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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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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블로그에 썼던 걸 다시 퍼나놓는다. 2004/09/11 12:13에 쓴 것으로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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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민중가요를 불러도 부담스럽지 않는 자리에서 각자 노래부르는 시간이 돌아왔을 때 예전에는 내 이름이 들어가는 노래를 자주 불렀다. 민중가요를 잘 아는 사람들이 있으면 '철의 기지'를 부르고, 그렇지 않으면 '철의 노동자'를 불렀다. 이런 노래를 '나의 기지', '나의 노동자'라고 농담삼아 얘기했는데, 어법도 말이 안되고, 그런 농담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

 

철의 노동자!

이 노래는 영화 '파업전야'에 삽입된 노래로, 안치환이 작사. 작곡한 노래이다.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것은 1990년 광주에서 방위받던 시절 전남대에서 파업전야를 상영할 때였다. 그 영화를 보고 나오자마자 백골단들이 영화상영장소를 침탈하여 한바탕을 소란을 피웠던 것이 기억난다. 이 영화의 상영을 저지하기 위해 정부는 헬기를 동원하는 입체적인 작전을 폈는데, 그것이 오히려 영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내가 '파업전야'를 방위받을 때 봤다고 얘기하면 자신은 일반학우들이 안전하게 볼 수 있도록 사수대를 했다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그렇게 보았던 '파업전야'는 그 어느 영화보다 생생한 현실을 전달해주었다.

 

아무튼 파업전야를 보면서 나왔던 이 노래를 잊을 수 없어서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안치환 작사, 작곡임을 알게 되었고, 이는 곧 내 18번이 되었다. 하지만 이 노래의 대중적 인기가 워낙 빨리 확산되는 바람에 18번으로서의 매력이 곧 사라지게 되었다.

 

이 노래가 처음 앨범으로 나온 것은 1990년 예울림의 [출정전야]에 삽입되었을 때이다. 하지만 이 음반은 안치환의 목소리로 나오는 특유의 분위기를 전달하지 못하였던 것 같다. 안치환 또한 자신의 음반에 이 노래를 실었는데, 1991년 발매된 안치환 2집 <안치환 노래한마당>에서였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사전검열로 인해 가사가 일부 변경되어 있어 노래의 의도를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마 이 때부터 이미 안치환을 민중가수로 부르는 것에 대해 냉소적인 사람들이 생겨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이 앨범은 당시 사지 않았다면 구할 수 없다고 한다. 사실 레코드사가 망했다)

 

'파업 전야'의 분위기를 살린 '철의 노동자'가 음반에 실린 것은 안치환이 3집(소금인형, 귀뚜라미 등이 실려 있다)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난 후 1집과 2집의 노래 중 몇개를 추려 묶은 <안치환 1+2>에서였다. 운동진영에서 주로 쓰였던 것은 안치환의 목소리가 아니라 전국노동조합협의회에서 1991년 제작한 앨범 <철의 노동자>에 실린 버전이다. (내가 소중하게 간직했던 이 테입을 도대체 누가 가져갔을까?) 

 

사실 이 노래에 대해 글을 쓸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민지네의) 비파님 덕분이다. 당시 노동자문예창작단에서 활동했던 비파님을 민지네 전국 오프에서 보고 바리케이트 음반 및 그 '원색적인' 공연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1992년 전국을 순회하면서 공연하였던 노문창의 모습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거의 없다. 최근에 앨범 복각작업을 하던 사람들이 있지만, 현재는 중단된 상태이다.

 

이 앨범 복각작업을 하면서 만든 블로그에 노문창의 철의 노동자 공연실황이 있다. 이 공연은 나에게 약간은 충격이었다.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와 함께 1991년 강경대 열사 투쟁이후 운동은 계속 침체일로에 있었고, 1992년에 전국을 순회하면서 '바리케이트' 공연을 한다는 자체가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시대착오적으로 비추어졌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현장에서는 그 음반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을 보면 한국사회의 다른 모든 분야는 급속하게 변하고 있으면서도 노동현장에서만은 시계가 90년대 초반에서 멈춰있는 것은 아닌지 싶다. 아니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그것은 변증법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공연이 말하고자 했던 투쟁의 미학이 지금 시기 필요한 것이 아닐까. 바리케이트 앨범 복각을 위한 블로그에서 '철의 노동자' 동영상을 올린 hey님의 언급대로 "처절하게 싸우지 않는다면 언제나 모든 것을 박탈당하는 현실은 지금 이 순간도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노동자는 이 사회의 모든 모순을 자신의 과제로 안고 싸워나가야 한다. 이 노래를 부를 때 시작하는 아지(Agitation)처럼...

민주주의의 전위투사, 철의 노동자! 투쟁! 투쟁! 투쟁! 투쟁! 투쟁!

  

노동자문예창작단, 공연 <바리케이트>(1992) - 철의 노동자

 

철의 노동자


민주노조 깃발아래 와서 모여 뭉치세
빼앗긴 우리 피땀을 투쟁으로 되찾으세
강철같은 해방의지
와서 모여 지키세
투쟁 속에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껴보세

단결만이 살길이요
노동자가 살길이요
내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아~ 민주노조 우리의 사랑 투쟁으로 이룬 사랑
단결투쟁 우리의 무기
너와 나 너와 나 철의 노동자

너와 나 너와 나 철의 노동자

 

전노협, 앨범 [철의 노동자](1991) - 철의 노동자


 

 

<안치환 1+2>(1994) - 철의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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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3 01:18 2010/11/03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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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gimcheol님의 트윗 Tracked from @gimcheol 2010/11/03 01:24

    아무래도 서울신문이 금속노조파업에 저의 동참을 압박하는 듯. 꼭 나서야할지? http://bit.ly/bKr0Iq RT @sumin_k: 서울신문이 G20개막일 금속노조파업을 두고 철없다고 사설을 냈군요. '금속'노조에게 '철'이 없다뉘! 이런 망발이

  2. Subject: @ditsela_님의 트윗 Tracked from @ditsela_ 2010/11/03 01:25

    RT @gimcheol: 아무래도 서울신문이 금속노조파업에 저의 동참을 압박하는 듯. 꼭 나서야할지? http://bit.ly/bKr0Iq RT @sumin_k: 서울신문이 G20개막일 금속노조파업을 두고 철없다... http://dw.am/LCS0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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