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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방안'이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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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9월부터 사회공공연구소에 반상근으로 일하게 되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공공운수노조(준)에서 내는 무료신문 '꼼꼼' 발행하는 '공공운수노동자'에 칼럼 비슷한 것을 쓰게 되었습니다. 짧은 분량이라서 할 말을 다 한 것은 아니지만, 간단하게 최근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의 딸 특채문제로 논란이 된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방안'에 대해 글을 썼습니다. 글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편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래에 제가 보낸 원문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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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0여년 동안 시행해온 대규모 공채 위주의 공무원 채용방식을 개방형으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방안’은 8월 12일 발표된 이후 행정고시 준비생들을 패닉상태로 몰아넣었고, 거의 모든 신문들이 사설을 통해 그간의 적지 않은 고시제도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공직사회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개혁의 취지에 환영의 뜻을 표했으나, 많은 이들이 보기에는 그저 그런 사안 중의 하나에 불과하였고, 그렇게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이미 실시되고 있는 개방형 임용제를 보면, 일반 전문가들 대신 오랜 공직경력의 노하우로 무장한 관료들로 채워졌고, 이들 또한 관료로 있다가 김앤장 같은 로펌에 있다가 다시 돌아오는 회전문인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이를 우선 정비하기는커녕, 행정고시를 폐지하고 2015년에는 5급 신규 공무원의 절반을 외부 민간 전문가로 특채하겠다는, 그것도 필기시험 없이 서류전형과 면접으로 선발하겠다는 정부의 방안을 그대로 넘겨서는 안 된다고 여긴 이가 있었다. 외부 전문가 특채로 인한 논란의 핵심인 객관성과 공정성 문제를 제기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결국 가진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방안’이 나온지 20여일이 지난 9월 초에 작품이 만들어졌고, 그 이후의 상황은 우리가 아는 바대로다.
 
그렇다면 일제 때 시행된 고등문관시험의 대를 이은 행정고시는 어떻게 되어야 할까. 지역할당제와 유사한 지역인재 추천 채용의 확대는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방안’에 포함되어 있으니 제쳐놓더라도, 이해관계자일 수 있는 내부면접위원의 축소, 무기명 블라인드 면접제도의 활성화 등을 통하면 공무원 채용제도는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걸까.
 
행정안전부의 주장처럼 민간 전문가를 공직사회에 수혈하기 위해 행정고시를 폐지하고 개별 부처별로 음성적으로 이뤄진 특채를 통합관리하면 되는 걸까, 아니면 창의력 있는 인재를 선발하고 기르는데 한계가 있긴 하지만 공정하고 객관적인 선발을 위해 행정고시를 유지해야 하는 걸까. ‘모르는 것도 아는 것처럼, 읽지 않은 책도 읽은 것처럼, 조금만 알더라도 전부를 아는 것처럼’ 자신을 포장해야 행정고시에 합격할 수 있다는 걸 다 알고 있는데...
 
이런 논란 속에서 뭔가 빠졌다는 생각이 들고, 문득 떠오르는 노래가사가 있다. “저들이 말하는 국민 중에 너와 나는 간데없고, 저들의 계획 속에 너와 나의 미래는 없지”(꽃다지의 주문).
 
유명환 전 외교부장관 딸의 외교부 특채 파문이 있었기에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방안’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실상은 더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지 모른다. 학벌과 학연의 견고한 기득권 구조가 이번 사건처럼 드러내놓고 비상식적으로 자신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항상 객관성과 공정성으로 자신을 포장한다. ‘공정한 사회’를 강조하는 현 정부처럼, ‘정의사회구현’을 부르짖은 80년대의 어느 정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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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지 - 주 문 (정윤경/글,가락 편곡/이찬욱)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되어야 해

오늘 우리가 사는 이곳이 더 아름다울 수 있게
오늘 우리가 사는 이곳이 더 아름다울 수 있게
히에이야― 아 히야이야이야 아― 히야이야아―야이야--아

저들이 말하는 국민 중에 너와 나는 간데 없고
저들의 계획 속에 너와 나의 미랜 없지
저들이 말하는 국민 중에 너와 나는 간데 없고
저들의 계획 속에 너와 나의 미랜 없지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되어야 해)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오늘 우리가 사는 이곳이 더 아름다울 수 있게)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오늘 우리가 사는 이곳이 더 아름다울 수 있게)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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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2 06:29 2010/09/12 06:29

댓글1 Comments (+add yours?)

  1. 신도선 2010/09/14 10:30

    개방형 인사제도가 다양한 이력의 전문가들을 행정에 참여하게 하므로 암기로 단련된 고시형 인재보다는 보다 효율적이고 경직된 공무원 사회에 경각심을 줄 수 있어서 기존 제도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긴하는데....
    본래 인간들이 하는 짓인지라 정실이 개입하거나 엽관제스러운 개방형인사제도보다는 점수대로 위에서부터 짜르는 행정고시가 모두에게 공평한 출발선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훨씬 정의롭게 여겨지는건 무슨 난해한 상황인지 모르겠네요.
    그래서인지 1달만에 정책이 엎어졌다 뒤집어졌다 해도 별말들이 없는거 같네요. 일단 저들의 계획이 딸하나 정직원 시켜보려는 눈물겨운 부정으로 인해 좌초된건 사실이죠. 국민들이야 모두다 자기일처럼 기뻐하고 있는걸로 봐서는 MB는 자기편 하나씩 내주면서 인기를 먹고 사는 프로정치인인건 맞는거 같습니다. 전에는 아마추어인줄 알았는데 프로에요 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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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gimcheol님의 트윗 Tracked from @gimcheol 2010/09/12 06:39

    행시제도 개편과 관련하여 언뜻 떠오르는 음모설 하나 http://bit.ly/ag0XEm 이런논란속에서 뭔가 빠졌다는 생각이 들고 문득 떠오르는 노래가사가 있다 “저들이 말하는 국민중에 너와나는 간데없고, 저들의 계획속에 너와나의 미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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