때문이었다.
 
“고마울 거 없다. 사람들은 뉴스에서 이 학살 장면을 보고는
오, 테러블, 댓츠 소 테러블, 하고는 저녁 먹으러 나간다”
그 기자 말대로 유엔 평화군과 기자들과 르완다와는 다른 국적의 여권을 가진 사람들은 르완다에서 모두 철수하고,
또 그 밖의 사람들이 오, 테러블과 뭐 먹을까를 왔다갔다 했던1994년 여름,
르완다에서 근 백 만명의 사람이 죽었다.
 
순진무구하게도 마치 그 대사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기사를 읽고는
오, 나쁜 새끼들, 나치들한테 배웠냐, 하고는 금새 돌아서서
노현정씨 결혼기사를 읽는다’는 식으로 들렸다.
그래서 웬지 궁금했지만(도대체 왜!!)
, 노현정씨 결혼 기사는 결코 클릭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에헤라디야, 자진방아를 돌려라,
라는 심정으로 오늘 노현정씨 결혼 기사를 읽고 말았다.     


 



참말로, 누구 블로그에서 본 글처럼
그 놈의 힐튼 상속녀 기사만 뜨면 저절로 기사를 클릭하고 마는 것처럼(제길슨!) 나도 빠져, 빠져, 들었다.
 
이런,
우리의 힐튼 상속녀가 애완견 팅커벨을 살 쪘다고 내팽개치거나
새로운 ‘심플 라이프’ 시리즈에서는 니콜 리치랑 따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설정으로 간다거나
한 번 입은 옷은 절대 거들떠 보지 않는다는 기사들보다
따분하고 지지리부진한 그 기사를 클릭하다니!
홍세화씨 식으로 말하자면, 존재를 배반하는 손가락의 클릭질이었던 게다.
 
기사를 읽으면서
‘예쁘게 잘 살게요, 미국서 공부하고 이 년 후에 돌아올께요’라는노현정씨 멘트에 ‘언니, 이 년 뒤에 난 고 3이라서 텔레비 못 보는데, 어떠케요 ToT’
라는 댓글을 다는 절박한 심정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결혼을 축하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평소 텔레비를 하도 안 봐서
그녀가 진행했다는 시청률 1위의 스타 골든벨을 한 번도 본적은 없지만
뭐랄까,
우물에 빠진 아이를 보면 달려가서 건져낸다는 ‘인’의 마음이 들어부렀다.
그래서 ‘생얼’ ‘엑스 파일’ 이런 기사를 보면서
다덜 부러워서 환장했구먼, 이봐들, 자제하자고,쯤의 마음이었다.
 
적어도 우리의 현정씨는 말이다,
이 년 후 어찌돼든, 암튼 일을 그만두는 대신 ‘휴직’을 선언했고,
그것 때문에 비록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지만
암튼 빡 터지게 경쟁율 치열한 아나운서 자리에 공백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한 자리의 공백이 중요한지 아니면 아나운서 같은 전문직 여성도 결혼 후 커리어 단절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공고히 한 것이 더 중요한지는 모르겠사와요.)
 
또한 삼성가의 아들처럼 동아일보 사주의 딸과 결혼한 것도 아니고,
사실 현대가 아들이랑 조선일보 뭐시기네 딸 이런 기사보다는 백 배 낫지 않수?     
 
또또한 재벌과 결혼했다 이혼한 다른 현정씨처럼
미국서 우연히 뭐시기 공연을 보다가 사랑에 빠졌어요, 그가 누군지 몰랐죠, 라는 식의 ‘로맨틱한 멘트’도 날리지 않았다.
현대가에 납품하는 아버지와 현대가 사이에 혼담이 오가면서 시작했다는,
그렇지만 첫 눈에 반해 두 달간 뜨겁게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는
‘믿거나 말거나’를 일부러 조장하는 듯한 멘트만 날렸을 뿐이다.
 
아마도  현대가에서도 텔레비젼 뉴스에 하청업체 사장 얼굴이 모자이크로 처리되고 목소리가 변조된 채 나와도 다음 날 바로 그 대기업에서
“납품단가 인하니 착취니, 그런 말을 들을 바에는 납품 계약 끊겠다”는
전화를 하는 그 민첩성을 가지고 노현정 씨를 찾아냈나 보다.
다시 한 번 깜딱 놀랐다고 할 수 밖에.
 
연예 전문 기자도 아니고 노현정씨를 스타킹(stocking)한 것도 아니라서
현대가에 납품한다는 그녀의 아버지네 기업에 대해서는 모른다.
하지만 혹여나 노현정씨나 그녀의 아버지도 원 하청 불평등 관계나
해마다 평균 5-10%를 깎아 내린다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관행에 분통터져본 경험이 있으시다면,
하청업체나 중소기업을 위해서 조금 ‘공부하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그리고 현대가에게는 언론에 대기업을 ‘꼬지른’ 하청업체 사장이나 며느리가 될 노현정씨를 찾거나,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를 주물럭 거리는 그 민첩성과 실력을‘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관계’같은 방향으로 돌렸으면 하는 오지랖 넓은 바램을!!
 
하청 업체 사장님들이 언제 사돈이 되고 장인 어른이 될지 누가 안단가?
 
부디 장인 어른 모시는 마음의 발톱 때만한 크기로 중소 하청 기업들을 대접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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