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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를 만나는 길
"이른 봄의 저녁공기는 여전히 쌀쌀했다. 전철 출구로 올라온 사람들은 빠른 발걸음으로 나를 앞질러 걸어갔다."
하루가 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늘 지나던 횟집 앞을 지나간다.
수조 속에는 커다란 도미 한 마리가 기울어 진 채로 떠 있다.
도미는 점점 기울어져 이내 뒤집어져, 죽는다. 살아있던 것이 죽어 하나의 덩어리가 되는 순간.
집으로 돌아와 방 안에 들어섰을 때, 침대 위에는 아침에 버린 덩어리가 다시 놓여져 있다.
조금 마르고 검붉어진 채로. 이번에는 그것을 안고 잠이 든다.
다음날 아침 덩어리는 사라지고 그녀는 자신의 몸 안에 작은 살덩어리 하나를 느낀다.
이야기는 하나의 작은 사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도미에 대한 에피소드는 실제로 경험했던 일이다.
어느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정말로 거대한 도미가 뒤집어져 죽어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사람 머리만큼이나 큰 분홍색의 도미가 뒤집혀 떠다니는 모습은 일단 참 기괴했는데,
그래도 그 때는‘다 죽어가는 물고기? 횟집 수조 안에 그대로 놔두다니 저 집 장사 다했네.’
라고 생각 했을 뿐이었다.
나중이 되어서야 그 장면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는데 그렇게 된 건 채식을 하면서부터였다.
그것은 굉장히 신기한 변화였다.
그러려고 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몸이 채식이라는 경험을 통해서 스스로 하나의 관점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 예전엔 생각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조금 생각하고, 느끼게 되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나의 직접적인 경험으로,
좀더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으로 이야기를 좁혀 나가다 보니
결과적으로 이야기가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 쪽으로 많이 흘러가기는 했지만,
단지 우리가 먹는 고기-살-이 우리 자신의 살과 같은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
또 나의 변화의 계기는 채식이었지만
몸으로 느끼는 감각의 변화라는 것이 그 방식으로만 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그 변화가 생각이 아닌
몸의 변화와 감각의 변화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 중심을 두고 싶었다.
말하자면 그녀에게 나타난 덩어리는 몸에 일어난 어떤 변화와 경험이면서
나의 일부가 되어 세상을 다르게 보고 느낄 수 있는 관점과 감각이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부터 시작되어 생각을 변화시키는 일. 미약했지만 그런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여덟개의 방, 여덟개의 시선 중 작가 소하의 그림과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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