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그날 아침. 잠에서 깨어났을 때, 다리 사이엔 작고 붉은 덩어리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야기는 한 사람이 아침에 깨어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축축하게 비 내리는 아침, 그녀는 다리 사이에 조그마한 덩어리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다.
작고 붉은 덩어리 하나. 그녀는 그것을 화장실 변기 속으로 내려 보내버린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리고는 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밥을 먹고 집을 나선다.
하지만 이미 어떤 변화는 시작되었다. 익숙하던 거리는 어딘가 낯설고 지나치는 낯선 사람들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든다.
친구를 만나 고기를 구워먹으며 나누는 이야기들과 고기의 붉은 빛은 그날따라 쉽게 흘려버릴 수 없다.
입술
"어느 순간 부터 인지 친구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주위가 너무 시끄러웠던 탓이다.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던
그녀의 움직이는 입술과 혀인지 고기인지 모를 조그만 덩어리가 하나 보일 뿐 이었다.."
여덟개의 방, 여덟개의 시선 중 작가, 소하의 그림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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